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마니아, <태왕사신기>도 <의천도룡기>로 번안해서 보다.


애기가 10시 경에 잠이 들기 땜에 사실 10시에 하는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주말 재방송이라는 게 있잖아요. 재방송 봤다, 본방송 봤다 하면 얼추 ‘이산’과 ‘태왕사신기’를 다 보게됩니다.


어제는 애기가 10시 40분쯤 잠 들어서 태왕사신기를 보았지요. 재미있습니다. 어제 처로가 허물을 벗는데, 그 초록색 얼굴에서 파충류가 허물을 벗던 V도 생각나고, 또 거미(?) 무술을 연마하여 얼굴이 변해가던 의천도룡기 주아(주아 맞나? 하도 본지 오래되어서 원…)에게 느끼던 연민마저 느껴지더이다.


뭐 전 사실 그 유명하다는 반지의 제왕도 못 봐서 사람들이 반지의 제왕과의 비교를 해도 잘 모르겠고,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도 안 해봐서 이 태왕사신기가 ‘사극’스럽다기 보다는 상당히 ‘게임’스럽다는 생각을 하기는 해도 얼마나 비슷한지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어릴적 즐겨보던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같은 홍콩 드라마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또 전 그것들을 굉장히 즐겨보았던 사람이라 그런 비슷한 점이 재미로 다가오고요. 신조협려는 거의 기억이 안납니다만, 몇번이고 반복해서 본 (양조위 주연의~~ 빰빠밤~~) 의천도룡기는 가물가물하기는 해도 그 재미의 요소는 기억합니다.

그중 하나는 특수효과의 어설픔이지요. 신조협려나 의천도룡기 같은 드라마는 어린 제 눈에도 참 어설픈 점이 많았는데, 장무기가 성성이의 배속에서 책(?)을 찾아낼 때 그 성성이가 사람인 것이 너무 생생하던 것. 장무기가 힘겹게 돌을 헤치고 나아가는데, 그 돌이 스티로폼이어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통통 튕기던 것들까지도 너무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제는 CG가 보편화 되다보니, 제가 질박하고 구수한(?) 소품들에서 느끼던 그런 B스러움을 태왕사신기 CG에서 느끼게 되네요.


또 아이템을 찾아다닌다니면서 점점 내공이 세진다는 (별로 오디세이아적이지는 않고, 어드벤처 게임스러운)것도 사실 의천도룡기에서 느끼던 재미지요. 어찌되었든 의천도룡기도 의천검과 도룡도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니까요. 사람간의 갈등관계에서 오는 이야기의 추진력이 아니라, 물건을 찾는데서 오는 이야기의 추진력인데, 이게 고급스럽지는 못해도 단순한 맛이 있습니다. 그 맛에 보는 것 같아요.


도무지 현실에 있다면 하나도 매력없을 것 같은 (남자친구나 남편감으로는 빵점이다 못해 마이너스 점수 감인)남자가 나오는 것도 공통점이네요. 장무기같이 별볼일 없는(왜 여자들에게 인기만 많고, 자아도 없고, 목적의식도 없는) 놈이 왜 구양신공(? 맞나요? 가물가물)을 연마하고, 의천검과 도룡도를 찾고, 명교의 교주가 되는지 알수 없던 것처럼. 태왕사신기의 담덕또한 마찬가지네요. 대체 왜. 와이. 어째서. 단지 잘생겼고, 반 묶음 머리가 잘 어울린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지존이 되어야 하는 건가요? 답은 피터팬의 매력입니다. 담덕이나 장무기는 어린아이이고, 어른이 되고자 진지하게 노력하지도 않는 캐릭터들입니다. 걔들은 타고 났기 때문에 후크가 하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냥 그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힘이 센거고, 세상을 장악할 겁니다. (그러고 보니, 담덕이라는 피터팬 건너편에는 정확히 대장로라는 후크가 자리하고 있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연인에서 적으로 발전하는 기하의 캐릭터도 낯설지 않지요. 아미파의 주지약(기하 보다는 ‘적’의 개념이 모호하기는 해도)이 있으니까요. 남자의 캐릭터를 ‘아버지’와 ‘아들’둘로 험하게 이분법 하여 본다면 (뭐 별로 틀리지 않습니다. 여자가 ‘엄마’아니면 ‘창녀’로 이분되고 -그래서 어쩔때는 이 둘의 완벽한 합일이 이야기의 결론이 되는 이야기가 수도 없듯이, 남자는 ‘아버지’아니면 ‘아들’인 것 같습니다. 아아 이 얘기는 나중에…) 이들 피터팬들은 ‘아버지’캐릭터라기보다는 ‘아들’캐릭터입니다. 사실 기하나 주지약은 부모의 부재(고국양왕은 별로 아버지 역할을 못하지요. ^^) 속에서 나름 엄마역할을 수행하던 사람들인데, 요놈의 피터팬들은 엄마를 나쁜 년 만들어 놓고 줄행랑 치고 있네요.


그냥 수다 떨려고 시작하다가 주절주절 역시 수다가 길어졌습니다. 결론은요. (쌩뚱 맞긴 하지만) 태왕사신기 재미있게 보고 있긴 한데, 이거 이런 재미 주고자 만든게 맞나? 기획의도에 맞나? 하는 생각은 합니다. 전 이게 저의 홍콩 키드였던 어린시절에 바치는 오마주라서 재미있는 거거든요? 그거 기획의도 아니죠?


영진공 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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