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죠.

 

많은 사람들에게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은 여전히 생소하다. 그래서 종종 낮선 사람들과의 소개 자리에서 ‘아..그 직업은 뭐하는 거죠?’ 라는 질문을 받아서 대화를 이어가는 좋은 수단이 되곤 한다. 프리랜서라는 것과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그럴듯한 직업명 때문에 가끔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뭐 어느 직업이나 그렇듯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꽃피는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문화 쪽으로 돈 벌어먹기가 참으로 힘들고 척박한 짓이기에 뭔가 놀면서 돈 벌겠다는 생각으로 이쪽 일을 준비한다면 돈은 커녕 손가락의 깊은 맛만 느끼기 쉽상이다.



귀염둥이 이케와키 치즈루가 나온다!!

도쿄에 사는 4명의 처자들의 홀로서기 고통과 아픔을 그린 일본 영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는 일본판 ‘고양이를 부탁해’로 소개되며 국내에서도 젊은 여성들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낸 좋은 작품이다. 재밌는건 일러스트레이터로 나오는 ‘토오코’ 역에 본 영화의 원작 만화의 작가인 나나난 키리코가 직접 나와 연기를 펼쳤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종영했던 모 드라마에서의 헐랭이 일러스트레이터완 달리 당 영화 속 일러스트레이터의 모습은 꽤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작곡가나 소설가 등 창작직업이 그러하듯 일러스트 작업도 고독에 익숙해져야 한다.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는데 마감일 마저 다가오면 정신줄을 놓기 일쑤다.

일을 끝냈는데 그 다음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공황상태에 빠진다.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회사원인 치히로와 프리랜서인 토오코의 관계였다. 쳇바퀴 도는 일상과 비전없는 회사생활에 시달리며 그저 남자 한명 잘 꼬셔서 시집가려는 치히로와 프리랜서이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토오코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치히로는 그런 토오코를 부러워한다.

“토오코 넌 그래도 좋은 편이야.
돈도 많이 벌지, 이름도 꽤 알려졌지 …
네 의견도 눈치 안보고 말할 수 있고

너는 모를거야. 나 같은 사람이 고생하고 불안하게 사는걸 …

네가 정말 부러워.”



아마 프리랜서를 하는 이들이라면 위와 같은 치히로의 말을 쉽게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란게 어딨겠는가. (아. 국개의원 빼고.) 불안정한 수입과 모든 문제를 홀로 헤쳐나가야 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프리랜서들이 행복하고 여유있게 보이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그래서 ‘회사생활 힘든데 프리랜서나 해볼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난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다.


‘프리랜서로 하려는 일이 정말 당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시작하세요. 하지만 단지 회사가 싫고 돈을 더 많이 벌 것 같아서 시작하려는 거라면  하지마세요. 다니기 싫은 회사를 다닐 때는 회사만 벗어나면 천국이었지만 하기 싫은 일을 프리랜서로 한다면 일상이 지옥이 될 테니까요.’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