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블렛”, 좋은 건 혼자 다 해먹는 대부들의 속성





<22 블렛>은 22발의 총탄에 맞고도 살아나 ‘불사신'(L’immortel)라고 불리웠던 마르세이유 마피아의 대부, 찰리 마테이(장 르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전기 영화라고까지 보기 어려운 것은 찰리 마테이의 성장 과정를 포함하여 인생 전반에 관해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프란츠-올리비에 지스베르의 원작부터가 객관적인 전기물이 아닌 소설이었고 이것이 다시 영화화를 위해 각색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은퇴한 마피아 보스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이라는 기본 줄거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조무래기들을 해치우고 중간 보스를 꺾은 다음, 마지막에는 최종 보스와 대결을 하는 식인 거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거나 아예 무감한 편인 일부 관객을 제외하고는 국내용 제목인 <22 블렛>이 주인공의 몸에 박히게 될 총탄의 숫자를 의미한다는 것과 그가 죽지 않고 살아나서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 자들과 대결을 펼치게 되리라는 것을 사전에 인지를 하게 될 터인데, 그런 점에서도 이 영화는 장르 영화로서의 예상된 결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다소 실망스러운 내러티브를 선보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 가족의 가치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작품에 설득력을 가져다주기 보다는 대중적인 액션물로서 필요로 하는 꽃장식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작품들에게서 기대해 봄직한 서늘한 감동은 얻기 힘들다는 얘기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생략이 많은 등장 인물들의 대사와 약간씩 건너뛰고 있는 듯한 씨퀀스 간의 편집이 과연 달라도 뭔가 다른 ‘유럽 영화’라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 때문에 관객에 따라서는 영화 초반에 약간의 부적응을 경험할 수도 있겠으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 일단 복수극의 궤도에 올라탄 이후로는 찰리 마테이의 활약에 악당들이 하나씩 쓰러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물론 찰리 마테이의 복수란 약자가 절치부심 끝에 자신 보다 훨씬 강한 자들에게 재도전하는 고전적인 느낌의 그것이 아니라 전지전능한 신께서 감히 제 주제를 모르고 도전해온 조무래기들을 하나씩 응징해주는 그런 느낌이라 영화 전반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스란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된다.




그나마 <22 블렛>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을 꼽으라면 납치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철조망의 숲을 맨몸으로 뚫고 나가며 그 간절한 심정을 전달하려는 장면이라 하겠는데, 문제는 우리의 불사신께서 그 정도의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뛰어든 상황 그 자체에 납득이 잘 안되는 데다가 – 그러다 보니 철조망에 연이어 찢기는 모습이 안타깝기 보다는 어처구니가 없게 느껴질 따름 – 그로 인해 차 트렁크에 갖혀 있던 아들이 찰리 마테이의 피범벅이 된 얼굴을 보고 더 놀라지나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관객에 따라서는 그 수가 너무 뻔히 보이는 플롯 구성이 문제라는 얘기인데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아 의외로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는 여지는 있는 편이라 하겠다.




영화가 내세울 수 있는 주제라는 측면에서는 마지막 최종 보스 – 한번 우정은 영원한 우정이라며 함께 맹세했던 친구 자키아(카 므라) – 와의 대화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는데 이는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에 깔리는 찰리 마테이의 나레이션과 어우러져 한번 발을 들이면 평생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둠의 세계를 묘사하게 된다.

그러나 이에 관한 메시지가 단지 피상적인 수준이 아닌 관객들이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장 르노가 연기한 찰리 마테이라는 인물이 좀 더 사실적으로 묘사될 필요가 있었다.

<22 블렛>은 현역 시절 그 누구 보다 냉혹한 마피아 보스였던 찰리 마테이의 과거에 대한 묘사를 생략한 채 비교적 합리적이고 가정적이며 심지어 정의롭게 보이기까지 해서 관객들이 감정 이입을 하기에 좋은 모습만을 다루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인상적인 느와르 영화로서는 완전히 실패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들어진 작품이고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 크게 지루한 감은 없었던 영화다. 찰리 마테이의 딸 에바 역으로 출연한 조세핀 베리는 감독 리샤르 베리의 딸인데, 어린 시절의 샤를롯 갱스부르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눈에 띄더라. 조만간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기를.



영진공 신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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