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공 61호]<뚝방 전설> – 너네 동네 뚝방 있냐?

상벌위원회
2006년 10월 23일

주인공 이름이 ‘정권’이라길래, 주먹 좀 써서 ‘정권’인줄 알았다. 알고보니 성이 박씨란다. 이름이 ‘박정권'(“박건형”)이란다.

박정희 정권 시절 새마을 사업이라 하여 각 지방에 모든 초가집 걷어내고, 기와를 깔아주고, 관계수로 사업을 정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고 말이다.

그 당시 태풍에, 홍수에 정신 없이 피해를 입던 마을을 시작하여 ‘직강화공사’라는 것을 해댔다. 한국지리 과목에 등장하는 중고등학교 수준의 전문용어를 읊어보자면 하천은 크게 자유곡류하천과 감입곡류하천이 있다. 전자는 주로 하류지역에 발달하고 후자는 중상류지역에 발달하는데, 자유곡류하천도 지반이 융기하면 굽이굽이 치면서 감입으로 바뀔 수 있다. 이때 감입곡류하천은 이리저리 휘두르는 유로를 가질 경우 하방침식보다 측방침식이 더 활발히 일어나는데 측방침식으로 물이 깊게 꺾일 경우, 비가 많이오면 물이 범람하여 홍수가 난다. 이를 막기위해서 ‘직강화공사’, 즉 직강 – 강을 직선으로 – 화 하는 작업을 했다. 내 고향 경북 영주에도 박통이 친히 왕림하여 직강화공사 기념 식수까지 하고 갔다.

어쨌든, 직강화공사를 하면 뚝방이 생긴다. 뚝방은 충청도 사투리인데 – 내 고향 경북 영주는 충청도와 강원도, 경상도의 경계라서 세 군데의 사투리를 다 쓴다. 이건 순전히 복이다 – 하천이 넘치는 것을 막기위해 ‘둑’을 쌓는 거다. 이 뚝방은 엄밀히 말하자면 자연제방이 아니라 인공제방인 셈이다.

그렇게 뚝방이 있는 곳에는 늘 학생을 비롯한 양아치의 모임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때 무슨 콜라텍이 있던 것도 아니고, 학생들이 놀이터에 모여있으면 동네 아줌마들은 신고하기 일쑤였고, 뚝방은 우범지대이자, 동시에 어른들의 눈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곳이었으니까 말이다.

교복을 입은 채 술판을 벌여도, 순찰차는 뚝방 위로 지나갈 뿐, 하천 쪽으로 내려오지 않거니와 혹여 걸리더라도 내가 다니던 학교가 한 해에 서울대를 10~20명씩 보내던 지역 명문이라 경찰들의 태도는 ‘그래 공부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좀 풀고 해야지’하면서 적당히 먹고 들어가라는 지역 선배로서의 충고만 하고 사라졌으니까 말이다.

토요일 오후에 고작 세 개 있는 중고등학교끼리 돌아가며 패싸움도 하고, 친한 친구끼리 철물점에서 철망을 사다가 모래를 파고 번개탄을 넣고 삼겹도 구워먹던, 그러다 옆에서 여자끼고 놀던 녀석들 한번 밟아주고 튀던.

그러던 뚝방.

우리의 박정권은 아이들이 제대로 놀 곳조차 없는 사회를 만들었다. 뭐 그게 무식한 관료들 탓이었지만.

어쨌거나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지도, 진중하지도 않으며 간간이 과거의 장면을 흑백으로 삽입해대며 관객들에게 주인공 박정권의 행동에 대해 ‘왜?’를 부여한다.

설정은 참신했고, 카메라 구도도 간간히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힘이 부족한 것은 설정이 장편용이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 사실 장편용 설정이 따로 있나, 각본 문제겠지 – . 깔끔하게 이야기를 끝내는 것 하나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더불어


유지태의 연기는 나날이 늘어간다. 물론 이전에도 좋았지만, 날카로운 연기가 제대로다.

아무 생각없이 보러 갔다가, 감독의 자본에 대한 태도를 그리 ‘과하게’ 노출시키지도 않으면서, 차갑게 대하는 모습에 더욱 센스가 있었다고나 할까?

그저 코메디 영화 하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스스로의 경계도 들지만. 예상치 못한 작품에서 간간히 일상에 대한 날카로움이 묻어나는 재미는 분명 내 영화를 보는 재미이기도 하다.

상벌위원회 수석 조사위원
함장(http://harmj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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