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하루”, 진정 사랑하니까 우린 헤어집니다.

사랑이 어려워 우울합니다

이별이 힘들어 우울합니다


생활이 답답해 우울합니다


후회와 회한도 우울합니다


그래도


그대의 추억은 행복입니다


10대와 20대의 사랑은 사랑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숨막히고 행복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도 사랑은 두근 두근 행복입니다.
하지만 현실에 생활에 사랑은 늘 공격받고 약해져 가는가 봅니다.
아님 사랑이 약해지는게 아니라 인간이 이기적으로 변해가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다 보니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대개 10대와 20대의 영화가 대부분입니다
30대와 40대의 사랑을 그리는 영화는 그 해피엔딩의 공식에 철저히 따르는 미국 영화 조차도
별로 없거나 아님 씁씁하거나 아님 그깟 사랑보다 자아를 찾자라는 교훈성으로 끝납니다.
그래서 나이든 사랑은 우울합니다.

“멋진 하루”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반성 또는 추억입니다.
생활에 여유가 없어 사랑따위는 잠시 접고 살아야 하는 우리 대다수의 이야기 입니다.

희수(전도연)는 현실주의자이고 병운(하정우)은 로맨티스트로 보입니다만,
오히려 희수는 현실에 지친 패배자로 보이고 병운은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힘차게 살아가는 인간으로 아이러니가 벌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겉으로 보이는 에피소들들의 내용은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게는 영화 내내 흐르는 분위기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추억과 그 추억에 대한 자신의 회한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 였습니다.

나이가 들면 사랑은 그져 묻혀 지나가거나 흘러지나갈 수도 있는 하나의 조건에 불과해 보여집니다.  인생 한 때의 절대적인 가치에서 내려와 평범한 추억으로 남는 그런 사소한 일상이 되어 버리는가 봅니다.

하지만 그 사소한 일상 때문에 늘 가슴 한구석에는 후회와 아쉬움이 남아 있는 이 아이러니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영진공 클린트

<섹스 앤 더 시티> 친구들의 월경 수다: 미란다의 PMS

<섹스 앤 더 시티> 친구들의 월경 수다:
미란다의 PMS
 




* 아래 내용은 <섹스 앤 더 시티> 실제 대본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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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은 한달에 며칠씩 피를 흘린다. 생리를 하는 것이다.
  지금 거리를 걷고 있는 여자들의 몇 분의 일이 생리중일까? 사분의 일? 삼분의 일?
  어쨌거나 그중엔 나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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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의 집.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는 캐리.
샬롯:  캐리, 나야. 오늘 우리 화랑에 올 거지?
캐리:  응??
샬롯: 오늘 새 전시회 오프닝 파티가 있잖아.
캐리: 아… 맞아……. 오프닝이 있었구나…….  
샬롯: 반응이 왜 그래? 설마 못 오는 거야?
캐리: 그게… 몸이 좀 안 좋긴 한데……. 아냐, 갈게. 이따 봐.
샬롯: 이따 봐!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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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보행이랄 수 없는 자세로 기어서 화랑에 가야 했지만 안 갈 수는 없었다. 생리 때문에 친구 화랑 행사에 안 가겠다고 하면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생리는 나만 하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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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랑. 전시회 오픈을 축하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샬롯:   캐리! 왔구나! 작품들이 정말 근사하지 않니? 둘러보고 있어. 금방 올게! (총총 사라짐)
미란다: 캐리? 안색이 왜 그래?
캐리: 겨우 왔어. 기어서 왔다구. 생리통이 장난 아니거든.
미란다:  생리가 여럿 잡는군.
캐리: 너도 생리중이야?
미란다: 아니. 시작하려면 며칠 남았어. 난 PMS(월경전 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가 심해. 오늘도 회사에서 폭발할 뻔 했어.
캐리: 어쩌다가?



미란다:  난 생리하기 일주일 전부터 정말 괴롭거든. 배는 가스가 찬 것처럼 답답하지, 몸은 여기저기 쑤시지, 피로가 몰려오지. 짜증도 많이 나고 기분도 전반적으로 우울해져. 그러니 하는 일에 지장이 어마어마하다고. 문제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동료들한테 말할 수 없다는 거야.
캐리: 왜?
미란다:  PMS 때문에 몸이 안 좋다고 솔직하게 말한다면? 가뜩이나 보수적인 남자 변호사들이 얼마나 탐탁치 않게 보겠어? 여자는 이래서 곤란하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지. 하지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걸 상상하면 끔찍해. 게다가 그 다음부터 내가 뭔가에 불쾌한 기색을 보이거나 화를 내면, 내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아보려고도 않고, 혹시 내가 또 PMS 때문에 그런 건가 하고 멋대로 짐작할 게 분명하다고. (흥분) 그래서 난 내가 이 빌어먹을 PMS 상태라는 걸 아무한테도 말 못해!!

(뒤늦게 도착한 사만다, 끼어들며)
사만다:  말 못하긴. 그렇게 크게 선언했으니 지금 이 화랑에 있는 사람 모두 네가 PMS 상태란 걸 알게 됐을 거야.
캐리, 미란다:  풉.  
사만다: 화랑에서 웬 PMS 타령이야? 사실주의 그림 앞이라 그런 얘길 하고 있는 거야?
캐리: 아니. 난 생리통 때문에 기절할 지경이고, 미란다는 PMS 때문에 죽을 지경이거든.
사만다: 아, PMS. 나도 조금 있지.
미란다: 그래?
사만다:  그럼. 그때만 되면 가슴이 너무 딱딱해져. 겪어 봤겠지만, 그럴 땐 살짝만 만져도 아프잖아? 그래서 그때는 남자들한테 가슴은 절대로 못 건드리게 해.
캐리:   가슴을 안 건드리고 섹스를 해?
사만다: 체위는 다양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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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달- 길면 일주일까지 생리를 하는 것이 너무 불편한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불편하고, 답답하고, 자유롭지 않은 기간이니까. 그런데 거기에 월경전 증후군에 시달려야 하는 기간인 일주일 정도를 합치고 보니 더 답답하다. 2주일! 무려 2주일인 것이다. 한 달의 절반을 ‘생리’란 것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지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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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의 집. 캐리, 노트북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다. 수화기를 드는 캐리.

캐리: 혹시 아직도 PMS야?
미란다:  아니. 지금은 괜찮아.
캐리: 좋아. 그럼 다음 증상 중에서 네가 생리 전에 겪는 것들이 몇 개나 되나 생각해 봐. 먼저 신체적인 증상이야. 복부 팽만감, 복부 경련, 두통, 식탐, 식욕 증가, 피로, 관절통 및 근육통, 수면 장애, 유방 강직.
미란다: 유방 강직? 두 단어가 너무 안 어울린다. 사자성어 같아.
캐리: ㅋㅋㅋ 그래. 그냥 가슴이 딱딱해진다고 하자.
미란다: 오케이. 전부 다.
캐리: 이것들을 다? 흐음. 그렇다면 자, 다음은 정신적인 증상이야. 짜증, 급격한 기분 변화, 걱정, 긴장, 슬픔, 우울감, 절망, 자괴감, 죄책감, 격정, 흥분, 민감함, 갈등, 무력감, 집중력 저하……. 아아 맙소사!
미란다: 왜 그래?
캐리: 이건 온갖 나쁜 감정은 다 한자리에 모아놓은 것 같잖아!

미란다: 그래, 맞아. 그런데 난 대부분의 항목에 공감했어.

캐리:  정말이야? 인터넷으로 찾아본 건데, 너처럼 신체적, 정신적인 증상으로 사회활동이나 업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해지는 상태를 PMDD(Premenstrual Dysphorder: 월경전 불쾌 장애)라고 한대. 신체적 증상에서 5개 이상 해당되면서, 그 증상 때문에 일상 생활이 방해 받고, 그러면서 하나 이상의 정신적 증상이 있을 때 PMDD 진단을 받게 된다는데. 너 정도면 PMDD의 표본이라고 해도 되겠다.
미란다:  P-M-D-D? 매달 끈질기게 날 괴롭히던 놈의 이름을 이제야 알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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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는 그동안 그렇게 자기를 괴롭히던 것의 정체를 이제야 알게 됐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좀 괴상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 평범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저 온갖 증상을 한꺼번에 겪는다면? 분명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며 걱정하고,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하지만 미란다는, 아니 우리 여자들은, 그게 생리와 관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쩔 수 없다’며 그냥 꾹꾹 참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놈의 정체도 모르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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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천 까페. 캐리와 게이 친구 스탠포드가 커피를 마시는 중.

캐리: 그래서 더 찾아봤는데, 연구 대상 중에서 대략 5명 중 1명이 PMS로 고통 받고 있었대. 근데 재밌는 건 나라별로 수치가 다르게 나타났다는 거야. 호주가 43%로 가장 높고, 파키스탄이 13%로 가장 낮게 나타난 거지. 왜 그런 결과가 나온 걸까? 여하간 이중에서 4% 정도는 PMDD 증세를 호소하고 있어.
스탠포드: …….

캐리: ……스탠포드?
스탠포드: (화들짝) 응? 아, 4%가 PMS라고?
캐리:  아니, 아니. PMS는 월경전 증후군이고, PMDD는 월경전 불쾌 장애야. PMS의 가장 심각한 형태를 PMDD라고 하는 거라고. 아까부터 계속 얘기했는데 내 말은 하나도 안 들은 거야?
스탠포드:   미안. 하지만 네 얘기에 집중하기가 힘들어. 일단 난 생리를 해본 적도 없고, 생리하는 사람을 사귀어 본 적도 없는 게이니까. 사실 나한텐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주제라고. 게다가 저기 저 남자는 너무 귀엽게 생긴 주제에 아까부터 자꾸 눈인사를 보내고 있거든.
캐리: 그래, 그래. 이런 얘길 꺼낸 내가 잘못이었어. ‘남자 사람’들에겐 이런 얘긴 영 재미없겠지.
스탠포드: 하지만 계속 얘기해 줘. 알아두면, 여자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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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 미란다, 샬롯, 사만다가 브런치를 먹기 위해 모여 있다.

캐리: 게이인 스탠포드도 여자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서 PMS에 대한 이야길 들어 줬어!
미란다:  우리 회사 남자 변호사들에게 그런 얘길 하기 시작하면, 다들 핑계 대며 나가버릴 걸?
사만다:    난 남자가 그런 거에 관심 안 가져줘도 상관 안 해. (큼직한 알반지를 자랑하며) 리차드는 보석에 관심을 가져주지.  그거면 충분해.
샬롯:  스탠포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 특별히 여자를 더 이해하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캐리: (채소가 쌓인 미란다의 접시를 보고)  이 채소들은 다 뭐야. PMDD가 싫어서 당나귀가 되려고?
사만다: 당나귀는 PMDD가 없대?

미란다: (눈을 흘기며) PMDD를 완화할 방법을 찾아봤는데 이런 음식이 좋대.
샬롯: 정말?
미란다:   응. 일단 긴장과 짜증을 완화할 수 있게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게 좋아. 배가 팽팽한 팽만감을 낮추려면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하지. 이런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어서 섬유소를 섭취하는 것도 좋고, 식사 때마다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하는 게 좋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란 식품은 좋고, 설탕과 지방 섭취는 줄이는 편이 기분을 안정시키지. 알콜 섭취는 줄이거나 끊는 게 좋고.
캐리: ……그거 바쁜 현대인이 지킬 수 있는 요법 맞아?  
미란다:  너도 나처럼 심한 PMDD를 겪어 봐. 얘기가 귀에 쏙쏙 들어올 거다.

샬롯: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을 거야.
캐리: (고개를 저으며) 규칙적인 운동은 어디에나 좋지. 하지만 난 그것도 절대 못해.
미란다: 요가도 괜찮다더라.
샬롯:  내가 다니는 요가 센터로 와!
미란다: 안 그래도 물어 보려고 했어.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매일 30분씩 에어로빅을 하는 것도 좋대. 걱정하거나 예민해지는 걸 완화시킬 수 있다니까. 참 신기하지? 운동하는 건 몸인데, 마음의 안정까지 불러온다니 말야.
캐리:  혹시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고 잘 자라’는 처방은 없었어?
미란다: (웃으며) 있지. 8시간 수면은 반드시 필요.
캐리: (머리를 감싸며) 모두 못해. 모두 내가 자신 없는 것들이야. PMS도, PMDD도 심하지 않은 건 하늘이 내게 준 유일한 선물인가 봐.
모두: (웃음)

샬롯: 그런데 그렇게 심하면 병원에 가보는 건 어때?

미란다:. 병원까지 가보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샬롯: PMDD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우면 산부인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한번 생각해 봐. 의사랑 상담을 하면 적절한 약을 처방해 줄 수도 있을 거고, 각자에게 잘 맞는 또다른 처방들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사만다:  맞아. 우리 여자들은 지금보다는 산부인과랑 좀더 친해져도 된다구. 난 그렇게 생각해.

PMS(Premenstrual Syndrome, 생리전 증후군)

여성들이 월경이 시작되기 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만큼 두통을 비롯 불안, 초조, 불면증 등 심리적 불안 등을 겪는 것을 말한다.
생리전 증후군(PMS)은 가임기 여성의 약 75%가 적어도 한번씩은 경험하고 이 가운데 5∼10%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생리전 증후군(PMS)은 월경이 시작되기 4∼10일 전부터 시작해 월경이 시작되면서 끝나는 경우도 있고 끝날 때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 (하략)
[출처: 네이버 사전]


영진공 도대체

얄팍한 인간, 실천가능한 봉사와 응원을 생각하다.



이 글은 삼성 하하하 캠페인- 3차 응원클래스 ‘맛있게 하하하’, 문성실의 요리교실 초대에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솔직히 톡 까놓고 얘기해서 자발적으로 무슨 봉사행사 같은 곳에 가본 일이 없다. 내 일생에 봉사활동을 해 본 것은 딱 두번이었으니. 첫번째는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 가운데 끼어있었던 것이었고, 두번째는 대리말년차에 사원교육 가운데 끼어있었던 것이다. 두번 다 장애인 시설에서 일을 도왔던 것인데 그날 하루 마음 속에 울컥하거나 가슴이 아린 것들이 있기는 했지만 솔직히 봉사활동이라기 보다는 ‘회사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다. 겨우 하루 씩의 봉사를 통해 ‘이웃과 함께 해야 함을 느꼈다. 혹은 나누고 살아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아니 진심일지라도 아마 아주 일시적이고 찰라적인 진심이었을 것이다. 이번 ‘하하하 프로젝트’참가 전까지 사회공헌 혹은 봉사와 비스무레한 것 어느 것에도 손을 댄 일이 없으니 말이다.


마음가짐 자체도 ‘뭘 봉사한다, 내가 남을 위해 뭘 한다’ 이런 위선같은 것 같지 않고 참가하고자 했다. 덕분에 유명한 블로거도 만나보고, 요리 팁 몇개 챙겨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행사 참가 이후 내 마음이 뭐 대단히 거기서 변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참가하는 마음이 ‘그래도 좋은 일 하는 건데’하는 마음과, ‘좋은 일은 무슨 나 좋자고 하는 일인데’ 두가지가 있었다. 두 갈래 마음이 있다보니 왠지 찜찜한 마음. 급기야 행사장 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 이거 가는게 맞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고, ‘남과 약속을 한 것이니 지켜야지’하는 생각에 그저 좀 무거운 마음이었다. 게다가 행사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 딸래미 어린이집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려면 중간에 가야 할 것 같아서 그 또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행사 참가하면서 그나마 괜찮겠다 싶은게 한가지 있었으니, 그건 내가 대한민국에서 집밥 잘해먹기는 90%안에는 들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음식-요리라고 말하기에는 좀 민망하고-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아마 심적인 부담은 있어도 육적인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건 조금 일찍 도착해서 어마어마한 재료를 보는 순간 깨지고 말았다. 좀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요리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정성이 필요한 것인지 느꼈달까.


다른 참가자들 보다 좀 일찍 12시에 도착해서 재료 나누는 일을 도울 수 있었다. 그나마 이것에 참가한 덕에 행사 끝까지 참여 못하고 나온 데 대한 죄송한 마음을 좀 덜었다.(내 맘대로? ㅎㅎㅎ)


역시 진행자로써 일찍 오신 문성실님께 재료를 받아, 먼저 오신 블로거분들과 함께 오무라이스 재료 1인당 하나씩 돌아가도록 나눴다. 나누는 것만 해도 꽤 손이 가는 일이라 서너명이 같이 하는데도 시간이 좀 들었다. 그런데 문성실씨 준비해 오신 것을 보니 정말 입이 떡 벌어진다. 혼자 메뉴 짜고, 분량계산하고, 재료 다 다듬고, 소스 미리 만드시면서 얼마나 손이 많이 갔을까. 불교는 아니지만 불가에서 공양주의 덕이 가장 크다는 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얼마나 요리는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정성도 많이 들어가는 일인가.


재료 준비가 끝나고 문성실님의 시연과 설명이있었다. 그야말로 성실하신 설명과 시연. 정말 요리를 집에서 즐기는 것과 직업으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참 대단하단 생각을 했다. 그 많은 레시피를 올리고 많은 네티즌들과 나누는 일. 본인이 즐거워서 하는 일이겠지만 그러면서 같이 많은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으니 참 어쩌면 이분도 활인지명(남을 도와야 살 수 있는 팔자? 라고 알고 있습니다)타고 나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들때가 되어서 나는 지원자가 별로 없는 마카로니샐러드를 만들었는데, 성실님이 단무지 무침에 넣으려고 준비해 놓으신 오이를 모두 샐러드에 집어넣는 만행을 저지르는 바람에 (죄송합니다. 성실님. -_-;;;) 단무지무침이 그냥 단무지가 되어버리고 마카로니샐러드는 오이마카로니샐러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오무라이스에 넣을 볶을 재료를 다져놓고….솔직히 만들다가 시간이 너무 지체되서 중간에 나갔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어린이집 차 타고 집에 올 우리 딸을 데리러 안 갈 수는 없으니까. 정말 그날 하루만은 누구에게 부탁하고 싶었는데 친정어머니도 누구도 시간이 안 되었다. 뒷일을 잘 도모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 T_T 마무리를 못 짓고 오니. 굉장히 죄송한 마음. (저 좀 일찍 와서 재료 나누는 것 도왔으니까 봐주세요! -라고 얄팍하게 사정해 본다)



그리고 집에 택시타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갈 때는 지하철 타고 갔는데, 올 때는 조금이라도 더 있다 가려고 택시타고 왔다.) 내가 오늘 뭘 느꼈나. 내가 오늘 뭘 배웠나. 가장 먼저 느낀 것이 내 식구 만들 음식 만드는 것은 별일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 먹을 음식 만들려는 것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건 은유적으로 내 식구 챙기기는 쉬워도 남 챙기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일 수도 있고, 또한 말 그대로 음식을 대량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참 어렵다는 말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이 떠올랐다.
정.기.봉.사.자.   직.업.봉.사.자
이런 분들 말이다.


나 같은 타율적, 단발성 봉사자는 절대 따라갈 수 없는 그 경지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하하하’가 응원 프로젝트니까. 나는 응원을 한다면 내가 직접 힘든 분들을 응원할 수는 없어도 정기봉사자와 직업봉사자들을 응원할 수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기봉사자와 직업봉사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손쉽게’ 돈으로라도 후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 같은 돈’이라는 말을 하지만 어찌보면 돈이라는 것이 가장 손쉽다.


그깟 도시락이 아닌, 정기봉사자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 도시락


사실 그깟 도시락. 전문업체에 맞추면 되지. 그런 생각을 할수도 있다. 나 또한 기업에 오래다니고 효율 위주의 사고방식이 몸에 배어있다보니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업체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만든것이 많은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주물러 만든 것 보다 질적인 면에서 못하지 않다.(성실님 솜씨와 참가자들이 만든 도시락을 폄하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래서 솔직히 ‘진짜 보육원 아이들을 응원한다면, 저녁도시락 100개를 만들어 주는 것보다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가 한번 직접 해본다는 것이 그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직접 몸으로 한번 해 보고, 몸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정성이 들어가는 것인지 느껴본다는 것.


당장 자신의 돌볼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모두 정기봉사를 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또 나 또한 그렇게 할 자신도 시간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분들에게 참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지 손쉬운 돈 몇푼으로라도 그 분들을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진공 라이























영화 속의 멘토와 멘티들

1.
멘토: 인생의 등대

멘토(Mentor)는 원래 오딧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집안 일과 아들 텔레마커스의 교육을 맡긴 친구의 이름이다. 오디세우스가 20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아서 장성한 텔레마코스가 아버지를 찾아 나서자, 오디세우스의 수호신 아데나(그리스 신화에서는 미네르바)가 이 멘토의 모습을 하고 텔레마코스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그 앞에 나타나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Mentor라는 이름을 친구, 선생, 상담자, 조언자, (진짜 아버지는 아니지만) 아버지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이에 맞춰 멘토의 지도를 받는 사람을 멘티(Mentee)라고도 한다.

멘토와 멘티 관계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당신에게도 아마 멘토가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당신을 어떻게 보고 평가하는지가 당신에게 매우 중요하다면 그는 당신의 멘토이다. 당신의 멘토가 잘 되면 당신이 행복하고 그가 실망하면 당신도 우울해진다. 당신과 당신의 멘토는 심리적으로 거의 동일체이기 때문이다. 멘토는 꿈이기도 하다. 어떤 멘토를 가진다는 것은 그 멘토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갖는다는 거다. 꿈 정도는 아무런 경험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가질 수 있는 것 같지만, 그렇게 꾸는 꿈은 애매모호하고 피상적인 모습일 뿐이다. 멘토가 없으면 구체적인 꿈도 갖기 힘들다. 당신의 꿈을 대표하는 당신의 멘토를 통해서 당신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무슨 노력이 필요한지, 그 꿈을 실현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을 알 수가 있게 된다. 그리고 멘토는 한번에 보통 하나씩만 갖는다. 멘토가 여럿이라고 해도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멘토는 결국 하나다. 그 이유는 추구하는 꿈이 두 개일 수는 없는 이유와도 같다.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로 갖는 멘토는 그의 아버지나 어머니다. 그 이후에 손윗 형제나 자매가 멘토가 되기도 하고, 유명한 연예인이 멘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선생님이나 선배, 혹은 성공한 사람들이 멘토가 된다. 인간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부모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꿈을 찾고 자기만의 삶의 목표와 방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결국 부모라는 멘토를 벗어나 새로운 멘토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인간의 발달사는 멘토와의 만남과 결별인 셈이다.

멘토를 처음 만났을 때는 그가 가진 거의 모든 것이 놀랍고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그는 당신이 꿈꾸어 왔던 삶을 살고 있고 그와 함께라면 당신도 그 꿈을 실현할 것처럼 보인다. 당신에게 멘토가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당신과 당신 멘토와의 간격이 너무 멀고 당신이 멘토의 세계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당신이 멘토로부터 감화를 많이 받고 많은 것을 배워서 점점 성장해갈수록, 당신 멘토와의 간격은 줄어든다. 그리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혹은 봤지만 그냥 넘어갔던 멘토의 어두운 부분들이 점점 더 많이 보이게 된다. 그리?어느 시점이 지나면, 당신은 더 이상 그 멘토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에까지 도달한다. 즉, 당신이 성장할수록 당신의 멘토는 당신에게 덜 중요해진다. 삶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그리고 언젠가 결별이 일어난다.

물론 모든 멘토와 멘티(Mentee: 멘토의 지도를 받는 사람)간의 관계가 이렇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어떤 멘토는 알면 알수록 더더욱 대단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어떤 멘토는 처음부터 불완전함을 보이지만 그 불완전함을 극복하는 힘이 그의 매력이기 때문에 계속 그 가치가 유지된다. 하지만, 멘토와 멘티간의 관계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는 그 멘토가 얼마냐 훌륭하냐에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멘티가 어디까지 성장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멘티가 추구하는 삶이 바로 멘토의 삶 그 자체라면 그는 그 멘토와 결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상이 눈에 보일 때 그는 결국 어떻게든 멘토를 떠나서 새로운 멘토를 찾게 된다.

2.
영화 속의 멘토와 멘티들

멘토와 멘티 관계가 워낙 보편적이기 때문에, 이 멘토 결별과 만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도 종종 나온다.

우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다룬 영화들 대부분은 멘토와 멘티 관계를 이야기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 『파인딩 포레스터』 같은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멘토가 자상한 할아버지 같은 존재일 때도 있다.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알프레도(“필립 느와레”)는 어린 소년 토토에게 영화의 세계를 알려주는 멘토의 역할을 한다. 토토가 영화에 대한 꿈을 꾸고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알프레도 덕분이었다.

친구가 멘토인 경우도 있다. 영화 『친구』에서 동수(장동건)와 준석(유오성)이의 관계가 그렇다.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받는 장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에게서는 도저히 꿈을 발견할 수 없었던 동수는 자기를 위해서 싸워준 준석이를 멘토로 삼았다. 그래서 준석이가 가는 곳에 같이 가고 준석이가 하는 일을 언제나 같이 한다.

멘토는 연인이 될 수도 있다. 영화 『더티댄싱』에서 주어진 규칙을 따르는 법 밖에 모르던, 하지만 그 규칙 속에서는 삶의 재미를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상태에 있던 소녀 베이비(“제니퍼 그레이”)에게 댄서 조니 캐슬(“패트릭 스웨이지”)은 멘토가 된다. 조니를 통해서 베이비는 자기에게 주어진 틀을 깰 용기와 기회를 얻는다.

『타이타닉』의 주인공 로즈(“케이트 윈슬렛”)에게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시 멘토다. 단 며칠 간의 만남뿐이었지만 그녀의 향후 인생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무덤덤했던 나도 할머니가 된 로즈가 잠을 자는 침대 머리맡에 놓인 사진들(말도 타고, 여자 비행사도 되고, 결혼도 하고…)을 천천히 보여주던 마지막 장면에서만은 좀 찡 했다. 그 사진들은 도슨이 죽어가며 당부한 당신은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다 해야 한다던 유언을 그녀가 실행했음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변화가 비록 아주 얄팍한 연출이었다고 해도,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삶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서 자살을 시도하던 소녀가 그렇게 당당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자체가 그냥 감동스러웠던 거다.

멘토는 그냥 좋은 사람만은 아니다. 영화 『플래툰』에서 주인공 크리스(“챨리 쉰”)에게는 두 멘토가 있다. 하나는 선을 상징하는 엘리아스(“윌리엄 데포”), 다른 하나는 악을 상징하는 반즈(“톰 베린져”)다. 둘다 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둘은 모두 죽는다. 반즈의 꼼수로 엘리아스가 죽어가는 장면은 베트남 전쟁에서 선의가 죽어버리고 악의만 남았다는 감독의 시선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대표적인 멘토와의 결별 방법중 하나를 보여주기도 한다. 멘토와의 결별을 가장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이 바로 죽음이니까.

같은 감독의 다른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버드 콕스라는 배역으로 또 등장한 “찰리 쉰”은 아버지라는 멘토를 버리고 증권가의 거물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를 멘토로 삼는다. 하지만 결국 이 새 멘토에게서 자기 꿈의 어두운 면을 깨달은 버드는 게코를 버리고 아버지에게로 돌아간다.

영화 『데블스 애드버킷』에서도 마찬가지 이야기가 반복된다. 자신만만한 변호사 케빈(“키애누 리브스”)는 자기의 꿈을 이루어줄 것 같던 거물변호사 존 밀튼(“알 파치노”)를 찾지만, 결국 그가 악마라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어쩌랴 그 악마를 선택한 것은 자기 내면의 욕망이었던 것을… 이렇게 멘토와의 만남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다른 모습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버지 자체가 선과 악을 모두 가진 경우도 있다. 영화 『대부』에서 마피아의 대부 돈 비토 꼴레오네(“말론 브랜도”)를 아버지로 둔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는 가장으로서의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동시에 범죄조직 두목인 아버지처럼 살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그가 택한 건 아버지의 어두운 면이었다.

3.
근데 스타워즈, 너 너무 심하지 않니?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영화의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워낙에 그런 영화가 많기 때문에 이 주제를 다루려면 최소한 멘토-멘티 관계에 대해서 좀 깊이 생각해보고 남들이 하지 못했던 변주를 만들어야 이게 제대로 먹인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 『스타워즈』시리즈에 대해서는 참 할 말이 많다.

스타워즈의 멘토계보를 함 보자.

1977년작 『스타워즈 ep4 : 새로운 희망』에서 멘토는 오비완 케노비 이고 멘티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인데 이때만 해도 스페이스 판타지라는 장르에 어울리는 이 관계는 참신하기까지 했다. “포스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다.” 라는 오비완의 가르침은 꽤나 그럴듯한 메시지였다.

1980년작 『스타워즈 ep5 : 제국의 역습』에서 멘토는 요다 선생이고 멘티는 루크 스카이워커.  뭐니뭐니해도 “내가 니 애비다” 라는 다쓰베이더의 커밍아웃이 화제였다, 여기서부터 조짐이 불길해진다. 아버지는 최초의 멘토여야 하고 그 멘토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원수가 되기도 한다. 생애 최대의 원수가 자기 아버지라는 건 그 이후 『데블스 애드버킷』에서도 등장하는 구조지만, 여기선 정말 대단한 스캔들이었다.

1983년작 『스타워즈 ep6 : 제다이의 귀환』은 뭐 이전까지 나온 멘토 전부 등장, 아버지와의 화해. 좋다. 마지막 편이니 다 정리해야 한다고 쳐주자.


그리고 나서 한참 뒤인 1999년에 등장한 『스타워즈 ep1 : 보이지 않는 위협』은 완전히 멘토와 멘티 판이다.

여기서는 이전에 나왔던 멘토들의 멘토까지 등장하는데, 콰이곤 진은 오비완 케노비의 멘토, 요다는 콰이곤 진의 멘토고, 오비완은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멘토다. 근데 아나킨은 다쓰베이더가 되어 오비완을 죽이게 되고, 같은 오비완의 제자인 루크는 다시 아버지와 대결 한다. 요다는 이후 아나킨의 사형 뻘 되는 카운트 두쿠(“크리스토퍼 리”)와 대결하고… 여기쯤 되면서 영화는 얽히고 설킨 멘토와 멘티 관계와 그 와중에 서로 원수가 된 멘토와 멘티간 싸움들로 점철된 영화로 변신한다. 한 두개의 관계 정도면 뭐 이해도 되고 그런 운명의 장난이!!! 라는 감흥이라도 주겠지만. 이렇게 떼거지로 나오면 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여기쯤에서 이 전체 시리즈는 별들의 전쟁인 『스타워즈』(Star Wars)가 아니라 멘토끼리의 전쟁, “멘토워즈”(Mentor Wars)로 변신한다.

4.
멘토와 진짜 결별한다는 것은?

다 좋다. 멘토와 멘티는 언젠간 결별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모두 멘토를 가지고 있고 그 멘토와 멘티 관계가 얽히고 설키는 것도 늘상 있는 일이다. 내가 생활하던 동네에서도 그렇게 얽힌 관계들, 사형과 사제 관계들을 어디가나 마주칠 수 있다.

하지만 그 관계의 형성과 결별은 그 하나 하나가 드라마다. 멘토관계의 형성은 사람이 꿈을 찾고 그 꿈에 다가가는 과정이다. 그것은 답답한 현실 속에서 그걸 뚫고 나갈 희망을 발견하고 새로운 길에 첫 발을 내딛는 짜릿함과 설레임의 드라마다. 결별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구도 맘먹고 자기 멘토와 결별하지 못한다.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함에도 불구하고 점점 커지는 틈새와 메워지지 않는 상처들이 임계치에 이르면 당사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장면에서 서로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결별이 일어난다. 이건 한번에 하나씩만 얘기해도 충분할만큼 큰 드라마란 말이다.

근데 그걸 이렇게 한 판에 다 벌려놓아 버리면, 각각의 드라마는 의미를 잃고 그냥 돌고도는 세상 이야기 쯤으로 전락해 버린다. 그 멘토 이야기에 기초해 세워졌던 캐릭터의 무게도 사라지고 말이다.

과유불급. 이 멘토워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다.

영진공 짱가

‘3-4×10월 (1990)’,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전형이자 원류

데이빗 린치, 코엔 형제,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작품을 자신이 직접 쓰고 연출을 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적 문법과 컨벤션을 줄기차게 고집한다. 관객에겐 그의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무시하고 모른척 하느냐의 양자택일만 주어질 뿐이다. 특정 작품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그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 전형적이다,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미친다, 조금 독특하다는 정도의 언급만이 가능할 뿐이다. 다른 감독 작품들과의 비교는 처음부터 성립되질 않는다.

촬영 막바지에 야구시합을 해서 3대 4로 이겼고 그때가 마침 10월이라 <3-4×10월>이란 제목을 붙였을 뿐이라는 기타노 다케시의 두번째 장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전형이자 그 원류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심각하게 얼빵한 캐릭터들과 얼치기들이 등장하고 사람 피 보기를 냉장고에서 포도쥬스 꺼내 마시듯 하는 몹시 잔혹한 남자들이 공존한다. 등장 인물들이 말 없이 멀뚱하게 서 있는 모습이 자주 비춰지고 중간 과정을 뛰어넘는 씨퀀싱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모든 액션은 상대방과 치고받고 싸우는게 아니라 어느 한쪽의 압도적 우위로 단번에 결판이 나버린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주인공들이 죽는다.

그렇다고 <3-4×10월>에 독특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타노 다케시가 중요 배역을 맡기는 하되 주인공은 아니라는 점이 그렇다. 영화의 주인공은 폭력적인 현실의 상징인 야쿠자와 맞닥들이게 되는 멍한 표정의 청년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그런 세계 속에서도 가장 극악한 캐릭터인 동시에 청년에게 ‘세계와 맞대결하는 방법’을 전수해주는 아주 이질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원더랜드에 간 앨리스처럼 청년은 총을 구하러 무턱대고 오키나와 섬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지옥의 사자 같은 기타노 다케시를 만나 나름대로 큰 도움을 얻고 자기 살던 골목에 되돌아 오는 구조다. <키즈 리턴>(1996)처럼 일종의 성장 드라마로서 읽힐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영진공 신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