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라”는 살인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 또는 살인의 동기는 무엇인가 라는 의문의 진짜 답을 마지막 최후의 순간까지 꼭꼭 숨겨놓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형적인 형사 추리물의 기본 형식을 갖춘 영화다. 여기에 장 진 특유의 코미디와 사회 풍자극의 요소를 곁들였고 후반부에 이르면서는 다소 생뚱 맞게 느껴지는 초현실적인 요소까지 접목한다. 그러나 영화는 검사와 유력한 용의자의 폭발적인 감정 충돌이 너무 급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살인 사건의 조사 과정 마저 TV로 생중계하는 세태 풍자의 맛도 그다지 신랄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런 와중에 하나 둘씩 밝혀지는 살인의 ‘참여자’들은 너무 당연해서 실망스럽기도 하고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맥이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몹시 느슨한 형태로 그저 연결만 되어 있는 것 같았던 서말의 구슬들을 한순간에 쫙 잡아당기면서 아주 근사한 보배로 돌변시키는 건 결국 영화의 최종 결말이다. 그리하여 결론적으로 ‘그 영화 참 괜찮네’하게 된다.
“박수칠 때 떠나라”의 엔딩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스포일링을 피하고 언급할 수 있는 건 한재권의 음악 정도다. 서정적이면서도 박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만들어진 배경음악은 오프닝 씨퀀스에서부터 듣는 귀를 무척 즐겁게 하더니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들과 함께 이 영화가 애초에 상기시키고자 했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박수칠 때 떠나라” 전체의 일등 공신은 물론 영화를 쓰고 연출한 장진 감독이지만 그 다음 자리는 음악을 맡은 한재권 그 사람이다.
실제로 영화의 대부분은 세트 안에서 진행된다. 취조실과 수사본부,
방송국 스튜디오, 그리고 TV 브라운관과 CCTV 폐쇄회로까지 계속
닫힌 공간 안에만 머문다. 그러나 결국 “박수칠 때 떠나라”는 관객을
숲속으로 인도하려는 영화다. 범인이 누구인가, 왜 죽였나라는 선정적인
내용물에만 관심 갖던 사람들에게 잠시 눈 돌리는 기회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