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왕”, 장진의 설계도는 뻔해야 제맛???



결국 설계의 문제야. – 인간이 풀어내야 하는 모든 문제의 귀결

장진 감독은 전직 코메디 작가답게 꽤 재미날 수 있는 상황을 잘 만들어낸다. 뻔히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왜 그렇게 뻔한 상황인데도 피식 웃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뻔함이 익숙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장진식 코메디(?)의 묘미는 그 ‘설계’에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마치 연극 ‘라이어’ 시리즈가 그런 말장난의 설계에서 놀아나듯, 인간 감정의 부딪힘 보다는 말놀이의 부딪힘이 더 드러난다. 그래서 장진 감독이 일부러 우겨내 만들어낸 감성의 장면들은 그렇게도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

아쉽지만 지금까지는 그렇다.

1. 날아오는 자살녀의 등장 Scene
이 냥반 정말 낙하하는 여성 좋아하는 것 같은 데 영화 ‘아는 여자’에서도 한 명 낙하 – 이번 영화에서는 류승룡 와이프로 나오는 장영남 배우 – 시키더니 이번에 또 낙하 시킨다.

전혀 섞일리 없는 사람들을 한데 섞기 위한 도구로 ‘강변북로’를 사용하는 데다가 강변북로 여자 귀신 얘기도 아니고 이건 난데 없이 두 시 방향에서 날아드는 투신녀라니 호러물도 아니고 – 심지어 사람이 치이는 데 코믹한 – 악취미도 이런 악취미가 없다.

2. 우울증 온라인 정모 Scene
또 또 나왔는데 영화 ‘아는 여자’에서 은행털이 온라인 정모를 하더니 이번엔 우울증 정모라니! 더군다나 이번엔 온라인 정모에서 일어나는 ‘쌈박질’을 개그 소재로 차용했다.

동시대 젊은이의 일상 코드에서 코믹한 요소로 이끌어내는 데는 확실히 수준급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3. 장진 감독 파출소 Scene
이번에는 그냥 카메오가 아니라 아예 대놓고 한 자리 직접 꿰차고 진행을 하셨는데 역시나 감독으로써 자신이랄까? 연기가 짝짝 감기는 것이 맛깔나게 잘 했다.

강력계 마반장이라니. 등장부터 관객들이 킥킥대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이만큼 감독 얼굴 익숙히 아는 우리 영화도 드물지 싶다.

4. 동치성의 등장 Scene
정재영이 특별출연하는 데 정말 그렇게 과격한 몸놀림(?)을 했는데도 정면 클로즈업 샷을 보기 전까지는 정재영인줄도 몰랐다.

더 재미난 것은 이 캐릭터의 극 중 이름이 ‘동치성’이라는 것이다. 아 이 맛에 장진 감독 영화 보는 거 아니겠는가? 동치성의 재등장이라니. 정말 아름답다 아름다워.

영화의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임하룡 배우가 안 나온다는 점이다. 나름 장진의 배우들에 합류해서 나오실 만도 했지 싶은 데 끝까지 출연하지 않았다. 영화 ‘아저씨’에서 노형사 역할 했던 이종필 배우도 잠깐 나왔는데 이 냥반은 얼굴만 봐도 웃겨서 큰일이다. 나름 맛깔나는 배우인데 말이다.

그토록 말놀이를 풀었음에도 기억에 남는 대사하나 없건만, 그나마 이번에 건진 건 ‘장진 감독 영화’에서 눈시울을 적실만한 내용이 나온 점이다.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송영창의 아내가 눈물을 또르륵 흘리는 장면이나, 송영창이 엉엉 울어대며 병실로 들어가는 장면은 정말 이전 작품에서 보기 힘들 정도의 설정이자 묘사였다.

아 송영창 아저씨.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영진공 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