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의 범죄”(Henry’s Crime, 2011), 그가 저지른 진짜 범죄는?






⊙ 감독: 말콤 벤빌
⊙ 주연: 키아누 리브스, 베라 파미가, 제임스 칸

수줍고 조용했던 중학교 시절의 나에게 가장 큰 영감과 인생의 방향타 역할을 한 이는 이미 멀리 가신 위대한 위인들이 아닌 바로 내 옆, 아니 내 뒤에 앉아 까불던 친구였다.

이 친구는 좀 유별났다. 공부를 매우 잘했지만 여느 우등생 샌님들 같지 않았다. 항상 지각하고 곧잘 공부시간에 떠들다 혼나는 등 자갈치 시장마냥 부산스러웠다. 목소리도 크고 활달하며 싸움도 그다지 잘하지 못하면서 학교짱에게 선빵을 날리는 등 한마디로 괴짜였다.

수줍고 소심한 나와는 정 반대로 항상 자신감이 오버클릭 되어있던 이 친구는 나에게 있어 멘토와 같은 존재였다. 특히 그가 선생님의 어떠한 구타에도 굴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지각하는 모습은 제도권 교육에 맞서 자신의 소신과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마치 간디의 비폭력운동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 친구의 지각은 나에겐 진정한 자신감의 소산으로 비추어졌고 그의 그림자라도 떼다 붙일 심정으로 그를 열심히 벤치마킹 하였다. 결국 그 친구로 인해 난 희끄므리하고 비실비실해 보이면서도 지각에 있어서는 선생님의 어떠한 폭력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어떤 꼴통들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지각의 용사가 되어 파란만장한 학창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영화헨리의 범죄”에서도 이름처럼 맹숭맹숭하고 매력없는 주인공 헨리를 변화시킨 것은 다름 아닌 그의 깜빵 룸메이트 맥스였다. 그는 모든 죄수들과 친했고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이다. 심지어 가석방 심사에서도 과감한 기행으로 가석방을 냅다 차버린 자신감의 화신과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소심한 이들에게 주변의 자신감 넘치는 친구란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저지르지도 않은 죄명으로 복역을 했으니 차다리 죄를 지으라는 선불제스런 맥스의 말은 헨리에게 있어서 소심했던 지난 날을 걷어찰 수 있는 자신감의 상징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내가 지각이란 행위에서 자신감을 찾으려 했듯 헨리는 은행강도가 되기 위해 점점 자신감있고 적극적인 인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은행강도가 되려는 헨리의 적극성은 연극배우라는 의외의 숨겨진 재능에 눈을 뜨게 만들었고, 지각의 용사였던 난 반항적 기질에 눈을 떠 세상에 순응하기 보다는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눈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난 지각을 하지 않는다.



영진공 self_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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