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 투 미”, 우리는 언제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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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거짓말을 해보라니까 …


<라이 투 미>는 올해부터 선정성과 보수성향으로 유명한 Fox에서 시작한 TV시리즈 물이다. 참고로 2009년 신작 미국 드라마 중 18세에서 49세사이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칼 라이트만 박사(팀 로스)가 회장인 라이트만 그룹이 미연방수사국과 제휴를 맺고 주요 범죄사건 수사에 참여해서 증인들의 증언의 신빙성을 감별해준다. 이들이 알 수 있는 건 증언이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저 사람의 감정이 뭔지 정도지만 그걸 상황맥락에 적절히 결합시키면 범죄의 진상이 드러난다는 식의 구성이다.

근데 최근에 이런 드라마가 많다. 요즘 트랜드가 ‘독심술’인가? 범죄와 심리학을 가볍게 결합한 드라마로 내가 즐겨보는 시리즈가 <멘탈리스트>인데, 그나마 패트릭 제인은 명민한 마술사라는 설정이었지만 이번에는 진짜 대놓고 심리학 그 중에서도 신체언어(body language) 라는 전문분야를 연결시켰으니 말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팀 로스가 연기하는 ‘칼 라이트만’ 박사는 이 FACS를 만든 심리학자 폴 에크만 교수를 모델로 만든 허구의 인물이다. 모델로 했다는 티를 내기 위해선지 실제 폴 에크만이 채식주의자인데 칼 라이트만도 채식주의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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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인공들, 가운데가 칼 라이트만(팀 로스)


칼 라이트만의 실제 모델인 폴 에크만 박사

어쨌거나, 이 드라마는 실제 존재하는 행동과학기술인 FACS(Facial Action Coding System 표정신호분석시스템)과 이 시스템의 이론적 기반인 신체언어 이론을 기초로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예전에 쓴 글(http://kr.blog.yahoo.com/psy_jjanga/1454898)에서 인용한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의 차이 같은 것이 이 시스템에서 말하는 표정신호들이다.

이쪽 분야 전문가들이 쓴 책에 따르면 이런 신체언어나 표정은 다양한 채널로 드러난다. 즉 마음은 몸을 통해 표현되는 거다. 너무 많은 곳으로 새나가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일부분은 통제할 수 있지만 전체를 통제할 수가 없다. 아무리 몸의 메시지를 잠그려고 해도 어딘가에서는 계속 나불대고 있다는 거다. 고로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표정이나 신체언어를 해석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심리를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는 진짜 웃음, 다른 하나는 가짜 웃음이다.

이 시스템은 인간의 얼굴표정을 32개의 행동단위(Action Unit)로 나누고 이 행동단위들 조합하여 심리를 해석하는 방식이라는데 직접 본 적은 없다. 비싼 저작권료를 내야 볼 수 있을 거다. 게다가 분량이 자그마치 1천 페이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니 이건 책만 있으면 되는 시스템이 아니란 얘기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만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건데, 그럼 뭐하러 AU를 나누고 분석까지 하냐고? 얼굴표정보고 마음속 읽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꽤 있다. 점쟁이들은 대부분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눈치 빠른 사람들(대부분은 여성이다)도 체계적이진 않지만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FACS는 이런 감에 의지한 마음 읽기를 객관적으로 체계화 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당신 어떻게 저 인간이 거짓말했다는 걸 알았소? 라는 질문에 대해서 점쟁이나 눈치쟁이는 “그냥 감으로!” 혹은 “신령님이 알려주셨어!” 라고 대답하겠지만, FACS를 쓰는 사람은 “매뉴얼 342페이지의 거짓말할 때에 해당하는 AU 조합을 발견했거든” 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러면 이건 나름 과학적인 근거가 되는 거다. 누가 봐도 그 매뉴얼에서 그 표정과 해석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이런 게 수백 페이지라는 …

실은 내가 하려는 말은 이게 아니고 … 이 드라마는 엄한데서 시청자를 웃긴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추측컨대 표정 신체언어 해석과정은 엄청 지루하고 고단한 작업일 거다. 천 페이지짜리 책을 뒤져가며 저 표정 어디에 있었지? 이러는 일을 반복하는 거니 보는 재미도 별로 없을 거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여기에 조미료를 쳤다. 그 복잡한 FACS 분석과정에 유명인 사진을 인용한 거다.

그 중에는 오바마가 맥케인을 칭찬할 때 쓴 제스쳐 같은 것도 있다. 거기서 오바마는 맥케인이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말하면서 중지를 세워서 콧잔등을 긁는다. 신체언어 해석법에 따르면 그런 행동은 억지로 거짓 칭찬을 할 때 나타나는 거다. 이거는 최근에 뉴스에도 인용되었다. 하지만 이것 뿐 만이 아니다.


모두 거짓말 중인 모습

예를 들어, 라이트만 박사가 “적대감을 숨긴 얼굴을 올려봐!” 라고 하면 콘돌리자 라이스의 면상이 화면에 뜬다. “거짓말을 숨기는 미소를 올려봐!” 하면 사라 페일린과 럼즈펠드의 얼굴이 뜬다. 물론 아들 부시 얼굴도 종종 뜨고, 르윈스키 스캔들 당시 코가 빨개진 빌 클린턴의 얼굴도 뜬다.

이런 걸 보면서 든 생각은 “비록 폭스가 꼴통채널이지만 드라마 팔기 위해서 깔 수 있는 건 다 까는구나.” 였다. 그리고 연이어 드는 생각,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거 했다면 어땠을까?

전여옥, 나경원, 이동관, 이대통령 등등의 얼굴이 거짓말을 하는 표정,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 경멸을 숨긴 표정, 기괴하고 특이한 사례 등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 만약 DJ나 노통의 얼굴도 같이 곁들이면 허용될 수 있을까? 아마 절대로 아닐 거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그런 걸 한다면 정말 재미는 있을 거다.

아아 … 갑자기 기다려진다. 우리는 언제쯤 그런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이렇게 전문적 지식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드라마 제작풍토가 먼저 만들어져야겠지만, 그 다음으로는 표현에 있어 그 어떤 제약도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가 꼭 필요하겠지.

그날은 언제 올까?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