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이론”에 카메오로 등장한 두 과학계 인사




과학과 SF 너드(nerd)를 위한 쌀나라 시트콤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은 지금까지 시즌을 거듭하면서 그러한 컨셉에 맞는 깜짝 게스트들이 등장해 큰 웃음을 주었다. 하지만 난 SF너드들의 전공필수 과목 중 하나인 스타트랙 시리즈를 이수하지 못했을 뿐더러 쌀나라 TV 배우들의 얼굴 역시 모르니 그런 카메오들의 등장에도 큰 감흥을 느낄 수는 없는 따로국밥 애청자였다. 그러나 시즌 4에선 모처럼 내 관심영역인 과학계 쪽에서 거물급 인사 두 분이 카메오로 등장해 내 배꼽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 Neil deGrasse Tyson & Sheldon (동영상 링크)

시즌 4의 7편에서는 쉘든이 명왕성의 지위를 박탈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박사님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분이 바로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이다. 이 분은 천체 물리학자이자 미국 자연사박물관 부설 헤이든 천문관(Hayden Planetarium)의 관장님으로 있으며 컬럼리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많은 과학 교양서를 집필하였으며 과학 다큐의 단골 손님이자 미국의 우주 정책 수립에도 많은 역할을 맡고 있는 잘나가시는 타이슨 박사님은 천문학에서의 그의 공헌을 높이 평가하여 국제천문연맹에서는 한 소행성에 그의 이름을 따서 13123 Tyson(1994KA)이라고 명명하였다.




2006년에 국제천문연맹(IAU: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은,
명왕성의 행성으로서의
지위를 박탈하고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분류한다.
그 이유는 명왕성의 궤도가 다른 행성들의
궤도와는 너무 벗어나 있으며,
명왕성 궤도 밖에서도 그와 비슷한 크기와 구성물질의 소행성들이

속속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 분의 책은 일반인이 읽기에는 어렵고 문체도 딱딱하다.

국내에는 그의 책이 두 권 출판되었다. 먼저 2005년도에 출판된 [오리진Origins].
도널드 골드스미스와의 공저인 이 책은 빅뱅부터 시작하여 외계 생명체의 유무까지 천체 물리학의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출판사의 말과는 달리 배경지식이 없는 분들이 읽기에는 쉽지 않은 책이다.

2008년에 출판된 [우주교향곡Death by Black hole]은 [자연의 역사Natural History]라는 잡지에 기고했던 컬럼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주와 천체 물리학에 관해 세세히 다루진 않지만 대신 다양한 부분을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 Brian Greene & Sheldon (동영상 링크)

시즌 4의 20편에서는 물리학자이자 끈이론학자인 브라이언 그린 Brian Greene이 첫 화면부터 이번에 출간한 그의 저서 The Hidden Reality의 출판 기념회에서 강연하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실제 브라이언 그린은 매우 어렵고 난해한 물리학 이론들을 적절한 비유를 곁들여 일반인들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키는 능력이 뛰어난데 쉘던은 이러한 브라이언 그린을 비웃고 있는 장면이다.




이 박사님은 머리가 좋으면서 얼굴도 훈남이다!




[우주의 구조]는 일반인에게도 강추~

그는 우리에겐 학자보다는 작가로서 더 유명한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과학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필독서로 꼽는 [앨러건트 유니버스The Elegant Universe]와 [우주의 구조 The Fabric Of The Cosmos]를 집필하였다. 아직 [앨러건트 유니버스]는 읽지 못했지만 [우주의 구조]는 정말 강추다.

정말 쉽고 재미있게 쓰여 있어서 일반인들에게도 추천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책의 중반이 넘어가면서는 난이도가 상승하기는 한다. [앨러건트 유니버스The Elegant Universe]는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는데 국내에는 예전에 EBS에서 3부작으로 방영해 준 적이 있어 재미있게 보았다.


올해 초 출간한 [The Hidden Reality]. 브라이언 그린의 책은
과학교양서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꽤 많이 팔렸으니까 이 책도 출판해 주겠지!

시즌 5 혹은 이후 시즌에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나올 듯한 과학계 인사를 꼽아보자면 아직까지도 개구쟁이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미치오 카쿠 박사님을 예상해 본다. 이 박사님 성향이라면 나왔어도 열 댓 번은 나왔어야 하는데 어디서 뭐하고 계시는 거지?!


뉴욕 시립대 이론물리학과 석좌 교수이자 과학저술가로,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정말 동분서주하시는 대단한 분이다.
이 분 역시 브라이언 그린 못지 않게
글을 참 쉽고 재미있게 쓴다.
 


국내에는 미치오 카쿠 박사님의 책이 4권 출간되었는데,
이 중에서
[아인슈타인의 우주]를 강추한다.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E=mc2]과 같이 읽는다면 더욱 좋다.

영진공 self_fish

수학만 잘하면 장땡일까?


호모 사이언스- 수학이 당신의 손발을 평안케하리니 ……

에라토스테네스는 인공위성은 커녕 호랑이가 담배를 피고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던 시절, 기하학을 이용하여 지구의 둘레를 재는 신기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계산과정을 들여다 보면 에라토스테네스가 단지 기하학만을 잘했기 때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귀신도 울고 갈 포토샵 실력을 가졌더라도 일류 그래픽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에라토스테네스는 뛰어난 기하학 실력과 더불어 그에 걸맞는 높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지구가 구형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1400년대 말 콜럼버스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배를 몰고 수평선 너머로 가는 촌극을 벌이기 훨씬 이전, 이미 고대 그리스인들은 지구가 둥글고 우주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크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구가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작고 둥근 물체라면 우주의 다른 물체들, 가령 태양은 지구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고, 거리가 멀기 때문에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빛은 언제나 서로 평행할 것이라 가정했다.



더불어 운도 따라줬다. 나일강의 잦은 범람은 이집트 정부로 하여금 매번 왕립 측량대를 파견하여 지형을 측량하게 만들었다. 그 덕에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는 거의 같은 자오선 상에 놓여 있다는 것과 두 도시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그의 저서 [천체에 관하여]에서,
지구가 구형이어야 하는 이유를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했다.
예를 들어 월식 때 지구가 달에 드리우는 그림자의
모양이 언제나 굽어 있다거나,
여행자들이 북쪽을 여행할 때 보이는 별과,
남쪽을
여행할 때 보이는 별이 서로 다르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 것들은 지구가
둥글어야만 가능한 현상이다.


이렇듯 지구의 둘레를 측정하는 실험에는 우주를 바라보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정확한 통찰이 없었다면 그가 아무리 기하학 대마왕이라 하더라도 그림자 길이를 잼으로써 지구 둘레를 계산하려는 시도 따위는 애초에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 예로 고대 중국에서 지도 제작에 관한 내용을 담은 [회남자]라는 책을 들 수 있다. 이 책에는 한 시점에 두 장소(북쪽과 남쪽)에 동일한 높이의 해시계 바늘을 세우면 그림자의 길이가 서로 다르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저자는 에라토스테네스와는 달리 지구가 틀림없이 편평하다고 가정했다.

그래서 바늘의 그림자가 짧은 쪽은 태양에 보다 가깝게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러므로 그림자 길이의 차이를 통해 하늘의 높이를 계산할 수 있다는 엉뚱한 결론에 도달했다.

* 참고 및 발췌:
   로버트 P. 크리즈 저, 김명남 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지호, 2006


영진공 self_fish

‘아인슈타인과 에딩턴’ 관람을 위한 1+1 행사


제작: 2008년 영국 BBC (드라마)

출연: 앤디 서키스(아인슈타인), 데이빗 테넌트(에딩턴)


익숙한 얼굴인 ‘닥터 후’의 데이빗 테넌트와 ‘반지의 제왕’에서의 골룸으로 열연했던 앤디 서키스가 출현하는 당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학창 시절 물리 선생님에게 신나게 밟히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다행스럽게도 상대성 이론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주입식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영국의 천체 물리학자로 유명한 에딩턴과 아인슈타인이라는 잘나가던 두 물리학자의 국경과 이념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는 아니고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자로서의 열정을 그리고 있다.


니..니가 아인슈타인으로 나온다고?!!

에딩턴으로 열연한 닥터 후


1차 세계대전이라는 적의가 가득 찬 시대에 독일의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을 적국인 영국의 과학자 에딩턴이 증명해준다는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소스가 좋기에 당 드라마는  물리에 관심없는 이라도 흥미있게 볼 수 있다 하겠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좀 안면이 있는데 에딩턴이란 사람을 들어본 이는 많지 않을 것이며 상대성 이론이 뭔지도 가물가물하고 또 별빛이 휜다는 둥 하며 지네들끼리 신나하는 모습을 보며 좀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런고로 이 드라마를 보는데 물리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알고 본다면 상황파악이 용의해져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바 유익한 드라마 관람과 더불어 덤으로 물리학 지식도 얻어가는 ‘1+1 행사’를 마련하였다.


1. 신들린 아인슈타인


중력까지 넣어서 계산하려면 너무 복잡하니까 우선은 중력 빼고 가자고~

아인슈타인은 신들린 듯이 특수상대성이론, 광양자가설, 브라운운동가설이라는 3편의 주옥같은 논문을 1905년 한 해 동안 줄줄이 쏟아냈다. 영화 속에서 에딩턴은 그 중 상대성이론에 관한 논문을 언급하고 있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시간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인데 중요한 것은 이 이론을 단순화하기 위해 중력에 의한 효과를 무시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 속 영국왕립학회에서 에딩턴에게 아인슈타인의 논문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했을 때 에딩턴이 당황한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주장은 새로웠지만 그 이외 중력에 관한 새로운 이론은 들어있지 않았고 중력이 없는 가상의 공간을 가정한 것이라 이론은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2. 왜 중력을 가지고 태클인가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냐고? 내가 입에다 밥까지 떠서 넣어주랴!

뉴턴이 대히트작 ‘프린키피아’를 발표하며 과학혁명을 이뤄냈지만 사실 뉴턴은 중력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힘을 전달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본좌의 자리에 앉은 뉴턴에게 누구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하였는데 말해놓고 보니 뉴턴의 중력이론과 상충되었다. 뉴턴은 중력이 전달되는데 시간이 전혀 소요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는데 자기는 빛보다 빠른 건 없다고 말했으니 둘 중에 한명은 구라를 친 꼴이 된 것이다


3. 왜 얘네들은 가만히 있는 수성하고 씨름하고 있었을까?


수성문제로 고민을 하다 대머리가 된 어느 천체물리학자의 위에서 본 머리모습. 마치 수성처럼 보인다…-_-

1843년 프랑스 천문학자 르베리어는 수성의 근일점(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는 점)이 1백년마다 43초씩 이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뭐든지 수식으로 설명하기 좋아하는 과학자들은 이 현상도 계산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뉴턴역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행성이 수성 옆에 있어야만 했고 감히 뉴턴역학을 거스를 수 없었던 과학자들은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가 아직 관찰하지 못했지만 수성 가까이에 다른 행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 행성을 ‘불칸’이라 이름까지 붙여가며 찾기 시작했지만 당연히 없는 걸 찾는데 찾아질 리 없었고 과학자들의 머리에서도 머리카락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져갔다.


4. 그럼 중력도 설명해 주마

요것이 뉴턴 본좌도 풀지 못했던 중력의 실체닷~!


중력문제로 고민하던 아인슈타인은 드디어 일반상대성이론을 1915년 베를린 과학아카데미에서 발표하고 이듬해 1916년에 출판을 한다. 내용을 간단히 말하면 중력과 가속도는 같으며 중력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통과하는 것은 질량이 있던 없던 그게 빛이던 간에 모두 휘어진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의 증거로 위에서 언급한 수성 움직임의 오차를 계산하였고 빛이 중력장에 의해 휜다는 것 역시 관측을 통해 밝혀진다.


중력장에 의해 빛이 휘는 예

즉 영화는 1919년 에딩턴이 일식 관측을 통해 빛이 중력장에 의해 휘어지는 것을 관측하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맞음을 증명해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5. 그럼 에딩턴은 누구냐고?

막판에 괜히 똥고집 부리다가 똥 돼버린 에딩턴

사실 영화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별볼일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최초의 천체물리학자로 평가받는 인물로서 20세기 천문학에서 지대한 공적을 남겼다. 숙련된 관측자, 명석한 이론가, 유능한 행정가에다가 중요한 과학 지식을 많은 청중들에게 분명한 언어로 표현하는 재능도 갖췄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영어로 대중화시킨 최초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라는 인도 물리학자의 블랙홀 이론을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깡그리 무시함으로서 우주과학을 40년간 답보상태에 빠뜨린 인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적국의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증명해준 그답지 않게 말년에 보여준 그의 행보는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