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Old Man’s War, 2007), 균형추 없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건설하다니 무서운 놈들이군!




저자: 존 스컬지

역자: 이수현
펴냄: 샘터

제목에 대한 편견은 참으로 뿌리가 깊었다. 하인라인도 울고 갈 작품이라는 찬사가 들려옴에도 전혀 흥미가 발기되지 않는 ‘노인의 전쟁’이라는 제목 때문에 오래도록 외면하고 있었다. 게다가 후속작 마저도 ‘유령여단’이라는 것을 알고 유치뽕짝 쌈마이스러운 제목에 내 흥미는 36차원 공간으로 상전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어느 볕 좋던 마감 한때, 일은 안하고 인터넷 서점 따위를 방황하며 내가 놓쳤던 SF작품이 있었던가 뒤지던 중 다시 ‘노인의 전쟁’이 눈에 띄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인데 제목이 요따위 인데도 재밌다고 난리인가 싶어 별 기대없이 책소개글을 읽었다가 곧바로 결재버튼을 누르고 택배 아저씨를 목 놓아 기다려야만 했다.

일흔다섯에 사망신고를 하고 난 후에야 입대할 수 있는 CDF(우주개척방위군). 아내를 병으로 떠나보낸 주인공 늙은이 존 페리가 CDF에 입대해 다시 젊어진 몸을 받아 들고 은하 저편의 전쟁터로 냅다 뛰어들어 앞길을 막는 외계인 무리들을 차근차근 인수분해 시켜버리는 배달의 기수 은하계 편스러운 이야기는 작가의 맛깔나는 글솜씨와 어우러져 책장에 참기름이라도 발라놓은 냥 술술 넘어간다. 특히 이야기 초반 독자의 호기심에 불을 지르는 CU(우주개척연맹)과 CDF란 조직의 미스테리한 설정은 책장 넘기는 속도에 가속도를 더하게 한다.

CU와 CDF는 지구의 통제권을 벗어나 있는 초월적인 단체로서 지구를 보호해주는 대신 우주 개척과 개척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외계인과의 전투를 담당하고 있다. 이 두 조직은 철저히 비밀에 쌓여있으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 역시 지구의 과학기술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그 기술의 세부사항을 알지 못한다는 설정이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CU가 엄청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가늠할 수 있게 할 요량인지 ‘우주 엘리베이터’를 들고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양전하 입자포를 가졌느니 반물질 폭탄을 가졌느니 하며 밑도 끝도 없이 뻥 뛰기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현재 연구되고 있는 것에 약간의 허구적인 설정을 가함으로서 현실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만들어 독자들의 아래턱을 더 크게 낮추는 효과를 발휘하였다고 생각한다.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Konstantin Tsiolkovskii,1857~1935)




SF팬들은 이미 알겠지만 우주 엘리베이터는 아서 클라크의 ‘낙원의 샘’에서 등장한 적이 있는 아이디어다. 그럼 아서 클라크 할아버지의 오리지널 아이디어일까? 아니다. 이 재기발랄한 구상은 1895년 러시아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Konstantin Tsiolkovskii가 지상에서부터 정지 궤도까지 탑을 세우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1960년 러시아의 기술자인 유리 아르크타노프Yuri Artsutanov가 정지 위성에서 지구 표면으로 케이블을 늘어뜨리는 구상을 발표하였고 아서 클라크는 이것을 차용해 소설에 삽입한 것이다.


 


유리 아르크타노프(뒤)와 아서 클라크(앞).





우주로 나가는 데는 큰 비용이 든다. 그런데 그 비용의 대부분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데 쓰이는 만큼 엘리베이터 같은 걸로 지구 중력권만 벗어나도 우주여행의 비용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그래서 현재 NASA를 비롯 미국과 일본, 유럽등 몇몇 나라와 과학자들이 우주 엘리베이터를 현실화하기 위해 회의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노인의 전쟁]에서도 군입대자와 개척민들을 태우기 위해 우주 엘리베이터의 정지궤도 정거장 주위에 우주선들이 대기하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우주 엘리베이터를 가로막는 별처럼 많은 문제들 중 하나는 케이블의 소재이다. 철을 가지고서는 아무리 가늘게 만들어도 스스로의 무게 때문에 13~20km 정도의 길이에서 끊어진다. 즉 비중이 작고 강한 소재가 필요한데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탄소나노튜브다. 이론적으로 탄소나노튜브의 이상 강도가 정지궤도와 지상을 연결하는 데 충분하다고 하니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연구 중인 우주 엘리베이터.
[노인의 전쟁]에서는 균형추가 없는 우주 엘리베이터가 등장한다.


[노인의 전쟁]에서 작가는 CU의 엄청난 기술력을 나타내기 위해 CU가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고 설정한다. 그리고 이 엘리베이터의 케이블 재료라던가 연료, 작동방식등은 비밀로 둠으로서 CU를 언빌리버블한 조직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 중 특이한 점은 우주 엘리베이터에 균형추가 달려있지 않다는 설정이다. 정지궤도에 위치하고 있는 정거장의 위쪽에 떠있는(?) 것이 균형추인데 중력이 아닌 원심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림 상으로는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균형추가 필요한 것은 정지궤도에 정거장이 위치해있어도 지상과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의 무게 때문에 지상으로 추락할 수 있다. 그것을 상쇄하기 위해 우주를 향해 길게 균형추를 달아놓음으로서 원심력을 받아 위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함으로서 정거장이 추락하지 않게 하며 케이블을 탱탱하게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CU는 이 균형추가 없이 어떤 외계의 기술을 이용해 우주 엘리베이터를 지탱하게 만들었다고 하니, 소설 속 과학자 할아버지도 놀라고 책을 읽던 나도 놀라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메인스토리 만큼이나 베일에 쌓여있는 CU와 CDF 조직의 실체와 관한 이야기에도 흥미가 가지만 작가는 이야기 초반 이후로 이 조직들에 관한 이야기를 쥐똥만큼도 하지 않는다. 보아하니 다음 편 ‘유령여단’에서도 마찬가지 인 듯한데 3편에서는 말해줄까 기대해 보지만 2편이 국내에 출판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나온다 해도 올해 말이나 나올 듯하다. 그래도 1, 2편이 제법 팔렸으니 3편도 출판은 해주겠지?! 노심초사 기대해 본다.




영진공 self_fish


 


p.s 뒷표지에 스포일러를 써놓는 끔찍한 짓을 자행한 것은 대체 출판사 어느 인간의 대뇌피질에서 나온 몹쓸 아이디어란 말인가. 작가가 독자에게 주는 깜짝 선물을 이따위로 뭉개 놓다니 블랙홀로 던져 버릴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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