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박민규 식 후회의 역설







뒤돌아 생각해보면 인생의 고비고비 갈림길마다 어디 한 곳 디뎌 똥물 아닌데가 있었을까? 맞다. 절절한 똥물에 우린 늘 좀 더 나은곳을 바라보고 후회하고 절망하고 도전하면서 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박민규가 절규했던 “프로”의 도전정신으로 발버둥을 쳐 대고 있었다. 아뿔사, 저런, 니미, 조또, 씨발, 젠장, 우라질 따위의 조건부 감탄사를 연발하며(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거의확정적조건부 감탄사) 인생의 갈림길에 대한 후회를 해내고야 말지 않았던가? 우리의 근엄한 대한교과서, 지령1호는 바둑아 놀자, 영희야 놀자 였건만 이 땅 어디에 한뛔기 놀만한 땅 한번 있던적 있더냐?

 

 

스포일러 듬뿍이라능 !!!!!

1.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자본주의의 노동갈취 공식인 프랜차이즈를 벗어나는 방법은 안싸우는 것이듯 『나비효과』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은 안후회 하는 것이었다.

2.
극장판대신 디렉터스 컷을 보긴 했어도, 이 영화가 왜 혹평 일색이었는지 대충 눈치 깔 수 있었다.

영화의 한줄 요약은 이렇다.
“씨바, 암만 발버둥 쳐봐야 지금 최악이라고 느낀 상황이 최선이다!”

아, 이 얼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후달리는 소리더냔 말이다.

에반은 과거의 상처에 고통받는 캐릭터다. 그는 어린시절 성추행을 당했으며 폭탄으로 살인(미필적 고의)도 저질렀고, 폭행, 흡연은 물론 살인의 충격으로 인한 친구를 정신이상으로 몰고가게 한 주인공이다.

두둥~ (이건 에반의 극도로 불안한 과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나온 ME로 이해해 주시면 된다)

이제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후회를 하나씩 되돌려 놓는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더욱 비참해지는 과거이며 그 과거를 또다시 돌려놓기 위한 과거로의 여행은 에반을 더욱 깊숙한 파멸로 몰고갈 뿐이다.
(극장판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고 한다만 디렉터스 컷에서는 자궁속으로 들어간 에반이 탯줄로 목을 감아 자살함으로써 뱃속에서 유산되는 걸로 끝난다.)

3.
노력과 경쟁만을 강요하는 세상.
대립과 제로섬게임에 익숙해진 자본주의의 속성은 이땅의 피지배계급에게 ‘로또도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황망한 환상만 마약처럼 공급하는 중이다.
박민규는 차라리 버리면서 사는게 자본주의를 이기는 길이라고 이야기 했고 나비효과는 아무리 후회해봐야 지금 이상은 없다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유려하게 곱씹어 낸다.

결국, 우리는 지금은 만족하던가, 지금을 내던져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닝기리~ (이건 임계점을 목전에 둔 사회에 대한 비아냥조의 후렴구로 이해해 주시라)

이런 후달리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후벼내는 영화에 미국 평단의 혹평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쓰레기, 과다한 폭력, 변덕스러운 각본, 코메디 쯤으로 치부하기엔 영화가 너무 좋다.

4.
문제는 아직 살아내야할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있어야 하느냐다 …

영진공 그럴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