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Sides of If”, 비비안 캠벨의 처음이자 유일한 솔로 앨범


[2005, 영국, Sanctuary]

“Def Leppard” 활동과 동시에 너무 밋밋해졌다고 욕(?)을 먹는,
30년 전 과거사인 “Dio”의 기타리스트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기타쟁이,
 “비비안 캠벨(Vivian Patrick Campbell)”의 첫 번째이자 유일한 솔로 음반.

사실 나는 이 음반을 처음 접했을 때, 막연히 연주 음반일 것이라 생각했다. 은근히 과거의 활화산 같던 연주를 기대하면서 ……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본작, 『Two Sides Of If』는 블루스-록 음반이었다. 사실 비비언의 블루지한 연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Jeff Beck”의 연주곡(「Led Boots」)도 꽤 담담하게 커버한 적이 있었던 비비언이고 보면, 블루스 외도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엔 왠지 섭했다. 나 역시도 여전히 청자들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만들던 Dio시절의 비비언에 대한 기억이 커다란 위치를 가지고 있었나보다. 블루스-록이라고 하지만 내용물은 어쿠스틱과 세미 솔리드 바디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울림으로 상징되는 고색창연한 블루스에 가까운 연주가 중심이고, 가끔 곁들이로 매끄러운 솔로가 살짝 얹혀진 모습이다. 맨 처음 이 음반을 듣고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봐, 비비언 왜 그러는거야?”

그런데, 밤샘 작업과 과도한 알콜, 컴까지 고장나서 혼이 쏙 빠진듯했던 한 주를 보내고 무거운 눈꺼풀이 점점 내려오려는 시간에 우연히 집어든 이 음반은 좀 다르게 들린다. 클래식 록 좀 들었다 싶은 양반들도 다 아실 블루스의 명곡들로 그득한 본작에서 갑자기 추억과 평화로움이 느껴진 것이다. 아마 비슷한 시도(헤비메탈 기타리스트의 블루스 원정기)를 했던 “Gary Moore”에게 이 곡들을 연주하라고 한다면 훨씬 헤비하고, 강렬하지만 과도한 감정 이입이 부담스런 연주로 채워버렸을 듯 싶다.

그러나 비비언은 이 음반에서 좀체로 흥분하지 않는다. 짜릿한 맛이 생명인 「The Hunter」조차도 기타 솔로와 블루스 하프(하모니카)를 함께 내세우는 양보의 미덕을 보인다. 전혀 날카로운 솔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들어보니 편안하게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들 – “Eric Clapton”, “Paul Kossoff”, “Peter Green”, “Jeff Beck”, “Keith Richard”, “Rory Gallagher”, 등 – 을 추억하며 연주한 듯한 인상이다.

즉, 수록곡 대부분이 미국 흑인들의 (소위 ‘원단’) 블루스들이긴 하지만, 비비언은 미국 블루스가 아니라 영국 블루스-록 1세대가 그 곡들을 카피하던 1960년대 중, 후반을 떠올리며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연주와 잘 맞지 않음에도 흑인 명인들을 게스트로 모셔왔던 게리 무어보다 차라리 솔직하게 자신을 까발리고 허심탄회하게 풀어낸 듯한 느낌이다.
 
뭐 이 앨범에도 “Z.Z.Top”의 “Billy Gibbons”를 모셔다가 구색맞추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기븐스는 정통파 블루스라기 보다 아메리칸 록커에 가깝기 때문에 연주의 분위기도 서로 아주 잘 맞는 듯 들린다. “Terri Bozzio”의 드럼도 매우 심플하고 따사롭다. 카멜레온 같은 그의 드러밍이야 워낙에 유명하지만, 이번엔 정말 힘을 빼고 함께 즐기는 느낌이 강하다. 다른 연주자들 역시 그렇고. 단 3일 만에 녹음을 해치운 것이 아주 당연하게 들리는 음악이다. 

굳이 토를 단다면, 음반 후반부로 갈수록 데프 레파드 기타리스트 비비언이 자꾸 보인다는 것인데, 녹음 순서를 알 수 없으니 맘대로 상상해 볼 뿐이다. 아마도 데프의 멜로딕 정교 기타 기운이 녹음 처음엔 자기도 모르게 나오다가 둘 째, 셋 째날에는 옛 기억이 더 새록새록 나서 편하게 쳤을 것이라고 ……

ps. 1
외국 평론가들의 평가나 나의 느낌도 명반 반열에 오를 정도의 음반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비비언 캠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손 가는대로, 맘 가는대로 한 번 따라가며 찬찬히 편하게 감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특히 아직도 헤비메탈 기타리스트 넘버 원으로 그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

ps. 2
생각보다 비비언 캠벨의 목소리가 텁텁하면서 매력있다. 록 보컬과 달리 블루스 보컬은 좀 더 감정을 잘 살리는 거친 맛이 필요하니까. 그러고 보면 슈퍼 밴드의 기타리스트들은 노래도 다들 기본적으로 받쳐주는 거 같다. 워낙 노래 잘하는 보컬과 오랫동안 함께해서 그런가???

영진공 헤비죠

“Blizzard Of Ozz”, 다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감동의 연속


꽤 심한 피로를 느낄 때마다 내 손은 자연히 헤비메탈 음반으로 간다. 그것도 정통파라고 불리는 쪽으로. 술이 깨지 않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오늘도 이상하게 이 음반으로 손이 간다. “Mr. Crowley”는 언제 들어도 소름이 확 돋고, “Suicide Solution”은 심박수를 두배로 끌어 올려버린다. “Good Bye to Romance”와 이어지는 청아한 “Dee”까지 오지와 랜디(Randy Rhoads)의 감수성은 극에 달한다. “I Don`t Know”와 “Crazy Train”의 발랄(?)하고 힘찬 리프는 기타 좀 쳐봤다는 30대 이상의 엉아들이라면 한 번 쯤 연습해봤음직한 아이템이다.

이 음반에 실린 9곡은 오지 자신도 다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감동의 연속이다. Black Sabbath에서 탈퇴한 후, 자신이 꿈꾸던 어두움과 밝음이 공존하는 음악 세계를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음반은 1970년대와 1980년대 헤비메탈의 분기점에서 양자 모두의 기운을 내뿜는 독특한 음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Crazy Train”과 “No Bone Movie”를 비교해보라. 1980년대와 1970년대의 록 음악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 가운데 “Mr. Crowley”는 이전 무거움에 있어서는 1970년대의 정신을, 사운드의 신선함과 기타 연주의 유러피안 클래식적인 접근은 1980년대의 진수이다. 그래서 오지의 이 음반은 두고 두고 명반 중의 명반으로 칭해지는 모양이다.

오지, 지금 돌아보면 코메디언이 된, 공연 산업의 마이더스의 손이 된, Kiss와 함께 막 살아도 잘 사는 록 스타의 전형이다. 근데, 이 음반 만들 때도 그가 그랬을까? 이 음반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는 여전히 언더그라운드의 마왕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그냥 늘 궁금하다.

다시 들어도 Bob Daisley의 베이스 연주는 힘이 있으면서도 섬세하게 필인을 잘 넣는다. 이상하게 이 음반 = 랜디+오지(가끔 Don Airey)의 공식으로 얘기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 섹션도 거의 완벽에 가깝다. Lee Kerslake는 이 후 1990년대 초반까지 계속 Uriah Heep에서 연주하다가 지금은 뭐하는 지 모르겠다.

리의 연주는 상당히 부드러운 편인데, 그의 후임자인 Tommy Aldridge가 음반에서 라이브로 연주한 이 음반의 곡들과 비교해보면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근데… 랜디의 부드러운 기타 연주는 타미의 힘으로 꽉 찬 연주가 뒷 받침될 때 더 힘을 받는 듯한 인상이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기타리스트 중에서 강한 리듬 섹션이 있을 때 이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오히려 덕분에 자신이 더 빛나 보이는 유연한 연주자는 흔치 않다. 그래서 랜디의 죽음은 생각할 수록 더욱 아쉽다 T.T

영진공 헤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