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Valerie)의 편지

 


 


 



1980년대의 DC Comics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V for Vendetta”(2006).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Evey는 우연히(?) 발견한 “발레리”라는 여인의 편지를 통해 “공포”를 이겨내게 된다.

만화 원작에 나오는 이 편지의 원문을 옮겨 보았다.



 



 



I don’t know who you are. Please believe. There is no way I can convince you that this is not one of their tricks. But I don’t care. I am me, and I don’t know who you are, but I love you.

나는 당신이 누군지 모릅니다. 하지만 믿어주세요. 이 편지가 저들의 더러운 술책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 상관없어요. 나는 나예요. 그리고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당신을 사랑해요.

I have a pencil. A little one they did not find. I am a women. I hid it inside me. Perhaps I won’t be able to write again, so this is a long letter about my life. It is the only autobiography I have ever written and oh God I’m writing it on toilet paper.

내겐 연필이 있어요. 아주 작아서 저들이 찾아내지 못했죠. 난 여자라서 몸 안에 감출 수 있었답니다. 더 이상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여기에 나의 인생에 대해 긴 편지를 쓴답니다. 이건 하나 밖에 없는 내 자서전 인데, 그걸 화장실 휴지에다 쓰게 될 줄이야.

I was born in Nottingham in 1957, and it rained a lot. I passed my eleven plus and went to girl’s Grammar. I wanted to be an actress.

난 1957년 노팅엄에서 태어났어요. 비가 무척 많이 내렸죠. 열 한 살이 넘어서 여학교에 가게 되었죠. 난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I met my first girlfriend at school. Her name was Sara. She was fourteen and I was fifteen but we were both in Miss. Watson’s class. Her wrists. Her wrists were beautiful. I sat in biology class, staring at the picket rabbit foetus in its jar, listening while Mr. Hird said it was an adolescent phase that people outgrew. Sara did. I didn’t.

첫 여자친구, 사라를 그 학교에서 만났어요. 그때 사라는 열 네 살이었고 난 열 다섯 살이었지만 둘 다 왓슨 선생님의 수업을 듣게 되었죠. 그녀의 손목. 그녀의 손목은 아름다왔어요. 생물시간에 유리병에 담긴 토끼의 태아를 바라보면서 허드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죠. 청소년기에 겪는 혼란일 뿐이라고. 사라는 그랬지만 난 아니었어요.

In 1976 I stopped pretending and took a girl called Christine home to meet my parents. A week later I enrolled at drama college. My mother said I broke her heart.

1976년에 더 이상은 숨기지 않고 크리스틴을 부모님께 인사드렸죠. 일주일 후에 연기자 학교에 등록했고요. 어머님이 그러시대요. 내가 당신의 가슴을 찢어 놓았다고.

But it was my integrity that was important. Is that so selfish? It sells for so little, but it’s all we have left in this place. It is the very last inch of us. But within that inch we are free.

하지만 나는 나와 내 삶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내가 이기적인가요? 비록 아주 하찮을 지 몰라도 나와 내 삶에 충실하는 것은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것이잖아요. 우리에게 허락된 아주 작은 것.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죠.

London. I was happy in London. In 1981 I played Dandini in Cinderella. My first rep work. The world was strange and rustling and busy, with invisible crowds behind the hot lights and all that breathless glamour. It was exciting and it was lonely. At nights I’d go to the Crew-Ins or one of the other clubs. But I was stand-offish and didn’t mix easily. I saw a lot of the scene, but I never felt comfortable there. So many of them just wanted to be gay. It was their life, their ambition. And I wanted more than that.

런던. 그 곳에서 난 행복했어요. 1981년에 난 신데렐라에서 단디니 역할을 했죠. 최초로 내 이름을 알린 작품이죠. 그때 세상은 기묘하고 소란스럽고 북적거렸죠. 밝은 조명 뒤에 있어 보이지 않는 관객들과 그 숨막히는 화려함. 재밌고 좋았지만 언제나 외로웠죠. 밤에는 크류-인같은 클럽에 놀러갔었죠. 하지만 난 항상 혼자 있었고 잘 어울리지 못했죠. 거기에서 많은 걸 보았지만 난 불편하기만 했어요. 그런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은 그냥 게이가 되려고 했답니다. 야망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요. 하지만 난 그런 걸 원하진 않았어요.

Work improved. I got small film roles, then bigger ones. In 1986 I starred in “The Salt Flats.” It pulled in the awards but not the crowds. I met Ruth while working on that. We loved each other. We lived together and on Valentine’s Day she sent me roses and oh God, we had so much. Those were the best three years of my life.

일은 잘 풀려서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죠. 처음엔 단역이었지만 차츰 큰 역할을 맡았죠. 1986년에는 “소금 평야”에서 주연을 맡게 되었답니다. 상은 많이 받았지만 관객 동원은 별로였죠. 그 영화를 찍을 때 루쓰를 만났답니다. 우린 서로를 사랑했어요. 우린 함께 살았고 발렌타이 데이에 그녀는 내게 장미를 보내주었죠. 아, 우린 행복했어요. 그 때가 내 생애 최고의 삼 년 간이었어요.

In 1988 there was the war, and after that there were no more roses. Not for anybody.

1988년에 전쟁이 발발했죠. 그 이후 장미는 자취를 감췄답니다. 그 누구에게서도요.


 


 




 



In 1992 they started rounding up the gays. They took Ruth while she was out looking for food. Why are they so frightened of us? They burned her with cigarette ends and made her give them my name. She signed a statement saying I’d seduced her. I didn’t blame her. God, I loved her. I didn’t blame her.

1992년에 그들은 게이를 잡아들이기 시작했죠. 먹을 걸 구하러 나갔던 루쓰를 그들이 잡아갔죠. 그들은 왜 우리를 그토록 무서워하는 걸까요? 그들은 루쓰를 담뱃불로 지지면서 내 이름을 불라고 했어요. 그녀는 내가 그녀를 유혹했다는 진술서에 서명을 했죠. 난 그녀를 원망하지 않아요. 하느님, 난 그녀를 사랑했어요. 난 그녀를 원망하지 않아요.

But she did. She killed herself in her cell. She couldn’t live with betraying me, with giving up that last inch. Oh Ruth. . . .

그런데 그녀는 스스로를 원망했답니다. 그녀는 감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그녀는 나를 배신하고는 살아갈 수 없었나 봐요. 자신에게 허락 된 최소한의 것을 포기한 채로 살아갈 수 없었나 봐요. 아, 루쓰 …

They came for me. They told me that all of my films would be burned. They shaved off my hair and held my head down a toilet bowl and told jokes about lesbians. They brought me here and gave me drugs. I can’t feel my tongue anymore. I can’t speak.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죠. 그들은 내가 출연한 영화를 다 불 태워버렸다고 말하더군요. 그들은 내 머리를 깎고 내 얼굴을 변기 속에 박아넣었죠. 그러면서 레즈비언에 대한 농담을 주고 받더군요. 그들은 나를 여기에 데리고 와서는 약을 먹였어요. 난 이제 혀에 감각이 없어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The other gay women here, Rita, died two weeks ago. I imagine I’ll die quite soon. It’s strange that my life should end in such a terrible place, but for three years I had roses and I apologized to nobody.

이 곳에 있는 다른 게이 여자 리타는 이 주일 전에 죽었어요. 나도 곧 죽게 되겠죠. 내 삶이 이런 처참한 곳에서 끝난다는 게 너무 기막히지만 그래도 내겐 장미와 함께 한 삼 년의 세월이 있어서 그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아요.

I shall die here. Every last inch of me shall perish. Except one.

난 여기서 죽는답니다. 나의 것은 모두 다 썩어서 없어지겠죠. 단 하나만 남기고.

An inch. It’s small and it’s fragile and it’s the only thing in the world worth having. We must never lose it, or sell it, or give it away. We must never let them take it from us.

내게 허락된 최소한의 것. 작고 연약하지만 이 세상에서 단 하나 가질 가치가 있는 그것. 우리는 절대 그걸 잃어서는 안되요. 팔아치워서도 안되고 남에게 내 던져 버려도 안되죠. 절대로 그들이 우리에게서 그걸 뺏어가게 해선 안된답니다.

I don’t know who you are. Or whether you’re a man or a woman. I may never see you or cry with you or get drunk with you. But I love you. I hope that you escape this place. I hope that the world turns and that things get better, and that one day people have roses again. I wish I could kiss you.

난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 당신이 여잔지 남잔지도 모르죠. 난 당신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고 당신과 함께 눈물 흘릴 수 없을지도 모르고 당신과 함께 술에 취할 수도 없을테지요. 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합니다. 부디 당신이 이 곳을 탈출 할 수 있기를 바래요. 세상이 변해서 사정이 나아지길 희망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다시 장미를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대에게 입 맞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Valerie

발레리가.


영진공 이규훈


 


 


 


 


 


 


 


 


 


 


 


 


 


 


 


 


 


 


 


 


 


 


 


 


 


 


 


 


 

“퍼니셔 2”, 뼈와 살이 저미는 밤!!!

내가 돌프 룬드그렌의 [퍼니셔]를 봤던 것이 아마도 고등학교 때였을 거다.
뭐랄까, 어린 마음에 보기에도 참 엉성한 영화였다.  그리고 [퍼니셔]가 미국 만화의 슈퍼 히어로란 사실을 알고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놈의 슈퍼 히어로가 총질을 하고 다닌담?”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퍼니셔가 나오는 스파이더맨 만화를 구해 읽고, 쓸데없는 배경 지식을 전해들은 뒤로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뭐가 어쨌건 양키는 칼질이나 주먹질보단 총질이 더 잘 어울려.  그리고 총질을 해대는 슈퍼 히어로야말로 진정한 양키들의 슈퍼 히어로 아니겠어?
그러나, 돌프 룬드그렌 형님께서 첫 빠따를 워낙 졸렬하게 말아잡수신 탓에, 퍼니셔가 또다시 영상화되긴 어려울 것 같았다.  기껏해야 TV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에서 조연으로 나와 아둥바둥대는 꼴을 선보이며 보는 이들의 측은지심을 자극할 따름이었다.  역시, 한 번 말아먹으면 별 볼 일 없어지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 차이 없네?

21세기 들어와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이 빅히트를 치면서 [퍼니셔]도 다시 한 차례 영화화가 되었다. 그러나 이건… 돌프 형님판보다도 더 형편없이 졸렬한 영화였다. 가족을 죽인 웬수 색희들에게 복수를 하려면 화끈하게 총질을 해야지! 넌 왜 몰래 숨어서 삽질만 하는 거냐? 너 퍼니셔 맞아? 혹시 2메바 아냐?

<돌+프 퍼니셔, 1989>

그리고 또 몇 년이 흘렀다.
[퍼니셔]는 영화계에선 완전히 잊혀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퍼니셔: 교전지대, Punisher: War Zone]이란 영화가 새롭게 나온 것이다!
이 영화, 작년 12월에 개봉했는데 쫄딱 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관심 밖, 아웃오브안중의 영화였다. 어쨌건 [퍼니셔]를 벌써 두 편이나 봐 줬으면 됐잖아. 내가 더 봐줘야겠어?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저번 주말에 이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 인간, 너무너무 심심하고 할 일이 없으면 가끔 엉뚱한 일을 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 나는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젠장….. 내가 왜 이 영화를 이제야 본 거람?!”
  청소년 열람 불가  


[#M_成人은 봐도 됨|별 것도 아니구만 … |
…. 오늘 밤도 퍼니셔, 프랭크 캐슬은 씨밤바 마피아들의 모가지를 접수하러
훼밀리 마트…. 아니, 훼밀리의 호화 저택에 잠입하셨답니다. 그리고 세상에나, 순식간에 설흔 명이 넘는 악당 색희들을
벌집으로 만들고, 목을 따고, 대가리를 부셔서 저세상으로 보내버리셨죠. 근데 도망친 색희들이 있네요? 퍼니셔 아저씨는 그
씨밤바들을 잡으러 가셨죠. 근데 악당 색희인줄 알고 골통을 날려버린 녀석이 알고 보니 잠입수사중인 FBI네요? 짜증 만빵이 된
퍼니셔 아저씨는 엄한 악당 색희를 분쇄기에 넣고 갈아버렸어요. 쿄쿄쿄.

근데 이 악당 색희가 살아나네요? 얼굴을 꿰매 붙이긴 했는데 이건 뭐 완전히 박수동
만화에 나오는 옥떨메(옥상에서 떨어진 메주)가 된 거에요. 근데 옥떨메라고 하면 폼이 안 나니까, “내는 오늘부터
지그소우다!”라고 하는 거예요. (니가 ‘쏘우’냐???) 그러더니 퍼니셔를 갈아버리겠다며 이를 가네요. 흥!

그러는 동안 퍼니셔 아저씨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기가 죽인 FBI 요원 가족을 찾아가 제발 자기 가슴팍에 구멍을 뚫어달라고 말해 보기도 하죠. 하지만 자식 교육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한 미망인이 그 부탁은 거절하고 말았지요.

아무튼 지그소우는 죽은 FBI 요원 가족을 집적대기 시작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퍼니셔 아저씨는 짜증이 완존 꼭지까지 돌아서 지그소우를 작살내기로 결심한답니다. 그리고 탄창 꼭꼭 끼운 총을 들고, 씨밤바 악당
색희들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쏴 갈기기 시작하는데 …


* 공교롭게도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낯익은 이들입니다.  퍼니셔역의 레이 스티븐슨은 영드 ‘롬”의 ‘풀로’이고, 지그소우는 미드 ‘와이어’의 형사 ‘지미’, 그리고 미망인역의 줄리 벤츠는 ‘덱스터’의 부인 ‘리타’라능 … 그러고보니 줄리 벤츠는 ‘쏘우5’에서도 (원조)지그소우에게 괴롭힘을 당했네요 …*

_M#]

뭐, 대충 이런 스토리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전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퍼니셔가 유쾌상쾌통쾌하게 총질을 해대며 악당들을 장렬하게 박살낸다는 거다!

”]
총으로 안면을 분해하고, 기관총으로 벌집을 만들고, 유탄발사기로 아예 공중에서 사지분해를 시키는 등, 그야말로 “이 씨***, 다 죽여버리겠다!”라는 분노의 절규가 쉴 새 없이 울려퍼지는 악-숀 씬의 연속이다. 그래, 이거다 이거! 그동안의 퍼니셔 영화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걸 네가 유감없이 보여주는구나!

누가 뭐래도 액션 영화의 진수는 액션이다. 그리고 양키 액션의 진수는 총질이다. [퍼니셔 : 교전지대]는 [이퀄리브리엄]에 이어 그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 보인 영화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건 이거다. 왜 이 영화가 망한 거지? 재밌기만 하구만. 너무 잔인해서 그런가?
별점 : 5점 만점에 5점 – 단, 이건 어디까지나 B급 악-숀 영화광의 관점에서 매긴 점수!
영진공 DJ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