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몸 속에 자철광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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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모어에 의해 정체가 발각된 주자성 박테리아(magnetotactic bacteria)는 놀랍게도 몸 속에 자석 조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넘들 땅바닥에 떨어져있는 천연 자석 쪼가리들을 주워먹기라도 한 걸까? 그러나 박테리아는 땅그지가 아니었다. 박테리아는 몸 속의 작은 주머니에 나노 크기의 작은 자철광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얘가 주자성 박테리아.


주황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은 몸 속에 있는 자철광 결정들이다.


 


 


 


대체 오대양 육대륙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요 지들이 평생 이동할 수 있는 거리래봐야 거기서 거기인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어째서 몸 속에 자석 공장을 만들면서까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은 대부분 산소 농도가 낮은 곳이다. 보통 이런 곳은 바다나 하천의 퇴적물이 쌓여있는 바닥이다. 이곳은 산소나 황화물 같은 화학 물질들이 깊이와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농도가 변하기 때문에 주자성 박테리아들도 지들이 좋아하는 최적의 농도로 시시각각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게 아래쪽은 퇴적물이 가라앉는 방향이고, 대부분 요놈들이 좋아하는 화학적 농도가 유지되는 곳이었다. 즉, 박테리아들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밑으로 향해야만 했다.


 


그런데 박테리아한테는 밑으로 향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라면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몸을 내던져서 머리가 깨지는 방향이 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허나 박테리아는 워낙 개미 코딱지만 해서 질량이 있으나마나한 정도이기 때문에 중력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애들이다(중력은 질량에 비례하니까).


 


그래서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위아래의 구분이 없어지듯 박테리아들 역시 일종의 우주 공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테리아들이 중력을 이용해 밑으로 향한다는 것은 꿈도 못꿀 일이다. 게다가 박테리아가 살고 있는 미시세계에는 또다른 힘들이 펼쳐져 있다.


 


 


 






개미 정도만 되어도 전혀 다른 힘들에 놓이게 된다.


 


 


 


예를 들어 개미는 추락사할 일은 없지만 대신 무시무시해진 표면장력 때문에 작은 물방울에 갇혀 익사할 수 있다. 하물며 개미보다 훨씬 더 무지무지 작은 박테리아 정도의 크기가 되면 무려 물 분자들의 브라운 운동(분자들이 열 에너지로 인해 진동하는 현상) 때문에 이리저리 정신없이 치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박테리아의 처지란 위아래는 커녕 좌우도 헷갈릴 지경이다. 그래서 일부 박테리아들이 영리하게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변함없이 밑을 향해 뻗어있는 자기장을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넘들은 몸에 자석 공장을 유치하고 자석 조각을 만들어 나침반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 좀 이상하다.


우리는 나침반을 평면 상에서 방향을 정하는데 쓰는데, 박테리아들은 나침반을 좌우 방향이 아닌 상하 방향을 찾기위해 쓴다고?


 


사실 지구의 자기장은 수평 방향 뿐만아니라 수직 방향으로도 작용하며 자기장의 세기는 위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적도 상에서 자력선은 지구 표면에 대해 수평이지만 양극으로 갈수록 차츰 지구의 내부를 향해 기울어진다.


 


나침반의 바늘은 지구 자력선의 방향을 가리킨다. 고위도 지역일수록 수직 성분이 수평 성분보다 강해지기 때문에 자극에 가까워질수록 자침은 점점 아래쪽을 가리킨다. 이런 이유로 주자성 박테리아는 젖과 꿀이 흐르는 밑쪽으로 내려가기 위해 자석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는 것이었다.


 


 


 





 




 


 


과학자 형님들은 블레이크모어의 발표에 까무러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말 주자성 박테리아가 몸 속의 자석을 이와같은 용도로 사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조사에 나섰다.


 


만약 주장대로라면 남반구 쪽에 사는 애들은 자남극을 향해 헤엄치는 경향을 보일것이며, 반대로 북반구 쪽에 사는 애들은 자북극을 향해 헤엄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과학자 형님들은 냉큼 달려나가 북반구에 사는 놈과 남반구에 사는 놈들을 잡아들여 취조하였다.


 


그 결과, 실제로 이들은 그러한 경향을 보였다.


 


 


 





“주자성 박테리아 참 쉽죠잉~”


 


 


 


이로서 또하나의 생명체의 비밀이 위대한 과학자 형님들의 손에 완벽하게 밝혀졌다 …… 는 fake고, 오히려 연구가 거듭될 수록 점점 알쏭달쏭한 상황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주자성 박테리아 역시 쉬운 생명체가 아니었다.


이 녀석들은 벗기면 벗길수록 숨겨진 매력을 내뿜었다.


 


 


발췌 및 편집:

   스티븐 제이 굴드 저, 김동광 역, [판다의 엄지], 세종서적, 1998


   존 포스트게이트 저, 박형욱 역, [극단의 생명], 코기토, 2003


 


 


◆ 3부로 이어집니다. ◆



 



 


영진공 self_fish


 


 


 


 


 


 


 


 


 


 


 


 


 


 


 


 


 


 


 


 


 

애인 몸 속에 자철광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1부]



 

 


 


 



 


 

우리는 지구라는 커다란 자석 위에 살고 있다. 이 커다란 자석은 태양이 내뿜는 지독한 방사능 입김과 먼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유해한 것들로 부터 생명체를 보호하고 있는 일종의 자기 방어막을 발생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예민하다는 옆집 누나라 하더라도 지구가 내뿜는 자기장을 몸으로 직접 느끼지는 못한다. 대신에 인류는 전자렌지를 발명한 생물답게 간접적인 현상을 통해 지구가 단순한 돌댕이가 아닌 커다란 자석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도 특정 종류의 돌이 양쪽 끝으로 작은 금속 쪼가리들을 끌어당기는 현상을 목격했을 것이다.


 


인류는 기원전 5세기전 이러한 자장을 관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특별한 돌이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도 알아차렸다. 나침반은 이러한 자기磁氣의 원리에 따라 작동하며, 방향을 정하는 데 쓰는 가장 오래된 장치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이 나침반을 발명하여 가지고 놀았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지구가 자극을 가지고 있으며 왜 이 요상한 돌로 만든 조각들이 저절로 움직이는지는 알지 못했다. 자석 바늘이 남북 방향을 가리킨다는 사실은 기원전 100년 경에 이르러서야 알려졌고, 그 후 자석바늘은 주택이나 사원, 무덤, 길, 그밖의 시설의 이상적인 위치를 정하는 기술인 풍수지리에 이용되며 오랫동안 점술가의 밥벌이 도구로 사용되었다.


 


송宋 대인12세기 초까지 이러한 나침반을 항해 도구로 사용하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나침반 바늘이 지구의 자성磁性과 반응하여 움직인다는 발전된 자연주의적 이론은 더 나중에야 등장하였다.


 


 




‘지남차指南車’에 설치된 차동差動장치 위에 한 인물상이 올려져 있는 이 기계는

중국인들이 개발한 것으로 나침반의 선구자가 된 장치이다.

이 장치는 탈것이 모퉁이를 돌 때,


안쪽 바퀴와 바깥쪽 바퀴의 회전수의 차이를 없애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어 위의 인물상은 방향의 변화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어김없이 남쪽을 향해 팔을 가리키는 상태로 유지되었다.


 





83년에 등장한 ‘남쪽을 가리키는 숟가락’.

가운데 놓여있는 국자처럼 생긴 것은 자철광 돌로 만들어진 것이다.



 





1135년에 등장한 나침반.

물위에 떠 있는 나무로 만든 물고기 안에는 자철광이 들어 있다.



 


 



태양에 비하자면 지구는 개미 코딱지 만도 못한 크기지만 지구 위에 사는 생명체들에게 지구는 광활한 공간이다. 그래서 이 광활한 공간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인류가 교통수단의 발달과 함께 자기집 앞마당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그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동물들도 위치를 파악할 수단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디에 먹이가 있고 계절에 따라 어떤 지역들이 살기 좋은지를 찾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길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황천길을 향한 편도 여행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동물들은 일찍부터 지구 자기장을 느낄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을 진화시켰다.


 


인류가 영문을 모른채 나침반으로 마술놀이를 하고 있는 동안에 동물들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몸 속에 구축해 놓았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은 물론이요 심지어 꿀벌들조차 지구 자기장 네비게이션을 필수옵션으로 갖추었다. 자랑할 것은 머리밖에 없는 인류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뒤늦게 분발한 인류는, 지도를 그리고 나침반을 발명하더니 결국 20세기에 이르러 하늘에 위성을 쏘아 GPS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온갖 번거로운 짓을 하고 난 후에야 지구 위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많은 동물들이 자기장을 이용해 길을 찾는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우리는 놀라운 진화 시스템에 탄복하며 다시한번 자연을 향해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이 다시금 우리의 후두부를 강타했다.


 


보잘것 없다고 여기고 있던 박테리아 마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인류가 몇 백년 전에야 지자기를 이용한 것에 비해 동물들은 까마득히 옛날부터 개나소나 자기장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자성 박테리아 발견


 

주자성 박테리아는 1975년 뉴햄프셔 대학의 젊은 대학원생이었던 리처드 P. 블레이크모어가 매사추세츠 주의 한 연못에서 수집한 진흙 샘플에서 그 자태를 드러냈다.

 


요넘들은 현미경 슬라이드 안에서 마치 한쪽에 꿀을 발라놓은 듯 특정한 가장자리로만 이동하였다. 슬라이드를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어둡게 만들어도 보았지만 어떠한 요소도 이 녀석들을 헷갈리게 만들지 못했다.


 


빡침을 느낀 블레이크모어는 마지막으로 ‘설마 니들이 뭐 지구 자기장 같은 거라도 이용하는 거야?’ 라는 생각으로 미친척하고 슬라이드 옆에 자석을 놓아 보았다. 그랬더니 지금껏 꿈쩍도 안하던 녀석들이 자석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 박테리아들은 마치 자신의 몸 속에 자석을 지닌 것처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실제로 요녀석들은 몸속에 자석 조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리저리 줏대없이 자석을 따라 움직이는 주자성 박테리아들



 




☆ 참고 및 발췌:

1. 외르크 마이덴바우어 엮음, 박승규 역, [과학의 역사], 생각의 나무, 2002

2. 제임스 E. 메클렐란 3세, 해럴드 도른 공저, 전대호 역,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모티브, 2006



3. 스티븐 제이 굴드 저, 김동광 역, [판다의 엄지], 세종서적,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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