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시놉시스는 표절을 따질 수 없다고?

공연윤리위원회
2006년 7월 11일

난 『태왕사신기』가 절대적으로 바람의 나라를 표절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절차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을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드디어 『태왕사신기』의 그 뻔뻔하고 더러운 기사들을 보지 않아도 되는 구나.” 가 아니였다.
불안감.
『두근두근 체인지』. 그 허무한 결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만화와 드라마가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안된다던, 드라마가 끝나버렸기때문에 안된다던 그 판결을 알고 있었으니까.
제길. 그래. 결국 판결은 원고패소, 『태왕사신기』의 눈부신 승리였다.

판결문은 일부 유사점은 인정 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표절여부를 따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놉시스만으로는 표절여부를 따질 수 없지만 완성된 드라마는 또 다르다고 교묘히 우릴 안심시킨다.
하지만 이미 선례인 『두근두근 체인지』에서 그들은 어떻게 했는가?
만화를 이용하여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판결문에서 조차 당당히 인정하면서도
그들은 결국 표절에 대해서는 만화와 드라마는 다른 별개의 작품이기때문에 원고의 주장을 기각해버렸다.
과거에 그러했는데 과연 바람의 나라에 대해서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내가 알기로 이전에 나왔던 판례들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며 왠만해서는 잘 뒤집어지는 판결이 나오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판례가 중요한 것이고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때 유사한 사건의 판례가 어떠했는지부터 알아보는 거라고 알고 있다.
거기다 상대는 대형프로덕션, 대형방송사임에야 무슨말을 더 할 수 있을까?
(거기다 더 찝찝한건 두근두근 체인지의 방송사가 똑같은 MBC였다.)
과연 드라마만 제작 되면! 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걸까?

기사에 인용되었던
“설령 피고의 시놉시스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는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해도 역사적 사실은 어느 한 작가의 저작권에 속한다고 볼 수 없는 공공의 영역에 해당하므로 동일한 역사적 배경과 사실을 사용했다고 해도 저작권 침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부분은 앞뒤를 좀 더 따져보아야 한다.
저번 포스팅에서는 국사도 안배운 새끼들(..) 이라고 흥분해서 말해버렸지만
판결문에서의 그부분은 사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이 부분은 뒤에 판타지적 요소에 해당되는 이야기로 따로 나온다.)

“원고의 저작물은 고구려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일부 실존했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등장인물을 만들어 내고 그에 원가가 창의적으로 개발한 환타지적 요소를 가미한 것으로서 이는 기본적으로 역사 저작물로서의 성격과, 환타지 저작물로서의 성격을 함께 가진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 사실은 어느 한 작가의 저작권에 속한다고 볼 수 없는 공공의 영역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원고와 동일한 역사적 배경 및 사실을 자신의 저작물에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저작권침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원고 저작물 중 환타지적 요소 중에서도 그것이 원가가 새롭게 독창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신화나 설화를 통해 일반이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라면 그에 대해서도 원고의 저작권을 일정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과 환타지적 요소인 사신의 의미를 따로 생각한 거다. 판결문에서는.

그러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이것은 따로 생각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하고 많은 나라중에 하필이면 왜 고구려 일까?
환수라 불리는 해태나 기린, 봉황 이러한 것이 아니라 하필 사방신이 주인공을 돕는 걸까?
그들은 또 왜 그토록 성격적 유사점이 있으며 동일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가.
이런것을 복합적으로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따로따로 놓고 이야기를 해버리니
고구려라는 배경은 어차피 공공영역이니까 이건 저작권으로 못 밀어부쳐.
사신? 그거써서 만화그린게 한두개야? 이렇게 되어버린 거다.

또한 판결문을 읽으며 가장 답답했던 것은
과연 판사는 시놉시스를 무어라고 생각하느냐 였다.
“이 사건 시놉시스는 앞으로 제작될 ‘태왕사신기’ 드라마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이 서술되어 있을 뿐이어서 그것 자체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창작적 내용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시놉시스란 시나리오의 대략적 줄거리다.
시놉시스는 글을 대표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의 내용이 다 들어가있는 중요한 글!! 인 거다.
그만큼 중요하고 글의 주제와 내용을 포괄적으로 잘 드러내야 하는 글이며,
시놉시스 자체가 변경된다는 것은 전체 내용이 변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다.
그것은 이미 그들이 팔아먹으려 했던 『태왕사신기』가 아닌게 되는거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이러이러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을 내세워 이러이러한 내용의 드라마를 만들어 당신들한테 팔겠습니다. 라는 기자회견까지 한 상태. 그 시점에서 이미 『태왕사신기』는 바람의 나라를 표절한거다.
또 과연 그 내용이 바람의 나라와 완전히 틀려질 정도로 바뀔 수 있을까?
내 대답은 no.
인물설정이야 어찌어찌 바꾼다 쳐도 바람의 나라의 주제와 가장 큰 이야기라인을 통체로 들어다 썼는데
과연 그걸 어떻게 바꾸겠나?

시놉시스의 저작권은 인정해 주면서 어째서 표절은 인정되지 않는가?
단순히 시놉시스의 내용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로서 창작이 된다면 바꿀 수 있어서 라는 이유를 댄다면
그런 의미에서의 저작권도 사실 인정 될 수 없는거 아닌가?
언제 바뀔지 모르는 이야기를 거기다 그렇게 써놓았다 치더라도 니가 그걸 바꿀지 어떻게 알아?
너 사실대로 말해봐. 그거 바꿀거지? 이렇게 우기는거랑 뭐가 다르다는 거냐.

어째서 만화와 시놉시스가 다른 종류의 창작물이라는 이유로 표절이 될 수 없는 걸까?
라는 의문은 끝끝내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럼 노래 가사들 이것저것 짜깁기해서 소설한편 완성해도 그건 다른 종류니까 괜찮지 않나?
이런 생각하게 되도 어쩔 수 없다.

만화는 결국 그것밖에 가치가 없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거다.
만화라는게 결국 그렇게 우습게 생각되어지고 있는거다.

이렇게 판결이 났으니 표절건으로 돈한푼 안들이고 매스컴 오르락 내리락하며 유명세를 탄
『태왕사신기』는 결국 제작될 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걸 재미있게 보겠지.(어떻게 연출이 될지 모르겠지만.. 설마 그 좋은 내용을 들어다 썼는데 완전 즐인 드라마가 될리가 있나.)

내꺼라고.
내 상상력이라고 내가 만든 나라라고.
그렇게 소리치는 만화가의 외침은 가려지겠지.
만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게 미치고 팔짝 뛸정도로 싫어서
이렇게 아무도 찾지 않을지도 모르는 얼음집 한구석에서 키보드들 두드리고 있는 거다.

자신의 나라를 빼앗겨버린 만화가 김진님, 그리고 바람의 나라안에서 살아가던 주인공들을 잊지 않으려고.

바람의 나라 패소 특별대책위
라곰(http://chunglu.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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