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을 시작하시려는 분들께(2)


[1편에서 이어집니다.]

6.
그래서 얼마쯤 버는가?

10월 16일부터 올 1월까지 수입에 대해 평균을 내어 봤습니다. 참고로 이 평균은 제가 제 미투데이(http://me2day.net/harmjang)에 기록한 그날 그날의 ‘순수입’을 토대로 구한 것이며 표본오차랑 분산까지 구해드리고 싶으나 너무 졸린 관계로 산술 평균만 보여드리겠습니다. 계산하시고픈 분은 직접 제 미투데이에 가서 ‘대리운전’ Tag로 나오는 값들을 요리해보시면 됩니다.



더불어 “순수입”이란?



당일 총 매출액(손님에게 받은 현금) – 교통비 – 콜비(수수료) – 혹시나 도중에 식사를 했다면 식사비 = “순수입”



이 됩니다.



우선 10월 16일부터 오늘까지 쉬었던 날 (꽤 많이 쉬었드랬지요) 제외하고 총 순수입이 372만 800원입니다. 얼추 월 90만원 수준이죠. 수수료와 교통비를 포함한 매출로는 월 125만원 수준입니다. 평균이 이렇게 낮아진 이유는 1월 말(설 전과 설 연휴)에 거의 2주나 쉬었기 때문입니다.



요일 평균을 보면



월요일 = 45,090원

화요일 = 58,181원

수요일 = 50,253원

목요일 = 50250원

금요일 = 67,416원

토요일 = 55,000원

일요일 = 33,166원



수준이며 1주일에 평균 218,870원의 순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제 미투데이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1주일에 꼬박꼬박 20만원씩은 통장에 박고 있지요.




7.
어떻게 해야 이만큼 버는가?

저는 지금 대리운전이 생업입니다. 낮에 하는 일은 취업 사이트를 둘러보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고, 저녁 6시쯤 집을 나서서 7시쯤 지역기사가 출근하는 booth에 도착합니다.

저는 10시 정도까지는 지역기사 역할을 하며 초 저녁에 나오는 고깃집들의 콜을 처리하고 10시 이후로는 광역기사로 바뀌어 PDA – 실제로는 스마트폰 – 를 들고 수도권을 누빕니다. 그리하여 새벽 1~2시 쯤엔 무조건 막차라도 타고 집에 들어옵니다. 그 이상 한다라면 매출 2만5천 정도 더 버는 대신에 첫 차를 타고 집에 와야 하기 때문이지요.


지역기사는 순번만 기다려서 콜을 받아 손님을 모시면 됩니다만 ‘묶여있는’ 존재이며, 광역기사는 목적지와 단가를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는 대신에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휴대폰과 PDA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면 초저녁부터 9~10시까지는 수도권 총 콜 수가 채 100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도 4~5개의 난립해 있는 소프트웨어마다 다릅니다. 어떤 분은 4~5개 소프트웨어를 모두 설치하고 – 각 소프트웨어마다 매달 들어가는 비용이 듭니다 – 도착하는 지역마다 가장 유력한 소프트웨어를 구동시켜 탑니다. 제 경우에는 하나의 프로그램만 구동시켜 이것에 의존합니다. 각기 장단이 있습니다만 제 경우엔 장점보다는 그냥 ‘돈은 적당히 먹고 살 정도로만 벌면 된다’는 주의라서 그런 겁니다. 평균적으로 기본 2개 정도는 설치하고 다녀서 휴대폰도 두 개씩 들고 다닙니다. PDA는 하나에 여러 개가 설치가능하니까요.

초저녁에 수도권 총 콜수가 적은 이유는 실제로 적어서가 아닙니다. ‘지역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콜을 모두 커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을 요청할 경우에만 ‘지역기사’를 보내지 않고 광역기사들이 처리하도록 서버에 올립니다. 그래서 초저녁에 소프트웨어에 올라오는 금액이 대부분 짭니다. 대부분의 지역기사들은 그 가격에서 5천원 정도 더 높은 가격에 ‘빠른 서비스’를 해드리는 겁니다.


이런 시스템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싼 가격에 대리운전 기사를 요구하면 그건 운에 맞기는 꼴이 됩니다. 고객 가까운 데 있는 대리기사 중 그 가격에 가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잡아가라는 것이죠. 그래서 손님이 대기하는 시간이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40분이 될 때도 있는 겁니다.  그럼 이제 적정단가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겠죠.

8.
그럼 과연 적정단가는?


사람들이 대리비용을 고민할 때 거리로 따지는 분들이 많은데 대리운전은 ‘택시’ 서비스가 아닙니다. 운전자가 이동해서 손님을 모시고 목적지에 간 후에 다시 다른 손님을 탐색해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 비용을 고려할 때 여러가지를 고민해야하죠.


1) 출발지가 지금의 내 위치에서 가까운가? 택시 기본요금 정도를 치르고 이동해야 하는가?

2) 목적지에서 다음 고객을 찾아내기가 쉬운가?

3) 운행하는 시간은 얼마인가?

4) 운행 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번화가로 이동할 수 있는 시간대인가?

최소한 위의 4가지를 고려하고 움직여야 하는 게 광역기사입니다. 지역기사도 주로 심야에 서비스하는 나이트라던가 룸싸롱의 경우엔 위의 것을 염두에 두고 단가를 책정하겠지요.  위에서 밝혔다시피 사실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위치’와 ‘시간’이 단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대리기사들이 고작 5천원 더 받으려고 심야에 오지로 들어가진 않는 겁니다.



제 경우엔 대리운전 시장의 적정단가를 시간당 7,000원 정도의 아르바이트 임금으로 봅니다. 아마 이 선이 무너지는 경우 – 물론 부업이 아니라 주업으로 하시는 분들 – 엔 주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분명 다른 일을 찾으셔야 할 겁니다. 아 그렇다고 차로 20분이면 가는 거리니까 7,000의 3분의 1인 2천3~400원에 가면 되겠네 하시는 분은 없겠지요?



이 적정임금을 도출한 이유는 순전히 ‘시간’ 때문입니다. 아무리 콜이 낮 시간대에 간간이 한 두 개 정도있다 하더라도 메인 타임은 저녁 8시부터 새벽 1시가 고작입니다. 금요일이 아니라면 1시도 벅찰 정도로 1시 이후에는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어 퇴근시간 직전대와 같은 정도의 수도권 총 콜 수를 유지합니다. 이 5시간 안에 순수입 35,000원. 즉 43,750원+교통비의 매출을 올려야 시간당 7,000원의 임금이 달성됩니다. 쉬워보이십니까?



개그맨 강 모씨가 대리운전 라디오 광고로 부각되면서 모든 대리운전 기사의 껌이 되어버린 이유는 딴 게 아닙니다. 광고를 엄청나게 하는 대규모 업체들이 단가를 낮추다보니 말도 안 되는 단가들이 나와버립니다. 수도권 어디든 1만원대 후반이라는 가격은 대리를 처음 시작한 풋내기나, ‘돈’이 절절한 사람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하게되는 콜이 되어버립니다. 회사 측에서는 안 타도 그만, 타도 그만 수수료는 20%니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리기사들에게 돌아가는 것이죠. 오히려 박리다매로 광고를 많이 하여 콜만 많이 창출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빚어진 일입니다.



이로 인해 대리기사들은 목숨걸고 액셀 밟아 가며 하나라도 더 타려고 아우성이고 또 다시 이 피해는 손님들에게 ‘과속 딱지’, ‘신호 위반 딱지’, ‘교통사고 위험’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그 위반 딱지들은 해당 대리기사에게 청구하면 됩니다만 과연 성공하신 이용자분들이 계신지요?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건 위의 표에 그려 놓았듯 하나 뿐입니다. 빨간 색깔 박스처럼 콜센터에서 가격을 매겨 올려놓은 걸 노란색 박스 단계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거부’해야하는 방법 뿐입니다. 물론 이렇게 해도 그 싼 가격에 탈 사람은 탑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분의 마지막 숨통마저 무너져 내릴지도 모릅니다.



위에 언급한 5시간 중에 잘타면 3콜을 탈 수 있습니다. 1만원짜리 3개를 타는 날도 있고 2만5천원짜리 3콜을 타는 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운이 매일 좋을 수는 없습니다. 제 수입 금액 평균이 말해주잖습니까? 심지어 하루에 1콜 타고 집에 들어가는 날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만큼 경쟁이 심한 것이 대리운전입니다. 밤 11시 이후 버스를 이용해 보시면 탑승객 중 상당 수가 대리운전 기사라는 걸 눈여겨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9.
양아치

대리운전 회사 중에 참으로 양아치짓을 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휴대폰이나 PDA 소프트웨어를 통해 콜을 선택했다가 취소하는 경우 500원씩 수수료가 떼입니다. 의례적으로 출발지부터 읽게 되어 있어 특이사항을 출발지 앞에 적어 넣습니다만 이를 도착지로 교묘히 빼내 – 예를 들어 ‘여기사 요청’이라던가 경유한다는 정보를 도착지 맨 뒤로 빼둔다던가 –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500원씩 떼이게 하는 회사부터 시작해서 한 명이 가입한 보험증 번호로 자기네 회사 모든 기사들을 다 등록하고 기사들의 보험비는 죄다 몰래 챙기는 파렴치 사장도 있었습니다.


대리운전을 시작하신다면 회사도 잘 고르셔야 합니다.

정말 사업을 착실히 하려는 사장인지, 자기 기사들을 얼마나 잘 챙기려 하는지.



그리고 가장 크게 각오하셔야 하는 건 정작 본인입니다. 나이 꽤 드신 분들은 가정도 있고 자신이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언제나 잘 견딥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도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1천원에 벌벌 떨면서 스스로 양아치가 되어가는 분도 많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청춘이 투 잡으로 할 때는 잘 고려하셔야 합니다.



전 어릴 때부터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것’에 익숙합니다. 이것은 곧 부지런함과 이어집니다. from hand to mouth의 필수 요건은 하루만 쉬어도 삶에 데미지가 크다는 점입니다. 이는 혹시 일당을 벌어오는 부모를 둔 가정에서 자라셨다면 무척이나 잘 알 겁니다.


밤거리, 특히 먹자 골목의 밤거리에 뿌려진 찌라시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나이트나 대딸방, 오피스텔걸 등 유흥업과 성매매를 위한 것과 대리운전. 그 뿐입니다.  대리운전을 시작하는 순간, 자신이 하루에 버는 돈의 몇 배, 혹은 2~3십배를 술값이나 성매매에 쓰는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거닐어야 합니다. 그걸 각오하셔야 합니다.

건승하십시오.


영진공 함장

 

“대리운전을 시작하시려는 분들께(2)”의 4개의 생각

  1. 정말 대단하구만

    그냥 발로 뛰는 대리가 4개월만에 대리운전의 시스템을 완존 파악하고 있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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