“무지의 사전”, 이건 진정한 ‘무지의 사전’이다.


 
 

저자_카트린 파지크, 알렉스 슐츠

역자_태경섭


펴냄_살림




도깨비 같은 끈 이론이 발표되고 우주의 기원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가 박터지게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스위스에 지어진 최대 규모의 입자가속기(LHC)는 인류의 지식을 더욱 미시적이며 또한 범우주적인 경지에 이르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류는 의외로 무식(?)하다. 아직도 우린 근시가 발생하는 정확한 이유도, 왜 특정 소리가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는 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우주로 운동장만한 우주 정거장을 띄우고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지만 의외로 사소한 것들이라 생각했던 문제들은 밝혀내지 못했다. ‘무지의 사전’은 이렇게 인류의 무식함을 고해성사하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무진장 재밌을 것만 같았던 이 책은 다른 방법으로 ‘무지’를 고백하고 있다.




다음은 책에서 발췌한 글이다.



….과거 근시를 가진 사람은 안경이 없었기 때문에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동물에게 더 쉽게 잡아 먹혔으리라는 추측은 비교적 생각할 만하다. (P.27)




….눈은 오랜 성장 기간 먼 곳에 있는 사물을 정교하게 바라보는 방향으로 기능을 증진시키다가 이웃하고 있는 안구의 근육에 그 기능을 넘겨준다고 한다. (P.29)




….그러므로 서로 다른 냄새모델의 대표자들이 냄새를 예측한 다음 실제 냄새와 비교해 보는 경쟁이 좀 더 크게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P.39)




…..이런 주제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우리가 고주파 소리를 걸러내더라도 소음은 더 이상 견딜만하게 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냈다. (P.41)




근시의 진행을 늦추거나 막을 수는 없는가? 과거의 많은 연구는 하드 콘택트렌즈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하드 콘택트렌즈의 효능을 입증할 수 없다고 한다. 반대로 소프트 콘택트렌즈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기존 이론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 시력 감퇴는 눈을 거의 깜박거리지 않는 것과 관계 있는데, -그래서인지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눈을 너무 자주 깜박인다-사람들은 집중이 필요되는 일을 할 때에는 눈을 잘 깜박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택트렌즈는 눈을 충혈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근시의 진행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과거와는 다르게 새롭게 개발된 콘택트렌즈는 근시 연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P.31)




그렇다. 이 책 번역이…직설적으로 말해…개판이다. 이거 뭐 고등학생이 직역한 수준이다. 마지막 발췌한 문단을 읽고 내용이 쉽게 파악되는가? 한글로 쓰여 있음에도 도무지 글의 내용이 쉽게 파악이 되지 않는다. 읽다보면 뇌가 다 얼얼해질 정도이다. 좋은 소재와 유머러스하게 쓰여진 것 같은 원서를 제대로만 번역했다면 재밌었을 책을 이렇게 망쳐놓고 말았다. 그들은 정말로 ‘무지의 사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