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 새로운 정치지형이 나타나는가?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이다.  현행 제도 상 그 권력은 국민이 5년간 위임하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들은 국민들을 설득하고 유세를 한다.  자신에게 권력을 달라고.  그 권력으로 국민들을 편하게 하겠다고.

국민을 먹고 살기 좋게, 편히 살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딱히 정답도 없다.  그래서 각 대통령 후보들은 서로 자신의 방법과 목표가 옳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대통령을 선택하는 일이란 그 대통령이 가진 방법과 목표를 선택하는 일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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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회창 후보는 북한에 퍼주기하는 건 국민을 편하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외친다. 그 방법에 동의하진 사람도 많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생각과 세계관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회창 후보는 결국,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을 때 그 권력으로 무엇을 할지를 보여주고 있는 게다. 북한과 정밀한 상호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호주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쪽도 많다.)

그리고 권영길 후보.  국민들이 편하게 살기 위해선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외친다.  그래서 권영길 후보는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았을 때 무엇을 할지를 정책으로 보여준다.  그의 생각과 방법에 동의하면 권영길을 찍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지율이 1위라는 이명박 후보는 대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받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일까?

사교육비 잡아야 한다면서 사교육업체 전 회장을 자신의 캠프 특보로 데리고 있다.  그 사교육업체는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한쪽으로는 자사고 입시학원을 인수하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자사고 100개 신설이다.

부동산 값 잡아야 한다면서 서울시장 시절 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해줬고, 뉴타운 지역 재입주율은 20%대가 고작이다. 그리고 전 가구의 2.2%에 해당하는 종부세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청년 실업 해결하겠다면서 비정규직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게 아니라고 한다. 또 대학생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다고 한다. 이명박 후보 공약 중에 비정규직 개선안은 현재까지 딱히 나와 있지 않다.

참여정부의 브리핑룸 제도를 언론탄압이라고 하면서, 박영선 의원의 BBK 관련 동영상을 링크시켜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였다.
 
입으로는 이것을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저것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사실 이런 모습은 유력 후보 중 하나인 정동영 후보에게도 겹쳐있다.
‘실용’ ‘중도’라는 단어로 포장하지만 정동영 후보 역시 자기가 하고자 하는 정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선 후부터 지금까지 쭈욱 자신이 무얼 하려는 건지 제대로 형상화 시켜 내질 않았다.

이런 후보들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일까?

이런 상황에선 대선 후보와 그 캠프들이 정치집단이 아니라 이익집단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정치를 위해 권력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 권력을 갖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후보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2007년의 정치지형이 새롭고 소중하며 또 중요하게 느껴진다.

지난 대선부터 자주 사용하게된 정치 구도인 보수 VS 진보는 진정한 보수와 진보가 아니었다.  이때 사용한 ‘보수’와 ‘진보’라는 단어는 그저 북한에 대한 태도에 기인한 단어였을 뿐이다.  반공이면 보수, 친북이면 진보.  그래서 참여정부를 들어 좌파정부이니 진보세력이니 하는 정체모를 비난을 쏟아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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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 구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자칭타칭 보수 세력이 양분됐고, 자칭타칭 진보세력이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이회창, 이명박,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게다가 이명박 세력 내에 박근혜는 또 다른 잠재세력이다. 북한에 대한 태도로 정치세력이 나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87년 체제도 무너졌다. 민주화 세력은 더 이상 프리미엄을 가질 수 없게 됐다.  경제를 망쳤다는 원성 때문인데 사실 그들의 경제 정책은 자칭타칭 보수세력과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두 세력은 함께 한미 FTA를 찬성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정치지형이 무너지고 아직 새로운 전선이 그어지지 않는 혼란이 2007 대선의 특징이다.  전선이 있다면 그저 이명박 VS 반이명박.  하지만 이건 명확한 전선이 될 수 없다.

이번 대선과 내년 총선은 그래서 새로운 정치지형을 짜는 소중한 실험판이 돼야 한다.  반이명박 세력은 그 지형을 짤 수가 없기 때문에 BBK를 갖고 내년 총선까지 가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작전이 성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러나 사분오열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결집력도 가질 수 없다.

이명박이 싫어서 다른 사람에게 던지겠다는 표는 그 다른 사람이 여러 명일 때는 효과가 사라진다.  그리고 어떤 가치를 지지하는 표가 아닌 이상 의미도 사라진다.

아직까진 그래서 과거의 정치 지형을 버리고 새로운 정치 지형을 짤 만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개헌이 될 게다.  하지만 내년 총선 전까지 개헌이 되기는 어렵다.  고스란히 다다음 총선까지 4년을 혹은 다다음 대선까지 5년을 기다려야 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소중한 것은 과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무조건 절망적인 상황만은 아니라는 것.  어쩌면 진정한 보수 VS 진보의 구도를 짤 수 있는 희망을 품을 수도 있다는 것.  민노당을 비롯해 통칭 개혁세력이라고 하는 이들은 일시적 패배가 현실로 다가올지 모르는 이번 대선이 오히려 미래를 지향하는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게 필요할 것이고 자칭타칭 보수로 불리는 이들도 이런 의미를 짚어봐야 할 것이다.


영진공 철구

“[2007 대선] 새로운 정치지형이 나타나는가?”의 4개의 생각

  1. 그 새로운 정치지형은 어디서 유래가 된 것일까요?
    물론,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이번 대선에서 새롭게 등장한 문국현 후보로 인해 야기된 요인도 상당한 듯합니다.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인 사고로는 구분하기 힘든, 지역주의와 기존의 어떤 정치세력과의 연계 없이 새로 등장한 문국현, 그분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2. 이러다간 자칫, 부시가 당선되었던 해..
    미국인들이 유행처럼 외치던 sorry를 우리가 해야될지 모릅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죄송합니다. 미국인의 50%가 바보라서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49%는 정상이에요..’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외쳐야 할지 모릅니다.
    바로 우리 자신에게요.

    소중한 한표를 제대로 행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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