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사이드”, 삶의 사각지대를 채워넣는 방법






산드라 블록은 헐리웃의 주연급 여자 배우들 가운데에서도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피드>(1994)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몇 년 반짝 인기를 끌다가 대중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잊혀진 여배우’들 가운데 하나쯤으로 기억될런지 모르겠지만 북미권에서 산드라 블록은 남성들 보다 여성 영화팬들을 중심으로 상당히 탄탄한 인기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그야말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갖고 보러도 가고 빌려도 보는 일군의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배우가 산드라 블록이다. 화려함이나 섹시함 등 소위 한창 잘 나가는 여배우들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들과는 거리가 먼 대신 중산층들의 동료 의식과 친근함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를 그간 꾸준하게 구축해온 덕이 아닌가 싶다.

남성 관객의 시각에서 봤을 때 산드라 블록은 역시나 졸리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쪽은 처음부터 아니었지만 옆에 있어서 격려가 되고 남자들로 하여금 다시 일어설 수 있게끔 용기를 불러일으켜주는 청량제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 국내 미개봉작이긴 하지만 <건 샤이>(2000)에서 우울한 주인공 남자들의 대장내시경 치료사로 등장하는 산드라 블록은 그 캐릭터 자체가 산드라 블록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잘 어울린다.

한번도 코미디언으로 분류된 적이 없으면서도 이처럼 코믹한 연기를 잘 소화해내는 주연급 여배우는 그리 흔치가 않다. 비교할 만한 상대로는 리즈 위더스푼 정도를 꼽을 수 있을까.











<블라인드 사이드>는 그런 산드라 블록에게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영화 자체가 워낙 성공적인 덕을 본 것도 있지만 <크레이지 하트>(2009)의 제프 브리지스와 마찬가지로 그간의 공로에 대한 표창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 다시 말해 그간의 출연작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혼신의 연기를 눈에 띄게 펼쳐보였다기 보다는 ‘저는 그저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새삼스럽게 상까지 주시니’ 정도로 보인다는 뜻이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인생의 ‘사각 지대’에서 버림 받은 삶을 살다 갈 수 밖에 없었던 거구의 흑인 소년이 어떻게 세상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었는지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더군다나 이것이 현재진행형의 실화라고 하니 그 감동은 왠만한 인간 극장류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이 그랬듯이 <블라인드 사이드> 역시 영화 마지막에서 실제 주인공들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대중적인 감동의 소구 포인트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온가족은 물론이고 단체 관람용으로도 적합한 좋은 영화다.











창작이 아닌 실제 있었던 일들이긴 하지만 그 이야기가 영화화된 것을 보았을 때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은 투오이 가족이 너무 부자이고 마이클(퀸튼 아론)의 성공을 위해 그 부의 위력을 아낌없이 행사하더라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돕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물질적으로 여건이 되지 못하면 그와 같은 인생의 기적은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올까 노파심이 든다는 것이다. 또한 가진 자들의 – 어떤 방식으로든 – 사회 환원이 불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마이클과 같은 사각 지대의 아이들이 만들어지는 사회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눈치여서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그런 구조적인 원인을 짚어서 뭐 어쩔 거냐고 물으면 나 역시 답은 없다. 그런 점에서는 투오이 가족이 마이클의 인생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준 사례를 한 편의 영화로 담아 다른 누군가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답안에 가까운 것이 아니겠냐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영화의 실제 인물들인 투오이 가족과 마이클 오어

부디 이 영화 보시는 분들은 괜한 복잡한 생각없이 재미있게 보고 감동도 받고 그러시길.

이 영화는 누구나 갖고 있는 삶의 사각 지대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정답에 가까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진공 신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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