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OPS”, 실감나기 위해서 연출이 필요한 이유

 



 


 



 


재미있고 멋질 것 같지?



 


우리는 가끔 ‘아, 내 경험은 드라마 그 자체야!’ 라고 말하곤 한다. 정말 자기 경험을 드라마로 옮기면 모두들 재미있어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모두들 그런 드라마 한 두개씩은 가지고 산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정말 대단한 드라마 같지만, 그게 실제로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나면 정말 재미없고 진부한 얘기로 변신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이 영화든 드라마든 게임이든지 간에 모든 매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아이러니는 현실을 충실하게 재현하면 오히려 현실감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극무대 라는 매체에서 배우들은 우리가 평소에 하듯 말하고 행동해서는 관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연극무대에 적절한 연기법이 따로 있다. 그리고 이런 연극배우들이 TV나 영화라는 다른 매체로 옮겼을 때 적응에 애를 먹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는 영상 기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시청자들이 TV를 보면서 실감을 느끼는 화면색은 실제 색깔보다 더 선명하다.


 


 



얼굴도 마찬가지다. 그냥 보면 아주 예쁜 얼굴이 사진으로 보면 달덩이로 보이는 경우도 있고, TV 브라운관에서는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실제로 보면 외계인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사진빨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물론 요즘은 그 사진빨도 찍히는 각도조절과 포토샵으로 조작해내는 시대지만 실제로 사진을 잘 받는 얼굴, 카메라를 잘 받는 얼굴이 따로 있다.

이건 표정 연기 같은 것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미소를 예로 들어보자. 내가 진짜 즐겁게 웃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으면 이게 웃는 건지 우느라 일그러진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영화나 TV 브라운관 속에서 보는 진짜 미소같은 미소는 그렇게 해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유명 연예인들이 미소짓는 장면을 잘 살펴보고 한번 따라해 보라. 그러면 그들의 웃음은 진짜 웃음이 아니라는 걸 알게된다. 얼굴에서 눈 아래부터 뺨 윗부분까지는 긴장을 풀고 입가와 눈가에만 힘을 줘야 포토제닉한 미소가 만들어지는데, 진짜 즐거울 때는 그렇게 웃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포토제닉한 미소 짓기는 포기했다. 그냥 웃고 말지 …


 



 


소위 말하는 포토제닉한 미소를 짓는 효리양


진정한 웃음, 파안대소를 짓는 효리양. 이런 사진 올려서 미안해요


진짜 웃음과 전형적 미소 사이의 미묘한 지점에서 소탈하지만 보기 좋은 웃음을 연출한 효리양


 



액션영화의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스크린 속에서는 엄청 위험하고 박진감 나게 보이던 장면을 실제로 찍는 모습을 보면 스릴은커녕, 무슨 애들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당연하다. 실제 촬영이 그렇게 박진감 넘치면 위험해서 누가 영화 찍겠나… 그러면 그 박진감은 어디서 올까?


 


아는 친구 하나가 소리를 죽인 상태에서 성룡 영화 비디오를 본 경험을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그 친구 왈, 소리를 들으면서 볼 때는 그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느껴지던 타격장면들이 소리를 없애고 나니까 그냥 대강 팔을 휘젓고 저 혼자 나가떨어지는 장면으로 보이더란 거다.


 


모든 성룡 영화가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내게도 한때 성룡은 우상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게 사실이다. 음향 효과, 조명, 앵글, 편집 등이 촬영장에서는 아주 밋밋하던 움직임을 박진감 넘치는 장면으로 변신시킨다.

반대로 실제로는 정말 박진감 넘치고 위험한 활동인데도 정작 스크린에 옮기고 나면 이게 영 밋밋해지기도 한다. “익스트림 OPS”(2002)가 바로 그런 영화다. 이 영화의 홍보용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178명의 스턴트맨들과 함께 만들어 낸 익스트림 드림팀!
“이 영화는 위험을 무릅쓰는 걸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진정한 즐거움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크리스찬 드과이” 감독이 말하는 영화의 의도는 명확하다. 하지만 그것을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모든 장면을 실제로 찍어야 했다. 고공 케이블카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들뿐만 아니라 카약을 타고 폭포로 떨어지거나 수직에 가까운 산에서 스노우보드 묘기를 펼치는 등의 장면들도 블루스크린이나 별도의 합성작업을 고려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이 모든 장면들의 실제 촬영을 위해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미국, 영국,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홍콩 등 전세계에서 총 178명의 스턴트맨을 고용했고, 『스타워즈 에피소드2』의 스턴드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탐 델마가 이들의 지휘를 맡았다. 거기에 몸을 아끼지 않는 배우들부터, 자신의 몸을 직접 내던지는 열성적인 감독까지 가세한 제작진은 말 그대로 최상의 익스트림 드림팀으로 꾸려진 것이다. (씨네 서울 기사에서)

 




이 기사에서도 말해주듯 이 영화는 거의 스턴트맨들에 의한, 스턴트맨들을 위한 영화다.
그래서 온갖 스턴트 장면들로 넘쳐난다. 스카이다이빙에서 래프팅으로 이어지는 처음 장면부터, 헬기에서 뛰어내리고 케이블카에서 뛰어내리고, 눈사태 앞에서 스노보드와 스키를 타고 … 자기 장기를 자랑하고 싶어 안달하는 스턴트맨들로 꽉꽉 채워진 함량 110% 액션 영화다. 보다 보면 감독이 한 일 보다는 스턴트 코디네이터가 한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재미는 없다.



 


액션만 있는건 아니다


나름대로 미녀도 있고


나름대로 악당도 나온다



 


 



이 영화의 기획단계에서 이들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


 


“영화의 짜릿한 장면들은 다 우리가 만들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아예 그런 짜릿한 장면들만으로 구성된 영화를 만들면 진짜 끝내줄 것 같지 않냐?”

 


 


이거 진짜로 해봐라, 짜릿함이 한 이틀간은 갈거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는 거라면



 


근데 어쩌랴… 그게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광고 카피와는 달리, 이 영화는 “버티칼 리미트”보다 짜릿하지도 못하고, “트리플 엑스” 보다 강력하지도 못했다. 개별 요소들은 그런거 같지만 정작 그것들을 모아놓은 전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영화에 어울리는 연기와 연극에 어울리는 연기, TV 브라운관에 어울리는 연기는 따로 있다. 매체의 특성에 따라서 같은 움직임이나 표정도 전혀 다른 이미지로 전달된다. 연극 무대에서 배우는 얼굴 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움직임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자기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반면, 클로즈업이 많은 TV 브라운관에서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어울린다. 그래서 연극무대에서 하던 방식으로 TV에서 연기하다간 오버액션이 되기 딱 좋다.


 


영화는 두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어떤 때는 연극처럼, 어떤 때는 TV처럼 …

중요한 것은 실제 어떤 장면이 아무리 위험하고 빠르고 격렬하더라도 어떤 매체를 통해서 어떻게 연출되느냐에 따라서 전혀 그 이미지로 전달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래서 영화나 TV에서 리얼하게 맞고 때린다는 느낌을 관객들에게 주기 위해서 진짜로 맞고 때려야 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연출을 해야 하는 거다.


 


 




 



진짜라고 해도 그게 반드시 진짜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짜스러우려면 연출이 필요하다.

영화 “익스트림 OPS”는 바로 이런 교훈을 떠올리게 해준다.


영진공 짱가


 


 


 


 


 


 


 


 


 


 


 


 


 


 


 


 


 


 


 


 


 


 


 


 


 


 


 


 


 


 


 


 

“인터내셔널 (2009)”, 악의 무리에 홀연히 맞서는 초췌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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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인터내셔널”은 몹시도 현실적이고자 노력하는 영화입니다.
당 영화의 정확한 내용은 본(Bourne) 시리즈틱하게도 거대한 지배세력에 홀로 맞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만, 주인공인 실린저(클라이브 오웬)는 혼자 모든 것을 해내는 능력자도 아니며, 특수요원들 너댓 명을 눈 깜짝할 사이에 코마상태로 직행시키는 살벌한 싸움꾼도 아닙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꼬질꼬질해진 머리에 너절한 옷, 면도도 하지 않은 행색으로 화면을 누빕니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대면하고 처음 건네는 말이 “You look awful.”(너 꼬라지가 엉망이다)라니 주인공 가오는 처음부터 포기하고 들어가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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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씻어라 이 화상아 …


다행히 남주인공이 ‘2,3일 면도 안한 수염에 최적화된 얼굴’을 가지고 있는 클라이브 오웬이기에, 당 영화는 구질구질한 비주얼로 빠지지는 않습니다. (사실 나오미 왓츠님의 화사한 금발머리 덕도… 크죠. 으흥)

하지만 잠도 못자고, 개인생활은 완전 포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온갖 개고생을 하는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처절함이 자연스레 묻어나오게 됩니다. 예, 주인공 정말 처절하게 싸웁니다.   주인공이 왜 이렇게, 우아하게 총 빵빵 쏴서 악당들을 쓸어버리지 않고 노숙자적 행태를 유지하며 힘겨운 진흙탕 개싸움을 하고 있느냐. 바로 당 영화의 악당은 흔한 히어로무비의 악당하고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등장합니다.  유의하세요 ^^ *

당 영화의 악당은 은행입니다. 거대자본이죠. 이들이 하는 일은 주로

– 무기나 전쟁자금이 필요한 곳에 공급하고 빚을 떠넘겨 준다
– 그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물어서
– 남들이 피흘리며 싸우던 나라의 이권을 낼름 꼴깍 넙죽 먹는다

뭐 이런 과정입니다. 거대한 사채업이라고 할까요.

이들의 무기는 총칼이 아닌 자본인만큼, 전 세계에 거미줄처럼 촘촘한 손길을 뻗치고 있으며 정말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고,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총칼이 없는곳은 많지만 돈이 없는곳은 없는 까닭이지요.

뭣 보다 이들은 “합법적 기업”이라는 강력한 가면으로 철저하게 위장하고 있지요. 이들과 싸우려면 스티븐 시갈 횽아처럼 손발을 꺾고 머리에 총알을 박는 식으로 싸울 수 없습니다. 넥타이를 맨 변호사 군단과 이빨싸움부터 해야 하죠. 잡아서 뒤지게 패 주면 참 좋겠는데 그러려면 먼저 증거를 잡아야 하고, 은행측에 매수당한 사람들의 갖은 태클로부터 호나우두스럽게 빠져 나와야 하고,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국제법 공부도 해야 하고, 당국의 협조도 구해야 하고 … 시갈 횽아였다면 “ㅆㅂ 나 안해!!”라면서 감독의 목을 꺾어 버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악당들과 싸우려니 우리의 주인공들, 몸뚱이가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인 건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나오미 왓츠와 클라이브 오웬은 리용, 베를린, 뉴욕, 이스탄불 등등을 정신없이 쫒아다닙니다. 저 같은 사람은 평생 가도 못 모을 항공 마일리지를 일주일이면 족히 꽉 채워버릴 지경이더군요.

주인공의 상황이 이러하니 당연히 영화는 매우 빠른 호흡으로 진행되며, 숨 돌릴 틈이 없고, 쓸데없이 잔가지를 치지도 않습니다. 미남 미녀 주인공간에 로맨스도 당근 없고, 필요 이상의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죠. 넣고 싶어도 못 넣었을 겁니다. 하나의 목표를 놓고 심플하게 달려가는 당 영화의 드라마가 흐트러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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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바 나 안해 …




자, 그렇다면 이렇게 복날에 뭐빠지게 뛰는 개 모냥으로 뛰댕기는 주인공들이 원하는 대로, 거대 자본에게 죄를 묻고 쇠고랑을 채우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과연? 정말?

될리가 없죠 … 처음부터 이 싸움은 승부가 정해진 셈입니다. 주인공들은 “합법”의 울타리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 사람들이죠. 인터폴 수사관과 지방검사보인 이들은 절대 법과 국경을 초월한 거대 기업과 싸워서 이길 수 없습니다. 반면에 은행 관계자들이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죠. 맘에 안 드는 놈이 정보를 빼돌리는 것 같으면 킬러를 고용해서 죽여 버리면 되고, 수사망이 좁혀오면 당국 관계자들을 매수해서 수사관들을 나라 밖으로 내쫓아 버리면 됩니다. 킬러가 잡힐 것 같다? 다른 킬러를 고용해서 또 죽여 버리면 됩니다. 이들의 무기는 다름 아닌 “돈”이기에, 그만큼 철저하고 비인간적이며 새어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따라서 빈틈도 없죠.

영화 또한 그러한 점을 지적합니다. 상대방은 똥창에서 노는데 시냇가에 앉아서 잡을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주인공은 스스로 똥창으로 뛰어들어 똑같은 방식으로 싸우기로 결정을 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자신도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도대체 싸움이 되지 않는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당 영화의 후반은 복수를 위해 모든것을 버린 남자가, 거대조직과 맞서 피비린내나는 복수를 감행하는 액숑영화로 탄생할것만 같은 느낌이 마구마구 피어오르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당 영화의 가장 큰 액션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의 총격신이며, 이는 주인공이 총을 들게 하는 계기이지 결과가 아닙니다. 당 영화는 어떤 이유에선지 화끈한 액션으로 마무리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극히 현실적인 분위기로 진행되던 영화가 액션 블록버스터로 끝맺음을 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이유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관객 입장에선 뭔가 섭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찌되었건 선악이 분명한 액션 영화인데, 권선징악의 흔해터진 결말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화끈한 끝맺음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당 영화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다가 마치 잔뜩 분위기를 달궈 놓고 몇 번의 펌프질로 장렬하게 뻗어 주시는 17세 남성의 첫경험처럼 끝나 버립니다. 물론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엔딩화면으로 어느 정도 메꾸어 집니다만, 관객들이 원하는 카타르시스를 전해줄 클라이맥스는 매우 부족한 느낌이죠.


그 전에 드라마가 매우 헐렁하여 긴박감과 스릴을 고조시키지 못했다면 당 결말 또한 그닥 허무하지 않겠으나 결말에 가기 전까지 매우 착실하게 드라마를 쌓아가며 달려왔기에 더욱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힘들게 만듭니다.


클라이브 오웬이 핸드건을 연사하며 악당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관람을 자제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당 영화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는 스릴넘치는 드라마에 가깝지 좋은 액션영화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에, 따라서, 기호에 따라서 선택을 하셔야 할 듯 합니다.  당 영화는 클라이브 오웬이 등장하는 007 시리즈도 아니고, 본 시리즈도 절대 아닙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예고편은 종종 영화의 장르를 모호하게 만들어 우리를 속이지요.






영진공 거의없다



덧글> 클라이브 오웬은 배가 좀 나왔습니다. 주름은 멋지지만 톡 튀어나온 배는 좀 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 … 머리 긴 여성들, 나오미 왓츠가 목도리 감는 법을 잘 보세요. 밑줄 쫙쫙 치면서… 목도리도 섹시할 수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