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공 60호]발기에 관한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10가지 이야기

명랑성과학연구회
2006년 10월 15일

첫 번째 이야기. 발기를 무시하지 말자

발기라는 단어에 움찔하셨을 분도 계셨으리라. 사전이나 비뇨기과 관련 서적, 혹은 섹스 관련 사이트에 19세 인증 받고 숨어 지내는 단어들이 이렇게 튀어 나와 버리면 점잖은 분들은 당황하시고는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발기라는 단어는 더 이상 고상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발기의 다른 말은 “꼴림” 정도인데, 아무래도 꼴림 보다는 발기 쪽이 더 있어 보이지 않겠는가? 발기 보다 더 발기를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우리, 발기를 무시하지 말자.

사진에서 보듯 장바우씨는 페니스로 자동차도 끈다..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

두 번째 이야기. 발기의 정의

보통 발기라는 단어는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페니스가 홀로 하늘을 향해 힘차게 일어서는 행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는 “하늘을 향해 일어서는 행위”이다. 그러나 사전적 정의는 그렇지 않다. 사전에는 “음경(陰莖)이 생리적으로 팽대 강직(强直)하는 일.”로 정의되어 있다. 다시 말해, 발기란 “페니스가 커지고 딱딱해지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하늘로 솟는 것. 그것만이 발기는 아니다.

세 번째 이야기. 발기의 원인

의학적으로 발기란 피가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피가 몰리는 원인이야 다양하지만, 크게 나누어 보자면 생리적인 원인과 심리적인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생리적인 요인 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발기의 메카니즘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다스리면 페니스의 기상과 취침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것은 페니스의 자아(自我)를 지나치게 무시하는 행동이거니와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 수 십 년간 도를 닦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

네 번째 이야기. 갑자기 발기가 된다면?

가끔 통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불의(?)의 사고(?)로 발기가 되는 경우. 남자 분들이라면 다들 한 번씩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든 죽여 버리지 않으면, 옆에 있는 여직원 혹은 여학우로부터 변태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다급한 이 상황. 어찌 하겠는가? 발기가 되어도 주위에 아무런 티가 나지 않는 분들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 분들도 그 분들 나름의 고충이 있다. -.-), 그렇지 않는 분들이라면? 때리겠는가? -.-; 먼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속으로 노래를 불러라. 애국가도 좋고, 아리랑도 좋고, 찬송가도 좋고, 새마을 노래, 한나라당 당가, 열린우리당 당가도 좋다. 그래도 안 된다면, 이번 달에 날아올 카드 값을 생각하던가, 몰래 발기가 된 것이 발각되어 개망신을 당하고 난 이후를 상상해 보는 것도 괜찮다. 마지막으로 진정 발기가 풀리지 않는다면, 오른손의 세 번째 손가락을 들어 귀를 있는 힘껏 후벼 파라. 그러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주위에 그렇게 귀 파는 남자가 있으면, 알아서 피해주는 센스를 가지시라. )

아무때나 발기가 된다고, 아무렇게나 보여주면 안 된다.. -.-

다섯 번째 이야기. 모닝 발기

발기를 통해야만 페니스는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 말은, 발기 하지 않는 페니스는 제대로 혈액을 공급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 발기 되지 않은 페니스에 공급되는 혈액은 단지 10ml/m 이며, 이것은 순환되는 혈액의 0.2%에 불과하다. ) 혈액은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한다.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는 인간의 근육은 어떻게 되겠는가? 쉬운 문제다. 죽는다. 다시 말하면, 자주 발기 하지 않으면, 성기능이 상실된다는 이야기다.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페니스의 근육은 서서히 콜라겐으로 대체되며, 콜라겐이 페니스 근육의 70% 이상이 되면 완전한 발기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헉! 하실 분들이 계시리라. 도를 닦지 않음에도, 어쩔 수 없이 도를 닦고 살아가고 계시는 분들은 순간, 육체를 홀로 있게 한 하늘을 원망하셨으리라. 그러나 걱정하시지 마시라. 인간의 몸은 그렇게 쉽게 망가지게 설계(?) 되어 있지 않다. 신은 남성의 특정 부위가 새벽에 먼저 기상해, 육체를 보존하라 명하셨으니. 그게 바로 모닝 발기다. ( 페니스는 새벽에 3시간가량 홀로 경직되며, 이 과정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 받는다. )

아침에 발기가 잘 되는 가를 테스트 하는 종이.. 이 종이를 페니스에 두른 후 잠을 자서, 다음날 종이가 찢어지지 않았다면, 발기하지 않은 것이다. 이 종이를 구할 수 없다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우표를 사서 페니스에 침을 발른 후 둘러 놓고 잠을 자는 거다. 그리고 아침에 우표가 서로 뜯어지지 않았으면 발기가 안 된 것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 발기 부진

발기 부진의 원인은 발기가 되는 원인처럼 여러 가지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콜레스테롤이 쌓여 페니스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다. 발기는 평소보다 피가 8배 이상 많이 몰리는 경우를 말한다. 이렇게 피가 한꺼번에 몰리는데 파이프가 막혀 있으면,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별다른 방법이 없다. 약을 먹던가, 담배를 끊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한다. 수술을 하거나 주사를 맞거나, 혹은 진공 방법을 활용한 성인 기구를 사용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효과적이며 영구적인 방법은, 육식을 줄이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일곱 번째 이야기. 발기의 각도

예로부터 가장 완벽한 발기는 차렷 자세로 서 있을 때, 하늘을 향해 곧추 서 있는 각도를 의미했다. 그러나 이것은 상상속의 8등신 미녀와 마찬 가지로 이상적인 결과 값이며, 통계적인 평균값은 60-120도 사이다. 또한, 나이가 들어갈수록 근육의 경직도가 떨어져, 더 아래쪽을 향하게 되어 있다. 하늘을 향해 마음껏 일어선다면, 아내나 남편 모두에게 고마운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60도 위쪽이라면) 그다지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이야기다. 가끔 가운데로 일어서지 않아 고민이라는 분들도 있다. 페니스가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휘어, 좌지(左指)우지(右指)한다는 이야기다. 대략 20% 정도의 남자 분이 이렇게 휜 방향성 때문에 고민하시는데, 휜 각이 30도를 넘지 않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참고로 오른쪽보다 왼쪽으로 많이 휜, 좌익성향의 남성들이 많단다.

미스터 빈 아저씨는 병원에 가보시길 권해 드린다.

여덟 번째 이야기. 발기의 암흑기

임신 이외의 “섹스”에 대해 범죄와 같은 처벌을 했던 유럽의 중세시대에 목적 없는(?) 발기는 금지행위였다. 시도 때도 없이 발기가 되는 청소년의 왕성한 혈기를 죽이기 위해 특별한 장치까지 개발되어, 잘 때 착용시키는 것을 부모의 의무사항으로 강요했을 정도다. ( 발기되면 종이 울리는 장치는 특허까지 얻었다. 이건 아무리 찾아봐도 사진을 찾을 길이 없었다. )

발기 방지 장치.. 예쁘게 보이려고 리본까지 달려 있다. 책에서 스캔한 거라 사진이 조금 구리다..

아홉 번째 이야기. 포르노에서의 발기

포르노를 보면, 남자 배우들이 위대해 보인다. 어떻게 저렇게 오랫동안 발기할 수 있는 것인지 놀랍기만 하다. 알겠지만, 영화라는 것이 멈춤 없이 롱테이크로 촬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나 포르노와 같이 어떻게든 말초신경을 자극해 보려고 애를 쓰는 영화일수록, 클로즈업과 장면 반복에 신경을 써야 하기에, 계속해서 배우들의 자세를 바꿔가며, 카메라의 위치를 바꿔가며 촬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남자배우들은 그 긴 시간을 발기하며 촬영 할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플리퍼(Fluffer)라는 배역 때문이다. 플리퍼는 영화에 등장하는 배역은 아니지만, ( 그렇지만 가끔 개념 있는 포르노의 엔딩 크레딧에는 등장하고는 한다. ) 남자 배우의 발기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우다. (보통은 포르노 배우 지망생들이 맡는다고 한다. ) 플리퍼의 역할은 상상하는 그대로다. 장면이 바뀌기 직전, 플리퍼가 투입되어 남자 배우의 페니스를 발기 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열 번째 이야기. 발기 없는 사정은 없다.

우리가 19세 마크를 붙이고 바라보는 성(性)이라는 단어는 마음(心)과 몸(生)이라는 한자어를 묶어 표현한 것이다.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는 일. 그게 바로 성이며, 그것은 바로 인간 그 자체이며, 또한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의 의무인 것이다. 발기도 성과 다를 바가 없다. 비록 성(性)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천대 받는 단어이지만, 발기 역시 사람의 몸과 마음이 같이 작용할 때 얻어지는 결과 값이다. 세상에 발기 없는 사정은 없으며, 사정이 없는 임신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발기는 인간의 기본적 의무인 종족 번식에 있어 최전방에 서 있는 첨병이며, 몸과 마음의 일치점인 성(性)의 최우선적 실천 과제인 것이다. 우리, 발기를 무시하지 말자.

영진공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산하
성역사연구회 과장
짬지(http://zzamziblog.com)

<반지의 제왕>과 고디바(Godiva) 초콜릿으로 본 관음증과 노출증

명랑성과학연구회
2006년 9월 13일

강릉에 사시는 이 아저씨. 보여주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았으면..

얼마 전, 아내의 누드와 애인의 섹시한 사진을 올려놓고 구속( 혹은 불구속) 되었던 사람들은 강변한다. “이게 무슨 잘못이냐고. 우리가 성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한테 사진 팔아먹은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조용히 모니터 보고 즐기자는 건데, 왜 이걸 가지고 지랄하는 거냐고”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대학생부터 간호사, 대기업 직장인, 심지어 대학교 겸임교수까지 붙잡혀간 그 사건을 식당에서 같이 TV로 보며 밥을 먹던 옆에 아저씨는, “미친놈들”이라는 한마디로 일축했으니까.

이 정도가 가장 무난한 합법이다.

우리 사회에는 보여줘서는 안 될 것이 있고, 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이건 사회가 정한 룰이다. 사회마다 그 기준은 다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의 목 아래 10cm 미터, 배꼽 위 10cm까지는 어른만 볼 수 있다는 기준이 있다. 또한, 팬티 안은 어른이고 애고 자시고간에 절대 다른 이성의 것을 봐서는 안 된다는, 그리고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그게 법이다. 물론 결혼이라는 돈 많이 드는 절차를 통과하면, 같이 결혼한 사람끼리는 서로 보여줘도 되고, 봐도 된다는 더 상위의 법에 적용받게 되지만, 일단 결혼의 관문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은 다른 이성의 팬티 안을 쳐다보는 것은 무조건 범죄행위다. ( 아. 애들 것은 “보여줘도 된다.”는 관습적인 합의는 있다. 단, 이 경우에도 함부로 보면 구속이다. )

함부로 보여주고, 함부로 보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어느 사회, 어느 시대이건 간에 있어왔던 조항이다. 사회마다, 문화마다, 시대마다 얼마나 보여줘야 처벌되는지 어떤 것을 훔쳐 봐야 구속되는지 그 기준은 매우 다르지만, 사회가 합의한 “보여주기의 범위와 훔쳐봐도 괜찮은 대상”을 벗어나는 경우 어느 시대를 막론하건 간에 처벌되어진 것은 역사적인 사실인 것이다.

King Candaules ( Oil on canvas, 1859 )

플라톤의 “국가론”에 보면 “기게스의 반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와 소설 “반지의 제왕”의 모티브가 되어서 더 유명한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도덕 참고서에 나오는 이야기만큼이나 건전한 것은 아니다. 리디아(서남 아시에 위치한 고대 국가. BC 680-546 )에 사는 기게스라는 양치기 소년(?)이 투명인간이 되는 반지를 얻고, 그 반지를 이용해 리디아의 왕인 칸다올레스를 살해해 왕이 된다는 이야기의 전후 맥락은 비슷하다. 하지만 권력을 얻게 되었을 때, 어떻게 행동을 하는 것이 도덕적인가를 주제로 다룬 어린이용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와는 달리 어른용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에는 훔쳐보기와 보여주기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가 더해져 있다.

칸다올레스 왕은 투명 반지를 가진 기게스를 자신의 신하로 두게 된다. 그리고 기게스에게 자신의 아내인 여왕의 미모를 자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며, 가장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는 혼자 보기 아까웠는지, 기게스에게 투명 반지를 차고 들어와 같이 구경하자고 권한다. 3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투명인간이 되면 여탕에 가보는 것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남성 호르몬의 작동은 기게스에게도 동일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기게스는 왕의 제의에 따라 왕의 침실에서 왕비의 누드를 감상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실을 왕비가 알아챈다는 것이다. ( 여기서 의문이 든다. 도대체 왕비는 투명인간이 된 기게스를 어떻게 발견했던 것일까? 부피가 증가하면 투명도가 떨어진다는 법칙 같은 것이 있는 것인가?.. 하여간.. -.- ) 왕비는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런 노출을 즐기는 왕을 용서하지 못했고, 이에 기게스에게 왕의 살해를 요구하게 되며, 기게스는 왕비의 이런 요청을 받아들여 왕을 살해하고, 왕비와 결혼해 새로운 메름나다이 왕조를 열게 된다.

동서양의 역사 속에서 보여주기의 노출증과 훔쳐보기의 관음증의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 이 사건을 통해, 칸다올레스 왕 (King Candaules) 의 이름을 딴 칸달리즘(Candaulism)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된다. 칸달리즘은 두 사람이 성 행위를 하고 있는 동안에, 제 3의 상대자가 이를 관전하면서 성적 만족을 얻는 경우를 뜻하는 말이다. 앞서 아내와 애인의 누드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의 행위는 칸달리즘으로 쉽게 설명될 수 있다.

명품 초콜릿으로 유명한 고디바 초콜릿.. 맛있을까나.. -.-;;

노출에 대한 어원 연구를 하나 했으니 관음에 대해 건들지 않을 수 없다. 관음증은 영어로 voyeurism, 다른 말로 Peeping Tomism 이라고 한다. Peeping Tomism의 어원은 초콜릿으로 많이 알려진, 고디바의 전설에 등장하는 피핑 탐 ( Peeping Tom )에서 비롯되었다.

1043년 벨기에의 코벤트리라는 지역의 레오프릭 백작은 영내의 거주민들에게 가혹한 세금인상을 하자, 이에 소작인을 비롯한 영내 거주민들은 거세게 항의 한다. 그러나 악덕 지주인 레오프릭 백작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영내 소작인들은 백작의 부인인 고디바 ( Godiva )를 찾아가 하소연을 한다. 고디바는 레오프릭 백작에게 만약 세금 인상을 취소한다면, 자신이 머리카락만으로 몸을 가린 채 알몸으로 백작의 영내를 가로지르겠다고 약속을 하게 된다. 설마 16세의 어린 부인이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백작은 그러겠노라고 약속을 하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백작의 영토 내의 소작민들은 모두 창문을 잠그고, 백작 부인 고디바가 거리를 지나갈 때 부인을 쳐다보지 않기로 결의한다. 고디바는 약속대로 머리카락만으로 몸을 가리고 거리를 지나갔고, 이에 백작은 세금 인상을 취소한다. 이 전설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와 콘벤트리(conventry) 지역에서는 매년 고디바를 기리는 축제를 한다. 세계적인 초콜릿 명품인 고디바는 이 이야기를 컨셉으로 삼아 만든 제품이다.

Lady Godiva by John Collier

여기까지는 다 아는 이야기고, 잘 안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백작 부인이 거리를 가로질러 갈 때, 창문을 살짝 열고 훔쳐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양복 재단사인 탐(Tom)이라는 사람이었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지역 사회의 룰을 깨트렸나 싶은 동정도 개인적으로 있지만은, 하여간 전설에 의하면 탐은 그 일로 인해 눈이 멀게 되는 형벌을 받게 된다. ( 저절로 멀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람들에 의해 처벌을 받아 눈이 멀어 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 여기서 훔쳐보다라는 뜻의 Peeping과 아까 그 톰의 이름을 따서, Peeping Tomism 이라는 관음증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만들어지게 된다.

역사가 이야기하는 “사회의 합의를 넘어서는” 노출증과 관음증의 댓가는 이처럼 크다. 잘못 보여줬다가 목을 잃고 나라를 망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잘못 봤다가 눈까지 머는 형벌을 당하기도 했다. 현대라고 다를 바 없다. 전설 속에서 등장하는 허황된 처벌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형벌 – 예를 들어 벌금 500만원, 징역 1년 같은 처벌이 뒤따른다. 게다가 앞서 이야기했던 칸다올레스 왕이나 탐은 그나마 역사에 이름이라도 남겼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노출과 관음은 이름을 남기기는커녕, 잘못하다가는 범법자가 되어 족보에서조차 파이게 되는 잊혀짐을 얻을지도 모른다.

노출증이라고 하면 여대 앞에서 바바리를 입고 배외하는 일말의 아저씨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관음증이라고 하면 모텔촌이나 으슥한 갈대밭 근처에서 쌍안경을 들고 잠복하는 사람을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그렇게 프로페셔널한 분들만을 노출증과 관음증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성적 만족을 얻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가벼운 노출을 즐기는 사람이나 포르노를 즐겨 보는 사람들을 노출증과 관음증 환자로 규정하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구분지어 버리면, 세상에 노출증 환자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고, 관음증 환자 아닌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 그건 이런데서 따질 일이 아니다. 법 만든 사람이나, 사회적 성적 한계를 규정해 놓는 분들이나, 노출증과 관음증에 대한 정신의학적 규정을 지어 놓은 분들에게 따질 일이다.

미셀푸코 캐리캐쳐

미셀푸코는 “몸은 역사적으로 절대 권력의 의지가 가해지는 곳”이라 했다. “몸”은 권력의 목적에 의해, 권력의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금지되며, 통제되어 왔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노출증과 관음증 기준은 권력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금지하고, 통제하여 왔던 “몸”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이 글에서 권력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라는 말을 썼을 뿐이다. 권력과 사회적 합의는 다른 말이다. 사회적 합의는 권력이 되지만, 권력은 사회적 합의가 아니다. 현재의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단어가 어떤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것은 권력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 그게 진실이라고 믿어서가 아니었다. 권력이 작용한 의지인지,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낸 도덕적 기준인 것인지. 그건 사람들마다의 기준이 다른 일일 테니, 강조하고 싶지 않다. 다만, 저 분들의 처벌이 과장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행여 화를 내실 분이 있을 것 같아 덧붙이자면 “반지의 제왕”과 “고디바 초콜릿”은 낚시 미끼다. 이 정도의 낚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충분히 이유 있는 떡밥으로 인정될 수 있으리라 본다. 인정할 수 없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련다. “이 곳에서는 내가 절대 권력이다. 고로, 이렇게 제목을 정하는 것은 내 맘이다. -.-”
영진공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산하
성역사연구회 과장
짬지(http://zzamziblog.com)

섹스 키트

2005년 5월 3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자고 갈래요?

늦은 밤 데이트를 마치고 집앞에 데려다 준 남자를 향해 “라면먹고 갈래?”가 그렇게 해보고 싶지만 6개월 백수기간의 타격으로 차곡 차곡 모아둔 푼돈들은 죄 날린 처지. 향후 3년 내에 독립이란건 요원해졌다. 일본으로 미국으로 다녀온 친구년들이 호기심에 사왔다가 도저히 간수를 못하고 나에게 양도한 콘돔이니 딜도니 하는 애들은, 덜컥 받아오긴 했지만 열쇠도 없는 서랍속에 불안하게 방치되어 있고. 그 사실이 문득 떠오르는 밤이면 잠도 못자게 불안하다. 아 이 딱한 청춘이여.
처지가 이러하니 혼자살기 10년차인 친구 y양이 어떤 면에선 부럽기도 하다.

내 친구 y양은 항상 침대 옆 서랍 안쪽에 조그만 주머니를 비치해 놓고 산다.
안에 콘돔 몇개, 피임용 질좌제 등이 들어 있는 이름하야 섹스키트. 최근에 선물 받은 딜도도 당당히 들어있다.
y양은 주로 집에서 섹스를 즐기기 때문에 침대 옆 섹스키트는 그녀의 필수품이 되었고 빨간 벨벳으로 되어있는 주머니는 끈을 꽉 땡겨 닫아놓으면 복주머니마냥 졸라 귀엽기까지 하다.
y양이 섹스키트를 비치해 놓은 것은 2002년, 그때 섹스용품을 한 자리에 정리해 놓을 필요성을 느꼈고, 그래서 투명 플라스틱으로 된 상자에 콘돔, 질약, 발기지속제 칙칙이, 바닐라 오일 같은 것들을 넣어 책꽂이 높은 곳에 올려두었다.
그때부터 y양은 남자들이 집에 와서 옷을 벗어 재끼고 덤벼대는 순간, 잽싸게 책꽂이에 달려가 섹스키트를 꺼내들었다고 한다. 어리둥절해 하는 그들에게 키트에서 꺼낸 귀여운 콘돔을 씌여주고는 자자 이제 본게임 한판? 하며 생글거리면 다들 어이는 없어 했지만 그래도 곧 적응들을 했다.
하지만 카오스 이론처럼 y양의 섹스 키트를 본 남자들은 모두 그냥 섹스 파트너가 되었을 뿐, 어느 하나 연인이 되기는 거부했다.
책꽂이로 달려가기 귀찮았거나 아님 콘돔이 떨어져서 “오빠가 약국가서 사와”하며 명령을 했던 사람들은 모두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들을 이어갔지만 첫 섹스에서 키트를 본 남자들은 이왕 선 자지 싸고나 보자는 식으로 섹스를 했지 y양의 준비성을 칭찬해 줄 기색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식당에 가서 맛있게 식사를 한 후 “아까 네 생각이 나서 이걸 사왔어”하며 귤 두어 개를 꺼내는 여자는 사랑할지언정, 결혼 전의 피임과 건강을 위해 방 한 구석에서 콘돔을 꺼내 드는 여자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남자들이다.
“네 몸이 허약한 것 같아서”하며 곰탕을 끓여주며 속으로는 정력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여자는 귀엽다고 봐주면서 잘 안꼴리는 그대를 위해 칙칙이를 뿌려주는 여자는 징그러워 하더라 이말이다.

섹스를 할줄 아는 여자들은 지갑 한 쪽에 콘돔 한두개를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남자의 센스에 감동한다. 그것은 여성에 대한 배려이고, 그 남자가 어른스럽게 섹스를 할줄 알고 책임감 있는 남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외국 영화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서랍을 열고 콘돔을 꺼내들며 하고 있던 입맞춤을 멈추지 않고 콘돔을 끼곤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미혼인 여자가 콘돔을 꺼내들면 “역시 자긴 준비성이 투철해”라기 보다는 ‘그 동안 이놈 저놈 다 대줬나보군’하며 어쩔 수 없이 콘돔을 끼곤 한다.

나는 경구 피임약과 콘돔을 사용하는데 y양은 콘돔 착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요즘에는 피임용 질좌제를 사용한다고 한다. 직접 해보진 않았지만 화장실에 비치해 두고 섹스 전에 간단히 씻으며 삽입을 하기에 비교적 편리한 방법의 피임법인듯 하다.
질좌제가 체내에서 녹은 상태로 들어오는 정자를 함께 녹이는 역할을 하는데, 콘돔도 꺼내들지 않고 질외사정도 요구하지 않는 y양에게 남자들은 아주 자연스럽고 뻔뻔하게 삽입을 한 상태로 묻는다.
“혹시 임신주기는 아니겠지?”
위에서 헉헉대는 그들이 아주 즐거운 표정 뒤에 이 질문을 할 때마다 y양은 따분하게 한마디 한다.
“밖에다 싸”
그럼 멈칫했던 몸짓이 다시 리드미컬하게 바뀌고 y양은 “임신주기는 아니겠지?”라는 무지한 말에 이미 감을 잃어버려 다시 몰입이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런 남자들은 사정 후에 또 나불거린다고 한다.
“자기는 액이 너무 많아서 참기 힘들었어”
y양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속으로 뇌까린다. 니가 들으면 또 기절을 하겠지만 얘야, 그건 액이 아니라 질좌제란다.

콘돔 안끼는 남자와는 자주지도 말라고 그렇게 말을 했건만, y양은 요즘 고기와 풀을 가릴 상황이 아니라며 가끔 이렇게 말도 안되는 내숭을 떨어가며 섹스를 한다고 토로했다. 술잔을 부딛히며 대화를 나눌땐 그렇게 센스있던 남자들도 막상 침대 위에선 콘돔을 챙기는 센스와는 무관했던 거다.
“만약 남자가 지갑 안에서 자랑스럽게 콘돔을 꺼내들고 싱긋 웃는다면, 앨리스야 난 조루라도 참을 수 있어.”
섹스 키트를 정리하는 y양의 표정이 씁쓸하다.

영진공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산하 성진흥연구소
앨리스(blur79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