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기도회에서 느낀 네가지 유감

2004년 10월 05일
구국의 소리

1. 한겨레
‘…돌출행동을 벌였으며…행진을 시도하면서 이를 막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10월 4일 시청앞 광장에서 있었던 집회의 풍경을 한겨레는 이렇게 보도했다. 대체로 평화적으로 끝난 그 집회를 과격시위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역력한 대목. 인공기를 불태우는 등의 행위가 왜 ‘돌출행동’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 사회에서 그 정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화기로 불을 끈 경찰의 행동이 오히려 문제가 있었으며, 민간 사회에 적응이 덜된 재향군인 몇 명의 행동을 전체로 확대시키는 보도 역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을지로 일대에서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걱정하는 자세, 이게 바로 조선일보가 파업 때마다 써먹는 수법이다. 올 봄의 탄핵 반대 집회 때는 그럼 교통정체가 없었던가?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시위에 시민들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교보문고를 비롯한 인근 상점들이 매출이 떨어져 울상을 지었지만, 그럼에도 그때 한겨레는 감격에 겨운 듯 촛불시위 장면을 보도하지 않았던가.

시청 앞 광장은 어느 특정 정파의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그 거리에 서서 자신의 주장을 소리높여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집회의 주체에 따라 논조가 바뀌는 한겨레의 보도는 그래서 유감이다.

2. 자발성
이번 집회는 순복음과 금란교회 등 대형 교회들이 주축이 되었다고 한다. 보수단체가 10만명을 모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첫 번째는 작년 3월 1일-두번 다 대형 교회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순복음의 조용기 목사는 신도들에게 모임 참가를 독려했고, 대절 버스를 동원해 신도들을 실어날랐단다.

난 그 교회 신도들이 평소 얼마나 정치적인 소신이 뚜렷했는지 의문스럽다. 목사가 가라고 하지 않았다면, 버스를 대절하지 않았다면 자발적으로 시청 앞에 나갔을까? 별로 그랬을 것 같지 않다. 버스대절, 사실 이거 문제가 많은 거다. 탄핵반대 집회 때 열린우리당 당원이 버스 한 대를 대절한 걸 가지고 난리 굿을 했던 보수 진영이 한 대도 아니고 수십, 수백대를 동원해 군중들을 실어나를 수가 있는가. 탄핵반대 집회 때 모인 군중들이 다들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에 모인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그렇다. 우리나라 보수는 자발성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란다. 교회 측의 동원력을 빌리지 않았다면, 올 봄의 탄핵 찬성 집회 때처럼 나이드신 분들 몇백명이 인도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었을 거다. 내 주위 사람 중엔 노무현을 김정일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들 중 한명이라도 시청 앞에 나갔다는 사실을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젊은 보수는 다 죽었는가? 마음 속으로 정치적 신념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한데 모여 세를 과시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들과, 아무 생각없는 교회 신도들에게 큰일을 맡길 셈인가. 자발성이 없다는 것, 내가 보수 단체들에게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3. 시각
어제는 다들 출근하는 날이었다. 추석 연휴 때문에 주말까지 쉰 사람들도 모두 다. 회사에 가서 적응도 하고, 밀린 일도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그런 날 오후 세시 반에 어떻게 집회를 할 수가 있담? 한가한 거야 알겠지만 그렇게 티내면 ‘보수 애들은 다 실업자’란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탄핵반대 집회 때도 그런 말이 나왔다. 오해를 살까봐 퇴근시간 이후,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모임을 가졌었는데도 모 의원님들께서 “탄핵반대 집회에 나가는 애들은 다 실업자”라고 폭로하지 않았던가. 그 바람에 뜨끔해진 실업자 분들은 모임에 누를 끼칠까봐 집회에 안나가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수 쪽은 왜 하필 월요일 오후 세시 반인가? 교회 예배 때문에 일요일이 안된다면, 최소한 퇴근 후에 달려갈 수 있게 일곱시 정도에 모임을 시작해야 할 게 아닌가.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십만인파의 모습은 구국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더불어 우리나라 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줬다. 실업자라 하더라도 그렇게 티내지 말았으면 좋았을텐데, 이게 내가 그 모임에 가진 세 번째 유감이다.

4. 부시?
마이클 무어의 발랄한 말에 기대지 않더라도, 부시가 또라이라는 건 세계 모든 사람이 안다. 세계의 패권국을 누가 다스리는가는 우리같은 변방의 나라일수록 더 중요한 법, 부시 덕분에 우리는 이라크에 파병을 했고(노무현의 책임을 부정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지금 테러의 위협에 몸을 떨고 있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부시가 중동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9.11 테러가 발생했을까? 그럼에도 아무 생각없이 사는 미국인 일부는 부시를 지지하며, 이번 대선에서 또 찍겠다고 한다.

미국 애들은 그렇다 쳐도, 부시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시달림을 겪은 우리나라만은 부시를 지지하면 안되는 법, 하지만 어제 집회에서는 부시와 함께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를 구하자는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아니 왜 박근혜나 최병렬, 정형근이 아니라 부시인가? 무식하기 짝이 없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싸움과 영어밖에 없는 부시를 연호하는 건, 보수단체 스스로 자신들이 또라이임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안그래도 아는 게 없다고 비판받고 있는 우리나라 보수, 제발 좀 참아달라. 보수가 보수다워야 나라가 바로서지 않겠는가. 다음 집회 때는 꼭 당신들의 능력을 보여 주시길.

영진공 안전기획부 부장
서민(bbbenji@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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