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라이더 (Easy Rider, 1969), 어린 왕자의 영화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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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에서 하도 자주 언급되는 고전이다 보니 어느새 이 영화 언젠가 한번쯤은 본 것도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이지 라이더”는 주말의 극장이나 케이블 TV를 통해 몇 장면 스쳐 지나가듯이 본 일 조차 없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 뉴 시네마 어쩌고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단골 손님인데다가 피터 폰다와 데니스 호퍼의 오토바이 타고 달리는 사진 또한 어렸을 적 미국으로 이민 간 그리운 친척 형들 사진 꺼내 보듯이 너무 자주 봐왔던 터라 ‘아직 한번도 안본 영화인데 이미 다 본 것 같은 착각’의 상당히 높은 수위를 차지하는 영화였다.

그리하여 드디어 보게 된 “이지 라이더”라는 영화는 과연 영화 보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바 대로 피터 폰다와 대니스 호퍼가 오토바이를 타고 줄창 달리는 로드무비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요즘 기준으로는 별로 용납해주고 싶지 않은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가 촌빨 날리는 화면과 편집 기술 위에 제대로 어우러진 진짜 60년대 영화였다 … 까지가 내 미리 알고 있었거나 예상했던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직접 보고서야 알게된 부분들은,

잭 니콜슨은 처음부터 같이 달리는 또 하나의 바이커가 아니라 중간에 만나 얻어탔다가 영화 끝까지 가지도 못하고 중간에 사라지는 배역이었다. 그러나 잭 니콜슨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영화는 갑자기 엄청난 탄력이 붙는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아무런 손색이 없는 그의 연기력과 타고난 존재감은 감탄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이지 라이더”에서 잭 니콜슨의 등장은 외롭고 건조한 두 주인공의 로드무비에 혜성 같이 나타났다가 아쉽게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델마와 루이스”에서의 브래드 피트가 했던 강력한 양념장 역할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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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지 라이더”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이게 정말 60년대에 만들어진 씨퀀스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파격적이면서도 비주얼이 매우 놀라웠던 두 창녀와의 공동묘지 장면이다. 물론 상당히 쎈 약을 먹은 네 인물의 환각 상태를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할 수도 있겠고 엄청난 신성모독이라고까지 욕할 수도 있을 내용이지만 이제 이 영화의 이 장면을 본 이상 세상의 모든 비디오아트가 있기 이전에, 그리고 데이빗 린치나 다른 작가들이 하기 이전에 “이지 라이더”가 이미 있었노라고 해야 하게 생겼다.

전통적인 서부극의 플롯을 거꾸로 만들어보자고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내가 본 “이지 라이더”의 전반적인 느낌은 오토바이를 타고 미 서부에서 동부로 여행하는 “어린 왕자”의 영화 버전 같다는 거다.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그랬듯이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외모와 표정을 지닌 와이어트(피터 폰다)도 길 위에서 다른 이들을 만나며 세상과 살아가는 일들에 대해 무언의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는 결국 길 위에서 사라지고 마는 결말까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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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신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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