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갖고 보러도 가고 빌려도 보는 일군의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배우가 산드라 블록이다. 화려함이나 섹시함 등 소위 한창 잘 나가는 여배우들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들과는 거리가 먼 대신 중산층들의 동료 의식과 친근함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를 그간 꾸준하게 구축해온 덕이 아닌가 싶다.
남성 관객의 시각에서 봤을 때 산드라 블록은 역시나 졸리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쪽은 처음부터 아니었지만 옆에 있어서 격려가 되고 남자들로 하여금 다시 일어설 수 있게끔 용기를 불러일으켜주는 청량제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 국내 미개봉작이긴 하지만 <건 샤이>(2000)에서 우울한 주인공 남자들의 대장내시경 치료사로 등장하는 산드라 블록은 그 캐릭터 자체가 산드라 블록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잘 어울린다.
한번도 코미디언으로 분류된 적이 없으면서도 이처럼 코믹한 연기를 잘 소화해내는 주연급 여배우는 그리 흔치가 않다. 비교할 만한 상대로는 리즈 위더스푼 정도를 꼽을 수 있을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이 그랬듯이 <블라인드 사이드> 역시 영화 마지막에서 실제 주인공들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대중적인 감동의 소구 포인트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온가족은 물론이고 단체 관람용으로도 적합한 좋은 영화다.

이 때문에 돕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물질적으로 여건이 되지 못하면 그와 같은 인생의 기적은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올까 노파심이 든다는 것이다. 또한 가진 자들의 – 어떤 방식으로든 – 사회 환원이 불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마이클과 같은 사각 지대의 아이들이 만들어지는 사회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눈치여서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그런 구조적인 원인을 짚어서 뭐 어쩔 거냐고 물으면 나 역시 답은 없다. 그런 점에서는 투오이 가족이 마이클의 인생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준 사례를 한 편의 영화로 담아 다른 누군가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답안에 가까운 것이 아니겠냐는 생각도 하게 된다.

부디 이 영화 보시는 분들은 괜한 복잡한 생각없이 재미있게 보고 감동도 받고 그러시길.
이 영화는 누구나 갖고 있는 삶의 사각 지대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정답에 가까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