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검사의 역사 (2), 지능과 우생학을 연결시킨 프랜시스 갈톤

동식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콩 심은데 콩이 나고 팥 심은 데는 팥이 나기 마련이다. 좋은 품종의 종마가 천문학적인 가격을 갖는 이유는 바로 그 말이 좋은 품종의 자손을 낳게 하기 때문이다. 요크셔테리어의 새끼는 요크셔테리어가 되고, 리트리버의 새끼는 리트리버가 되기 마련이다. 온순한 고양이의 자손은 온순하고, 까탈스러운 고양이의 자손은 역시 까탈스럽다.

동식물이 이러한데 사람인들 다를까? 바보의 자손은 바보이고 천재의 자손은 천재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런데 최초로 이런 생각을 과학적으로 검증해보려고 시도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프랜시스 갈톤 경(Sir Francis Galton)이었다.
 



보통 이 사진으로 알려져 있는 갈톤 경 (1822-1911)

갈톤은 1822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는 찰스 다윈(C.Darwin)의 사촌이기도 하다. 사실 그는 다윈보다도 더 “많은” 업적을 남긴 학자였다. 그는 탐험가로서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최초의 정밀 지도를 제작해서 영국지리학회로부터 금메달을 수상한 지리학였으며, 탐험의 경험을 기초로 아프리카 여행안내책자와 서바이벌 가이드를 써서 명성을 날린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했다.

그는 또한 영국각지에 사람을 보내서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기압과 날씨를 동시에 측정함으로써 세계최초의 기상도를 만들었으며, 고기압과 저기압이 어떻게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의 기상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과학수사에도 큰 기여를 했다. 그는 사람들마다 손가락의 지문이 다 다르다는 사실을 증명해서 런던 경찰청으로 하여금 세계 최초로 ‘지문 수사기법’을 도입하게 한 장본인이다. 지문 연구에서도 얼핏 알 수 있듯이 갈톤의 주된 관심사중 하나는 사람들 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차이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인지였다.
 



젊은 시절 갈톤의 모습


그의 사촌 찰스 다윈의 젊은 시절 모습, 나름 꽃미남 …


우리가 아는 찰스 다윈의 노년기 모습 …

갈톤은 당시 영국의 귀족들이 그렇듯, 경마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우생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우생학은 영국에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학문이다. 영국은 오래 전부터 경마가 발달했는데 경마는 결국 얼마나 훌륭한 경주마를 키워내느냐에 달린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좋은 말을 키워내기 위한 오랜 노력의 결과, 영국 사람들은 일찍부터 좋은 경주마의 후손이 더 좋은 경주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동물의 경우 품종에 따라 여러 가지 특성이 유전되듯, 사람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갈톤은 이 예측을 실제로 확인해보고자 했다. 다시 말해 정말 천재는 천재를 낳고 바보는 바보를 낳는지를 알아보려한 것이다.

갈톤은 먼저 개개인의 지적 능력과 신체적 능력을 조사하기 위해서 세계최초로 설문조사지를 개발했다. 간단히 말해서 키와 성격, 취향 그리고 다양한 특성들(몸이 얼마나 날랜지, 숫자 계산을 잘 하는지, 시를 암송하는 능력 등등)에 대한 질문이 씌여진 종이를 대량 인쇄했다. 갈톤 이전에는 이렇게 같은 질문들을 여러장 인쇄해서 사람들에게 뿌린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없었다.

그의 설문 조사 대상자는 자기가 알고 지내는 친구나 친지, 고용인들이었다. 이들에게 자기 자신과 자신의 자식에 대해서 각각 설문문항에 응답해서 반송해달라는 편지와 함께  설문지를 두 장씩 우편으로 보냈다. 이렇게 180여건의 아버지와 아들 쌍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는 아버지 세대와 자녀 세대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그래프로 그려봤다. 표기방식은 아주 간단했다. 2차원 그래프를 그리고 X축은 아버지 세대의 특성(키, 성격, 취향, 지능)을, Y축은 자녀 세대의 특성을 표기하는 것이었다. 만약 아버지 세대의 특성이 자녀 세대로 유전된다면, 이 그래프는 정확히 45도 각도로 그려져야 했다. 예를 들어, 키 큰 아버지가 똑같이 키 큰 아들을 낳고, 키 작은 아버지가 키 작은 아들을 낳는다고 치자. 그러면 그래프는 아래와 같은 식으로 그려져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위너 아들은 위너, 루저 아들은 루저 …

그럼 조사 결과는 어땠을까? 그게 참 묘했다.

우선 아버지 세대의 특성이 자녀 세대에게 나타나는 경향은 분명했다. 아버지의 키가 클수록 아들의 키도 크고, 아버지의 키가 작을수록 아들의 키도 작았으며, 아버지가 명민하면 아들도 명민했고, 아버지가 멍청하면 아들도 멍청했다. 아버지의 특성과 아들의 특성을 교차한 점들을 하나로 묶어보면 거의 일직선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각도는 45도가 아니었다. 특성에 따라 각도가 다 달랐지만 대략 30-40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즉, 키 큰 아버지가 키 큰 아들을 낳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 아들의 키는 아버지보다는 조금 작은 경향이 있었다. 반대로 키 작은 아버지의 아들은 키가 작기는 해도 아버지 만큼 작지는 않았다. 지능도 마찬가지였다. 멍청이의 아들은 조금 덜 멍청했고, 천재의 아들은 조금은 덜 명민했다. 그러니까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조금 더 평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실제는 위너 아들은 덜 위너, 루저 아들도 덜 루저 …

첫 번째 현상, 즉 아버지 세대의 키가 아들 세대의 키와 관계가 있는지를 통계적으로 보여주려는 방법은 상관관계(correlation) 분석이라는 통계기법의 시초가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현상, 세대가 교체될수록 어떤 특성은 점차 평균에 가까워지는 현상은 평균으로의 회귀현상(regression effect)이라고 불린다.

평균으로의 회귀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야구 선수들을 예로 들어보자. 시즌 평균타율이 2할인 선수가 어떤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로 2할 5푼의 타율을 기록했다면, 그는 다음 경기에는 자기 평균 타율보다 낮은 성적, 즉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이전 경기에서 자기의 시즌 평균 타율에 비해 낮은 성적을 올린 선수라면 그 다음 경기에는 펄펄 날 가능성이 더 높다.

학업 성적도 비슷한데, 어떤 시험에서 갑자기 평소보다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은 (그가 특별히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새로 발견했거나 갑자기 엄청나게 학습의욕이 높아지지 않은 한) 그 다음 시험에서는 평소보다 오히려 더 낮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것들은 모두 평균으로의 회귀 현상 때문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엄청난 노력을 해서 실제 실력이 나아졌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 일시적으로 성적이 좋아졌다고 희희낙락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다음에 찾아올 평균으로의 회귀 현상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갈톤의 연구는 이후 현대 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인 ‘변인간의 상관관계 분석’과 ‘개인차 연구’의 기초가 되었다. 우선 현대 심리학 논문의 대부분은 서로 다른 둘 이상의 변인이 얼마나 관계가 깊은지를 분석하는 연구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어, 부모의 양육방식이라는 변인이 자녀의 성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과 학업 성적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와 같은 식이다. 이런 둘 이상의 변인간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확인하는 연구방법은 모두 갈톤이 발견한 상관관계와 회귀법칙에 그 이론적 기초를 두고 있다.

두 번째로 현대 심리학은 개인차에 관한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학의 주요 연구주제인 지능, 성격, 기질, 가치관 등 모두 사람들 간의 차이를 다룬다. 그리고 갈톤은 이런 개인차를 유전으로 설명해보려고 시도한 거의 최초의 학자였다. 그의 연구 뿐만 아니라 이종사촌지간인 다윈과 갈톤이 모두 뛰어난 학자였다는 사실 자체가 증명하듯, 지능에는 유전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오로지 이것에만 집착하면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지능의 유전, 지능의 우생학에 대한 믿음은 나중에 미국 이민국의 한 꼴통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그 덕분에 지능검사는 매우 괴상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했다.

영진공 짱가

지능검사의 역사 (1), 최면술에 열광했던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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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비네Alfred Binet는 1857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법학을 공부했으나 1878년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 비네는 소르본 대학교에서 과학을 공부하면서 파리의 국립도서관에서 심리학 책을 빌려 읽으며 독학으로 심리학을 공부했다.

1883년에는 프로이트도 배웠던 샤르코의 최면술에 열광해 최면술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 그런 사이비 과학에 부화뇌동했다는 이유로 학계로부터 사과요구를 받기도 했다. 1885년과 1887년 두 딸이 태어나자 비네는 관심을 최면술에서 인간의 성장으로 옮겼고 그 이후 자신의 두 딸이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하던 21년간 실험심리학, 발달심리학, 교육심리학, 사회심리학 그리고 비교 심리학 분야에 대한 책을 2백권 넘게 저술했다.

비네가 자기 딸들을 오랫동안 관찰하며 얻은 심리학적인 통찰은 이후 지능검사를 개발하는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한데, 비슷한 사례는 삐아제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발달심리학을 연구 하려면 자녀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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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코의 최면치료를 묘사한 유명한 그림. 사실 이 그림 밖에 없는 듯 …

비네는 이후 연령별로 아이들의 지적인 능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동료인 테오도르 사이먼Theodore Simon과 함께 먼저 여러 연령대의 정상적인 아이들과 비정상적인 아이들을 선발한 다음, 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게 하면서 그 나이 또래의 정상적인/비정상적인 아이들이 각각 뭘 할 수 있고 뭘 못하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했다. 이를 통해서 연령별로 아이들의 지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항목을 만들었다.

검사항목 중에는 단순히 검사자와 악수를 할 수 있는지, 혹은 불켜진 성냥의 움직임을 쫒아가며 시선을 옮길 수 있는지와 같이 아주 쉬운 문제도 있었고, “옆집에 낯선 손님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사가, 그 다음에는 변호사가, 가장 최근에는 신부님이 다녀가셨다. 옆집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와 같이 어린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다들 아시겠지만, 이 문제의 답은 ‘옆집의 어른이 죽어간다‘이다. 위독하기에 의사가 다녀갔고, 유언장을 확인하기 위해서 변호사가 필요했고, 종부성사를 위해서 신부가 다녀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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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게 뭘까?

그러던 중 1904년 프랑스 정부에 의해 프랑스 아동심리 전문가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 위원회의 목적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는 지체아동을 어떻게 찾아낼 것이며 그 아동들에게는 어떤 특수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를 밝혀내기 위함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최초로 보통교육을 실시한 나라 중의 하나이다. 국민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민을 표준적인 보통교육을 통해서 기본적인 상식과 공통적인 의식을 부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보통교육 시스템은 몇 살짜리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표준적인 교육안을 필요로 했는데 아무도 각 연령대의 아이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1900년대 당시에는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다음 셋 중 하나로 구분되었다. 아예 혼자서 생활을 할 수 없는 백치(idiots), 도움을 받아 혼자 생활이 되지만 학업은 불가능한 치우(imbeciles), 학업이 가능하지만 특수교육이 필요한 약질(debiles). 그런데 이 세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사람에 따라 같은 아이의 진단도 다르게 나왔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위원회가 설립된 것이었다.

이 위원회의 일원이었던 비네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기초로 공립학교에서 표준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즉 특수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구분할 수 있는 검사도구를 만들었다. 이것이 최초의 지능검사였다. 이 검사는 이후 6년간 꾸준히 수정 보완되어 마침내 1911년 최종판이 완성되었으며, 그와 동료인 사이먼의 이름을 따서 비네-사이먼 검사라고 불린다.
 


비네-사이먼 지능 검사 도구

이 비네-사이먼 지능 검사는 원래 검사자와 검사 대상 아동이 1대 1로 실시하는 개인용 검사였다. 지능 검사의 내용은 3세부터 15세 까지의 아동을 대상으로 같은 연령대의 정상적인 아이들에 비해서 얼마나 지능이 더 높거나 낮은지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앞서 자신의 연구를 통해서 만들어진, 각 연령대에 해당하는 정상적인 아이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의 목록을 가지고 비네는 그 연령대 아이들의 지능 표준을 만들었다. 이렇게 연령 단위로 아이들의 지적인 능력을 측정했기 때문에 비네의 지능 검사는 IQ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정신 수준(Mental level)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정신 수준을 산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만약 어떤 3살 짜리 아이가 표준적인 3살짜리 아이들이 풀 수 있었던 문제 10개를 모두 푼다면, 그 아이의 정신 수준은 3이었다. 그러나 그 아이가 표준적인 3살짜리 아이들이 풀 수 있었던 문제들 중에서 절반을 풀지 못한다면, 그 아이의 정신수준은 3살에 미치지 못하며 2.5 정도에 해당한다. 만약에 표준적인 3살짜리 아이들이 풀 수 있는 문제를 전부 풀고 4살짜리 아이가 풀 수 있는 문제 중에서 절반을 푼다면 그 아이의 정신수준은 3.5가 되는 것이다.


정신수준 개념

이제 인간의 지적능력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려는 노력의 첫번째 성과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지능 즉 아이큐가 되기까지는 아직 몇단계를 더 거쳐야 했다.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