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타”와 데저트이글



세익스피어의 소설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궤를 같이하는 영화(혹은 소설)로는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마이페어레이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남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행태를 하던 여자를 조련(?)해서 각광받는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만든다는 이야기 골격을 공유하지요.

이런 이야기는 지극히 남성우위적인 이야기이면서 또한 수많은 남자들의 판타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변주됩니다. 그 중에서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같은 영화는 히스레져의 유작이기 때문에라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죠.

이번에 다룰 영화 <니키타>도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아주 괴상한 변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괄량이를 양가집 규수로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형 판결난 경찰살해범 소녀를 인간병기로 길들인다는 차이가 있을 뿐, 기본 골격은 결국 ‘조련하기’ 니까요.



조련 전: 막나가는 범죄녀


조련 후: 고뇌하는 살인녀

1990년에 뤽 베송이 만든 이 영화 <니키타>는 당시 꽤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영화에서 캐릭터의 변화는 일종의 반전거울상 같은 경로를 따라갑니다. 범죄소녀 시절의 니키타는 여성미도 없고 그저 동물적인 본능에만 의존하는 괴물이죠. 하지만 그녀가 혹독한 훈련을 거쳐 킬러로 다시 태어나면서 여성적인 자각도 같이 생겨납니다.

그 전에는 아무 자각 없이 사람을 죽이던 여자가 아예 킬러로 훈련받으면서 오히려 고뇌하고 사랑에 흔들리는 여자가 되어가는 거죠. 킬러 훈련소의 냉혹하고 비정한 논리 속에서 니키타의 인간성이 깨어나다니 … 참으로 아이러니한 전개인데, 그게 또 나름 설득력이 있더란 말이죠.

그 미묘한 부조화가 이 영화의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영화는 대 성공을 거두어 니키타 역을 맡았던 안느 빠릴로(당시 뤽 베송의 마눌이기도 했던)를 국제적인 스타로 만들어줬으며, 조련사 역을 맡은 체키 카리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죠.

그러나 <니키타>에 이런 것들만 있다면 이 총과 영화 코너에서 특별히 다룰 필요가 없겠죠. 이 영화의 명장면인 다음 클립에서 이 포스트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기본 훈련을 훌륭하게 이수한 니키타를 훈련담당관 밥(체키 카리오)가 졸업축하를 하자며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것도 꽤나 멋진 드레스를 입히고 예쁘게 단장을 해서 말이죠. 범죄소녀 시절에 구경도 하지 못했던 고급레스토랑의 분위기와 밥의 친절한 서빙에 철없이 들뜬 니키타. 그녀에게 밥은 선물이라며 큼직한 박스를 건넵니다. 아니 선물까지! 어린아이처럼 얼굴을 감싸쥐고 기뻐하며 선물을 열어보니 … 아, 거기에는 탄창이 결합된 데저트이글 한자루와 예비탄창이 들어있네요.

니키타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여기서는 모든 것이 훈련이고 작전이며 조직의 계획의 일환임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죠. 킬러 훈련소의 졸업식은 암살임무의 수행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레스토랑에 온 목적은 자신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기 위함이며, 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 해야 자신이 죽지않고 살아서 킬러요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예비탄창은 가슴골에 집어넣고 권총을 들고 타겟에게 다가갑니다.

지시대로 타겟에게 2발을 쏜 그녀는 밥이 알려준 대로 남자화장실에 있는 탈출구를 찾았으나 젠장. 거기는 탈출구는 커녕 꽉 막힌 벽만 있군요.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대피해서 들이닥친 경호원들과 한바탕 총격전을 치릅니다. 여기서 데저트 이글의 강력한 위력을 묘사하기 위해서 니키타가 쏜 데저트이글의 탄환의 시점으로 찍은 타격 장면. 탄이 날아가서 벽을 관통해서 경호원을 쓰러트리는 그 장면은 이후 여러 영화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데저트이글 한 방 먹어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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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데저트 이글



내부에는 M16 처럼 가스압작동식 회전노리쇠가 …

실제로 1982년에 이스라엘의 IMI 사에서 만든 이 가스압 작동식 자동권총, 데저트 이글은 당시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가장 강력한 자동권총입니다.

크게 3가지 기본형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위력이 약한 것이 .357 매그넘탄을 사용하는 버전이고 그 다음으로 강력한 것이 (더티해리가 애용하는) .44 구경 매그넘탄 버전, 그리고 .44 매그넘 보다도 한 30% 쯤 더 위력이 강한(.357 매그넘에 비하면 2배 쎈) .50 액션익스프레스 탄을 사용하는 버전이 있습니다.

탄창 용량은 .357 매그넘이 9발, .44 매그넘이 8발, .50 액션익스프레스가 7발입니다. 탄이 굵고 셀수록 탄창에 장전가능한 양은 줄어드는 거죠. 참고로, 니키타에서 사용한 데저트이글은 탄창용량으로 봐서는 아마도 .357 매그넘 버젼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권총은 리볼버용 매그넘탄을 사용하면서도 탄창 설계를 잘해서 송탄불량이 적고(오토매그는 이 송탄불량 부분에서 망했죠), 작동방식도 M16 처럼 가스압으로 작동하는 회전노리쇠 방식을 사용해서 강력한 탄약의 위력을 적절히 통제해주며, 총열이 튼튼히 고정된 방식이라 명중률도 매우 높으니 여러모로 최강의 자동권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해방법도 단순하고, 분해하면 총열과 노리쇠를 쉽게 교체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최근 모델은 총 한자루에 3가지 버전의 총열과 노리쇠, 탄창을 같이 제공해서 위의 세 가지 탄 중에 아무거나 맞춰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가지 총열과 노리쇠 구성으로 여러분을 찾아뵙습니다. 이런 구성! 전무후무하죠?



장총신 총열에 스코프를 붙이면 장거리 사격이나 사냥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총열도 장거리 사격경기용의 긴 총열로 쉽게 교체할 수도 있고요.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해주시는 덕분에 인지도도 높은데다가, 이렇게 실용성도 겸비해주신 덕분에 민간 총기시장에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꽤 인기가 있습니다. 민간 사격경기에서도 데저트이글은 특유의 정밀도와 장거리 사격능력으로 꽤나 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 군용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값비싼데다 무겁고(2kg), 장탄수는 적고, 반동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죠.

영화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데저트 이글이 처음 소개된 영화는 미키 루크가 주연한 <이어 오브 더 드래곤>이라는 영화라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에게 데저트 이글의 이미지를 깊게 남긴 영화는 바로 이 <니키타> 였습니다. 하늘하늘한 미니 드레스를 입은 가냘픈 여자가 거대한 자동권총인 데저트이글을 들고 주방 싱크대 뒤에 웅크리고 앉은 모습은 니키타를 대표하는 이미지였고, 동시에 많은 총덕 영화관객들에게 데저트이글의 인상을 깊이 남기는 장면이 되었던 것이죠.

그 이후 데저트 이글은 액션영화라면 개나 소나 등장시키는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총격액션물 <쉬리>에서 뜬금없이 북한 공작원이 데저트 이글을 들고 나온 것도 아마 <니키타>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최근에 <아이리스>에서 탑 군이 데저트 이글을 들고 나온 이유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니키타> 덕분이겠죠.


바로 이 이미지.


요 장면 구도는 이후 터미네이터2 에서 사라코너가 재현.

참고로 1993년에 헐리웃에서 이 <니키타>를 브리짓 폰다 주연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암호명 니나>라는 영화였는데, 결과는 시망 … 뭐 후진 연출 탓도 있었겠지만 리메이크가 망한 가장 큰 이유는 데저트 이글을 안쓰고 이상한 소구경 스포츠권총을 쥐어줬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코드네임 니나, 어쌔신, 혹은 포인트 오브 노 리턴 이라는 제목도 있지만 다 망했어요 …

그렇게 망하고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한참 후인 1997년에는 TV 시리즈로도 나왔습니다. 페타 윌슨이라는 모델 출신 여주인공이 니키타 역할을 맡았죠. 나름 원작의 분위기를 잘 유지한 작품이긴 했는데, 스타일이 좀 약했다고나 할까요.


 



페타 윌슨 버젼의 니키타

덧붙여, <니키타> 이전에 데저트 이글이 등장한 흥미로운 영화 중에는 1988년에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주연한 <레드 히트>가 있습니다. 소련에서 미국으로 탈주한 범죄자를 쫒아 미국까지 달려온 군 수사관 당코 대령역의 아놀드 슈왈제네거. 그가 소련에서 만든 세계 최강의 자동권총이라며 들고 온 표드비린 이라는 권총이 사실은 독일/소련 풍으로 살짝 화장을 바꾼 데저트 이글이었죠.

사진을 보면 그립은 월터 P38 과 비슷한 분위기로 바꾸고 방아쇠 그립을 둥글게 하고, 총열을 조금 늘린 버전으로 교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총은 실제 총을 재현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뭔가 소련 군인의 강력함을 어필할 소품을 필요로 하던 헐리웃 영화제작진이 만들어낸 가상의 권총 되겠습니다.

실제 당시 소련군은 탄의 위력만 따지면 서방의 9밀리 자동권총에도 못미치는 마카로프 권총을 제식으로 사용하고 있었죠. 이렇듯 데저트 이글을 데저트 이글이라 부르지 못하던 서러운 시절도 있었는데, 그후로 단 2년 만에 스타가 되다니, 총의 명성도 운을 따르는 모양입니다.


“레드히트” 포스터 속의 아놀드가 들고 있는 권총은 …



바로 요놈 … 데저트 이글을 요상하게 개조한 놈



이스라엘 국적의 데저트 이글이 어쩌다가 소련 국적이 되었는지 …



쌈마이스러운 다른 포스터도 서비스. 포스터 속의 여자는 바로 지나 거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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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타 비디오 패키지인 듯 …


 



<니키타>에서 클리너로 나온 장 르노는,

이후 <레옹>에서 비슷한 역할을 다시 맡습니다.

영진공 짱가

 

지구생명체의 기원은 외계일까?

35억 년 전 불지옥과 같은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게 된 이유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중 1929년 영국의 생물학자 J.B.S 홀데인이 발표한 원시수프(Primordial Soup) 가설은 여러 논란 속에서도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 한 연구진은 원시스프 따위는 뻥이다 라며 새 이론을 발표했다.(‘원시수프’생명기원 가설 뒤집혀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atidx=0000037583) 그들은 원시스프에는 화학반응을 일으킬만한 에너지가 존재하지 않으며 생명체를 탄생시킨 것은 해상 열수구에서 나온 지구의 화학에너지라고 주장했다.


바다 속 화산인 해상 열수구

이렇듯 21세기에도 생명탄생의 이유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가운데 과거에 폐기처분 되었던 한 이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원시스프 이론이 등장하기 전인 1901년 스웨덴의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판스페르미아(Panspermia)이론이라는 흥미로운 가설을 발표 했다.



판스페르미아 이론을 주장했던 스반테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s (1859~1927)

1903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으며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올라간다는 온실효과를 처음 발견했던 아레니우스는 생명은 지구에서 뾰로롱~하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주로부터 박테리아 포자가 날아온 것이라는 외계 기원설을 주장했다.

물론 이 주장은 씨도 안먹혔다. 혹독한 우주공간을 견디고 살아남아서 지구로 날아와 생명의 꽃을 피운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우주 부럽지 않은 지구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잘먹고 잘살고 있는 생물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판스페르미아 이론은 재조명을 받게 되었다.



지구상의 생물을 기준으로 놓고 보자면 생명체는 극단적인 환경에선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그것은 크게 2가지 이유 때문인데 바로 단백질과 세포때문이다.

생물의 몸은 주로 단백질로 되어 있다. 근육에서부터 소화 효소에 이르기 까지 모두 단백질이다. 근데 요 단백질이란 놈은 쉽게 변형이 되고 변형이 되면 본래의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또 변형이 되면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가질 못한다. 찐계란을 가지고 별 짓을 다해보아도 다시 날계란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세포는 세포막이 문제다. 이 세포막이 부서지면 세포 자체가 부서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을 바꿔 생각해보자. 만약 단백질이나 세포막이 부서지지 않으면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반건조 지대에는 아프리카깔따구(Polypedilum vanderplanki)라는 물지 않는 모기의 일종이 살고 있다. 아프리카깔따구의 수명은 약 1개월인데, 그 대부분을 애벌레로 지낸다. 애벌레의 몸길이는 1cm미만인데, 이 애벌레는 최장 8개월이나 계속되는 극도의 건조 상태에서도 견디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살고 있던 웅덩이가 말라 버리면 애벌레의 몸은 절반으로 꺾이고 바싹 마른다. 일반적으로 애벌레의 몸에는 80%가량의 수분이 포함되는데, 건조해지면 겨우 몇%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죽지는 않고, 비가 와서 수분이 공급되면, 한 시간이면 원상태로 살아난다.

아프리카깔따구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건조함을 견딜 수 있을까? 그것은 사라진 수분 대신에 몸속을 ‘트레할로오스(trehalose)라는 당으로 메워서, 세포가 부서지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트레할로오스는 유리상태라는 액체와 고체의 중간과 같은 상태가 되어, 세포를 단단하게 만든다. 수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세포나 세포 안의 소기관의 형태는 쭈글쭈글하게 되지만 단백질이나 세포막을 단단히 보호하게 된다. 물을 흡수해 살아날 때는 건조할 때와 반대의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몇 번이고 건조함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트레할로오스는 아프리카깔따구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물질은 아니고,
자연계에 흔히 존재하며 특히 사막에 사는 선인장에서 많이 존재하는 물질이다.
보습제로도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깔따구가 트레할로오스만으로 건조함을 견디는 것은 아니다. ‘LEA(레아)단백질’이라는 특수한 단백질이 건조할 때 세포 내의 단백질끼리 붙는 것을 막거나, 건조할 때 상처를 입은 유전자를 살아난 후에 복구하는 메커니즘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져 있다.

그리고 건조된 아프리카깔따구의 애벌레는 생명활동(대사)도 전혀 하지 않는다. 대사를 낮게 억제하는 곰이나 다람쥐의 동면과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이다. 이처럼 대사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건조함 등에 견디는 능력을 ‘크립토바이오시스(cryptobiosis)’라고 불린다.


크립토바이오시스의 능력을 가진 생물들은 아프리카깔따구 이외에도 
윤형동물인 담륜충rotifer(좌) 와 완보동물(몸길이 0.5~1mm의 매우 작은 동물군)의
하나인 물곰water bear(우)
 이 있다.
이들 생물도 크립토바이오시스에 트레할로오스를 이용한다.

아프리카깔따구의 애벌레가 가진 능력은 건조함에 견디는 것만이 아니다. 건조 상태에 빠진 애벌레는 100도의 고온에서 몇 시간 그리고 -270도라는 극도의 저온에 3일 이상 놓여도 살아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더욱이 에탄올 속에 1주일 동안 잠겨 있어도, 7000Gy의 방사선을 쬐어도 죽지 않는다. 또 건조 상태에서 17년간 보관되어 있던 애벌레가 살아났다는 기록까지 있다.

이런 아프리카깔따구의 능력에 주목한 과학자들은 우주에서도 시험해 보았다. 2007년 6월 국제 우주 정거장의 바깥쪽, 즉 우주 공간에 아프리카깔따구의 건조 애벌레를 방치하였다가 약 1년 후에 회수하여 지구로 귀환했다. 애벌레는 금속제 용기 안에서 플라스틱 샬레에 나뉘어 들어 있었는데, 태양빛의 고열에 의해 샬레는 녹아서 변형되었지만 애벌레는 물을 주자 원상태로 살아났다.

이 놀라운 능력 때문에 아프리카깔따구의 건조 애벌레는 2011년에 발사 예정인 러시아의 탐사선 포보스 그룬트 (Phobos Grunt)에 몇몇 미생물과 함께 탑재될 예정이다. 이 탐사선은 화성의 위성 포보스에서 샘플을 채취해 지구에 돌아옴과 동시에, 화성으로의 기나긴 왕복여행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왕복에 필요한 기간은 약 3년, 인류에 앞서 화성을 왕복하는 아프리카깔따구는 그 여정에서 생명이 어떠한 영향을 받는가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게 될 예정이다.

 

화성의 위성 포보스. 직경이 13km의 작은 천체다

러시아의 화성 탐사선 포보스 그룬트 (Phobos Grunt)의 모습.
2009년 발사 예정이었지만 2011년으로 늦춰지게 되었다

이 밖에도 강한 산성 환경이나 수천 미터의 심해, 해저열수구 등 극한 환경에서 사는 생물들이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은 초기의 생명들이 우주 어딘가에서 날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으며 반대로 지구의 생명이 다른 행성으로 건너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바보같은 소리로 치부되었던 판스페르미아 이론이 한세기가 지난 지금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미생물이 우주를 이동할 가능성을 검증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계획은 씨앗을 바람에 날려 보내는 민들레를 본떠 ‘민들레 계획’이라고 명명했다. 에어로젤aerogel이라는 극히 저밀도의 소재로 된 쿠션을 국제 우주 정거장에 붙여서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는 먼지를 포착해, 생물의 흔적이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현제 계획대로 진행되면 에어로젤은 2012년 일본의 무인 보급선으로 우주 정거장으로 운반될 예정이다.


 에어로젤. 초경량에 단열효과도 우수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과연 지구 생명체의 기원은 외계 저 멀리에서 날아온 생명체일까? 생명체가 전혀 살 수 없는 불모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우주가 사실은 생명의 씨앗으로 가득찬 공간이었던 것일까. 민들레 계획으로 과연 지구 생명체의 기원과 함께 우주의 또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자. 

* 참고: 월간 뉴턴 2010. 4월호, 비상식적인 생물들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