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다이아몬드>, “아프리카에 평화가 찾아와 이런 영화가 냉정하게 평가받는 날이 어서 오기를” <영진공 68호>

상벌위원회
2007년 1월 30일

아프리카 땅은 원래 비옥한지라, 거기서 나는 것만 먹여도 전 국민이 먹고살 수 있단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땅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전쟁은 민간인이고 어린애고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학살하는 살육전이다. 싸우는 명분이야 어떻든간에 그 전쟁은 수많은 희생자와 난민을 낳고, 아프리카를 지옥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콩고와 르완다도 그런 나라들 중 하나다. 후투족이 집권하면 투치족을 싹 죽이고, 투치족이 집권하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우리는 이런 빌어먹을 일들이 식민지 시대의 분할통치에 기인한 것임을 알고 있는데,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국들은 지금 그 참상을 영화로 만들어 돈을 벌기 바쁘다. <호텔 르완다>가 르완다의 참상을 다루었다면, <블랙 호크 다운> 은 소말리아 내전을 소재로 한다. 드까프리오가 주연한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시에라리온이라고, 말라리아를 가르칠 때면 늘 유행지로 표시되는 그 나라를 배경으로 한다. 난 영화의 파급효과를 믿는 편이다. <청연>이 아니었다면 일제 강점기에 하늘을 난 여성 비행사가 있다는 걸 어찌 알았을 것이며, 영화는 아니지만 뮤지컬 <명성황후>는 러시아에 붙어 자기 잇속을 차리려던 정치인에 불과한 민비를 국모로 추앙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난, 1억불로 식량을 사서 아프리카에 나눠주는 것보다 그 돈으로 아프리카의 진실을 알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지금은 의문이 든다. 혹시 그네들은 그런 영화를 만듦으로써 자기들의 죄를 씻으려는 게 아닐까? 의도적인 건 아니겠지만 그네들이 만든 영화들이 일회성으로 소비될 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다. 스티브 윈디가 “We are the World”를 부를 때부터 따져도 벌써 20여년이 지났는데 아프리카인들의 삶은 더 피폐해지지 않았는가? 사람들은 그저 아프리카를 다룬 영화를 볼 때만 미안해할 뿐,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그들을 잊는다. 제국주의 세력에 의한 강점과 분단, 그로 인한 내전을 겪는 등 비슷한 경험을 한 우리 역시 이런 영화들에 별 다섯을 주며 미안함을 표현할 뿐이다. 지금 난,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네이버와 맥스무비에서 9.2의 평점을 받을 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거다. 흥미로운 도입부와 탄탄한 스토리는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지만, 한 가족만 잘 살게 되는 결말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으니까. 아프리카에 평화가 찾아와 이런 영화가 냉정하게 평가받는-8.5 정도면 적당할 듯-날이 어서 오기를.

상벌위원회 부국장
서민(bbbenji@freechal.com)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