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를 너무 몰라



부엉이의 입을 틀어막아도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

“미네르바”를 석방하라.


요즘에 마트 다녀오면 두 번 놀란다.

생필품 이것저것 집어서 계산대 앞에 섰을 때 한 번 놀란다.
영수증 한 번 더 확인한다. 정산이 잘못된 건 아닌데 금액이 왤케 많이 나왔어?

집에 와서 방금 사온 것들을 욕실에, 부엌에, 안방에 가져다 놓으며 다시 놀란다.
내가 대체 뭘 사오긴 한 거야? 이건 뭐 티도 안 나!

궁금하다. 같은 여자인 전여옥 마나님은 내 마음 알까? 나경원 사모님은 이 마음 알까?
모를 거다. 모를 거야. 아실 리가 없지.


새해 첫날 보신각 타종행사 때 현장에 있었다.
사람 바글바글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평생 서울 살면서 한 번도 타종행사 간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일부러 갔다. 촛불 든다는 말 듣고.
무지 추운 날씨였다. 그 추운 날 거리에서 힘들게 피켓 들고 소리치는 게 “좋아서” 갔다면 나는 변태다.
“좋아서” 간 게 아니라 “속 터져서” 갔다. “여기 속 터지는 사람 하나 추가요!” 알리려고 말이여.

거리엔 “이명박은 물러나라!” 함성이 계속 됐고
오세훈 시장 나왔을 땐 여기저기서 “닥쳐라!”, “꺼져라!” 외쳤는데
KBS에선 박수 소리 효과음을 덧입혀서 중계했고, 조작 방송이란 비난엔 “방송 기술이었다”고 응수했다.

하여간 그래서 현장에 있던 오세훈 도련님은 이 마음 알까?
모를 거다. 모를 거야. 아 놔, 그게 문제다.
그 마음 모르는 입장에선 새해 첫날 첫 순간, 들뜬 기분으로 화기애애 종이나 치고 가면 되는 자리에
굳이 깃발 들고 나타나 꽥꽥 소리치는 인간들이 사이코로 보일 수밖에 없으니께.

……그래서 저 마나님과, 사모님과, 도련님만 이 마음을 모르냐면,
그게 아니다.

MB 악법 저지한다고 국회 본회의장 점거하고 싸운 민주당.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그랬단다. (한겨레21, 743호)
“우리가 국민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 그걸 국민들이 알아주면 그것으로 이기는 것이다.”
……정말 국민들이 알아줄까?
모른다. 모르는 사람 많다. 그러니 또 싸우기만 한다고 욕하고 개그 소재가 된다.

출처: 국민일보

모른다, 몰라.
명박 오빠 정책을 모르는 시장통 할머니는 싸다구를 날리는 대신 품에 안겨 울먹이고
명박 오빠 대선 광고에 출연했던 국밥집 할머니는 아직도 명박 오빠를 지지하고 데모 좀 그만 하라신다.

답답하다.

모르긴 해도, 청와대도 자기들 마음 몰라주는 국민들 때문에 답답했나 보다.
시대에 걸맞는 비전 있는 정책을 내놓으란 비판에
“노가다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며 자기 마음 몰라주는 국민들에게 발끈했다니깐. 아, 뒷골 땡겨…….

모른다, 몰라. 우린 서로를 너무 몰라.
우리, 인간이라는 게 애초에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지만 너무했다.

그런데 말야, 이해고 나발이고 떠나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 나라 국민은 혁명으로 민주화를 얻어낸 사람들이라는 거.
그래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

……
며칠 전 탐 크루즈 주연 영화 <작전명 발키리> 시사회에 다녀왔다.
히틀러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군인들에게, 재판관들은 가차 없이 사형 선고를 내렸다.
그때 사형 선고 받은 한 인물이 이런 말을 하더라.
“지금은 너희가 우리에게 사형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몇 달 후엔 너희가 성난 국민들에 의해 거리를 끌려다니게 될 것이다.”

내가 그 장면에서 남의 나라 얘기 같지 않아 눈물이 다 났다.
아효…….
됐다. 그렇다구연.


영진공 도대체

“우린 서로를 너무 몰라”의 2개의 생각

  1. 단지 쥐 한마리가 있을 뿐인데.. 도대체 이 나라는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위의 쥐는 누군가를 지칭하는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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