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의 작은 의미

사용자 삽입 이미지영화 <화려한 휴가>는 영화적 요소로만 이야기하자면 좀 많이 모자라다 못해 실망스러운 면도 자주 보인다.

그러나 감정 이입이 되어 펑펑 운 사람들과 ‘5.18’을 팔아먹는 상업주의 영화라 혹평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민감한 소재임엔 틀림없다.

난 사실 이 영화를 많이 봐주기 보다 차라리 5.18 다큐멘터리를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영화화’했다는 것이 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방법이긴 하나 – 이 나라는 이미 한 영화에 천만 인구가 들러붙은 적이 있지 않은가? – 그 참혹한 진상을 사실 그대로 전하는 게 더 필요해 보여서다.

왜냐고?

30~40대의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이 영화를 ‘젊은 사람들’이 보고 과거를 기억해줬으면 한다는 건데. 이건 정말 어렵다.

생각없이 사는 건 죄가 아닌데. 그 생각없이 사는 ‘덕’을 보는 권력자가 있기 때문에. 그것은 ‘만인’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구분 못 하고, 심지어 복지 정책과 공산주의 정책을 구분 못 하는 ‘젊은이’ 들에게 이 영화를 보고 얻은 감상은 뭘까?

‘전두환이 나쁜 놈인데, 거 대학생들은 김대중이 부추겨서 데모한 겨. 맞을 짓 했지’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주유소에서 기름 넣으려면 김대중 만세 세 번 외쳐야해’

내가 이런 이야기를 20대, 심지어 10대의 ‘서울’ 아이들이 영화를 본 후에 나오면서 뇌까리는 것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미안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네 대학에서는 학력 인플레로 인한 바보들은 늘어났을 지언정, 자신이 뭔 삽질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는 길로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아해들이 더 많아졌다.

이 아해들은 5.18에 어떤 일이 이 나라에서 벌어졌는지,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아니. 알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왜’ 중요한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 아해들이 ‘생각이 없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무엇이’ 더 중요한지 철학적 사고의 결과물로 그 둘을 비교할 줄 모른다.

‘데모’가 얼마나 ‘나쁜 걸’로 인식이 되었는지,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눈 뜨고 퍼렇게 살아 있어도, 데모는 나쁘다고 생각하나보다.

하긴 이랜드 사태로 인한 ‘기업’의 손실이 막대함을 이야기하며 ‘불법 투쟁’이라는 단어를 붙여 생존권을 가볍게 무시하는 저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세상엔 아직도. 5.16이 혁명이라 주장하는 ‘미친 새끼들’과, 5.18이 빨갱이들의 난동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라 굳게 믿고, 그 믿음을 ‘복음’처럼 – 이 땅을 사회주의자들로부터 굽어 살피사 – 전파하는 ‘개새끼들’이 많다.

그렇기에 ‘상업주의 영화’든 뭐든.

광주의 ‘참상’을 좀 더 많은 ‘無知人’에게 알릴 수 있는 방식이라면 분명 ‘화려한 휴가’가 가진 의미로 충분하다.

그러나 넘쳐나는 영화평과, 그 시절에 대한 회고도 중요하지만.

저 위에 언급한 쓰레기 생각들을 어떻게 까부수느냐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영진공 함장

“<화려한 휴가>의 작은 의미”의 2개의 생각

  1. 생각없이 사는 건 죄가 아닌데. 그 생각없이 사는 ‘덕’을 보는 권력자가 있기 때문에. 그것은 ‘만인’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 정말 명언이십니다.

    5.18을 대중영화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왠지 박제 행위 같이 느껴져서 저는 싫더군요.

  2. 으하하하 함장님도 ‘젊은이’ 맞으면서요 뭘. 돈 한 푼 안 받고도 집회장에 연대하기 위해 나타나는 젊은이들도 있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전반적인 보수화 경향은 당연한 거죠, 먹고 살기 힘이 드니까… 다 자기 방향 찾아가는 과정이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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