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최진실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재수할 때였다. 학원 종합반에서 한동안 내 옆에 앉았던 여자아이는 외모도 성격도 참하고 단아한 아이였다. 그때 난 그 비싼 종합반을 등록한 주제에 수업 시간엔 주로 공상을 하거나 시를 쓰거나 했다. 그리고 쓰는 시를 족족 그 아이에게 읽어봐달라며 내밀곤 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손바닥만한 노란 메모지에 뭔가를 적어 주었다.

“이게 뭐야? 시?”
“노래.”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 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날들도 묻어버리기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읽고 있는데 마음이 막 아팠다. 이런 노래가 있었구나.

“좋지?”
“응.”

멜로디가 궁금했지만 일부러 찾아듣진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노랫말에 어떤 멜로디가 붙었을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쩐지 이걸 노래로 듣게 되면 무척 실망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 노래는 내게 멜로디 없는 노랫말이었다. 그냥, 시였다.

시간이 흘러 어느날 나는 결국 우연히 노래를 듣게 되었다. 어떤 멜로디가 붙었든 분명 실망할 거라 생각해온 것과 달리, 그때부터 이 노래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자신에겐 길고 긴 고통과 괴로움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남은 이들에겐 갑자기, 문득, 홀연히, 그들이 떠나는 것. 어제까지 노래하던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시던 사람이, 웃으며 얘기했던 사람이 갑자기 죽어버리는 것. 그래서 믿을 수 없다고 하고, 그럴 리 없다고 하는 것.

그렇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 부디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자고 있길 바란다.


– 그리고, 최진실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깊이 애도하며.


영진공 도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