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을 시작하시려는 분들께(2)


[1편에서 이어집니다.]

6.
그래서 얼마쯤 버는가?

10월 16일부터 올 1월까지 수입에 대해 평균을 내어 봤습니다. 참고로 이 평균은 제가 제 미투데이(http://me2day.net/harmjang)에 기록한 그날 그날의 ‘순수입’을 토대로 구한 것이며 표본오차랑 분산까지 구해드리고 싶으나 너무 졸린 관계로 산술 평균만 보여드리겠습니다. 계산하시고픈 분은 직접 제 미투데이에 가서 ‘대리운전’ Tag로 나오는 값들을 요리해보시면 됩니다.



더불어 “순수입”이란?



당일 총 매출액(손님에게 받은 현금) – 교통비 – 콜비(수수료) – 혹시나 도중에 식사를 했다면 식사비 = “순수입”



이 됩니다.



우선 10월 16일부터 오늘까지 쉬었던 날 (꽤 많이 쉬었드랬지요) 제외하고 총 순수입이 372만 800원입니다. 얼추 월 90만원 수준이죠. 수수료와 교통비를 포함한 매출로는 월 125만원 수준입니다. 평균이 이렇게 낮아진 이유는 1월 말(설 전과 설 연휴)에 거의 2주나 쉬었기 때문입니다.



요일 평균을 보면



월요일 = 45,090원

화요일 = 58,181원

수요일 = 50,253원

목요일 = 50250원

금요일 = 67,416원

토요일 = 55,000원

일요일 = 33,166원



수준이며 1주일에 평균 218,870원의 순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제 미투데이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1주일에 꼬박꼬박 20만원씩은 통장에 박고 있지요.




7.
어떻게 해야 이만큼 버는가?

저는 지금 대리운전이 생업입니다. 낮에 하는 일은 취업 사이트를 둘러보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고, 저녁 6시쯤 집을 나서서 7시쯤 지역기사가 출근하는 booth에 도착합니다.

저는 10시 정도까지는 지역기사 역할을 하며 초 저녁에 나오는 고깃집들의 콜을 처리하고 10시 이후로는 광역기사로 바뀌어 PDA – 실제로는 스마트폰 – 를 들고 수도권을 누빕니다. 그리하여 새벽 1~2시 쯤엔 무조건 막차라도 타고 집에 들어옵니다. 그 이상 한다라면 매출 2만5천 정도 더 버는 대신에 첫 차를 타고 집에 와야 하기 때문이지요.


지역기사는 순번만 기다려서 콜을 받아 손님을 모시면 됩니다만 ‘묶여있는’ 존재이며, 광역기사는 목적지와 단가를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는 대신에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휴대폰과 PDA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면 초저녁부터 9~10시까지는 수도권 총 콜 수가 채 100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도 4~5개의 난립해 있는 소프트웨어마다 다릅니다. 어떤 분은 4~5개 소프트웨어를 모두 설치하고 – 각 소프트웨어마다 매달 들어가는 비용이 듭니다 – 도착하는 지역마다 가장 유력한 소프트웨어를 구동시켜 탑니다. 제 경우에는 하나의 프로그램만 구동시켜 이것에 의존합니다. 각기 장단이 있습니다만 제 경우엔 장점보다는 그냥 ‘돈은 적당히 먹고 살 정도로만 벌면 된다’는 주의라서 그런 겁니다. 평균적으로 기본 2개 정도는 설치하고 다녀서 휴대폰도 두 개씩 들고 다닙니다. PDA는 하나에 여러 개가 설치가능하니까요.

초저녁에 수도권 총 콜수가 적은 이유는 실제로 적어서가 아닙니다. ‘지역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콜을 모두 커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을 요청할 경우에만 ‘지역기사’를 보내지 않고 광역기사들이 처리하도록 서버에 올립니다. 그래서 초저녁에 소프트웨어에 올라오는 금액이 대부분 짭니다. 대부분의 지역기사들은 그 가격에서 5천원 정도 더 높은 가격에 ‘빠른 서비스’를 해드리는 겁니다.


이런 시스템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싼 가격에 대리운전 기사를 요구하면 그건 운에 맞기는 꼴이 됩니다. 고객 가까운 데 있는 대리기사 중 그 가격에 가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잡아가라는 것이죠. 그래서 손님이 대기하는 시간이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40분이 될 때도 있는 겁니다.  그럼 이제 적정단가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겠죠.

8.
그럼 과연 적정단가는?


사람들이 대리비용을 고민할 때 거리로 따지는 분들이 많은데 대리운전은 ‘택시’ 서비스가 아닙니다. 운전자가 이동해서 손님을 모시고 목적지에 간 후에 다시 다른 손님을 탐색해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 비용을 고려할 때 여러가지를 고민해야하죠.


1) 출발지가 지금의 내 위치에서 가까운가? 택시 기본요금 정도를 치르고 이동해야 하는가?

2) 목적지에서 다음 고객을 찾아내기가 쉬운가?

3) 운행하는 시간은 얼마인가?

4) 운행 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번화가로 이동할 수 있는 시간대인가?

최소한 위의 4가지를 고려하고 움직여야 하는 게 광역기사입니다. 지역기사도 주로 심야에 서비스하는 나이트라던가 룸싸롱의 경우엔 위의 것을 염두에 두고 단가를 책정하겠지요.  위에서 밝혔다시피 사실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위치’와 ‘시간’이 단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대리기사들이 고작 5천원 더 받으려고 심야에 오지로 들어가진 않는 겁니다.



제 경우엔 대리운전 시장의 적정단가를 시간당 7,000원 정도의 아르바이트 임금으로 봅니다. 아마 이 선이 무너지는 경우 – 물론 부업이 아니라 주업으로 하시는 분들 – 엔 주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분명 다른 일을 찾으셔야 할 겁니다. 아 그렇다고 차로 20분이면 가는 거리니까 7,000의 3분의 1인 2천3~400원에 가면 되겠네 하시는 분은 없겠지요?



이 적정임금을 도출한 이유는 순전히 ‘시간’ 때문입니다. 아무리 콜이 낮 시간대에 간간이 한 두 개 정도있다 하더라도 메인 타임은 저녁 8시부터 새벽 1시가 고작입니다. 금요일이 아니라면 1시도 벅찰 정도로 1시 이후에는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어 퇴근시간 직전대와 같은 정도의 수도권 총 콜 수를 유지합니다. 이 5시간 안에 순수입 35,000원. 즉 43,750원+교통비의 매출을 올려야 시간당 7,000원의 임금이 달성됩니다. 쉬워보이십니까?



개그맨 강 모씨가 대리운전 라디오 광고로 부각되면서 모든 대리운전 기사의 껌이 되어버린 이유는 딴 게 아닙니다. 광고를 엄청나게 하는 대규모 업체들이 단가를 낮추다보니 말도 안 되는 단가들이 나와버립니다. 수도권 어디든 1만원대 후반이라는 가격은 대리를 처음 시작한 풋내기나, ‘돈’이 절절한 사람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하게되는 콜이 되어버립니다. 회사 측에서는 안 타도 그만, 타도 그만 수수료는 20%니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리기사들에게 돌아가는 것이죠. 오히려 박리다매로 광고를 많이 하여 콜만 많이 창출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빚어진 일입니다.



이로 인해 대리기사들은 목숨걸고 액셀 밟아 가며 하나라도 더 타려고 아우성이고 또 다시 이 피해는 손님들에게 ‘과속 딱지’, ‘신호 위반 딱지’, ‘교통사고 위험’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그 위반 딱지들은 해당 대리기사에게 청구하면 됩니다만 과연 성공하신 이용자분들이 계신지요?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건 위의 표에 그려 놓았듯 하나 뿐입니다. 빨간 색깔 박스처럼 콜센터에서 가격을 매겨 올려놓은 걸 노란색 박스 단계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거부’해야하는 방법 뿐입니다. 물론 이렇게 해도 그 싼 가격에 탈 사람은 탑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분의 마지막 숨통마저 무너져 내릴지도 모릅니다.



위에 언급한 5시간 중에 잘타면 3콜을 탈 수 있습니다. 1만원짜리 3개를 타는 날도 있고 2만5천원짜리 3콜을 타는 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운이 매일 좋을 수는 없습니다. 제 수입 금액 평균이 말해주잖습니까? 심지어 하루에 1콜 타고 집에 들어가는 날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만큼 경쟁이 심한 것이 대리운전입니다. 밤 11시 이후 버스를 이용해 보시면 탑승객 중 상당 수가 대리운전 기사라는 걸 눈여겨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9.
양아치

대리운전 회사 중에 참으로 양아치짓을 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휴대폰이나 PDA 소프트웨어를 통해 콜을 선택했다가 취소하는 경우 500원씩 수수료가 떼입니다. 의례적으로 출발지부터 읽게 되어 있어 특이사항을 출발지 앞에 적어 넣습니다만 이를 도착지로 교묘히 빼내 – 예를 들어 ‘여기사 요청’이라던가 경유한다는 정보를 도착지 맨 뒤로 빼둔다던가 –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500원씩 떼이게 하는 회사부터 시작해서 한 명이 가입한 보험증 번호로 자기네 회사 모든 기사들을 다 등록하고 기사들의 보험비는 죄다 몰래 챙기는 파렴치 사장도 있었습니다.


대리운전을 시작하신다면 회사도 잘 고르셔야 합니다.

정말 사업을 착실히 하려는 사장인지, 자기 기사들을 얼마나 잘 챙기려 하는지.



그리고 가장 크게 각오하셔야 하는 건 정작 본인입니다. 나이 꽤 드신 분들은 가정도 있고 자신이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언제나 잘 견딥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도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1천원에 벌벌 떨면서 스스로 양아치가 되어가는 분도 많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청춘이 투 잡으로 할 때는 잘 고려하셔야 합니다.



전 어릴 때부터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것’에 익숙합니다. 이것은 곧 부지런함과 이어집니다. from hand to mouth의 필수 요건은 하루만 쉬어도 삶에 데미지가 크다는 점입니다. 이는 혹시 일당을 벌어오는 부모를 둔 가정에서 자라셨다면 무척이나 잘 알 겁니다.


밤거리, 특히 먹자 골목의 밤거리에 뿌려진 찌라시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나이트나 대딸방, 오피스텔걸 등 유흥업과 성매매를 위한 것과 대리운전. 그 뿐입니다.  대리운전을 시작하는 순간, 자신이 하루에 버는 돈의 몇 배, 혹은 2~3십배를 술값이나 성매매에 쓰는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거닐어야 합니다. 그걸 각오하셔야 합니다.

건승하십시오.


영진공 함장

 

전기충격기의 역습


막연히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하도 흉흉하길래 요즘은 나도 전기충격기를 들고 다니는데
이게 스위치가 좀 많이 부드럽다. 띡, 띡, 올려지는 게 아니라 스르륵, 하는 느낌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래서 어디 밀리거나 해서 저 혼자 켜지기라도 하면 난감하겠다, 생각했는데
어제 그랬던 거다.

까페에 앉은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어디선가 요란한 경보음이 막 울리길래,
난 어디서 화재경보음이 울리는 건가 하고 있었다.
근데 소리가 너무 가까운 거야……
그리고 어쩐지 익숙한 소리였던 거지……
그렇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면서 그랬는지, 가방을 옮기면서 그랬는지 그건 모르겠고
하여간 어쩌다가 전기충격기의 그 부드러운 스위치가 스르륵 올려진 거였다.

가방에선 경보음이 마구 울리고 있었고
나는 주위를 의식해 재빨리 충격기를 찾아 스위치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책과 수첩과 노트와 장갑과 필통과 지갑과 티슈와 파우치와 씨디피에 가려져 어디 있는지 통 안 보이는 충격기를 찾기 위해 가방 안을 더듬으며
이거 이러다 얼떨결에 덥썩 잡기라도 해서 감전, 여기서 꽥 쓰러지는 캐삽질을 하게 되는 건 아닌가 조마조마해서 마구 뒤지지도 못하고……
다행히 감전되기 전에 충격기를 찾아서 얼른 스위치를 내렸지만
아마 일분도 되지 않았을 그 짧은 시간 동안
난 정말 진땀이 났던 것이다.

오늘 외출하면서 충격기를 놓고 잠시 고민했다. 이걸 어쩔까. 안경 케이스 같은 곳에 넣어 들고 다닐까. 하지만 그건 비상시에 잽싸게 쓴다는 충격기의 취지에 맞지 않는걸. (가방 안이 어수선해서 어차피 늦게 찾을 주제에) 고민하다가 일단 평소처럼 갖고 나갔다.

언젠가 지하철에서든 까페에서든 나 혼자 꽥 비명을 지르며 쓰러질지도 모른다.
내 가방에선 요란한 경보음이 울리고 있겠지.
이 기이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러 나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부축하자마자 연달아 쓰러지는데…… 두둥.


영진공 도대체

“레볼루셔너리 로드”, 현실과 이상이 서로 만날 수 없는 길

샘 멘더스가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가족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만들었다고 했을 때 <아메리칸 뷰티2>를 만들 건줄 알았다. 샘, 아카데미상이 그렇게 그리웠던 거야, 라고 비웃음을 약간 섞어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하여 다섯 개 부문을 수상했던 <아메리칸 뷰티>(1999)와 달리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주요 부문에 후보조차 올리지 못했다!)

근데 영화를 보니 중산층 가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사실 중산층 가족이라기보다는 ‘부부’라고 해야 될 정도로 남편과 아내 둘의 관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애초 <아메리칸 뷰티>와는 선을 긋고 출발한다. 

휠러 부부는 뉴욕 인근에 위치한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선망의 대상이다. 부부 모두 선남선녀인데다가 동네에서 최고로 치는 새하얀 이층집까지! 그야말로 당시 미국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에 다름 아니었더랬다. 문제는 이들의 삶이 미국인 모두가 바라마지않는 꿈이라는 것. 모든 사람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 똑같은 길을 걷는다는 건 얼마나 숨 막히는 일인가. 깔끔한 중절모와 수트를 입고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회사로 출근하는 남편, 남편과 자식을 출근시킨 후 집안일에 몰두하는 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비추는 카메라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꽉 막혀 있는 인상을 준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이 같은 장면을 극 초반 전면적으로 노출하며 영화의 주제가 일상(日常)과 이상(理想) 사이의 갭이 만들어내는 가족의 붕괴를 주제로 삼을 것임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배경이 2차 대전이 끝난 1950년대 중반이란 사실이 중요해진다. 소비와 풍요의 시대, 즉 미국에서는 ‘현대’가 시작된 것이다. 하여 여성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른바 ‘신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니. 반복된 일상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의문에 휩싸이는 여자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에이프릴 휠러(케이트 윈슬럿)가 배우를 꿈꾸는 인물로 등장하는 건 그래서다. 더군다나 재능이 받쳐주지 못해 배우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이상향에 대한 동경이 얼마나 컸을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파리’에 가본 적 있다는 이유만으로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신이 만나본 가장 흥미 있는 남자라며 결혼까지 하지 않았던가. 결혼과 함께 미국을 떠나기로 약속했지만 계획에 없던 아이가 생기고(그것도 둘이나!) 남편은 일에 치여 꿈이 뭔지 잊은 것 같고 배우의 꿈은 종치고. 휠러 부부의, 아니 에이프릴의 유일한 해결책은 단조로운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벗어나 총천역색의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것.

허나 에이프릴처럼 특별한 사람들에게 삶은 외로운 법. 1950년대 중반이라는 미국의 시대적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다른 삶을 이해하지 못했고 일탈을 인정하지 않았다. 모두가 선망하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새하얀 이층집을 버리고 파리로 떠난다? 그것은 정신이상과 다를 바 없었다. 물론 이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휠러 부부에게 멋진 집을 소개해준 기빙스 부부에게는 정신이상자 아들 존(마이클 셰넌)이 있는데 그만이 휠러 부부의 계획을 찬성할 정도로 파리 행은 당시 정서로 보건데 미친 짓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잘 살겠다는 삶의 종착역이 같았음에도, 이를 향하는 무수한 다양한 길이 있었음에도 하나의 길 이외의 길은 인정하지 않는 집단적인 무의식이 휠러 부부의 파국을 잉태했던 것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샘 멘더스 감독이 이를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남녀의 문제, 즉 러브스토리의 화법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앞서 살짝 언급했듯, 그 당시 가족의 해체는 가족 전체의 문제가 아닌 남녀의 위상 변화에 따른 결과였다. 한마디로 신여성의 도래에 따른 남성의 심리적 불안감 표출이라고 할까. 샘 멘더스는 어느 인터뷰에서 “남녀가 만나 완벽한 가정을 꾸리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의 상실과 비루한 현실의 긴장관계를 다루고 싶었다.”고 했는데 안 그래도 직장 상사에게 능력을 인정받고 20년간 한 회사에서 근무해온 아버지를 일종의 롤 모델로 삼고 있는 프랭크의 삶의 태도는 정확히 에이프릴과 대척점에 위치한다. 다시 말해, 현실에 안주하려는 프랭크와 이상을 꿈꾸는 에이프릴 사이에 좁혀지지 있는 간극이 결국엔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만들고 만 것이다.

이는 시대가 만들어낸 러브스토리이지만 샘 멘더스 감독은 시간 묘사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투의 태도를 취한다. 그로 인해 시대와 이야기의 상호작용이 주는 사회학적 밀도가 헐거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의도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바로 현대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현대 역시 모든 이들이 출세와 돈, 성공이라는 하나의 꼭짓점을 향해 부나방처럼 뛰어드는 시대다. 미국의 1950년대 중반과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제목이 주는 뉘앙스는 의미심장하다. ‘레볼루셔너리 로드‘(Revolutionary Road), 혁명적인 길. 모두가 꾸는 꿈은 현실이다. 하지만 다른 꿈을 꾸는 것은 이상이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삶의 혁명일 수 있다. 삶보다 더 큰 무엇, 즉 에이프릴이 꿈꾸던 파리.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이상을 실현하는 길은 멀지 않다고 말한다. 문만 열면 바로 밟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한 길. 하지만 승진, 임신, 아이 등등 안주하는 생활이 어깨에 축적된 일상의 무게는 혁명의 길을 희미하게 만든다. 그리고 거기에 파멸의 함정이 있다. 그것은 1950년대 중반이나 현재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가까이 두고도 밟지 못한 길, 그것이 바로 <레볼루셔너리 로드>다. 

영진공 나뭉

 

대리운전을 시작하시려는 분들께(1)


경기가 많이 안 좋아지고, 자영업을 하시든 월급쟁이시든 수입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 – 상대적 수입이든 절대적 수입이든 – 입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앞으로 더 심하게 지속될 것 같습니다만. 뭐 어쩌겠습니까.  국가 자체가 가지고 있던 비전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 상황이니까요.

이는 특정한 누구라기 보다는 순전히 아직도 ‘한나라당’을 이 땅 위에 내버려 두고 있는, 그들 속에 빌붙어 먹고 사는 ‘뉴라이트’ 같은 단체가 생겨나게 만든, ‘국민'(이라고 쓰고 ‘황국신민’이라고 읽습니다) 탓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 ‘시민사회’였다면 이런 막장까지 오진 않았겠지요.


각설하고.



제 나이 서른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숨을 고르려 시작한 대리운전이 벌써 만 4개월이 되어갑니다. 작년 9월 대학시절의 마지막 학기를 시작으로 구직을 한지 5개월째입니다만 아마 5월이 넘어가면 그냥 판촉 영업 사원에 발을 디밀지도 모르지요. 졸업 후 한 학기가 지나가는 시점이 될 테니까요.



어쨌거나 나이 서른에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도 드물지만 대학교 졸업예정자가 대리운전을 하는 것도 드물 겁니다. 참고로 작년 8월까지는 학업과 함께 소프트웨어 기획과 웹 기획일을 하였지요. 여하튼 서울에 맨손으로 올라온지 만 7년동안 쭉 혼자 벌어먹고, 고향에 돈 부쳐주고 잘 살아왔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미리 깔고 시작하는 이유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가장 충격적으로 들은 욕, “젊은 놈이 할 게 없어서 대리운전이냐?”라는 욕이 또 다시 이 글에 달릴까 씁쓸해서 입니다. 물론 전 지금 제가 하는 대리운전이라는 일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어쨌든 다음과 같은 차례로 2회에 걸쳐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1. 대리운전 서비스의 정의
2. 일반적인 대리운전 시스템 – 광역기사
3. 조금 특별한 대리운전 – 지역기사
4. 대리운전을 시작하려면 필요한 것들
5. 수입과 지출
6. 그래서 얼마 쯤 버는가?
7. 어떻게 해야 이만큼 버는가?
8. 그럼 과연 적정단가는?
9. 양아치

자, 시작합니다.







1.
대리운전 서비스의 정의


대리운전은 그냥 술취한 차주 대신 차를 운전해서 목적지까지 가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왜 이런 얘기를 꺼내냐 하면 이 글 중간에 대리운전 단가에 대해 얘기를 잠깐 할 것인데 손님에 따라 ‘어떻게 택시비 보다 비싸냐?’고 묻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정의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을 통해 즉심으로 넘어가서 물게 되는 벌금은 100~200만원이 됩니다. 그리고 음주운전이라는 것은 미국의 어떤 주(state)에서 ‘이급살인’으로 분류될 정도로 본인을 비롯한 도로상의 다른 운전자에게 위험한 행위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집에 가시는 겁니다. 어떤 분들은 같이 술 마신 일행의 택시비까지 걱정하는 오지랖을 발휘해서 서울 곳곳으로 일행을 데려다주는 분도 있습니다만 … 이건 돈을 아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꽤 많은 사람의 시간을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비용으로 낭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다음 날 아침 일찍 차가 필요해서 집으로 가져가야 하실 때만 대리운전을 이용하시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아예 집이 멀어서 집에 가는 택시비보다 대리운전 비용이 싸게 먹혀, 늘 차를 가지고 나와 술을 드시고 대리운전을 이용하시는 분도 있습니다만 글쎄요 … 뭐 일단 이런 분 때문에 대리운전 기사들이 먹고 사는 것일 테니 개인 시각차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대리운전 서비스는 ‘음주운전으로 인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인적, 물적, 심리적피해의 사전 방지나 그 외의 운전 불가능 상황에 대해 제3자의 도움을 얻어 대처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이라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2.
일반적인 대리운전 시스템 – 광역기사


대리운전은 하나의 회사 – 쉽게 얘기해서 1588-xxxx 같은 전화번호 하나 당 하나의 회사라 보면 됩니다 – 에 속한 기사들이 그 회사의 전체 수요(앞으로 편하게 콜이라 쓰겠습니다.)에 대해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건 하나의 거대 독점 회사가 나타나기 전에는 수익 창출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 물론 제가 들여다 보니 이거 충분히 소프트웨어랑 개발 기획 설계만 잘 해도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하는 독점 벤처가 나올만 합니다만 ㅋㅋ ㅋ

몇 개의 회사 들이 연합을 하여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고 그룹 내부의 회사끼리 대리운전 콜을 공유합니다. 예를 들어 개그맨 강 모씨가 광고하는 대리운전 회사에 전화를 해서 대리기사를 부르더라도 실제로 나타나는 기사는 해당 전화번호의 기사일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해당 전화번호를 가진 회사에서 가입한 그룹에 속한 기사가 오는 것이죠. 그룹 당 회사 수를 보더라도 다른 회사의 기사일 확율이 훨씬 높죠.



대리운전기사들을 보시면 죄다 손에 PDA나 휴대폰 1~2개 정도를 늘 들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 물론 무전기로 하는 법인도 있습니다. –  이 모바일 기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로 서버와 통신하면서 소비자인 차주와 서비스 공급자인 대리기사 사이에서 Contact가 이루어지는 겁니다.


이런 시스템이라서 서비스 질에 대한 관리가 거의 안 됩니다. 무척 열악한 수준인 거죠. 손님들이 “1588-xxxx는 언제나 친절한 기사를 보내주는 것 같아” 혹은 “1588-xxxx 얘네 안 되겠네, 뭐 이런 기사를 보내?” 하시는 데 그거랑 크게 연관이 없습니다. 고객이 기사에 대한 항의를 해도 이미 그 때는 서비스를 받은 후인데다가 해당 기사가 자기 회사 소속이 아닌 그룹 내 다른 회사 소속이라면 자기 회사의 콜만 서비스 공급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메이저 회사들마다 하부엔 지사들도 꽤 여럿이어서 지사별로 뽑은 기사들에 대해 일일이 인적자원관리가 이루어질 수 없죠. 인적자원관리란 말 조차도 붙일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시스템 – 흔히 보는 손에 PDA와 휴대폰을 들고 다니시는 대리운전 기사분들 – 으로 대리운전 하시는 분들을 ‘광역기사’라고 합니다. 수도권 전체 어디든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달려가는 분들입니다. 프리랜서라고 볼 수 있죠. 더불어 광역기사가 동일한 손님을 또 만날 확율은 로또 4등에 걸릴 확율보다 약간 높은 수준일 겁니다.

3.
조금 특별한 대리운전 시스템 – 지역기사



대형 주차장을 끼고 있는 고기집이나 공영주차장 골목, 나이트클럽이나 룸싸롱, 모텔 촌 앞에서 자주 보실 수 있는, ‘대리운전 1588-xxxx’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booth가 있습니다. 이 booth는 해당 번호를 가진 회사에서 운영하는 booth이며 그 booth가 있는 업소와 주변 업소들에 대한 대리운전 콜은 다 이곳으로 집중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콜을 그 booth에 출근하는 지역기사들이 처리합니다.

광역기사와 달리 굳이 고생해서 휴대폰이나 PDA에 의존하지 않고 앉아서 기다리면 일정 수준의 콜이 나옴으로 인해 어느 정도 고정 수입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만 불경기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게다가 각 회사마다 지역기사는 인원을 무한하게 뽑을 수 없습니다. 광역기사는 어느 정도 많아도 상관이 없지만 지역기사는 자신들이 창출할 수 있는 콜보다 더 많을 경우 기사들이 불만을 갖고 이탈할 수도 있으며 이는 곧 자신들이 영업한 업소에 제 때 대리기사 인력을 공급하지 못 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거래처를 놓칠 수 있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기사는 ‘인상 좋은’ 사람들 위주로 어느 정도 착실하고 트러블 안 만들 사람들로 채워 넣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지역기사는 거래처가 늘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같은 손님을 여러번 만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4.
대리운전을 시작하려면 필요한 것들


물론 1종 보통 면허가 필요합니다. 요즘은 스틱(매뉴얼)이 잘 없다 하더라도 – 참고로 전 2.5톤 트럭도 몹니다. – 1주일에 최소 3회 이상 스틱 차량을 만나게 됩니다.


더불어 당연히 ‘운전자 보험’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없으시다면 대리운전 회사를 통해서 대리운전자용 보험을 가입해야만 운행이 가능합니다. 보험료의 경우 1달에 60,000원 선이며 이는 당연히 사고 경력과 나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금액입니다. 참고로 최근 2년 안에 사고 경력이 있다면 불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광역기사용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 설치비(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겁니다. 15,000원 정도?)와 해당 소프트웨어 이용료 매일 500원(그래서 한달에 또 15,000원 정도 지출).


당연히 휴대폰이나 PDA와 같은 무선 인터넷 기능이 가능한 휴대전화가 있어야 하며 데이터요금제도 하나 가입하셔야겠지요.


위의 것만 준비되면 당장 시작은 하실 수 있습니다.

5.
수입과 지출



수입에 대한 룰은 각 회사별로 조금씩 다릅니다만 광역기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모든 ‘공고화된 수입’ – 서버에 기재된 정보 – 의 20%를 회사에 떼입니다. 일종의 손님 전화를 받아서 서버에 올려준 수수료라 볼 수 있죠. 이는 ‘선납’입니다. 고로 회사에 20,000원을 선납해두면 저는 휴대폰이나 PDA를 통해 총 100,000원 어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지역기사의 경우 각 회사별로 심하게 룰이 다릅니다. 어떤 곳은 30%를 수수료로 떼는 곳도 있거니와 아예 출근해서 순번을 기다리는 비용으로 1,000원을 따로 받는 곳도 존재합니다.

더군다나 이동을 늘 발로만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운행한 목적지가 외딴 곳이라던가 주택가라면 콜이 나타나는 번화가로 반드시 움직여야 하므로 하루에 일정액 이상의 교통비가 반드시 지출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지출은 혹여나 사고가 생겼을 상황입니다.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고객 중 상당 수가 일정 수입 이상의 부유한 계층이기 때문에 차량도 고급 기종이 많습니다. 이 크기와 컨트롤에 익숙하지 않으면 범퍼 하나 깨먹는 건 쉽습니다. 보험 적용을 하더라도 자기 부담금 2~30만원은 기본에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지 라이더 (Easy Rider, 1969), 어린 왕자의 영화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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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에서 하도 자주 언급되는 고전이다 보니 어느새 이 영화 언젠가 한번쯤은 본 것도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이지 라이더”는 주말의 극장이나 케이블 TV를 통해 몇 장면 스쳐 지나가듯이 본 일 조차 없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 뉴 시네마 어쩌고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단골 손님인데다가 피터 폰다와 데니스 호퍼의 오토바이 타고 달리는 사진 또한 어렸을 적 미국으로 이민 간 그리운 친척 형들 사진 꺼내 보듯이 너무 자주 봐왔던 터라 ‘아직 한번도 안본 영화인데 이미 다 본 것 같은 착각’의 상당히 높은 수위를 차지하는 영화였다.

그리하여 드디어 보게 된 “이지 라이더”라는 영화는 과연 영화 보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바 대로 피터 폰다와 대니스 호퍼가 오토바이를 타고 줄창 달리는 로드무비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요즘 기준으로는 별로 용납해주고 싶지 않은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가 촌빨 날리는 화면과 편집 기술 위에 제대로 어우러진 진짜 60년대 영화였다 … 까지가 내 미리 알고 있었거나 예상했던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직접 보고서야 알게된 부분들은,

잭 니콜슨은 처음부터 같이 달리는 또 하나의 바이커가 아니라 중간에 만나 얻어탔다가 영화 끝까지 가지도 못하고 중간에 사라지는 배역이었다. 그러나 잭 니콜슨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영화는 갑자기 엄청난 탄력이 붙는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아무런 손색이 없는 그의 연기력과 타고난 존재감은 감탄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이지 라이더”에서 잭 니콜슨의 등장은 외롭고 건조한 두 주인공의 로드무비에 혜성 같이 나타났다가 아쉽게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델마와 루이스”에서의 브래드 피트가 했던 강력한 양념장 역할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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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지 라이더”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이게 정말 60년대에 만들어진 씨퀀스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파격적이면서도 비주얼이 매우 놀라웠던 두 창녀와의 공동묘지 장면이다. 물론 상당히 쎈 약을 먹은 네 인물의 환각 상태를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할 수도 있겠고 엄청난 신성모독이라고까지 욕할 수도 있을 내용이지만 이제 이 영화의 이 장면을 본 이상 세상의 모든 비디오아트가 있기 이전에, 그리고 데이빗 린치나 다른 작가들이 하기 이전에 “이지 라이더”가 이미 있었노라고 해야 하게 생겼다.

전통적인 서부극의 플롯을 거꾸로 만들어보자고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내가 본 “이지 라이더”의 전반적인 느낌은 오토바이를 타고 미 서부에서 동부로 여행하는 “어린 왕자”의 영화 버전 같다는 거다.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그랬듯이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외모와 표정을 지닌 와이어트(피터 폰다)도 길 위에서 다른 이들을 만나며 세상과 살아가는 일들에 대해 무언의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는 결국 길 위에서 사라지고 마는 결말까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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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신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