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위한 다섯 장의 음악 앨범

 

바야흐로 7월이다. 7월에는 여름휴가를 생각해야 하고 또 떠나야 한다. 모든 여행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여름 휴가에는 좋은 음악이 함께 해주면 더욱 좋다. 목적지까지 가고 오는 길 위에서 듣는 음악은 기분을 한층 상쾌하게 해주고 또 지루함을 덜어주곤 하지 않던가. 여름 휴가 길에 듣기 좋은 음악 앨범 몇 장을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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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베르겐 출신의 두 청년, 쾌적함의 제왕 Kings of Convenience의 두번째 앨범 <Riot on an Empty Street>이다. 2004년 앨범인데도 아직까지 이 만큼 파릇파릇한 음악을 못들어봤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연주를 기본으로 곡에 따라 트럼본(Live Long)이나 첼로(Cayman Islands), 여성 보컬 게스트 Feist(Misread)와의 주옥같은 협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Kings of Convenience의 최고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Erlend Øye와 Eirik Glambek Bøe 두 남성 보컬의 읖조리는 듯한 음색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도 울고 갈 이들의 음악은 세련된 기교를 뽑내기 보다는 담백함과 편안함을 강조하는 스칸디나비아의 시원한 바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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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한 Paris Match의 2002년 세번째 앨범 <Type III>다. 두 남자가 곡을 만들고 연주하면 그 위에 청량감 만점의 여성 보컬이 얹히는 식이다. 여자 친구와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만들었다는 말처럼 앨범 자켓에는 연두색 매니큐어를 칠한 맨발 두 짝이 얹혀있고 차창에는 조금전에 그친 빗방울과 저 멀리 바닷새 몇 마리가 보인다. 앨범의 컨셉 자체가 여행인데 여행길에 듣는 기분은 오죽 하겠는가. 특히 Saturday와 Soft Paradise On Sunset은 처음부터 귀에 휘감길 뿐만 아니라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 최고의 트랙이다. 무엇보다 중독성 강한 미즈노 마리의 목소리가 최고의 청량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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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도 잘 만들고 기타 연주와 보컬 실력도 수준급인 John Mayer의 2001년 데뷔 앨범 <Room For Squares>다. 원래 <Inside Wants Out>이라는 EP로 데뷔했다가 메이저 음반사에 픽업되어 새로운 편곡으로 녹음하고 여기에 새로운 곡들도 몇 곡 추가해서 다시 내놓은 앨범이다. 특히 Back To You는 누가 들어도 단연 No. 1으로 꼽게 되는 명곡. 언듯 데이브 매튜스와 비슷한 음색의 목소리라서 듣는 이에 따라 약간 취향을 탈 수도 있겠지만 워낙 곡들이 발랄하고 좋아서 전반적으로 듣기에 부담이 없다. 이거 듣고 마음에 들면 <Heavier Things>(2003)와 <Continuum>(2006), 그리고 라이브 앨범들도 있으니 계속 달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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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쪽은 DJ 출신의 남성 듀오가 많은데 그 중 영국 런던 출신인 Zero 7의 음악성은 단연 돋보이는 편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지 않고 다른 재능있는 신인 가수들을 불러다가 시켜 버릇한다. 그래서 보컬이 없는 연주곡도 있다. 시아 풀러가 부른 Destiny가 수록된 데뷔 앨범 <Simple Things>(2001)을 귀에 꽂으면 그 순간 주변 환경이 달리 보이고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기본적으로 일렉트로닉 라운지 계열이라고 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와 어쿠스틱 사운드의 배합이 Zero 7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드라이브용 음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휴가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비상 상비약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 Zero 7의 다른 앨범으로는 <When It Falls>(2004)와 <The Garden>(2006)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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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때아닌 젊은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 붐이 일어났었는데(그게 뭔 소리냐고 하신다면 패스) 캐나다 출신인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e)와 영국 출신 제이미 컬럼(Jamie Cullum)이 그 주인공이었다. 좀 더 스탠다드한 스타일의 마이클 부블레과 달리 제이미 컬럼은 라디오헤드나 다른 장르의 곡들을 편곡해서 부르는 등 좀 더 대중적인 팝재즈를 구사한다고 할 수 있겠다.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제이미 컬럼의 데뷔 앨범 <Twentysomething>에는 빌리 조엘을 연상케 하는 These Are The Days, 다이나 워싱턴의 노래로 유명했던 What A Difference A Day Made 등이 수록되어 있다. 2005년에 두번째 앨범 <Catching Tales>도 함께 들어볼만 하다.

이외에 Jack Johnson이나 Jason Mraz 등도 여행길에 좋은 동행이 되어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사실 여행용 음악이 따로 있는 건 아니겠지만 기왕이면 듣는 이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또 누가 함께 들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좀 더 낫지 않나 싶다. 평소 Radiohead나 Depeche Mode 등을 즐겨 듣지만 여행 중에는 잘 안꺼내 들게 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영진공 신어지

[영진공 62호]헤비죠의 중얼중얼 – Bob Dylan – Modern Times

재외공관소식
2006년 10월 30일


(2006, 미국, SONY BMG)

“밥 딜런(Bob Dylan)”의 2006년 새 앨범이다. 뭐랄까, 블루스와 포크를 모두 푹 고아낸 음악이라고 할까? 여전히 우리는 ‘모던하다’는 말을 세련됨이나 진보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밥 딜런은 모던한 시절(Modern Times)이 이미 지나 버린 것은 아닐까 묻고 있는 듯 하다. 그가 보기에 모던한 시절은 신념으로 포크와 록과 블루스를 부르던 때에 끝나 버린 것이다. 전 지구화라는 광풍 속에 이제 사람들은 신념도 팔아 먹는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동전의 양면으로 굴러왔던 우리의 근대(Modern Times)는 “알리샤 키스(Alicia Keys)”의 죽음과 같이(「Thunder on the Mountain」) 사라졌다. 근대의 다음은 진보가 아니었고, 노동자들은 그렇게 착취 당하며(「Workingman`s Blues」) 힘겹게 삐그덕 굴러갈 뿐(「Rollin` and Tumblin`」) 이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소위 진보라 여겨졌던 포크와 블루스 록의 결합을 거쳐 피아노의 시인까지 나아갔다가 다시 피들(fiddle)과 만돌린(mandolin)이 횡횡하는 음악으로 돌아갔다. 진보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과거보다 더 인간이 홀대받는 현실에서 차라리 신념으로 싸우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음반, 그러나 아름다운 음반이다.
얼마 전, 수업에서 잠시 『Don`t Look Back』을 보았는데, 당시의 밥 딜런의 눈빛은, 목소리는, 말들은 분명 지금처럼 피로해 보이지 않았다.  

사족.
밥 딜런이 가사를 더 붙이기도 하고 브릿지를 추가 하긴 했지만, 분명 기존에 있던 노래들이 음반에 들어있는데, 무슨 연유로 전곡 작사 작곡을 밥 딜런이라고 표시했을까? 작자 불명의 블루스 곡이라면 어레인지를 본인이 했다고 하면 될텐데. 좀 기분이 요상하기도 하다.

음악이란 중얼중얼
헤비죠 (http://heavyjoe.ddanzimovie.com)

[영진공 62호]헤비죠의 중얼중얼 – Voivod – Katorz

재외공관소식
2006년 10월 30일


2006, 캐나다, The End/Nuclear Blast)

어느새 발매된 지 몇 달이 지났다. 지난 해, 기타리스트이자 사운드의 핵심이었던 “피기(Denis D`Amour “Piggy”)”의 갑작스런 대장암 발병과 사망 이후, 끝난 줄 알았던 밴드 “보이보드(Voivod)”는 고인이 생전에 작업하던 데모를 최대한 살려서 새 음반을 냈다. 향후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여 지속적인 활동을 펼칠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여튼 근자에 보기 드문, 탄탄하면서도 매력있는 헤비메탈 음반이 한 장 나왔다. 쓰래쉬 메탈로 시작, 프로그레시브 시기를 거쳐 최종 안착점은 그간의 모든 것이 담긴 보이보드 표 음악이다. 굳이 장르를 언급하자면 스토너 록(Stoner Rock)에 가깝지만, 쉽게 단정짓기 힘든 개성으로 가득하다. 음악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어떻게 글로 표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나의 입장에서, 이런 음반은 사실 조금 당황스럽다. 어떤 하나의 틀로 규정할 수 없는 보이보드 색채의 보이보드 만의 록 음악이기 때문이다.

과다할 정도로 힘이 들어간 베이스(“제이슨 뉴스테드(Jason Newsted)” 바로 그 메탈리카 출신!)와 간결하면서 도대체 자신의 연주 이외엔 전례를 찾기 힘든 기타 리프와 솔로, 그리고 그 위로 시니컬하게 내뱉는 보컬(“스네이크(Snake)”)의 포스까지. 그리고 밴드의 브레인인 “어웨이(Michel Langevi “Away”)”의 간결한 드러밍과 특유의 아트워크까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것으로 가득하진 않지만, 상투적인 반복도 전혀 없다.

이런 잘 만들어진 음악이 이들의 마지막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이 음반을 몇 번 듣다보니 어떻게 써볼까 하는 나의 짧은 고민 따위는 어느새 사라진다. 그저 좋은 음악은 듣는 이를 즐겁게 만들 뿐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만드니까.

음악이란 중얼중얼
헤비죠 (http://heavyjoe.ddanzimov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