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Office 09. 24 ~ 26, 2004

2004년 09월 30일
수출입공사

예상대로 『포가튼』이 1위에 올랐습니다. 소니 라인이 배급한 『포가튼』은 이전 포스트에서 말씀드렸듯 『적과의 동침』, 『머니 트레인』, 『리턴 투 파라다이스』 등을 연출한 “조셉 루벤” 감독의 신작이고, “줄리안 무어”가 주연을 맡은 SF 스릴러입니다. 평론가들의 평점은 그리 좋지 않지만, 약 3,100개가 넘는 극장에서 개봉해 스크린 애버리지 6천 8백불에 달하는 성적으로 총 2천만불을 넘김으로써 비교적 선전했습니다.

『베니와 준』이라는, 좋아하는 사람은 최고로 추켜세우고 싫어하는 사람은 유치뽕이라고 펄쩍 뛰는 컬트영화(저는 어느 편이냐하면, 매우 좋아하는 쪽입니다. ^^)를 보았던 10년 전부터 “줄리안 무어”를 좋아했습니다. 전통적인 미인은 아님에도 그녀는 언제나 제 눈을 끌었고,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폴 토머스 앤더슨” 영화에선 특히나 영롱한 빛을 보여주었죠. 그런 그녀가 비수기이긴 해도 박스오피스 1위 영화의 주인공이라니, 아무리 『한니발』의 전적이 있었다곤 하지만 역시나 기분이 이상합니다. 제게 그녀는 여전히 ‘스타’와는 거리가 멀며, 자신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추호도 못 하고(아직도 ‘못생긴 소녀 컴플렉스’를 완전히 떨쳐버리진 못했을 걸요.), 연기와 아이 키우기에 열중하는 전문직업인이거든요.

이전 포스트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최근 MGM을 사실상 인수하기로 한 소니는 올해 『스파이더맨 2』의 대성공(『슈렉 2』 바로 다음으로 역대 미국영화사상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습니다)과 자회사 중 하나인 스크린젬을 통해 배급한 영화들의 계속된 성공으로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워낙 투입되는 자본의 양이 막강하고, 새로운 소니 브랜드의 이미지 향상 효과(기존 ‘콜럼비아 트라이스타의 이미지는 아무래도 워너나 폭스에 밀리는 느낌이었죠)가 있다보니 영화판의 힘겨루기 양상이 또다시 사알짝 바뀐 듯한 느낌입니다. 어쨌건 평이 좋지 않은 만큼 다음 주 낙폭은 꽤 클 걸로 예상됩니다만, 그래도 『월드 오브 투모로우』나 『Mr.3000』보다도 뚝 떨어지는 일은 없지 싶어요. 일단, 출발은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11월 26일 개봉예정입니다.

2위와 3위에는 지난 주 1, 2위였던 『월드 오브 투모로우』와 『Mr.3000』이 나란히 올랐습니다. 낙폭은 각각 57.3%와 41.3%. 『월드 오브 투모로우』가 평이 좋은 것에 비하면 낙폭이 그리 적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PG 등급이라 꽤 유리한데도 그러네요. 4위에는 지난 주 3위였던 『레지던트 이블2』이 그대로 올랐습니다. 극장 수가 약 500개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낙폭은 53%. 그래도 개봉 3주만에 4천만불을 넘겼으니 선전한 셈이네요.

5위에는 새 개봉작 『First Daughter』가 올랐습니다. “포레스트 휘태커”가 감독한 이 영화는 지난 주 제가 예상한 2천~2천 5백 개의 딱 절반이라 할 수 있는 2,260개의 극장에서 개봉해 총 4백만불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스크린 애버리지가 2천불이 안 되는 고만고만한 성적. 규모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영화인 만큼 나쁜 성적이라고 할 순 없겠습니다. 5위에는 『Cellular』가 올랐고, 지난 주 예상한 대로 『윔블던』은 무려 8위로 떨어졌네요. 두 영화 순위가 서로 바뀔 거라고만 예상했는데, 『윔블던』이 『Cellular』는 물론이고 새로 개봉한 초저예산 영국영화 『Shaun of the Dead』보다도 순위가 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스크린 애버리지가 5천불이 넘는 『Shaun of the Dead』는 역시 평도 좋고, 유니버설 산하의 탄탄한 중소규모 배급사인 포커스 피쳐즈(Focus Features) 라인으로 607개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영화 규모상 극장 수가 천 개 이상으로 늘어나긴 힘들겠지만 꽤 탄탄한 수익을 거둘 것이 분명합니다. 607개 스크린을 가지고 7위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사건이죠. 올해는 『새벽의 저주』도 그렇고, 새로운 좀비영화가 관객들의 시선을 확 끄는군요. 저도 무지 보고 싶습니다, 『Shaun of the Dead』. 한국에 소개되긴 좀 힘들겠지요…?

8위의 『윔블던』은 53%의 하락세를 보이며 총 수익 천 2백만불을 올렸고, 9위에는 여전히 페이스를 잃지 않고 있는 『Without a Paddle』이 올랐네요. 극장을 조금씩 빼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하락세도 35%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미 총수익은 5천만불을 넘어섰지요. 10위에는 역시 단 20%만의 낙폭을 보이고 있는 『영웅』이 올랐습니다. 극장이 200개 넘게 빠졌습니다만, 스크린 애버리지로만 보면 6위의 『Cellular』와 비슷합니다.

11위부터 15위까지는 모두 안정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들이 나란히 순위에 올랐습니다. 『Napoleon Dynamite 』(11위), 『콜래트럴』(12위), 『본 슈프리머시』(13위), 『Garden State』(14위). 모두 20%~35% 내외의 낙폭을 보이고 있는데, 역시 눈에 띄는 건 식을 줄 모르는 『본 슈프리머시』의 뒷심이네요. 『배니티 페어』나 『아나콘다 2』 등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이 영화들은 지난 주와 비슷한 순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2 』는 극장수를 빼기 시작하면서 순위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데, 영화사 측으로선 이미 빼먹을 건 다 빼먹었기 때문에 버린다 해도 아깝지 않을 영화입니다.

눈에 띄는 영화는 역시나, 지난 주 단 한 개 극장에서 개봉해 67위에 오른 뒤 133개 극장을 추가해 19위로 오른 “존 워터스” 감독의 신작, 『A Dirty Shame』입니다. 주말 수익은 5십만불이 채 되지 않지만, 스크린 애버리지는 3천불이 넘었어요. 황당하고 엽기적인 존 워터스의 영화들이 언제나 그랬듯 소수의 팬들이 열광할 만한 영화. 전 아무리 해도 “존 워터스” 감독의 영화를 그저 즐겁게 보긴 좀 힘듭니다.

20위 바깥 영화들을 보죠. 『중앙역』으로 잘 알려진 “월터 살레스” 감독의 신작, 『모터사이틀 다이어리』가 믹구에서 단 세 개 그장에서 개봉해 무려 십 6만불의 수익을 거두며 35위에 올랐습니다. 스크린 애버리지가 무려 5만불이 넘는 거죠. 다음 주부터 확대개봉할 듯한데, 배급은 역시 포커스입니다. 메이저 헐리우드 산하 아트영화 브랜치 중 포커스의 활약이 올해 아주 대단합니다. 한국에는 UIP를 통해 11월 12일 개봉예정입니다. 보시다시피 이미 포스터도 나왔는데, 개봉규모는 매우 적을 것 같죠? 벌써부터 홍보가 들어갔어야 하는데 잠잠한 걸 보면요. 저는 요즘 한국영화들보다 이런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영화들이 훨씬 좋습니다. 오랜만에 통화한 한 친구와도 얘기했지만 요즘 한국영화들 정말 재미없어요. 극장가도 재미없고, 심지어 한국 박스오피스도 재미없습니다. –;; 고만고만한 기성품 찍어내는 한국영화계. 솔직히 미래가 암담합니다. 내년만 돼도 벌써 시장이 확 줄 겁니다, 이런 식이라면. 올해 초부터 벌써 징조가 보였는데, 솔직히 걱정됩니다. 스크린쿼터는 당연히 유지돼야 하지만, 다양한 영화들이 함께 생존하는 방식, 영화의 퀄리티가 한 단계 높아지는 방식도 좀 함께 생각했으면 합니다.

미국에서 『무간도』가 드디어 개봉될 거라고 제가 예고해 드렸는데, 미라맥스가 일단 5개 극장에서 『무간도』를 풀었습니다. 68위에 올랐고, 총수익은 2만 5천불. 극장수가 늘어남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미라맥스가 『영웅』에 역량을 너무 집중한 나머지 『무간도』는 홍보도 거의 안 하는 것 같아요. 에효.

이 번 주 미국의 새로운 개봉작엔 일단 드림웍스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샤크 테일』이 있습니다. “윌 스미스”, “르네 젤웨거”, “잭 블랙” 등의 스타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는데, Rotten Tomatoes에 집계된 16개의 리뷰에는, 드림웍스 산 애니메이션으로선 너무나 혹평입니다. “와킨 피닉스”와 “존 트래볼타”가 주연한 『래더 49』도 평이 안 좋긴 마찬가지. 그래도 배급 규모는 꽤 클 듯한데, 모르죠. 다음 주 1위는 이 두 영화 중 하나가 차지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외에도 주목할 영화는 “데이빗 O. 러셀” 감독의 신작 『I Heart Huckabees』입니다. 『쓰리 킹즈』의 열혈 팬인지라 저는 매우 기대를 하고 있는데, “더스틴 호프만”에서부터 “주드 로”, “나오미 와츠”, “이자벨 위페르”, “마크 월버그” 등이 출연합니다. 뉴욕, 엘에이 한정개봉이군요.

우 리나라에는 이번 주 개봉작으로 이제까진 『스텝포드 와이프』 한 편만이 올라와 있습니다. 『꽃피는 봄이오면』, 『귀신이 산다』, 『연인』, 『수퍼스타 감사용』의 경쟁이 여전히 만만치 않을 테니까요. 아직 박스오피스가 집계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과연 『빌리지>의 성적은 어느 정도일지도 궁금하네요.

어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러 씨네큐브 광화문에 갔더니, 아 글쎄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대기중이더군요. 물론 씨네큐브 광화문 정도에서만 개봉할 확률이 높은데, 더 반가운 소식은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 특별전을 한다는 겁니다. 감독도 직접 내한한다더군요. 아, 이 소식 듣고 어찌나 반갑던지… 안그래도 올해 토론토영화제 상영작 정리하는 와중에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원과 하루』(Eternity and a Day) 상영하는 걸 보고, 한국에서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 영화 상영한지도 꽤 됐는데, 『안개 속의 풍경』과 『율리시즈의 시선』 빼곤 개봉한 게 없었는데, 더이상 그의 영화를 한국에서 보는 건 힘들겠지…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었거든요. 물론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 다소 길고 지루하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안개 속의 풍경』이 제게 주었던 그 충격과 슬픈 아름다움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드니 이런 느린 영화들에도 충분히 관심이 가구요. (그만큼 체력이 떨어져선 중간에 곯아떨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긴 했습니다만.)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 특별전 자료는 곧 정리해서 이곳에 올리겠습니다.

추석 연휴, 잘 쉬셨나요? 저는 내내 잠만 잤습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극장 가서 『빌리지』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고, DVD도 세 편이나 빌려보고(『허니』, 『싸인』, 『콜드 마운틴』), TV에서 해주는 『와호장룡』을 보며 역시나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쏟았답니다. 저도 늙었나 봅니다. 극장서 봤을 때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이모백(“주윤발”)과 유수련(“양자경”)에게 잔뜩 감정이입을 해서 봤으니까요. 강호 최고의 고수로 해탈 경지에도 비슷하게 도달하였으나 평생 이루지 못한, 차마 말 한 마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손 한 번 마음놓고 잡아보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큰 인생이라니, 이 얼마나 가슴?아립니까. 역시, 사랑할 수 있을 때 실컷 사랑하는 게 후회도 여한도 없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모백과 유수련이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자기 감정을 참고, 또 눈물을 억지로 삼키는 것은, 그럼에도 지극히 아름답더군요… 요즘의 제 상태에 번민을 더해주었습니다. 휴…

연휴가 가고, 이제 설까진 휴일도 없는 빡빡한 레이스입니다. 여름도 다 가고, 남은 건 겨울이지요. 하지만 모두들 힘내시길.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 않겠습니까.

수출입공사 대외 협력부장
노바리(invinoveritas@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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