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참게 생기셨는 걸요 …” <영진공 69호>

재외공관소식
2007년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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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 훈련장 입구에서 먼저 저벅저벅 들어가는 저 씨뻘건 모자들을 곁눈질할때. 그 찝찝함과 답답함과 막막함을 동반한 공포를 사회에서도 맛 볼수 있는 곳을 꼽아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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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없이 이곳을 뽑으리오..으으으으-_-;;

없다는 요즘 이빨치료를 하러 치과에 다니며 뼈를 깎고 살(잇몸도 살은
살이지? 음…)을 째는 고통을 2박 3일마다 한번씩 경험하고 있다. 어금니 하나의 신경치료를 하는 중인데.. 신경치료라는
것이 이렇게 자동차 할부처럼 두고두고 고통을 예약하는 것인줄 미리 알았다면 매일 밤 양치질마다 손목을 하드디스크처럼 회전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는 언제나 늦은 법. 치를 떨며 잇몸을 째고 사랑니를 뽑아낸 지 3년만에 다시 올라앉은 진료의자에서 나는 내 입속으로 난입하게 될 각종 도구들을 바라보며 고문도구 바라보는 포로가 된 기분을 경험하고 있었는데.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를 한 간호사 언니가 먼저 와서 말을 건넨다.

신경치료 예약하신 분이죠?”

없다는 긴장되거나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선 멍청한 농담을 하는 버릇이 있다.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않을 이야기가 미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 밖으로 튀어 나오는데, 역시나 웃기는데도 실패하고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도 실패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근데 왜 하냐고…? 나도 몰라)

“아뇨 이치로…(‘이치료’를 이용한 언어유희. 순간 대단한 재치잖아? 라고 착각했다.)요. 하하하.”

“…..”


호사 언니는 눈만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말로 하는 것처럼 정확히 전달하는 기술를 선보이며(‘뭐 이런
새끼가….’) 예의넘치게도 나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는데, 물론 용서받을 수 없는 농담이긴 했지만 그날 나는 앞으로 닥쳐올
울트라 고통을 상상하며 사포로 갈아놓은 듯 까칠한 상태.
살짝 기분이 상했다. 코웃음이라도 좀 쳐주지 시바…

“저기, 근데.. 신경치료 말이죠… 혹시 스물일곱살 먹은 성인 남자가 견뎌내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게 치료받은 사람들의 통설이었나요?

“아프냐고요?”

“…(썅)예-_-;;”

잘 참게 생기셨는데요 뭘.”

“……..”


참게 생겨?  대게 건강해 보인다거나, 튼튼해 보인다고 하지 않나? 어떻게 생긴게 잘 참게 생긴거야? 둔하게 생긴 거? 고통도
못 느낄 정도로 멍청하게 생겼다는 말이야?  아님 그 면상을 해가지고 참을성마저 부재한다면 참으로 크나큰 문제가 아니겠냐는, 뭐
그런 의견을 피력하시는 겁니까? (쓸데없이 예민한 반응이었다는 거 알지만.. 치과 의자에 앉아 보라구. 까칠해 진다니까?)
조금 더 기분이 상했다. 아시다시피 본인은 뒤끝없는 깔끔한 위인이 못 되기에..

치료가 끝나고 이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만 이천 오백원이세요.”

다음과 같은 까칠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와우. 만 이천 오백원보다 어려 보이지는 않으신데요.”

“…………………….”

그러니까, 왜 돈에다가 대고 높임말을 하느냐, 만 이천 오백원 주시면 되요, 라든지 만 이천 오백원입니다 라고 해야 하는것 아니냐.. 라는 뼈를 담은 농담이었는데….. 물론 지금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_-;;
그나저나, 병원을 바꾸어야 하는 걸까? 다음에 갔을 때 마취주사 안 놔준다거나 하면 어떡하지?

언어 유희 일상 생활 적용 운동
거의 없다(1000j100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