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액츄얼리>, 결단의 순간 <영진공 69호>

재외공관소식
2007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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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러브 액츄얼리’를
보았다. 영국 수상으로 나오는 휴 그랜트는 비서 나탈리가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를 읽곤 그 자리에서 바로 수행원을 호출해 차를
대기시킨다. 영화나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단호히 결단을 내리고, 신속히 행동한다. 뭔가 조짐이나 신호, 계시 같은 것이
보일라치면 바로 수화기를 들고, 방을 뛰쳐나가고, 오토바이에 오르거나 택시를 세운다. 그런 모습은 꽤 현실성 없게 보이곤 한다.
보통 사람들이 일상에서 그렇게 ‘단호하고도 신속히’ 내릴 수 있는 결단은 ‘어젯밤 꿈이 심상찮았으니 이번 주엔 꼭 로또를
살테다!’ 정도 규모인 경우가 고작이 아닐까 싶으니까.

하지만 좀더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도 저런 순간들이 몇 번은
있었구나 싶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결단의 순간은 오래 전 어느 봄날이었다. 그날 나는 대학 종합관 4층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며
‘그래, 휴학을 하자’ 라고 결심하고 화장실을 나섰다. 그리고 교정을 걸어 내려가 다음 날 바로 휴학계를 제출하고 휴학에
돌입했다. 그때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아마 스트레이트로 학교를 더 다니고 졸업을 하고난 후 취업을 시도했을 거다.
그리고 휴학을 했기 때문에 복학 때까지 줄줄이 하게 되었던 ‘커피숍 서빙-학원생활-수능시험-취업-은둔자 생활-전시장
알바-재취업’ 같은 과정이 인생에서 쏙 빠졌겠지. 그랬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보니 그 동안 내가 내렸던 이런저런 결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나보다 많이 소심한 누군가의 눈으로
들여다본다면, 내 인생은 ‘뭐 저런 현실감 없이 단호한 순간의 연속’일 수도 있겠다. 하긴 그동안 연애하면서 떨어댄 온갖
방정들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결단들이었으니. 어쨌든 생각보다 우린 꽤 자주 ‘단호하고도 신속한’ 결단들을 내리며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결단은 이런 딴 생각을 딱 접고 코앞에 닥친 마감을 쳐내기로 결심하는 것이렷다.
끙.

결단은 단호하게
도대체(http://dodaec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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