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트 플랜”, 여주인공은 지형지물에 익숙해야 한다.

  



이 영화는 마치 “조디 포스터”의 오랜 팬이 ‘마침내’ 영화판에 뛰어들고 ‘뜻하지 않게’ 초짜가 큰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주연으로 “조디 포스터”를 기용하게 된 뒤, 이게 꿈이냐 생시냐 볼을 스스로 꼬집으며 기뻐 날뛰는 마음으로 찍은 팬픽 같다.


철학도 출신으로 무려 컬럼비아 대학과 AFI 같은 영화 명문가에서 영화를 배운 사람이 그토록 인물 클로즈업으로만 일관한 이유는 아무래도 그거이지 않을까. 그 맘 이해못할 바 아니기에, 그리고 정말 아름답게 나이먹은 “조디 포스터” 모습을 실컷 보았기에 대강 수긍하고 만다.

영화의 전반부는 감쪽같이 사람 하나 바보되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악당과의 대결. 관객들에게 좀더 혼란을 주었으면 했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조디 포스터”라는 배우가 주는 강인한 이미지의 위험을 잘 알고 있었던 것같다. 개인적으로 『패닉 룸』에서 “조디 포스터”가 미스캐스팅이라고 생각한 건 그 배우가 주는 믿음직한 강인함의 이미지 때문에 영화 내내 긴장도가 떨어졌던 탓이다. (뭔 일이 벌어지든 어쨌건 그녀는 악당을 물리치고 딸도 구할 것이니까. 원래 캐스팅대로 “니콜 키드먼”이 연기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폐쇄공간에서 점차 히스테릭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여주인공 캐릭터가 훨씬 더 잘 살았을 거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서투른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 안전한 길을 택한다. 영화 내내 보는 사람들은 “조디 포스터”가 정신 착란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별로 마음에 두지 않은 채 도대체 범인이 누구고 무슨 짓을 했길래 저토록 완벽햐게 사람을 바보를 만들고 있나, 궁금하게 된다. 마침내 범인이 밝혀지고 난 뒤 “조디 포스터”와 악당의 대결 시간은 의외로 짧다. 악당은 맥없이 “조디 포스터”에게 당하고 만다. 
 



 


 


“나이트 플라이트”와 “플라이트 플랜”은 영화 러닝타임의 상당부분이 비행기 안에서 흘러간다는 점 외에도, 악당 캐릭터가 다소 약하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이는 시나리오상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재의 여성의 지위 향상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듯싶다.


이제 우리는 여주인공에게도 – 완력은 약할지 모르나 – 지혜와 재치로 위기를 모면하고 나아가 다른 이를 구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자립적 주인공을 기대한다. 이런 여주인공을 설정하려면 당연히 악당은 완력이 아니라 머리로 범행을 벌이는 사람이어야 하고, 총을 함부로 들이대서도 안 된다.


하긴, 함부로 완력을 들이대는 악당들이 넘쳐나는 시대란 아직 덜 문명화된 시대이다. 돈 때문에 범행을 계획해도 사람을 죽이는 건 별로 원하지 않은 악당의 일반화란, 사회 분위기 전체가 점차 소.위. 문명화되는 대신 아무나 범죄자가 될 수 있는 – 그래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매력적이고 자상한 남자일수록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는 – 현상을 반영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후 스릴러 장르 영화의 숙제란, 이러한 범인을 상대로 어떻게 다른 종류의 긴박감을 만들어내고 그걸 관객들에게 어떻게 설득시키며 새로운 장르 컨벤션을 만들어낼 것인가가 될 듯.


이에 대한 해법 중 두 영화에서 제시해주는 하나는 이것이다.


스릴러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앞으로 주변의 자잘한 소품 응용 기술과 재능을 더욱 길러야 할 것! (소화기 사용 예와 “나이트 플라이트”의 집안 가재도구의 다양한 이용 등).


그 두 경우의 공통점을 도출해 보면, 본격적인 대결은 여주인공이 매우 잘 알고있는 공간 내에서 일어나야 한다.


영진공 노바리


 


 


 


 


 


 


 


 


 


 


 


 


 


 


 



 

“보디 히트” (1981), 로렌스 캐스단의 감독 데뷔작


참 의아하다. 그러니까 도대체 무슨 연유로, 어떤 영화 때문에 졸지에 “로렌스 캐스단”이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 로 한때 불렸던 것일까? 『프렌치 키스』 때 그런 문구를 동원해 홍보를 했던 것 같은데, 『우연한 방문객』 때문인가? 아니면 『죽도록 사랑해』? 아니 어쩌면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일까?

캐스단 하면 언제나 『보디 히트』가 가장 먼저 언급되곤 한다. 새끈한 시절의 “윌리엄 허트”와 역시 새끈한 시절의 “캐슬린 터너”가 치정극의 주인공들로 나온다. IMDB를 찾아봤는데 이 영화가 데뷔작이란다. 이런, 결코 데뷔작같지 않은 데뷔작이다. 이렇게 능글능글할 데가 있나.

영화는 ‘치정극’, 그리고 ‘팜므파탈’이라는 단 두 단어로 설명이 충분할 만큼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이 예상 가능한 것의 과정 하나하나를 흥미롭게 엮어가고 있다. 정말로 그녀는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일까? 정말로 그녀는 그를 죽이려 했단 말인가? 정말로 그녀는 그를 이용한 것인가? 혹은, 정말로 그녀는 그를 사랑했을까? 어쩌면 모든 답을 다 알면서도,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의심을 하게 된다.

역시나, “잔느 모로”나 “페이 더너웨이”처럼 서늘한 미녀과에 속하는 “캐슬린 터너”가 서늘한 매력을 발산한다. 마르고 팽팽한 피부의 “윌리엄 허트”는 매우 섹시하다. 영화를 보면서, 의도적으로 접근한 남자를 정말로 사랑해 버렸고 게다가 알고보니 팜므파탈이 아니라 가련한 희생자였던데다 비참한 죽음을 맞는 『차이나타운』의 “페이 더너웨이” 꼴이 나지 않기를 바랐다. 다행히 그녀는 그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속이고 심지어는 자신의 죽음까지 위장해 더이상 추적과 의심을 받을 필요 없이 이국적인 곳에서 삶을 즐기고 있다.

고전 누아르에서 팜므파탈은 언제나 주인공 남자에게 파멸을 맞곤 했다. 나는 이 영화가, 결국 그녀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 마음에 든다. 물론 ‘승리’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게, 그녀는 그를 죽일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믿고싶었을 것이다. 그의 사랑을, 그의 진심을. 대체로 똑똑한 팜므파탈이 나오는 영화에서, 마지막까지 의심하지 않고 모든 걸 다 바치고, 그녀를 위해 기꺼이, 자기가 앞서 배신당해주는 남자주인공들이 마침내 여주인공에게 구원을 얻는다.

그러나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간이라도 빼줄 듯 굴다가도 자기가 손해보는 것같으면 의심을 시작한다. 그러게 진짜 사랑은 바보들만 하는 것이다. 혹은 진짜 사랑할 때 바보가 된다.

숨막히는 밤, 숨막히는 유혹

대체로 이런 식의 스릴러는 인간의 신뢰와 배신에 대해 다룬다. 세상은 너무 순진하게만 살 수는 없다. 그런 경우 멍청함은 불행을 부르고 그는 결국 상대의 사악함 탓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엄밀한 계산의 와중에도 사람은, 누군가를 믿고 싶어한다. 그 믿음이 성취될 때, 막대한 돈을 능가하는 행복을 함께 얻는다. 많은 이들이 아름답고 똑똑하며 착하지 않은 그녀들을 욕하면서도 그녀들에게 매혹된다.

하지만 그녀들의 배신은, 말하자면 테스트이다. 그녀들은 사랑의 깊이를 테스트한다. 그의 사랑이 과연 세월에 금방 시들게 될 육체에만 홀려있는지, 아닌지. 손해와 상처를 감수할 자세가 되어있는지. 정말로 그녀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지.그 테스트를 통과하는 사람만이 궁극적으로 그녀들에게 구원을 얻는 것이다.

영진공 노바리

완숙 계란 두 개, “전쟁 전 한 잔”과 “무덤으로 향하다”


글쎄, 어떨까. 나는 하드보일드를 사랑한다. 경애한다. 거기 딱히 인생의 진리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멋진 남자가 있기 때문이다.


[사조영웅전]의 건전한 모범생 타입의 히어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성호접검]의 삐딱한 킬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나는 홈즈 스타일의 갑갑하고 정직한 탐정보다는 필립 말로우처럼 세상을 비웃으며 코웃음을 날려주는 탐정을 훨씬 더 좋아한다. 그쪽이 더 멋지니까.



아무튼 내가 최고로 치는 하드보일드 소설은 예나 지금이나 [기나긴 이별]이다. 거기엔 사건이 있고, 우정이 있고, 배신이 있고, 사랑이 있고, 탐정은 그 속을 이리저리 부닥치며 돌아다니다가 어떻게든 사건의 끝장을 보고야 만다. 위선을 부리지 않고, 설교를 하지도 않고, 잔가지를 늘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데니스 루헤인의 [전쟁 전 한 잔]은 …… 아, 제길, 주일설교문을 읽는 기분이었다. 조금 몰입하려고 하면 인종 문제가 어쩌고저쩌고, 가정 폭력이 어쩌고저쩌고, 다시 또 인종 문제가 어쩌고저쩌고, 또 또 또 인종 문제가 어쩌고저쩌고,




플롯은 너무 허접해서 뭐라고 딴지를 걸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얘기가 좀 안 풀린다 싶으면 일단 액션 묘사를 집어넣는다. 마치 로저 코만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 주인공이 삐딱선을 타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건전한 모범생이라는 게 제일 큰 문제일 것이다. 뭐야, 이거? 이게 무슨 하드보일드란 말이냐? 차라리 얼간이가 탐정 역으로 나오는 정통 퍼즐 미스터리를 보는 게 낫겠다!


허영심에 가득찬 추리소설광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적 만족감에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마음을 부둥켜안고 흡족해할 것이다. “아, 나도 뭔가 수준높은 하드보일드 소설을 읽었구나!”라고 하면서. 하지만 정말 수준높은 소설을 찾는다면 노벨문학상을 탄 소설을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평점을 매기자면 “탄산수 1리터에 럼주 한 방울을 떨어트려 마시는 듯한 소설”이다. 한 마디로 밍숭맹숭.



나는 이 소설을 1주일에 걸쳐 겨우 다 읽은 다음, 너무 실망하고, 좌절했다. 그리고 분노했다. 내가 이런 걸 돈 주고 사다니!

그래서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뭔가 볼만한 책이 없을까 찾아보던 중에 로렌스 블록의 [무덤으로 향하다]라는 책을 샀다.


그날밤, 나는 그 책을 다 읽어버렸다.



사실 [무덤으로 향하다]도 아주 멋진 하드보일드 소설은 아니다. 알콜중독으로 밸밸대던 매튜 스커더는 갑자기 바른생활 중년이 되려고 애쓰고 있고, 벌어지는 사건은 ……. 음, 마약상의 가족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잔인무도한 연쇄 살인이다. 아무리 봐도 이건 하드보일드라기보다는 스릴러다. 그것도 헐리웃 취향의 비쥬얼이 강한 스릴러.



하지만 워낙 [전쟁 전 한 잔]이 형편없었기 때문인지, [무덤으로 향하다]는 그에 비하면 엄청난 걸작처럼 느껴졌다. 실제로는 [800만 가지 죽는 방법]보다 훨씬 아래인데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도 책을 읽은 지 며칠이 지나서는 조금 정신을 차렸다. 그래, [무덤으로 향하다]도 역시 그저그런 하드보일드였어.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평점을 매기자면 “보드카 한 잔에 탄산수 한 잔을 섞어 마시는 듯한 소설”이랄까.


어쨌건 ….. 중간은 한다는 얘기다. 뭐, 그 정도로 만족해야 하려나?


영진 DJ Han

마이클 잭슨, 그 전설을 추억하며 …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그 이름은 단순히 팝음악의 스타라는 이미지를 넘어서서 한 시대와 그 문화에 대한 icon이자 이제는 전설의 자리에 놓여지게 되었다.  지난 6월 25일 우리 곁을 떠나간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 전설의 발자취를 추억해보고자 한다.

마이클 잭슨이 전설로 자리잡게 된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다음의 세 가지가 가장 주요하게 작용하였다고 본다.

1. 마이클
두 말 할 것도 없이 마이클 그 자체가 참으로 뛰어난 엔터테이너였다.  팝계의 역사를 통해 가창력이나 춤 솜씨가 뛰어난 이들은 무척이나 많았지만, 마이클 처럼 자신의 재능을 극대화하여 펼쳐보여준 이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의 가창력은 사실 영혼을 울리는 떨림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가 추구하는 그루브(Groove)에 최적화되었고, “Off The Wall” 앨범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발휘한 작곡능력 또한 그가 발표했던 수 많은 명곡들을 통해 증명이 되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그의 춤사위는 논쟁의 여지가 별로 없이 최고라고 불리운다.


아, 그리고 마이클은 공인된 발명가이기도 했다.
뭔 얘기냐하면 … 그 뭐냐 “Smooth Criminal”에 나오는 몸을 기울이는 동작에서 신는 신발을 특허로 등록하였다는 거다.

못 믿겠으면 여기를 누질러 보시길.

2. 퀸시 존스 (Quincy Jones)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여야 보배”라 하였듯, 잭슨파이브 (Jackson 5) 시절 그저 재능있는 어린 소년이었던 마이클이라는 구슬을 정성껏 갈고 닦고 꿰어서 전설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한 가장 큰 조력자는 누가 뭐래도 퀸시 존스이다.

퀸시 존스가 뭐하는 사람인지 설명하려면 무척이나 길어지는데 무쟈게 줄여보자.
1933년생인 그는 열여덟살 때에 트럼펫 연주자로 재즈 음악계에 입문한다.  이때의 모습은 영화 “레이(Ray)”에서 묘사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찾아보시길.
그리고 1962년에 그의 가장 큰 히트곡이랄 수 있는 “Soul Bossa Nova”를 발표하는데, 이 노래는 영화 “오스틴 파워즈”의 테마음악 등으로 매우 잘 알려져 있어서 그를 모르는 사람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곡이다.
이후 그는 음반기획과 제작에 전념하였는데, 1981년에는 “The Dude”라는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하여 “Ai No Corrida” “Just Once” 등의 히트곡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퀸시와 마이클의 만남은 1979년 발매작 “Off The Wall”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Thriller”와 “Bad” 앨범까지 그들의 조화로 이루어진 결과물들은 음악적으로 그리고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둘은 이런저런 이유로 더는 함께 작업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퀸시 존스가 마이클 잭슨이라는 전설을 이루는데 참으로 큰 역할을 하였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3. 기타 (Guitar)
수록곡 전체가 빠짐없이 대히트를 기록한 앨범 “Thriller”에는 당시 댄스음악을 경멸(?)하던 이들까지 열광케한 곡이 있었으니, 그 곡은 바로 “Beat It”이다.  많은 이들이 그 곡의 뮤비에서 보여지는 안무에 감탄하고 따라하기 바쁠때 음악 좀 듣는다거나 실제 연주를 하는 이들은 춤사위에 어우러지는 기타 솔로와 곡 전체를 리드하는 리프에 말 그대로 놀라자빠졌더랬다.

Eddie Van Halen의 화려한 솔로와 Steve Lukather의 강렬한 기타플레이가 곡 전체를 휘감고있는 “Beat It”은 팝음악계에 댄스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Funk 리듬과 헤비메탈기타에 맞춰 멋드러지게 댄스 루틴을 전개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Off The Wall” 때 부터 이러한 사운드의 실험은 시작되었고, “Thriller”의 대히트를 통해 기타는 마이클 잭슨표 음악의 중추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마이클의 사운드는 일관되게 기타를 앞장세웠고, 기타를 사용하지 않은 곡에 있어서도 다른 악기를 통해 매혹적인 리프의 반복과 강한 타격음을 내세웠고 라이브에서도 마이클은 기타를 주축으로 사운드를 구성하였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기타리스트를 들자면 Eddie Van Halen, Slash, Larry Carlton, Steve Lukather 등 쟁쟁한 이름이 즐비하고 라이브에서는 Jennifer Batten 등이 활약하였다.

이쯤에서 마이클의 라이브를 하나 보도록 하자.

<전설의 발자취>

마이클 잭슨의 디스코그래피를 정리해 보도록 하자.
여기에서는 잭슨5의 앨범은 제외하도록 한다.

1. Got To Be There(1972)
마이클의 솔로 데뷰 앨범으로, 14세의 그를 잭슨5의 재간동이에서 탈피해 어엿한 가수로 인식하게 만든 앨범이다.


대표적인 수록곡은, “In our small way” “Got to be there” “Ain’t no sunshine” “Maria” 등인데 이 중 특히 “Maria”는 국내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서 예전에 인순이도 자주 이 노래를 부르곤 하였다.

아래를 누질러 들어보도록 하자.


2. Ben(1972)
사람을 물어 죽이는 쥐새끼에 관한 영화 “Ben”의 주제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앨범.  대표곡은 “Ben”과 “In our small way”이다.

예나 지금이나 쥐새끼가 말썽이다. 하루 빨리 박멸하세~

“In our small way”는 “나무자전거”의 “강인봉”이 어린 시절 “작은별 가족”으로 활동할 때 “나의 작은 꿈”이라는 노래로 번안해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참고로 “Ben”과 함께 마이클의 어린 시절 대표곡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I’ll be there”는 잭슨5의 1970년 작 “Third album”에 수록되어 있다.

역시 아래를 누질러 들어보자.


3. Music & Me(1973)
마이클이 변성기를 맞는 시기에 나온 앨범으로 대표곡은 “Happy”와 “Too young” 등이다.


아래를 누질러 들어보자.


4. Forever, Michael(1975)
마이클과 잭슨5의 모타운 레코드 시절을 마감하는 앨범.  대표곡은 “We’re almost there”와 “Just a little bit of you”이다.


이 앨범 이후 그의 활동은 잠시 소강기에 들어간다.

아래를 누질러 수록곡 중 하나를 들어보자.


5. Off The Wall(1979)
마이클 잭슨이라는 전설을 잉태하게 된 앨범.  이전까지의 마이클은 그저 노래 잘부르고 춤 잘추는 곱상한 청년으로 인식되어왔는데 이 앨범은 마이클을 진정한 스타로 그리고 향후 전설을 이룰만한 뮤지션으로 탈바꿈 시켜주었다.


퀸시 존스와의 첫 작품으로 마이클 잭슨표 음악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만든 이 앨범의 대표곡은 “Don’t stop till you get enough”와 “She’s out of my life”, 그리고 개인적으로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Rock with you” 등이다.

그럼 아래를 누질러 그루브라는 게 뭔지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그 노래를 들어보자.



6. Thriller(1982)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 노래나 듣자 … 아니 보자!

7. Bad(1987)
팝음악계 사상 근접하는 기록조차 찾아 보기가 힘든 대성공을 거둔 전작 “Thriller” 이후 5년 만에 나온 앨범.  이 앨범서부터 마이클은 앨범 제작에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가고자 시도했고 결국 이 앨범이 퀸시 존스와의 마지막 작업이 된다.


전작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둔 이 앨범 역시 대표곡을 고르기가 힘들 정도이지만, 영화 “Moonwalker”에서 나온 장면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곡을 들어보도록 하자.


8. Dangerous(1991)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200 앨범챠트 1위를 차지한 앨범.  퀸시의 영향력이 사라진 상태에서 만들어진 앨범이라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이전의 작품들보다는 산만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여전히 마이클 잭슨의 특유의 음악으로 가득찬 수작.


대표곡은 “Black or White” “Remeber the time” “Heal the world” “In the closet” “Will you be there” 등등등등등 …

한 편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뮤직비디오로 인해 더욱 인상깊은 그 노래를 들어보자.


9. HIStory(1995)
히트곡 모음과 정규앨범을 합친 더블앨범.  이 앨범의 발매와 동시에 수록곡과 뮤직비디오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빚어졌고 노골적인 반(反) 마이클 정서가 형성되기도 하였다.


특히나, 미국 내에서는 이 앨범 수록곡인 “They don’t care about us”와 관련하여 “Jew me”라는 가사를 둘러싸고 유수의 언론에서 비판기사를 게재하는 등 무척 시끄러웠다.  마이클 사망 전 마지막 동영상으로 공개된 리허설 장면에서 부르던 노래가 바로 이 곡이기도 하다.

논란 끝에 변경된 버전 이전의 오리지널 버전을 가사와 함께 들어보도록 하자.


10. Invincible(2001)
이 앨범이 결과적으로 마이클의 마지막 정규앨범이 되었다.  Babyface와 R. Kelly 등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  무난하다는 평을 듣는다.


대표곡은 “You rock my world”와 “Butterflies” 등 …


여기까지다.
마이클 잭슨, 그 전설에 대한 추억을 재즈 그룹 “윈터플레이”의 “Billie Jean”을 들으며 마무리하도록 하자.


[MBC ‘음악여행 라라라’, 2009년 5월 11일 방송]

영진공 이규훈

주홍글씨 (The Scarlet Letter, 2004), “잘 만들어진 에로틱 스릴러”


변혁 감독의 두번째 장편 <주홍글씨>는 웰메이드 에로틱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고 실제로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이미 주어진 장르의 밑그림 위를 따라가는데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탄탄한 기술적 완성도를 기본으로 장르의 컨벤션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말하고자 했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과감히 일탈하는 용기를 보여주는 수준작이다. 먼저 개봉한 <범죄의 재구성>과 <아는 여자>가 끝내 달성하지 못했던 마지막 2%에 해당하는 지점에 성큼 올라선 영화가 <주홍글씨>다. 비평가들과 관객들이 <주홍글씨>를 놓고 뭐라고 혹평을 하고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한석규의 컴백 등 영화에 쏠렸던 대중들의 관심에 비례하는 흔한 현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원래 큰 잔치에는 멀리 사는 거지들까지 죄다 몰리곤 하지 않던가.

물론 몇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기는 한다. 주인공들이 영위하고 있는 비현실적인 생활 환경(트랜디 정장만 입어주는 강력반 형사들이나 재즈바에서의 현악 합주, 독신 재즈가수 집의 초호화판 인테리어)이나 몇 군데에서 발견되는 문어체를 벗어나지 못한 대사의 어색함 등은 잘 만든 영화이긴 하지만 왠지 아이 캔디를 우선 지향하는 에로틱 스릴러의 전형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뻔한 내용의 불륜 영화를 패턴을 밟아가던 <주홍글씨>는 일순간에 지금까지 쌓아온 럭셔리 맨션 전체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모험을 감행한다. 허영의 불꽃을 뒤따르는 인과응보식의 전복적인 내러티브가 새로울 것은 없지만 <주홍글씨>는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전복을 제시하고 강조하고자 했던 주제를 뒤늦게 드러낸다. <주홍글씨>는 어느 누구도 절대 악인으로 내몰지 않으면서도 이제껏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던 모든 장면들을 새롭게 해석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이 재해석된 영화의 요점을 관객들은 별로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듯 하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주홍글씨>에서의 ‘형벌의 공간’을 좀 더 지옥 같은 현장으로 남겨두었으면 좋지 않았겠나 하는 점이다. ‘장난 처럼 시작된’ 유혹과 그것에 응답한 인간이 어떤 형벌의 현장으로 인도받게 되는지를 부각시키려고 작정했었다면 두 남여 주인공의 애틋한(?) 과거지사를 밝힘으로써 면죄부를 부여하는 수순은 밟지 말았어야 했을텐데 <주홍글씨>는 마지막에 밝혀지는 감춰졌던 사연을 통해 완전한 희생자로만 보였던 인물 역시 같은 ‘죄와 벌’의 굴레 속의 동일한 존재로 끌어들이는 대신, 순수한 욕망의 화신들로 보였던 인물들에게는 동정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주제의 부각을 약간 희석시켜버린 결과를 낳지 않았나 싶다. 피칠갑 보다 더욱 잔인한 지옥의 구현이 못내 아쉽다.


영진공 신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