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패”, 류승완의 성공적인 자기 고백극






영화를 보는 내내 들던, 그 익숙한 느낌. 익숙한 장면. 자신의 정체성을 액션키드로 상정했던 류승완 감독답게, 『짝패』는 그가 이제껏 보면서 좋아하고 열광했을 영화들의 흔적들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정필호(이범수)를 호위하는 네 명은 보스를 호위하는 주먹이 아니라 주군을 호위하는 검객이며, (아마도 『킬빌』을 보고 시도할 용기를 냈을) 정필호가 자주 접대하던 공간이자 마지막에서 액션이 벌어지는 장소는 바로 그냥 룸싸롱이나 그저 비싸기만 한 고급식당이 아니라, 호화 ‘객잔’이다.온성 시내 한복판에서 인라인 패거리 – 힙합 패거리 – 야구부 – 하키부 – 여고생 무리 등등 온갖 잡것들과 뒤엉켜 싸우던 씬의 이석환(류승완)과 정태수(정두홍)의 버디액션은, 특히 간판과 철골구조물, 옆건물 내 소화기 등 온갖 주변 소품들을 이용한다.

손기술은 별로 없이 발차기, 그 중에서도 특히 돌려차기와 돌려서 내려찍기로 주로 구성된 액션씬의 동작은, “이소룡”이 “장철” 영화들을 보며 “발을 쓰란 말야, 발을!”이라고 외쳤다는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한다. 아무리 지방이라 해도, 아니 지방이기에 더욱 카지노 및 관광특구 개발과 이에 연관된 지방 조폭조직이라면 밀매한 러시아제 권총 같은 게 나올 법도 한데, 이 영화는 우직하게도 복고적인 액션영화 스타일을 밀어부친다. 고작해야 사시미 칼이 나오나. 그러나 핵심적인 액션씬들은 모두 전통적인 액션영화의 동작과 무기를 구사한다.

연회장에 쳐들어가는 두 사람이 준비한 무기는 고작해야 각목인데, 각목의 모양새부터 이들이 이 각목을 사용하는 동작은, 현대물에선 아무래도 자주 등장시키기 어려웠을(그래도 결국 막판에 결정적으로 등장한다, 아마도 이때를 위해 일부러 아껴둔 것이리라.) 장검 무술의 동작과 비슷하다. 연회장에서 저 이범수의 호위 무사들은 심지어, 차이나 칼라의 중국식 옷을 입고 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들을 돌이켜 보노라면 그는 사실 스타일에 대한 욕심이 대단히 크고, 공들인 양식적 아름다움과 자신만의 영화적 스타일 확립을 위한 시도를 영화마다 해왔다. 『짝패』에선 유독 그러한 시도가 눈에 확 띄는데, 카메라가 상당히 느린 속도로 인물들을 따라가 사운드와 그림자만으로 난투극을 ‘들려주’는 오프닝부터가 꽤 인상깊다.

영화 중반까지 장면전환에 쓰이는 각종 기법들, 예컨대 팬을 이용한 시간대 전환과 심지어 화면 분할을 이용한 장면 전환 등은 영화의 흐름을 대단히 긴박하고 빠르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각 액션씬들의 그 각각의 특징들이란. 많은 액션씬들이 주로 발차기에 집중된 것은 사실이지만, 각 액션씬들은 저마다 성격을 다르게 놓고 그 각자 다른 분위기를 훌륭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가령 위에서도 언급한 사거리에서 집단 싸움씬은 주위의 도구들과 지형을 적절히 이용하는 성룡영화의 영향을 보는 것같은 반면, 연회장에 두 사람이 쳐들어가서 싸우는 시퀀스의 경우 마당에서는 전통적인 무협영화의 야외 검투씬을 보는 듯하다. 좁고 긴 골목방에서는 무협영화보다는 짧은 칼과 주먹으로 싸우는 장철영화를 보는 듯하고, 마침내 도달한 연회장 홀에서의 장면은 권법영화를 보는 듯.


사실 액션씬은 공간을 한정시켜 놓고 그 안에서 카메라를 싸우는 인물들 가까이에서 잡는 게 거의 정석이긴 하지만, 그가 묘사하는 액션씬들은 유독 협소하고 제한된 공간 내에서 이루어지곤 한다. 그것이 투견장이었건, 무도장이었건, 사각의 링 안이었건. 『짝패』에서의 액션씬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사거리 액션씬은 야외씬이긴 해도 좁디좁은 사거리이며, 마지막 연회장은 마당에서 시작하여 마치 문으로 파티션이 된 듯한, 길고 좁은 골목과도 같은 방들을 통과해야 한다. 미장센과 양식적 아름다움에서 스타일을 찾고자 하는 류승완의 야심은 확실히 이 씬들에서 시도만큼이나 빛을 발한다. 문이 촤라락 열리는, 이 씬 초반에서 그 깊은 공간감은 영화 문외한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이 분명하고. 사실 ‘양복 입고 사시미 든’ 조폭 이미지를 싫어하는 편인데, 이 장면에서 사시미를 든 사내들 및 이들과 싸우는 두 사람의 씬은 굉장히 공들여 연출된 액션의 양식미가 느껴져 좋았다.

이건 사실, 위에서 “장철”영화를 보는 듯하다고는 했지만, 권법영화와 주먹싸움과 장검을 쓰는 무협영화의 영향 모두가 마구 짬뽕되어 있다. 적의 손목을 잡고 적의 칼을 이용해 다른 적을 베는 것도 그러하며, 반면 이들의 칼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인물과 인물간 사이 공간도 더 가깝다. 싸움의 시작에서 이들은 상을 이용해 칼을 막기도 하고.

어느 평론가는 “짝패”를 ‘류승완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영화’라고 평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싸구려고 예술이고 온갖 액션, 무협영화를 가리지 않고 섭렵해온 영화광 출신의 감독이 만드는 영화가 만들어낼 수 있는, 온갖 갈래의 액션 및 무협영화의 특징들이 고스란히 한데 모여 있는 이런 영화는, 사실 타란티노라 해도 만들 수 없다.

단순히 공간의 소품 배치와 카메라 앵글뿐만 아니라, 인물의 움직임까지 모두 포함하여, 간만에 시각적 즐거움을 한껏 안겨준 영화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이 전의 그 어떤 영화들보다도 ‘류승완’은 누구인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진공 노바리

“악마를 보았다”, 다소 싱거운 도가니탕???


무척 잔인하다는 소문이 무성했음에도 잔인은 커녕, 결말까지도 충분히 예상할 Plot에 평범한 복수극이었다. 유혈이 낭자할 거라 생각했지만 우리가 너무 많은 유혈에 노출되어서인지 그리 혐오스럽진 않았다. 게다가 포스터나 제목에서 주는 뉘앙스가 두 사람의 대립이라는 점과 결부되면서 결말은 예상대로 싱거웠다.


하지만 결말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었기에. 재미난 Scene 몇 개가 기억에 남는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택시 연쇄 강도살인범과 격투 Scene

내게는 가장 재미나고 Speedy한 격투 장면이었는데, 첫째로 惡과 惡의 싸움이라는 게 흥미로웠고, 둘째로 어수룩한 2인조와 산전수전 다 굴러본 듯한 놈의 뻔한 싸움이라는 게 익살맞았으며, 셋째로 그 좁아터진 택시 안에서 둘이 하나를 못 잡아 헤매는 게 즐거웠다. 각본을 쓴 감독이 이 장면을 왜 넣었을까 고민해봤지만 딱히 재미 외에는 뭘 찾을 수가 없다. 어쨌거나 살집에 연거푸 꽂아 넣는, 쉭쉭하는 칼소리와 좁은 공간에서 이리 저리 몸을 움직여대는 모습을 잘 잡아냈기에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쳐줄만 하다.

병원에서 아킬레스 건을 끊어버리는 Scene

이병헌이 다리를 부여잡고 침착하게 간호사에게 귀도 막고 눈도 막으라고 친절히 권유해 주었음에도 간호사는 눈을 감지 않고 귀만 막은 채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능욕한 남자의 아킬레스 건이 끊어지는 것을 똑똑히 본다. 아! 역시 복수란 두 눈 부릅뜨고 봐야 하는 것. 좋은 장면이다.

복수를 마무리한 이병헌의 표정 Scene

엔딩크레딧 직전의 이 클로징은 이병헌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비추되 소리를 차단해버버리는 배경음악으로 인해 과연 이병헌의 기분은 어떨까 궁금하게 만들어버렸다.

어릴 때 보던 ‘O양의 스토리’라는 세미 포르노에서 나왔던 장면이기도 한데, 여성이 섹스로 인해 쾌락을 느낄 때의 표정을 ‘소리’를 배제하고 얼굴 표정만 볼 경우 이 여성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인지 쾌락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병헌의 표정은 정말 적절하게도, 배경음악으로 완전히 차단된 울음소리 – 또는 웃음소리 – 덕분에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아리송하게 만들어버리는, 복수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지 갈피를 못 잡게 만드는 그런 매력의 Last Scene을 만들어버렸다. 어쩌면 이병헌의 캐스팅 이유가 이런 묘한 표정 때문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꽤 흥미로운 마지막이었다.

근육의 파열음이나 뼈가 부러지고 피가 튀기고 살점이 나도는 것에서 ‘잔혹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소리’가 진정 중요하다. 영화 ‘우주전쟁’에서 레이저 빔 소리가 얼마나 공포심을 조장하는지, 그저 비현실적으로 가루가 되어버리는 사람의 형체가 그 ‘소리’로 인해서 얼마나 무섭고도 잔혹하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악마를 보았다’의 잔인함은 글쎄, 기대를 너무 했던가?


영진공 함장


 

“아저씨”, 먼치킨은 멋진 것



 

액션 영화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멜로드라마와 비슷하다.


멜로드라마에 필요한 건 기승전결이 있고 앞뒤가 꽉꽉 맞아 떨어지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눈물을 솟구치게 만들고 가슴을 쥐어짜게 만드는 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잘 만들어진 액션 영화에 필요한 건 기승전결이 있고 앞뒤가 꽉꽉 맞아 떨어지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고 심장이 고동치는 속도를 150% 상승시킬 수 있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숨쉴틈없이 이어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원빈 주연의 [아저씨]는 시나리오 자체는 별 볼 일 없다. [크리시] + [코만도] + [테이큰] = [아저씨] 라고 해도 될 정도로 대충 짜집기해서 만든 티가 영롱하다. 아마 이게 스릴러 영화나 서스펜스 영화였다면 이미 욕을 한바가지 먹고 동해 앞바다에 침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액션 영화다. 그까짓(?) 줄거리야 짜깁기를 했건 베낀 티가 나든 그런 게 무슨 상관이냐? 멋진 액션이 연출되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리고, [아저씨]는 훌륭한 액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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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DJ Han]



그동안 주로 찌질한 역만 맡았던 원빈이 과연 얼마나 액션을 잘 소화할지가 걱정이었는데, 예상외로 멋진 먼치킨 액션을 보여줘 감탄했다.

게다가 감독의 액션 연출도 대단했다. 단순히 꺾고 찌르고 베는 것을 떠나, 벤 데 또 베고 찌른 데 또 찌르는, 굉장히 리얼하고 굉장히 시크하면서도 굉장히 통쾌한 액션을 선보였다.

조연들도 엄청났다. 최고 악당 역을 맡은 김희원의 연기는 훌륭하기 그지 없었고, 외국인 킬러 역을 맡은 태국의 타나용은 카리스마 넘치는 포스로 무장하고 있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마지막 10분간을 장식하는 액션 신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한국 액션 영화의 고전으로 남기에 충분하다.

전체적인 평가는 5점 만점에 3점. 그러나 액션 영화로서의 가치만 놓고 보면 5점 만점에 4점도 아깝지 않다.

액션 영화 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마시길!


영진공 DJ Han


 

“퍼니셔 2”, 뼈와 살이 저미는 밤!!!

내가 돌프 룬드그렌의 [퍼니셔]를 봤던 것이 아마도 고등학교 때였을 거다.
뭐랄까, 어린 마음에 보기에도 참 엉성한 영화였다.  그리고 [퍼니셔]가 미국 만화의 슈퍼 히어로란 사실을 알고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놈의 슈퍼 히어로가 총질을 하고 다닌담?”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퍼니셔가 나오는 스파이더맨 만화를 구해 읽고, 쓸데없는 배경 지식을 전해들은 뒤로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뭐가 어쨌건 양키는 칼질이나 주먹질보단 총질이 더 잘 어울려.  그리고 총질을 해대는 슈퍼 히어로야말로 진정한 양키들의 슈퍼 히어로 아니겠어?
그러나, 돌프 룬드그렌 형님께서 첫 빠따를 워낙 졸렬하게 말아잡수신 탓에, 퍼니셔가 또다시 영상화되긴 어려울 것 같았다.  기껏해야 TV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에서 조연으로 나와 아둥바둥대는 꼴을 선보이며 보는 이들의 측은지심을 자극할 따름이었다.  역시, 한 번 말아먹으면 별 볼 일 없어지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 차이 없네?

21세기 들어와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이 빅히트를 치면서 [퍼니셔]도 다시 한 차례 영화화가 되었다. 그러나 이건… 돌프 형님판보다도 더 형편없이 졸렬한 영화였다. 가족을 죽인 웬수 색희들에게 복수를 하려면 화끈하게 총질을 해야지! 넌 왜 몰래 숨어서 삽질만 하는 거냐? 너 퍼니셔 맞아? 혹시 2메바 아냐?

<돌+프 퍼니셔, 1989>

그리고 또 몇 년이 흘렀다.
[퍼니셔]는 영화계에선 완전히 잊혀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퍼니셔: 교전지대, Punisher: War Zone]이란 영화가 새롭게 나온 것이다!
이 영화, 작년 12월에 개봉했는데 쫄딱 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관심 밖, 아웃오브안중의 영화였다. 어쨌건 [퍼니셔]를 벌써 두 편이나 봐 줬으면 됐잖아. 내가 더 봐줘야겠어?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저번 주말에 이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 인간, 너무너무 심심하고 할 일이 없으면 가끔 엉뚱한 일을 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 나는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젠장….. 내가 왜 이 영화를 이제야 본 거람?!”
  청소년 열람 불가  


[#M_成人은 봐도 됨|별 것도 아니구만 … |
…. 오늘 밤도 퍼니셔, 프랭크 캐슬은 씨밤바 마피아들의 모가지를 접수하러
훼밀리 마트…. 아니, 훼밀리의 호화 저택에 잠입하셨답니다. 그리고 세상에나, 순식간에 설흔 명이 넘는 악당 색희들을
벌집으로 만들고, 목을 따고, 대가리를 부셔서 저세상으로 보내버리셨죠. 근데 도망친 색희들이 있네요? 퍼니셔 아저씨는 그
씨밤바들을 잡으러 가셨죠. 근데 악당 색희인줄 알고 골통을 날려버린 녀석이 알고 보니 잠입수사중인 FBI네요? 짜증 만빵이 된
퍼니셔 아저씨는 엄한 악당 색희를 분쇄기에 넣고 갈아버렸어요. 쿄쿄쿄.

근데 이 악당 색희가 살아나네요? 얼굴을 꿰매 붙이긴 했는데 이건 뭐 완전히 박수동
만화에 나오는 옥떨메(옥상에서 떨어진 메주)가 된 거에요. 근데 옥떨메라고 하면 폼이 안 나니까, “내는 오늘부터
지그소우다!”라고 하는 거예요. (니가 ‘쏘우’냐???) 그러더니 퍼니셔를 갈아버리겠다며 이를 가네요. 흥!

그러는 동안 퍼니셔 아저씨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기가 죽인 FBI 요원 가족을 찾아가 제발 자기 가슴팍에 구멍을 뚫어달라고 말해 보기도 하죠. 하지만 자식 교육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한 미망인이 그 부탁은 거절하고 말았지요.

아무튼 지그소우는 죽은 FBI 요원 가족을 집적대기 시작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퍼니셔 아저씨는 짜증이 완존 꼭지까지 돌아서 지그소우를 작살내기로 결심한답니다. 그리고 탄창 꼭꼭 끼운 총을 들고, 씨밤바 악당
색희들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쏴 갈기기 시작하는데 …


* 공교롭게도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낯익은 이들입니다.  퍼니셔역의 레이 스티븐슨은 영드 ‘롬”의 ‘풀로’이고, 지그소우는 미드 ‘와이어’의 형사 ‘지미’, 그리고 미망인역의 줄리 벤츠는 ‘덱스터’의 부인 ‘리타’라능 … 그러고보니 줄리 벤츠는 ‘쏘우5’에서도 (원조)지그소우에게 괴롭힘을 당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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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충 이런 스토리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전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퍼니셔가 유쾌상쾌통쾌하게 총질을 해대며 악당들을 장렬하게 박살낸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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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으로 안면을 분해하고, 기관총으로 벌집을 만들고, 유탄발사기로 아예 공중에서 사지분해를 시키는 등, 그야말로 “이 씨***, 다 죽여버리겠다!”라는 분노의 절규가 쉴 새 없이 울려퍼지는 악-숀 씬의 연속이다. 그래, 이거다 이거! 그동안의 퍼니셔 영화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걸 네가 유감없이 보여주는구나!

누가 뭐래도 액션 영화의 진수는 액션이다. 그리고 양키 액션의 진수는 총질이다. [퍼니셔 : 교전지대]는 [이퀄리브리엄]에 이어 그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 보인 영화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건 이거다. 왜 이 영화가 망한 거지? 재밌기만 하구만. 너무 잔인해서 그런가?
별점 : 5점 만점에 5점 – 단, 이건 어디까지나 B급 악-숀 영화광의 관점에서 매긴 점수!
영진공 DJ Han

“인터내셔널 (2009)”, 악의 무리에 홀연히 맞서는 초췌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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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인터내셔널”은 몹시도 현실적이고자 노력하는 영화입니다.
당 영화의 정확한 내용은 본(Bourne) 시리즈틱하게도 거대한 지배세력에 홀로 맞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만, 주인공인 실린저(클라이브 오웬)는 혼자 모든 것을 해내는 능력자도 아니며, 특수요원들 너댓 명을 눈 깜짝할 사이에 코마상태로 직행시키는 살벌한 싸움꾼도 아닙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꼬질꼬질해진 머리에 너절한 옷, 면도도 하지 않은 행색으로 화면을 누빕니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대면하고 처음 건네는 말이 “You look awful.”(너 꼬라지가 엉망이다)라니 주인공 가오는 처음부터 포기하고 들어가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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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씻어라 이 화상아 …


다행히 남주인공이 ‘2,3일 면도 안한 수염에 최적화된 얼굴’을 가지고 있는 클라이브 오웬이기에, 당 영화는 구질구질한 비주얼로 빠지지는 않습니다. (사실 나오미 왓츠님의 화사한 금발머리 덕도… 크죠. 으흥)

하지만 잠도 못자고, 개인생활은 완전 포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온갖 개고생을 하는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처절함이 자연스레 묻어나오게 됩니다. 예, 주인공 정말 처절하게 싸웁니다.   주인공이 왜 이렇게, 우아하게 총 빵빵 쏴서 악당들을 쓸어버리지 않고 노숙자적 행태를 유지하며 힘겨운 진흙탕 개싸움을 하고 있느냐. 바로 당 영화의 악당은 흔한 히어로무비의 악당하고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등장합니다.  유의하세요 ^^ *

당 영화의 악당은 은행입니다. 거대자본이죠. 이들이 하는 일은 주로

– 무기나 전쟁자금이 필요한 곳에 공급하고 빚을 떠넘겨 준다
– 그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물어서
– 남들이 피흘리며 싸우던 나라의 이권을 낼름 꼴깍 넙죽 먹는다

뭐 이런 과정입니다. 거대한 사채업이라고 할까요.

이들의 무기는 총칼이 아닌 자본인만큼, 전 세계에 거미줄처럼 촘촘한 손길을 뻗치고 있으며 정말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고,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총칼이 없는곳은 많지만 돈이 없는곳은 없는 까닭이지요.

뭣 보다 이들은 “합법적 기업”이라는 강력한 가면으로 철저하게 위장하고 있지요. 이들과 싸우려면 스티븐 시갈 횽아처럼 손발을 꺾고 머리에 총알을 박는 식으로 싸울 수 없습니다. 넥타이를 맨 변호사 군단과 이빨싸움부터 해야 하죠. 잡아서 뒤지게 패 주면 참 좋겠는데 그러려면 먼저 증거를 잡아야 하고, 은행측에 매수당한 사람들의 갖은 태클로부터 호나우두스럽게 빠져 나와야 하고,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국제법 공부도 해야 하고, 당국의 협조도 구해야 하고 … 시갈 횽아였다면 “ㅆㅂ 나 안해!!”라면서 감독의 목을 꺾어 버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악당들과 싸우려니 우리의 주인공들, 몸뚱이가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인 건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나오미 왓츠와 클라이브 오웬은 리용, 베를린, 뉴욕, 이스탄불 등등을 정신없이 쫒아다닙니다. 저 같은 사람은 평생 가도 못 모을 항공 마일리지를 일주일이면 족히 꽉 채워버릴 지경이더군요.

주인공의 상황이 이러하니 당연히 영화는 매우 빠른 호흡으로 진행되며, 숨 돌릴 틈이 없고, 쓸데없이 잔가지를 치지도 않습니다. 미남 미녀 주인공간에 로맨스도 당근 없고, 필요 이상의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죠. 넣고 싶어도 못 넣었을 겁니다. 하나의 목표를 놓고 심플하게 달려가는 당 영화의 드라마가 흐트러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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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바 나 안해 …




자, 그렇다면 이렇게 복날에 뭐빠지게 뛰는 개 모냥으로 뛰댕기는 주인공들이 원하는 대로, 거대 자본에게 죄를 묻고 쇠고랑을 채우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과연? 정말?

될리가 없죠 … 처음부터 이 싸움은 승부가 정해진 셈입니다. 주인공들은 “합법”의 울타리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 사람들이죠. 인터폴 수사관과 지방검사보인 이들은 절대 법과 국경을 초월한 거대 기업과 싸워서 이길 수 없습니다. 반면에 은행 관계자들이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죠. 맘에 안 드는 놈이 정보를 빼돌리는 것 같으면 킬러를 고용해서 죽여 버리면 되고, 수사망이 좁혀오면 당국 관계자들을 매수해서 수사관들을 나라 밖으로 내쫓아 버리면 됩니다. 킬러가 잡힐 것 같다? 다른 킬러를 고용해서 또 죽여 버리면 됩니다. 이들의 무기는 다름 아닌 “돈”이기에, 그만큼 철저하고 비인간적이며 새어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따라서 빈틈도 없죠.

영화 또한 그러한 점을 지적합니다. 상대방은 똥창에서 노는데 시냇가에 앉아서 잡을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주인공은 스스로 똥창으로 뛰어들어 똑같은 방식으로 싸우기로 결정을 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자신도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도대체 싸움이 되지 않는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당 영화의 후반은 복수를 위해 모든것을 버린 남자가, 거대조직과 맞서 피비린내나는 복수를 감행하는 액숑영화로 탄생할것만 같은 느낌이 마구마구 피어오르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당 영화의 가장 큰 액션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의 총격신이며, 이는 주인공이 총을 들게 하는 계기이지 결과가 아닙니다. 당 영화는 어떤 이유에선지 화끈한 액션으로 마무리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극히 현실적인 분위기로 진행되던 영화가 액션 블록버스터로 끝맺음을 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이유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관객 입장에선 뭔가 섭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찌되었건 선악이 분명한 액션 영화인데, 권선징악의 흔해터진 결말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화끈한 끝맺음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당 영화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다가 마치 잔뜩 분위기를 달궈 놓고 몇 번의 펌프질로 장렬하게 뻗어 주시는 17세 남성의 첫경험처럼 끝나 버립니다. 물론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엔딩화면으로 어느 정도 메꾸어 집니다만, 관객들이 원하는 카타르시스를 전해줄 클라이맥스는 매우 부족한 느낌이죠.


그 전에 드라마가 매우 헐렁하여 긴박감과 스릴을 고조시키지 못했다면 당 결말 또한 그닥 허무하지 않겠으나 결말에 가기 전까지 매우 착실하게 드라마를 쌓아가며 달려왔기에 더욱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힘들게 만듭니다.


클라이브 오웬이 핸드건을 연사하며 악당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관람을 자제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당 영화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는 스릴넘치는 드라마에 가깝지 좋은 액션영화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에, 따라서, 기호에 따라서 선택을 하셔야 할 듯 합니다.  당 영화는 클라이브 오웬이 등장하는 007 시리즈도 아니고, 본 시리즈도 절대 아닙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예고편은 종종 영화의 장르를 모호하게 만들어 우리를 속이지요.






영진공 거의없다



덧글> 클라이브 오웬은 배가 좀 나왔습니다. 주름은 멋지지만 톡 튀어나온 배는 좀 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 … 머리 긴 여성들, 나오미 왓츠가 목도리 감는 법을 잘 보세요. 밑줄 쫙쫙 치면서… 목도리도 섹시할 수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