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음: L.론 허버드
● 엮음: 최준영
● 펴냄: 소담출판사
당 작품은 지구와 계외행성 사이를 오가며 광물을 파는 우주선 하늘의 사냥개호에 강제로 탑승하게 된 기술 검사관 알랜 코다인의 노예생활기(?)를 그리고 있다. 앞서 소개했던 [영원한 전쟁]에서와 같이 ‘시간지연효과’를 비극의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영원한 전쟁]에서 광속 이동 후 엄청나게 시간이 흘러버린 지구시간으로 인해 결국 전쟁터를 떠나지 못하는 군인들 처럼 우주선 하늘의 사냥개 호는 누구도 떠날 수 없는 저주받은 유령선과 같이 그려진다.
미스테리한 조슬린 선장, 승무원들과의 갈등 등 여러 인간군상의 이야기와 더불어 왜 이런 항해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독자를 끌어가고 있다. 1950년도에 발표한 작품으로 구닥다리 느낌도 없진 않고 그래서인지 작품도 평이하게 느껴지지만 무엇보다 매끄럽지 못한 번역이 작품의 감상에 커다란 걸림돌이다.
책의 띠지에는 커다랗게 아인슈타인도 깜짝 놀란 작품이라는 왠지 오바스러운 문구가 떡하니 적혀있는데 머리글에는 한 술 더 떠서 작가 론 허버드가 1930년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제대로 알고 있는 나라에 몇 안되는 사람이며 당 작품이 시간지연이론을 도입한 선구적인 과학소설이라는 둥 그다지 믿기지 않는 칭찬을 늘어놓고 있다.

L.론 허버드 1911~1986
시간지연효과를 설명하는 건 1905년에 발표된 특수상대성이론이니 이 작품이 발표된 1950년까지 45년간 어느 작가도 이 소재를 요 작품만큼도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도 의문이지만 무엇보다 시간지연효과에 대해 하드SF에서와 같은 치밀한 과학적 고찰이 아닌 그저 시간이 느려진다는 단순한 사실만을 적용하고 있는 이 작품을 보고 아인슈타인이 놀랐을 리는 만무했을 거라 확신한다. 그리고 당연히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란 주장도 당시의 이름난 물리학자들만 떠올리더라도 더더욱 터무니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자화자찬의 황당함을 넘어 작품의 결말에 다다르면 더욱 난감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드레그해서 보세요)
이야기는 결말에 이르러 하늘의 사냥개호 선장 조슬린의 편지를 통해 진실이 드러난다. 하늘의 사냥개호가 사람들을 납치하여 강제로 승선시키고 시간지연효과에 따른 비극을 감수하면서 계외행성으로의 무역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결국 언젠가 닥쳐올 멸망으로부터 인류의 씨앗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이 우주선은 시간지연효과를 이용한 일종의 노아의 방주였던 것이다. 선장 조슬린의 모든 처신과 그가 저지른 행위들은 결국 인류를 위한 자기희생이었으며 더 나아가 대의를 위해선 모든 것이 용납된다는 무서운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왜 이런 살떨리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는 이 책의 작가 론 허버드의 특이한 이력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는 소설가, 여행가, 사진작가, 시나리오 작가, 모험가등 다재다능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수의 SF소설도 발표하였다.
하지만 가장 큰 이력은 그가 사이언톨로지교의 창시자란 점이다.


비록 영화는 희대의 쉣무비 반열에 올라섰지만 소설은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는
[배틀필드 어스]의 작가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인공인 존 트라볼타 역시
사이언스톨로지의 신자이다.

이 책은 사이언톨로지교의 성서와도 같다고 한다.
놀랍게도 국내에 한글판이 출간되어 있다.
참고 및 발췌: 아서 골드워그 저, 이경아 역, [이즘과 올로지], 랜덤하우스, 2007.

교인들을 모아서 사이언톨로지판 긴급조치 19호를 찍었어도 멋졌을 것 같다.
등장하는 조슬린 선장이 우주선에 탈 사람들을 납치하고 도망가는 이들은 가차없이 죽이며 약을 주입해 꼭두각시로 만들면서도 인류를 위한 일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정당화하는 결론은 현재 사이언톨로지교에서 그대로 보여지고 있다. 자기들만의 교리와 그에 따른 정당성을 내세우며 신도들에게 돈을 갈취하고 종교를 그만두려는 이들에게는 협박과 위협을 일삼는 모습말이다.
작품 속 조슬린 선장과 하늘의 사냥개호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사이언스톨로지교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이들은 가면을 쓴다.
교단 측에서 데모에 참여한 이들을 불법으로 사진채증을 한 뒤,
협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