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입자”가 뭐임? 먹는 거임??

 

 

 

 

 

 

 

세상은 뭘로 만들어졌을까를 풀어내면 세상의 법칙을 알 수 있을까요?
말하자면 신의 법칙, 그걸 알 수 있을까요?

 

뉴튼이 고전 물리학을 만들었을 때 인간은 미래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죠.
쌩쌩 달리는 자동차의 현재 속도를 측정하면 몇 분 후에 어느 위치에 도달한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하지만 뉴튼의 고전물리학이 우리 일상생활의 차원에서는 딱 들어맞지만,

우주적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때, 짜쟌, 아인슈타인이 나와서 상대성 이론으로 우주적 차원을 설명하지요.

 

 

 

 

근데 또 문제가 생깁니다.

 

실험 기술이 발달하면서 원자 단위까지 실험을 할 수 있게 되자,
상대성 이론이 미시 세계에서는 들어맞지 않는 거지요.

예를 들어, 아래의 이중 슬릿 실험 같은 거지요.

 

 

 

 

 

위 영상은  “What the Bleep Do We Know!?: Down the Rabbit Hole”(2004) 

 http://youtu.be/ktE_BaTVyiQ  이라는 다큐에서 잘라낸 부분인데,

그 다큐는 결말이 좀 어처구니 없다는 …

암튼 이런 때 양자 역학이 나타나서 이 미시 세계를 설명하지요.
양자 역학은 정말 너무 오묘하고 이해불가능해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게 그 예지요.

 

 

양자역학에 의하면, 미시적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그 사건이 관측되기 전까지는 확률적으로밖에 계산할 수가 없으며 가능한 서로 다른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슈뢰딩거가 제안한 이 사고 실험은 우연적으로 일어나는 미시적인 사건이 거시적 세계에 영향을 미칠 때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하나의 패러독스로서 거론된다.

 

이 사고 실험에는 알파입자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한다. 고양이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상자 속에 들어있고, 이 상자는 독가스가 들어있는 통과 연결되어 있다. 독가스는 벨브에 가로막혀 상자 속으로 들어갈 수 없으며, 독가스가 든 통 역시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되어 벨브가 열리는지 볼 수 없다. 이 벨브는 방사능을 검출하는 기계 장치와 연결되어 있는데, 그 기계 장치는 라듐 등이 붕괴하며 방출한 알파입자를 검출하여 벨브를 연다.

 

벨브가 열린다면 고양이는 독가스를 마셔 죽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 라듐은 단위 시간 당 50%의 확률로 알파붕괴하도록 세팅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단위 시간이 흐른 후에 고양이는 50%의 확률로 살아 있거나 죽어 있을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슈뢰딩거의 고양이” 

 

 

 

 

근데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이렇게 여러가지여도 될까요?

게다가 이전에 확인되지 않던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가 과학자들에 의해 속속 발견되고 있는데 말입니다.

분자, 원자, 전자, 핵 … 뭐 이 정도였는데,

핵을 쪼개니까 양성자, 중성자 … 요걸 또 쪼개니까 쿼크가 나오고,
또 쿼크들을 묶어주는 중간자들이 나오고 … 쿼크도 종류가 다양하고,
뭐 이것저것 많더란 말이죠.

 

그런데 과학자들은 얘네를 본 적이 있느냐?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실험 결과 수치상으로 나올 뿐이죠.

 

암튼 이 정도까지 가다 보니 새로운 힘들이 발견됩니다.
그 전에는 중력과 전자기력 뿐이었는데 미시 세계로 내려가니까
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주거나 밀어내는 힘들이 있단 말이죠.

 

 

 

 

그걸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라고 부른대요.
핵폭탄 만드는 원리입니다.

 

여튼 그래서 세상에는 네 가지 힘이 존재합니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핵력.

근데 이 힘들에는 공통점이 없어요.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도 다 다르고
세상에 존재하는 힘들도 다 다르면 이게 뭐 일케 복잡해!

 

오캄의 면도날. 단순한 게 정답이다!!!
… 라는 취지로 아인슈타인이 이 모든 이론과 힘들을 하나의 이론 안에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게 일명 통일장 이론이지요.

 

그래서 이 취지 아래 과학자들이 연구를 합니다.

하다보니 물질의 구성요소는 총 17가지.

중성미자, 경입자, 업 쿼크, 다운 쿼크 등등등 많고
네 가지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이 다 있더라 … 뭐 그런 것이죠.

 

게다가 우리는 4차원의 공간에 살고 있는데(3차원+시간),
위의 여러가지 이론을 하나로 합치려고 하니 4차원으로는 해결이 안 돼요.

그래서 수학적인 해결을 위해 차원을 하나씩 늘리다 보니,
이 통일장 이론에서는 11차원이 등장합니다.

 

 

 

 

결국 세상은 17가지 기본 입자와 11가지 차원으로 이루어졌다!!!!
… 는 게 바로 이 이론이고 이 모델을 표준 모형이라고 부른다네요.

 

문제는 17가지 기본 입자 중에 마지막 하나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그게 바로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입자입니다.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라는데,
과학자들이 여러가지 방정식을 만들고 실험을 했는데,
저 입자들에는 질량이 없어야 계산이 떨어지는데,

실제로는 질량이 관측된단 말이죠.

 

그래서 그럼 질량을 매개하는 입자도 있지 않겠느냐 상정하고,
계산기 두드리니까 이론적으로 맞는 겁니다.
근데 발견되질 않는 거죠.

 

그래서 노벨상 받은 어떤 과학자가 십여년 전에 이 과정을 책으로 썼는데요.
책 제목이 갓뎀 파티클. 좆같은 입자였던 거지요.
하도 안 나타나니까 갓뎀이라서.

 

근데 출판사에서 이 갓뎀을 갓으로 바꿔서 갓 파티클로 출판합니다.
그래서 힉스 입자가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갖게 됐지요.

 

 

 

 

문제는 이제 완벽한 표준 모형을 만들었으니 신의 법칙을 발견한 것이냐?

근데 최초 이 표준 모형의 기획은 단순하게!였거든요.
하지만 이 결과가 과연 단순한가?
그리고 이 모형 안에서는 중력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ㅆ ㅂ 그럼 이게 뭐야.

세상을 단순하고 간단하게 설명하자는 노력이,
이것저것 갖다붙인 누더기 같다고 할까요?

 

그리고 비슷한 발표를 자꾸하는 CERN에 대해 부정적인 관측들이 있더군요.
* CERN (Conseil Europeen pour la Recherche Nucleaire, 유럽 입자물리학 연구소 )

 

작년에도 힉스 발견했다 어쨌다 떠들었는데, 또 하는 걸 보니,

이게 유럽 경제 위기 오니까 연구비 받아내려는 목적 아니냐는 추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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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아직은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신의 입자는 커녕 신의 비듬도 아직 못 봤거든요.

요번에 발견된 입자가 힉스인지 아닌지는,
CERN에서 좀더 분석해보고 연말에나 발표한다네요.

 

그나저나 어서 빨리 발견되었으면 하는 입자가 있는데 말이죠,

유명모델이나 제수씨 등 가릴 것 없이 발휘되는 바람기의 근원인,

긱스 입자 말입니다.

 

이름도 비슷한데 … 힉스, 긱스 … Giggs, Higgs … 흠,,,

 

 

 

영진공 긱스워너비

inspired by 철구’s memo

 

 

 

 

 

 

 

 

 

 

 

 

 

 

 

 

 

 

 

 

 

 

 

 

 

 

 

 

 

 

 

When We Two Parted (1)




김씨는 경찰서 유치장에 있었다. 박기호 기자는 김씨의 이야기를 ‘정보 보고’ 했다.


 


<16일 오후 서대문구 파출소에서 김모씨(남,34) 난동 피움. 무단으로 경찰 업무용 컴퓨터를 사용하려다가 이를 제지하는 경찰을 구타함. 한 달 전 애인이 사라졌는데 주변 사람 누구도 자신의 애인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여자를 사귀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해 사라진 애인의 신원을 확인하고자 이 같은 일을 저지렀다는 경찰 설명. “나는 귀신과 사귄 게 아니다”라며 소리쳤다 함. 현재 공무집행 방해로 조사 중.> 



 


하지만 데스크는 관심이 없었다. 김씨의 이야기에 사실 박기호는 첫사랑을 생각했다. 박기호는 첫사랑과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이별하게 됐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굳이 기억하려 한다면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냥 바래지게 놔두고 살았다. 바래지자 첫사랑인지 뭔지도 희미해졌다. 그저 기억의 느낌만 남았다. 5월의 햇살이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거리 위에 벚꽃잎 몇 장이 나뒹굴었다. 분홍빛으로 만발해 지천을 물들이던 꽃이 이젠 얼룩처럼 몇 점 보도블럭 위에서 부대꼈다. 박기호에게 남은 첫사랑의 기억은 그런 것이었다. 박기호에게는 김씨의 이야기도 그런 것이었다. 김씨는 감성이 짙은 단어를 사용해 이야기했다.


 


여자는 외국에서 공부했어요. 영어 뿐 아니라 불어, 독어도 능통했어요. 하얀 팔뚝은 달빛 내린 뒷산마냥 눈부셨는데 그 팔에 들린 책들의 저자는 벤야민이나 들뤼즈 혹은 이정우였어요. 물론 저는 그들이 누군지 모르죠. 술을 먹고 돌아오는 새벽 길에서는 영어로 된 시를 읊어주기도 했어요. When we two parted in silence and tears, Half broken-hearted to sever for years. 물론 저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것이 사랑에 관한 시라는 사실은 단박에 알 수 있었어요. 술 기운이 도는 여자의 입술은 그녀의 속살처럼 부끄러워 했고, 그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싯구는 인적 드문 거리에 안개 젖은 강을 펼쳤으니까요. 저는 그 강을 군 시절에 봤어요. 강 건너편은 키 큰 억새가 넘실대고 그 위로 별들이 쏟아졌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 위에 쌓였던 별들이 사방으로 튕기며 복작거렸죠. 적은 그곳에서 온다고 중대장은 항상 말했어요. 그 억새가 소리를 내며 휘청일 때마다 적들의 발자국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것이라고 중대장은 항상 말했어요. 별을 뿜어대는 억새밭을 바라보며 적의 모습을 찾는 것이 저의 임무였지요. 그래서 저는 별이 쏟아지지 않는 흐린 날과 강 너머가 보이지 않는 안개 낀 날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여자의 시가 우리가 걷는 길 앞에 바로 그 강을, 안개 낀 그 강을 펼치곤 했지요. 저는 편안했어요. 그리고 언젠가 싯구의 뜻을 알고, 그 안개를 걷어내면 멀리 다시 별을 뿜어대는 억새가 찬란하게 넘실댈 것 같았지요.
 




그래서 영어를 공부했어요. 아침 일곱시 반에 현장에 나가면 오야지는 공구리 판넬 좀 옮기라고 말했어요. 밤새 영어책을 들췄던 제가 판넬이 아니라 패널이라고 대답하면 오야지는 데모도 자리도 못 구해서 데마찌 하고 싶냐고 되물었어요. 기리빠리와 사보로꾸와 시하찌와 각종 세끼다를 옮기다 보면 전날 공부한 영어 단어들은 머릿속에서 흩어지곤 했지요. 저는 데마찡으로 먹고사는 하루살이 노가다였어요. 일을 끝내면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죠. 허름한 다세대 주택의 페인트 떨어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늦은 저녁을 혼자 차려 먹고, 아무렇게나 설거지를 팽개치고, TV를 켠 채로 담배를 피우다, 무거운 엉덩이를 떼 욕실에 들어, 땀에 절은 몸을 씻고, 벌써 서너 번은 썼을 법한 수건을 빨래통에 던지고, 느릿느릿 방에 들어오면 여자는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 빛을 받으며 창가 의자에 앉아 있곤 했어요. 봉지 커피를 나눠 마시며 오늘 하루 일을 이야기하고, 어제 일을 다시 이야기하고, 지난 달 일을 재차 이야기하고, 이번 달 여자의 벌이와 저의 벌이를 합쳐 생활비를 계산하다 보면 여자는 갓 따온 복숭아처럼 붉어졌지요. 여자의 솜털 사이로 바람이 불고 입 안에서는 향기가 났어요. 목울대 너머에서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는데 그때마다 여자의 눈동자 아래로 깊은 우물이 생겼어요. 그 어떤 빛도 탈출하지 못할 만큼 우물은 안으로 안으로 어둠이었고, 그 어둠의 끝은 알 수도 없지만 알아도 제가 이해하지 못할 수많은 것들로 고요했어요. 여자의 울대 안에서 요동치는 말발굽 소리와 여자의 눈동자 안으로 가라앉는 고요에 안겨 저는 매일 잠들었어요. 그때 여자는 또 시를 읊곤 했지요. A shudder comes o’er me, Why wert thou so dear? They know not I knew thee, Who knew thee too well. Long, long shall I rue thee, Too deeply to tell. 물론 저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육 개월을 들었으면 외울 만하잖아요. 







<계속>



영진공 철구


아직은 기회가 남아있기를 소망하며

지구는 멸망한 듯 보인다. 동물은 사라졌고 작물은 자라나지 않으니 사람은 먹을 게 없다. 남은 먹이는 사람 뿐이다. 코맥 맥카시가 창조한 지옥 ‘더 로드’의 풍경이다.

아비와 아들이 남았다. 자신들을 먹이로 삼으려는 사람 앞에서 아비는 한 알 남은 총을 겨눈다. 그러나 그 사람의 굶주림을 짐작하는
아들은 남은 통조림을 건넨다. 아비의 총과 아들의 통조림. 코맥 멕카시의 지옥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아비의 총과 아들의 통조림 사이에 있다.




진보’와 ‘보수’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것은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동물들이 사는
세상은 아비의 총처럼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이 지배한다. 그것이 동물 세계의 규칙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여야 하고 이겨야 한다.
인간은 동물이기에 그것은 인간의 규칙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이기만 한 것일까?


적자생존이라는 말은 진화론에서 나왔지만 다윈은 인간에게는 적자생존을 넘어선 ‘사회적 본능’이 있다고 말했다. 동류에게 건네는
통조림과 같은 본능. 그것은 동물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 인간만의 감정이다. 동물이지만 동물과는 또 다른 감정을 지닌 인간.
‘진보’와 ‘보수’는 여기서 갈린다. 인간은 동물일 뿐이라며 동물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보수’이며 인간은 동물의 규칙을
넘어선 인간만의 규칙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진보’인 것이다. 하지만 ‘감정’이나 ‘믿음’은 과학이 아니다. 다시 말해
불확실한 것이다. 인간은 이 믿음을 변하지 않는 ‘진리’의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더 로드’는 인간의 본능은 ‘진보’에 가깝다며 결론 맺는다. 하지만 내가 사는 세상은 그렇지 않다. 다행히 ‘더 로드’와 같은 지옥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나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남아 있다.

영진공 철구

맞춤법이 뭐야? 먹는 거야?

인터넷에서 ‘소통’을 할 때 반드시 맞춤법을 지켜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일부러 새로이 글과 말을 만들어 써야 ‘쿨’해 보일 까닭은 더욱 없지 않을까.

자신의 논리를 글로 보여줌에 있어 잘 갖춰진 맞춤법이 받쳐준다면 금상에 첨화까지는 아닐지라도 그 글의 무게가 더욱 단단해짐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글을 적을 때 자주 헷갈려하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으니 이를 널리 알려 세상에 이롭게 하려 함이니라 … (응?) 

* -게

‘것이’의 준말일 경우에는 띄어씁니다.

밥 먹게 비켜라 : 요건 어미이므로 붙여쓰고

먹을 게 없냐? : 요건 ‘것이’의 준말이므로 띄어쓰고

* -만하다

‘만하다’는 이대로 기본형이므로 붙여 씁니다.

먹을 만하다 : ‘먹을만 하다’가 아닙니다.

  • ‘만’은 조사, 의존명사로도 쓰입니다.
    의존명사일 경우 띄어쓰고, 조사일 경우 붙여 씁니다.
    시간을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 한정/제한/강조를 나타낼 때는 조사입니다.

하루 만에 나타났다 : 시간을 나타내는 의존명사
밥만 먹는다 : 강조하는 의미의 조사

  • 이외 ‘만하다’와 비슷한 단어들이 ‘척하다’ ‘듯싶다’ ‘양하다’ 등입니다.
    이 단어들은 ‘척 하다’ ‘듯 싶다’ ‘양 하다’가 아닙니다.

바보인 척하다 (척 하다 X), 바보인 듯싶다 (듯 싶다 X), 바보인 양하다 (양 하다 X)

* -데

이 놈도 어미와 의존명사로 쓰입니다. 어미일 때는 붙여쓰고 의존명사일 때는 띄어씁니다.

밥 먹는데 방해하지 마라 : 어미라 붙여 씁니다.
밥 먹는 데가 어디냐? : 장소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니 띄어 씁니다.

비슷한 예로 ‘-지’도 있습니다.

그가 날 좋아할지 모르겠다 : 어미이니 붙여 씁니다.
그가 날 좋아한 지 오래됐다 : 시간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니 띄어 씁니다.

‘오래됐다’도 ‘오래 됐다’가 아닌 ‘오래되다’란 기본형이므로 붙여 씁니다.

* -데/-대

‘난 밥 먹었는데’ VS ‘난 밥 먹었는대’
‘엄만 밥 먹었데’ VS ‘엄만 밥 먹었대’

어느 게 맞을까요?
자기 경험을 말할 때는 ‘-데’, 남의 경험을 전할 때는 ‘-대’입니다.
그래서 위는 ‘난 밥 먹었는데’가 맞고, 아래는 ‘엄만 밥 먹었대’가 맞습니다.

* 못하다

‘술을 못 먹는다’에서 ‘못’은 부사이니 띄어야 하지만 ‘술을 못하다’는 ‘못하다’ 자체로 형용사이니 붙여 씁니다.

비슷한 예로 ‘못살다’ ‘잘살다’ ‘잘하다’ 등이 있는데 이 단어들은 그대로 기본형이니 ‘못’이나 ‘잘’을 띄어쓰면 안됩니다.

나는 못살았다 : 나는 가난했다는 뜻입니다.
나는 못 살았다 : 나는 살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 ‘들’

사람들이 많다 VS 사람 들이 많다
개, 돼지, 소들이 많다 VS 개, 돼지, 소 들이 많다.

각각 어떤 게 맞을까요?
위에는 ‘사람들’이 맞고 밑에는 ‘소 들’이 맞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을 나열할 때 붙는 ‘들’은 명사이고 위에는 그냥 복수를 나타내는 접사이기 때문이죠.


아래와 같은 문장을 읽는다고 치면

옷이 더럽다
옷 안이 더럽다

어떻게 차이가 있을까요?

[오시 더럽따]
[오단이 더럽따]

이렇게 읽어야 바른 읽기가 됩니다.
‘옷’ 다음에 똑같이 ‘ㅇ’이 오는데 발음이 달라집니다.
위에서는 ‘ㅅ’ 아래서는 ‘ㄷ’으로 읽어야 하는 겁니다.

우리말 쉽지 않습니다.
속어, 비어를 사용하더라도 최대한 어근을 살리는 센스를.

  • ‘장자연 리스트가 도는 군요 X’ … ‘도는군요 O’

영진공 철구

도박 -1,2

1.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과 갚을 수 없는 사람을 구별하는 일은 책에서 글자와 종이를 구별하는 일처럼 간단하다. 척 보면 안다. 그는 돈을 갚지 못할 사람이다. 그의 표정은 아물거리는 안개처럼 떠다니고 그의 동선은 차에 치인 유기견처럼 기신댄다. 그래도 나는 그에게 돈을 빌려줄 것이다. 금세 빚은 원금에 이자에 이자에 이자가 붙어 결코 그가 갚을 수 없는 크기로 불어날 터이고, 나는 그 빚의 사십 프로를 할인해서 오거리 김사장에게 양도하면 끝이다. 그것만으로도 빌려준 원금에 은행 이자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챙길 수 있다. 그 후 오거리 김 사장은 원금에 이자에 이자에 이자가 붙어 늘어난 빚에 다시 이자에 이자에 이자를 붙인 금액을 동생들을 시켜 받아낼 것이다. 더 이상 그를 짜낼 수 없다면 산간마을에서 가난한 소작을 치고 있을 부모, 형제, 친척들을 찾아가 협박할 것이고, 그의 이름으로 가능한 거의 모든 대출과 깡을 받아낼 것이고, 신체포기각서를 쓰게 할 것이고, 고깃배에 넘겨버릴 것이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반전시킬 수 있으리라 믿으며 내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을 테지만 나는 안다. 그의 운명은 이미 끝났다.  

표준약관을 준수할 것을 확약하며 이외의 것은 일반 관례로 해결하며 분쟁시 채권자의 결정에 따른다. 그는 조악한 법률 용어로 포장한 사악한 대부 계약서를 읽는다. 계약서를 읽는다고 돈을 안 쓰는 사람은 없었고, 그도 여느 사람처럼 담배를 한 대 물더니 채무자 이름 옆에 힘차게 도장을 찍는다. 이천오백만 원. 고철구. 이제 그가 자신의 남은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다. 사채빚 이천오백만 원을 어디다 쓰느냐, 어디다 쓰고 삶으로부터 지워져 가느냐이다. 


2. 

 

고철구는 은하장 여관 305호에 장기를 끊고 살았다. 처음에는 월 삼십만 원을 내고 405호에 살았는데 육 개월이 넘어 진짜 장기가 되자 여주인은 월 숙박비를 이십칠만 원으로 낮춰주면서 말했다.  


“대신 305호로 옮기쇼. 욕조에 물 받아 놓고 빨래하면 수도세를 감당 못하요. 305호는 욕조가 없응께.” 


여주인은 카운터 쪽유리 너머에서 화투점을 떼고 있었다. 흑싸리에 오동을 잡았으니 여관바리 손님이 꽤 들 운세였다. 옮긴 방 또한 십 리터 냉장고, 십사 인치 TV, 나일론 이불이 전부였고 옆 건물이 하필 삼층이어서 창을 열면 벽만 보였다. 발돋움을 한 채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야 건물 틈 사이로 풍경이랄 게 걸렸다. 그 풍경 또한 어지럽게 연결된 전봇대 하나와 가끔 지나가는 자전거뿐이었다.  


옆방, 그러니까 304호에선 이틀에 한 번 꼴로 여자 신음소리가 새나왔다. 처음에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벽에 귀를 대고 수음을 했다. 상상의 밑천조차 곤고해서 주로 이혼한 아내, 전주 대명동 미스 송, 여관 여주인을 떠올렸다. 여자의 교성은 그의 수음보다 오래 갔다. 바지를 추스르고 담배를 피울 때면 그 교성은 멀리 닿지 못하는 오지의 풍문처럼 허름한 여관방을 떠다녔다. 풍문처럼, 그 소리를 귀에 담아도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얼마 후 그는 그 교성이 같은 여자의 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리에 묻어나는 흥분과 열기가 진심일 때도 있었고 아닐 때도 있었지만 소리의 주인은 한 여자였다. 낮이면 그 여자는 크게 볼륨을 올려놓고 TV, 주로 드라마를 보다가 TV 소리를 밀치며 씨펄이라고 외쳤고, TV 소리에 숨어 끅끅 울었다. 누워 있다가도 그 울음소리가 들리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고장에 흘러 들어온 것처럼 다른 곳으로 다시 흘러 들어갈 수도, 이곳에 고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가진 돈은 말라가고 있었다. TV 소리에 숨은 옆방의 울음소리를 추려내 듣고 있노라면 그의 방에 노을이 내리고 썰물이 들고 안개가 찼다. 변 부장의 전화는 일주일 전부터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응답만 지려댔다. 


그날. 옆방이 소란스러웠다. 또 여자의 달뜬 교성이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방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고 남자들의 음탕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씨발 뭐하자는 플레인데요?” 

여자의 목소리는 앳되었다.  

“괜찮아. 내 친구들이야.” 

“그냥 하던 거 해.” 

“우린 옆에서 얌전히 술 먹고 있을게.” 

여자의 목소리가 자르랑 흔들렸다. 

“돌리려고?” 

“왜? 안돼?” 

“너 칠수 친구들하고도 강강술래 탔다며?” 

“그럼 두당 오만 원씩 더 얹으세요.” 

“쑈 까네. 씨발년.” 


그날 밤 더 이상 여자의 교성은 들리지 않았다. 가는 빗줄기가 유리창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묵힌 곰팡내가 여자의 교성을 대신해 텅 빈 그의 방을 흘러 다녔다. 남자들의 삿된 숨소리와 웃음이 종종 이어졌고 다시 문 여닫는 소리가 그 뒤를 잇더니 정적이 찾아왔다. 정적은 무겁고 가무레해서 가여웠다. 도시는 높은 인구밀도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 간 경계선 거리를 지키지 않고 덩굴처럼 뒤엉켜 땅 위에 솟아나 있었지만 해괴하게도 사람이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수백만의 인구는 행정 문서에만 존재했고 사람들은 각자의 정적에 들어앉아 나오지 않았는데 그 정적은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그 정적 속에서 빗물이 들이치도록 창을 열어놓은 채 잠들었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었을 때는 새벽 네 시가 넘어 있었다.  

“담배 세 가치만 빌려줘요.” 

옆방, 304호의 목소리로 여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목소리처럼 앳된 얼굴이었다. 여관 복도 야간등의 짙은 명암이 여자의 얼굴에 닿자 이마의 여드름이 더 돋아나 보였고 웨이브가 풀린 단발이 부산스러웠다. 외국 배우 사진이 천격스럽게 프린팅 된 하얀 라운드 티는 길게 늘어져 적벽돌 색깔의 반바지를 다 덮고 내려왔다. 여자는 고개를 숙여 앞 터진 슬리퍼 사이로 나온 자신의 발톱만 내려다봤는데 발톱에는 까만 매니큐어가 덮여 있었다. 여자의 차림은 확실히 여자의 질감과 겉돌았다. 여자의 나이가 궁금했고, 왜 하필 세 개비인지가 궁금했지만 잠자코 웨죽웨죽 담배를 꺼내줬다.  


그는 문을 닫고 들어와 담배를 피웠다. 여자도 벽 너머 옆방에서 그가 건네준 담배를 피우고 있을 것이었다. 헤어진 아내가 데리고 간 딸이 지금 열여섯인지 열일곱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여자의 교성을 들으며 수음을 하던 지난밤들의 욕정이 문득 무기력했다. 딸과 아내가 떠난 뒤 제초제를 들고 찾아간 목포 갓바위에는 멀리 물러난 바다만큼 검은 개펄이 드러나 있었다. 개펄 위를 펄떡이는 망둥이가 빙렬처럼 땅거미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는데 석양에 반사돼 반짝이는 망둥이의 등허리가 어찌나 많고 찬란한지 그는 제초제를 마실 수 없었다. 철썩철썩. 철썩철썩. 망둥이가 짧은 앞지느러미를 튕기며 은하장의 낡은 벽을 타고 삼층까지 기어올라 빗물처럼 그의 방 유리창으로 밀려들었다. 여자는 세 명을 받았을 것이다. 이 망둥이들이 여자의 방도 방문했을까 궁금해하며 그는 담배를 비벼 껐다.  

 


 

 

영진공 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