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몸 속에 자철광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4부, 완결]


 

 


 


 


* 3부를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


 


 


주자성 박테리아는 나침반으로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노크기의 자석 조각들을 진주 목걸이 마냥 길게 이어붙여 활용했다. 그런데 과학자 형님들이 보기에 몸 속에 이런 자석 체인을 가지고 있다면 세포 분열을 할 때 아무래도 자력이 방해가 될 것은 자명해 보였다.


 


일반적으로 박테리아가 세포 분열할 때 가운데 세포벽이 수축하며 두 개로 댕강하며 나뉘는데 이 때 발생하는 수축력으로는 자석 체인을 떼어 놓기에는 충분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과학자 형님은 마그네토스피릴룸 그리피스월던스Magnetospirillum gryphiswal


dense 라는 이름도 젠장맞을 박테리아를 붙잡고 대체 어떻게 세포 분열을 하는지 스토킹 짓을 하였다.


 


그 녀석은 처음에는 여느 박테리아 처럼 길게 늘어난 후 중심부가 잘록하게 수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 주자성 박테리아는 두 개의 딸세포가 약 50도 정도의 각도로 구부러지며, 빠르게 두 개의 세포로 분열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마그네토솜 체인을 분리하는데 있어 평행한 상태에서 양쪽으로 잡아당기는 것 보다는 체인을 구부리며 잡아당기는 것이 자기력을 약하게 만들어 보다 적은 힘으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치 철사를 끊을 때 빠르게 아래 위로 구부리면 보다 잘 끊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M.그리피스월던스 박테리아는 분열할 때 정확히 같은 양의 마그네솜을 나누어 가졌다.


 


 


 





[그림 1]


Z-링은 단백질이 실처럼 이어져 있는 것으로,


세포 분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일반 박테리아에선 Z-링이 동그랗게 형성되는데 반해,


주자성 박테리아에게선 아치 형태로


나타남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분열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면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워낙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마그네토솜 체인 역시 모두 같은 형태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뒤얽힌 마그네솜 체인을 만들며, 이러한 체인이 세포의 한쪽 구석에 몰려 있는 것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과학자 형님들은 주자성 박테리아들마다 각기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분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과학자 형님들이 주자성 박테리아들을 조사하면 할 수록 심각한 의문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즉 요놈들이 정말 마그네토솜을 나침반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진화시킨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왜냐하면 위에 언급했듯 모든 주자성 박테리아가 마그네토솜을 체인처럼 일렬로 이어붙여서 사용하지도 않았고 몸 가운데 위치하지도 않았다. 몇몇 종의 경우 마그네토솜 조각이 흩어져 있으며 박테리아의 한쪽 면만을 따라 늘어서 있기도 하였다.


 


이처럼 마그네토솜이 일렬로 정렬되어있지 않다면 나침반으로 활용하기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단자구를 형성할 수 있는 크기 범위를 넘어선 200나노미터나 되는 커다란 자석 결정을 만드는 놈도 등장하였다.


 


이런 녀석들은 지금껏 우리가 입아프게 떠들었던 이론에는 맞지 않으며 그렇다면 당연히 도태되어야만 했다. 그런데도 잘먹고 잘살고 있으니 이녀석들은 우리가 아직 마그네토솜의 모든 기능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질문의 방향을 바꿔보자. 얘네들은 정말 마그네토솜이 필요한 것인가?


 


 




근데 마그네토솜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분명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몸 속에 있는 마그네토솜을 나침반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는 북반구에 있는 박테리아는 자북극으로(자북극형, NS형), 남반구에 있는 박테리아는 자남극으로 이동(자남극형, SS형)하는 것을 관찰한 결과이다.


 


이러한 행동은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보통 저산소지역에 살며, 이런 지역은 침전물이 쌓이는 곳이기 때문에 확실히 지구자기장을 이용한 움직임이 아래쪽으로 이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화학물질의 층상구조지역이나(농도가 단계적으로 바뀌는 구역) 산소의 층상구조지역에서도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다량으로 발견되면서 이러한 초기 관점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주자성이 이러한 층상지역에서 어떤 이익을 주는지 명확한 설명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림 2]


층상구역에서 최적의 농도로 이동하기 위한 움직임.


박테리아는 애써 머리를 돌릴 필요없이,


편모의 회전 만으로 앞뒤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림 3]


지역에 따른 주자성 박테리아의 행동 양식.


북반구에는 자북극형과 자남극형이 7:3비율로 살고 있으며,


남반구는 반대로 자남극형이 7:3 비율로 많다.


적도에는 5:5 비율로 분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요 재기발랄한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주자성’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기성(aerotaxis , 走氣性)’, 즉 산소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 역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층상구역에서 최적의 지점으로 이동할 때는 주자성 뿐만 아니라 주기성도 발휘하였다.


 


주자성 박테리아의 행동 양식은 자북극형(NS형), 자남극형(SS형) 이외에도 수직형(polar) 주자성-주기성과 수평형(axial) 주자성-주기성으로도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직형은 자기장을 따라 한쪽 방향으로 고집스레 이동하며, 수평형은 자기장을 따라 움직이되 복잡하고 다양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림 4]

박테리아의 행동 양식에 관해 실험을 할 때,

과학자 형님들은 아주 얇은 튜브관이나 물방울을 이용한다.



수직형과 수평형 주자성 박테리아의 행동 양식의 차이는,


이러한 실험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자기장에 평행하게 튜브관을 놓고 관의 양쪽에서 산소를 확산시켜 튜브관의 중심에서부터 양쪽 끝으로 갈 수록 산소 농도가 증가하도록 만들었다. 이 때 수평형 주자성 박테리아는 튜브관의 양쪽 끝에 집단을 형성하는 반면 수직형 주자성 박테리아는 자기장의 반대 방향 쪽으로만 집단을 형성했다.


 


따라서 자기장은 수평형 주자성-주기성 박테리아에게는 수평형 운동성 만을 제공하는 반면 수직형 주자성-주기성 박테리아에게는 수직축과 방향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경우 모두, 주자성은 층상구역에서 농도변화에 따른 이동에 있어 2차원(위, 아래)으로 단순화시켜 줌으로서 주기성의 효율을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이렇게 잘난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생존 경쟁에서 승리하여 진화의 왕관을 거머쥐고 나머지 패배자들은 도퇴되어야 할 터인데 층상구역에는 주기성만을 가지고도 잘먹고 잘살고 있는 박테리아도 많이 살고있다게 문제였다.


 


분명 주자성은 주기성만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효과적이긴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지구 자기장의 경사도가 높을 때, 즉 고위도 지방에서나 해당된다. 그리고 수직형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자성이 크게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었다.


 


결국 주기성만 가지고 있는 박테리아가 효율적인지, 수천만년에 걸쳐 마그네토솜 체인을 고집한 박테리아가 효율적인지에 대한 답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그렇다면 마그네토솜을 방향이나 이동의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까?


 


비록 개미 코딱지만하지만 박테리아도 분명 살아있는 생물이다. 그래서 살아가기 위해선 당연히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질대사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과 함께 몇 가지 무기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극소량만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주위에 흔치 않기 때문에 이를 구하기가 위해선 열라 뭐빠지게 노력해야 한다. 철(Fe)은 이러한 필수 무기물 중 하나이다. 그래서 박테리아들은 길을 가다 철 원자를 보면 낼롬 주워서 몸 속에 철을 꼭꼭 숨겨놓고 필요할 때마나 꺼내어쓴다.


 


하지만 철은 필수 원소이자 독이기도 하다. 몸 속에 들어온 철 원자는 물 분자에게서 원자를 빼앗아 과산화수소를 만들 수 있고 이것은 박테리아의 DNA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말미암아 얘네들은 보통 철 원자들을 단백질로 둘러싸인 주머니에 보관하고 있다. 그래서 주자성 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는 자철광이 대사에 필요한 철을 저장하는 수단이며 과산화수소를 분해하거나 다른 촉매 기능의 역할도 제공하는 것이 아닌지 추측하고 있다.


 


한편 일부 주자성 박테리아의 경우 철이 부족한 상태에서 철이 풍부한 환경에 노출시키면 약 10분만에 마그네토솜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형성된 철은 박테리아의 건조무게의 약 2~3%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효율적인 흡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자철광 합성 시스템의 자세한 과정은 알지 못한다.


 


과연 주자성 박테리아의 마그네토솜은 어디다 쓰는 물건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론 나침반의 용도라기 보다 먹고사는데 없어선 안될 철의 저장고로서 먼저 진화하고 그 후 나침반으로도 얼추 쓸 수 있게 된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섣불리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지구 자기장을 활용하는 많은 동물들의 몸 속에도 자철광 조각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철 원자를 덩어리로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분명 나침반의 용도로 가지고 있는게 분명해 보인다.


 


 


 





[그림 5]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여 대표적인 동물인 비둘기.


부리 안에는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자철광 조각이 들어있다.


 


 




이렇게 눈에 뵈지도 않는 박테리아의 멱살을 붙잡고 자철광 조각의 쓰임새를 추궁하고 있는 동안 우주 너머로부터 또하나의 심각한 질문이 지구의 생물학자들의 책상 위로 던져졌다.


 


1984년 남극에서 ALH84001라 이름 붙여진 화성 운석이 발견되었다. 이 화성 돌맹이는 태양계가 형성되었던 때인 약 45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좀 연식이 된 돌맹이었다.


 


그런데 이 화성 돌맹이에서 나노 크기의 자철광 결정이 발견되면서 얘기가 미묘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왜냐면 화성 돌맹이 속 자철광 결정이 지구 주민인 주자성 박테리아의 마그네토솜에서 만들어지는 결정과 비슷했는데 이러한 결정 모양은 당시 인공적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림 5]


주자성 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는 자철광은,


종에 따라 몇 가지 독특한 결정 모양을 띄고있다.


이러한 길죽한 철 결정 모양은,


2004년에 이르러 일부 인공 합성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주자성 박테리아의 자철광 조각은 박테리아가 죽은 후에도 남아서 자기력을 띤다. 그래서 많은 퇴적암에서 발견되는 자기력은 정렬하여 죽은 주자성 박테리아의 시체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을 놓고 일부 과학자 형님들은 화성 운석에서 발견된 자철광 조각은 화성 생명의 흔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바닷 속 퇴적물에서부터 저 멀리 화성에 이르기까지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타클하게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지적인 차원을 넘어 기술의 차원에서 접근되고 있다.


 


현재 주자성 박테리아의 능력을 과학기술에 접목시키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주자성 박테리아는 자철광의 모양을 일정하게 만들 수 있고, 자성을 따라 아주 얇게 줄지어 세울 수 있으며, 지질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마그네토솜이라는 막으로 싸여있다. 이러한 특징을 연구한다면 자석을 생체에 부착하는데 이용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효소를 고정하거나 자성을 가진 항체를 만드는 등 현재 뜨거운 감자인 나노 기술에 진일보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길을 잃어도 결코 길을 묻지 않으려는 똥꼬집 남성들의 이마에 자철광을 박아 넣어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한 고등학생은 주자성 박테리아를 회전시켜 전력을 얻는, 일명 주자성 박테리아 전지를 2006년 인텔-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ntel Intern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Fair(이하, ISEF)에 출품하여 큰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자기 박테리아 5.6그램을 작은 플라스틱 상자에 넣고 회전시켜서 48시간 동안 일반적인 AA 배터리의 절반에 해당하는 전압을 발생시켰는데 새로운 에너지원에 관한 우리의 생각의 폭을 넓혀준 계기가 되었다.


 


과학자 형님들은 이렇게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사골 국물 같은 주자성 박테리아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유전자공법과 배양법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바야흐로 주자성 박테리아는 본격적인 미생물학, 물리학, 지구 물리학 및 고지질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요한 새로운 분야를 활짝 열어 제꼈다.


 


<끝>


 


 


 



* 이 글은 미국미생물학회(ASM) 2004년 4월에 실린 저널 ‘Magnetosome Myster


ies’을 대다수 참조한 것으로 저의 허접한 영어 실력으로 인한 잘못된 번역으로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며 거의 8년전 저널을 참조하였기 때문에 현재는 주자성 박테리아에 관해 보다 많은 연구가 진척되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므로 신속, 정확한 오류 지적은 …… 대환영입니다. ^^;


 


 


 



* 참고문헌 *


미국미생물학회(ASM) 2004년 4월에 실린 저널 ‘Magnetosome Mysteries’


(http://forms.asm.org/microbe/index.asp?bid=26445)


KISTI 미리안 2011년 12월에 실린 기사 [자성 박테리아의 분열원리]


(http://mirian.kisti.re.kr/gtb_trend/pop_gtb_v.jsp?record_no=226987&site_code=SS1020)


동아 사이언스 기사 2000년 12월 17일 기사 “화성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증거 발견”


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001217200000000002&classcode=0106


스티븐 제이 굴드 저, 김동광 역, [판다의 엄지], 세종서적, 1998


존 포스트게이트 저, 박형욱 역, [극단의 생명], 코기토, 2003.


칼 짐머 저, 전광수 역, [마이크로코즘], 21세기북스, 2010.


* 그림자료 출처 *


(그림 1) http://biogeomagnetism.biomnsl.com/info_56_118.html


(그림 2) http://www.nature.com/scitable/knowledge/library/bacteria-that-synthesize-nano-sized-compasses-to-15669190


(그림 4) http://www.nature.com/nrmicro/journal/v2/n3/fig_tab/nrmicro842_F4.html#figure-title


(그림 5) http://people.eku.edu/ritchisong/birdbrain2.html


(그림 6) http://www.nature.com/nrmicro/journal/v2/n3/box/nrmicro842_BX1.html


*그림자료 참고 *


(그림 3) http://www.energy.soton.ac.uk/pollution/bacteria.html


 




영진공 self_fish


 


 


 


 


 


 


 


 


 


 


 


 


 


 


 


 


 


 


 


 


 


 


 


 


 


 


 


 


 


 


 


 


 


 


 


 


 


 


 


 


 


 

소설 “파피용”을 통해서 본 과학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기상이변,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 핵무기 등 인류는 내일 당장 하느님의 나라로 승천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스팩타클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똥줄타는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인류는 우주 탐사를 한 이래로 우주 저 너머 제 2의 스위트 홈을 꾸릴 만한 행성을 찾고 있다. 그나마 만만한 태양계 안에서는 이 한 몸 뉘일 만한 곳이 없으니 지금 당장은 멀어서 못가지만 우선은 찾아놓고 보자는 심정으로 인근 은하계까지 눈을 돌려보지만 멀기도 멀거니와 행성에 초거대 사이키 조명이 달려있는 것도 아니니 스스로 빛을 발하지 않는 행성을 관측할 방법은 전무하였다. 그러나 불굴의 정신의 소유자들인 천문학자들은 열심히 해골을 굴린 끝에 한가지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태양은 가만히 자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행성들 간의 인력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태양 다음으로 큰 두 번째 형님인 목성의 인력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태양의 진동주기인 12년 주기로 흔들리며 태양과 비슷한 크기와 밝기의 별을 찾으려 하였다. 오랜 관찰 끝에 진동하는 별은 찾지만 아쉽게도 태양과 비슷한 주기의 별을 찾지는 못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은 1999년에 촬영한 태양을 지나가는 수성의 모습이다. 이렇게
행성이 별을 지나갈 때 밝기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이용하여 진동하는
별의 밝기의 변화를 관찰하면 그 별을 공전하고 있는 행성의 크기를 유추할 수 있다.





당시 발견한 진동하는 별들. 발견한 별들 중에는 4.2일을 주기로
흔들리는 별도 있었다. 이는 별을 흔들 정도로 커다란 행성이 엄청난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태양을 목성이 4.2일만에 한바퀴
도는 꼴이라고 할까. 이렇게 전혀 생각지 못한 발견에 당시
천문학계는 화들짝 놀랬다고.



제 2의 스위트 홈을 찾는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영화나 소설들은 이런 매력적인 소재를 놓칠리 없으니 지금까지 많은 SF장르에서 제 2의 지구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는 인기있는 소재였다. 이번에 출간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파피용’ 역시 인간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막되먹은 본성으로 인해 막장으로 치닫는 지구를 탈출해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 2의 지구까지 천 년이 걸리는 여행. 짧지 않는 기간을 우주선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같이 살아가야하는 14만 4천명의 인간들. 이들은 지구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우주선 안에 구축하려 한다. 그래서 그려지는 것은 공산주의 사회. 하지만 공산주의 이론이 고달픈 현실을 바꿔보려는 선한 가슴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일그러진 결과들을 초래했듯이 소설 속에서도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는 얼마 가지 않아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전복되고 지구에서 인류가 보여주었던 폭력적인 역사들이 우주선 안에서 고스란히 재연하게 된다. 




같은 소재를 다룬 여타의 SF소설에 비한다면 이번 베르나르의 작품은 그다지 특별함을 보여주지 못하며 소설 전반에 깔려있는 종교적인 비유와 결말 역시 진부하다. 특히 미국 sci-fi 채널에서 방영중인 ‘배틀스타 갈락티카’는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아주 높은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미 ‘배틀스타’를 본 독자라면 ‘빠삐용’은 꽤나 싱거울 듯 하다. 이런 실망스러운 작품성은 예외로 두고 눈길을 끄는 것은 작품에서 인류가 탈출하기 위해 건조한 우주선이 광자를 이용해 움직인 다는 점이다. 광자를 이용한 우주선은 현재 기초단계의 연구가 진행 중인, 결코 허무맹랑한 이론이 아니다.




빛은 무엇일까? 이 뒷골 땡기는 질문에 일찍이 맥스웰 옹은 ‘빛은 전자기파’임을 주장하셨고 아인슈타인 옹은 ‘빛은 에너지 덩어리(광양자)’라고 주장하셨다. 두 천재의 주장은 실험으로 증명되었고 결국 빛은 전자기파이며 동시에 광자로 행동하는 것이 들통나 버렸다. 빛이 에너지 덩어리라는 말은 곧 빛을 받는 물체는 빛으로부터 압력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한낮에는 왠지 몸이 무겁다고 느끼지 않았는가? 그건 바로 태양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광자로 인해 압력을 받아서…..는 아니고. 그건 단지 기력이 허해서 그런거고…..일반적으로 빛의 압력은 극히 약해서 일상 생활에서는 느껴볼 수는 없다. 하지만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에서는 근소한 빛의 압력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혜성의 꼬리는 태양에서 방출되는 빛의 압력과 태양풍의 영향으로
태양과는 반대쪽으로 나타난다.




일본에서 발사한 탐사선 ‘하야부사‘. 2005년 소행성 ’이토카와‘에 착륙해
최초 소행성 탐사라는 큰 업적을 달성했는데 당시 ’하야부사‘가
’이토카와‘에 착륙하려 접근했을 때 소행성으로부터의 받는 중력보다
태양빛으로부터 받는 압력이 훨씬 강했다고 한다.




이런 빛의 압력을 이용하여 현재 우주 탐사선 계획이 진행중이다. 탐사선에 돛을 달고 태양빛의 압력으로 요트처럼 추진하는 것으로 ‘파피용’에서 보여지는 이론과 같다. ‘파피용’에서는 태양계 내에서는 태양열을 저장하고 광자의 압력을 이용해서 나아가고 빛이 닿지 않는 태양계 외부에서는 비축해놓은 태양열을 이용하는데 현실에서 역시 광자의 압력을 이용하는 탐사선 계획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서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기초 실험단계에 있으며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에서는 2004년 지름 10미터 돛을 우주에 전개시키는 실험에 성공하였고 같은 연구가 미국 등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계발이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쉽게(?) 화성 밖으로의 탐사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연구가 진행중인 금속박으로 된 돛을 가지고 있는 우주 범선의 모습.



광자를 이용한 우주선 연구와 별개로 화성을 대상으로 지구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화성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대기 온도를 상승, 내부 얼음을 녹여 결과적으로 지구처럼 거주 가능한 별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는 탈출할 공간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정작 지구를 살릴 획기적인 행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개발로 인한 지구의 앞날은 일찍부터 예상되었지만 그에비해 우리의 행동은 정작 바뀐게 별로 없다. 미국은 여전히 기후협약을 하지 않겠다고 배짱부리고 있으며 환경정책은 언제나 계발논리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핵무기는 폐기되지 않고 인류는 여전히 폭력적이다.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하든, 아니면 안드로메다로 이주하든 지금의 인류라면 어딜가나 지구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 한 탈출이 희망이 될 수는 없다. 

노아의 방주는 지구인에게는 희망의 씨앗이겠지만 우주에게는 불행의 씨앗이지 않을까?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