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순정 마초, 양아치 마초, 찌질이 마초 이야기

 

 


 


 



 


 


류승완 영화의 메인 키워드는 딱 두개다,


마초와 쌈마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래 그의 영화들은 대개 저 태그를 달고 움직인다.


그리고 그 특질은 최근 개봉작 “베를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독일의 베를린이라는 공간에서 남과 북이 벌이는 첩보활극 영화에,


역시 세 명의 마초가 등장하고 쌈마이 쌈박질이 가득하다.


 


순정 마초 하정우,


양아치 마초 류승범,


찌질이 마초 한석규,


 


 



 


 


사실 이 영화에서 플롯이나 스토리는 그닥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 셋의 역할과 관계를 그대로 한국 어느 도시 골목 조직폭력배의 나와바리 싸움으로 옮겨놓아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형사와 범죄자는 같은 인물의 다른 면일 뿐이다”라는 법칙에 따르자면,


이런 현상에 그닥 거슬려 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게다가 권력과 돈에 집착하는 건 오히려 권력자들이 더 악랄하니까, 조직폭력배든 첩보원이든 어차피 꼬붕으로 소모되는 건 어느 쪽이라고 해서 더 멋지거나 할게 있을까.


 


 



 


 


그리고 이 영화에는 다 그렇듯 마초와 대비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냉철하고 계산 철저한 이경영,


똑똑하지만 순종적인 전지현,


저런 사람이 있었나 싶은 김서형,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저들이 가장 크게 피해를 보거나,


그저 관심 밖에 놓여지게 된다.


 


 



 


 


이 영화,


각본 괜찮고 … 액숀 좋고 … 총격전 계산 잘돼있다.


 


그런데,


재미 좀 있어질라 치면 …… 지루해진다.



쌈박질이 쫄깃해질라 치면 …… 지루해진다.


내용에 몰입할라치면 …… 역시 지루해진다.


 



왜인고하니 각 Scene과 Take가 너무들 길게 늘어져서 집중력이 확 떨어진다.


그리고 사건의 배경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히 너무 자상해서 마치 DVD 부록에 있는 감독 해설판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본 시리즈가 가장 잘 한 게,


“어, 어” 하는 순간에 후딱 일 치르고,


상황에 대한 설명을 장면에 맞게 급박하게 툭 던져놓고,


다시 번쩍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는 거 였고,


 


이런 접근법이 요즘 첩보활극의 트렌드일텐데 … “베를린”에는 이런게 없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관객 각자의 느낌이겠지만.


 


 




 


 


그리고 배우들이 너무 유명한 분들인 것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하정우는 우리가 늘상 보아온 하정우인지라 그가 뭘 할지 다 알아채게 되고,


류승범도 우리가 늘상 보아온 그 캐릭터이고 … 한석규는 … 그냥 넘버 3다.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차라리 하정우랑 류승범이 역할을 바꾸어 나왔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똑똑하고 잘생기고 돈많은 훈남인데,


입고 다니는 명품 옷에는 온통 그 상표가 찍혀있고,


여친과 주변 사람에게는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는 그런 느낌,


한 줄로 요약하자면 ‘국제첩보활극 버전 짝패’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영진공 이규훈


 


 


 


 


 


 


 


 


 


 


 


 


 


 


 


 


 


 


 


 


 

“라이프 오브 파이”, 어느 사채업자의 되도 않는 구라

 

 


 


 


이 글은 최근 개봉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


나름대로의 감상을 써 본 것입니다.


스포일러가 가득하오니 아직 이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얼른 빠져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김파이씨는 자신이 나름대로 착하게 살아왔다고 느끼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고 매사에 호기심이 넘치던 어린시절을 지나 평탄하게 생활하던 그에게 그 일이 닥친 건 5 년 전, 그가 열 다섯 살 때였다.


 


목수일을 하며 개집도 만들고 새집도 만들며 생활비를 대던 가게에 점점 일거리가 줄어드는 걸 견디다 못한 파이씨 아버님은 급기야 가게를 정리하고 서울로 이사하기로 결정하셨다.


 


그렇게 서둘러 작은 트럭에 짐을 싣고 서울로 가던 날, 하늘에서는 갑자기 엄청난 비가 쏟아져 내렸고, 빗 속에서 중심을 잃은 트럭은 그만 전복을 하고야 말았다.


 


 


 




 


 


 


처참한 교통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파이씨,


하지만 살아남은 것만으로 하늘은 파이씨에 대한 시험을 거두신 게 아니었다.


 


이삿짐을 싣고 달리던 그 트럭은 무보험차량이어서 사망한 가족에 대한 보상금은 커녕, 오히려 중상을 입고 1년 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파이씨가 홀로 산더미같은 병원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것이다.


 


억이 넘는 병원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던 어린 그에게 병원측은 많은 액수를 깎아주었지만, 그렇다고 공짜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사채업자에게 돈을 꾸어서 겨우 병원비를 메꿀 수 있었다.


 


퇴원은 하였지만 여전히 여러가지 후유증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잡역 등을 하며 약값 마련하기에도 허덕이던 파이씨는, 어쩔 수 없이 연락처를 바꾸고 노숙생활을 하는 등 사채업자와 부딪히지 않도록 나름 엄청난 노력을 하였다.


 


 


 




 


 


 


허나 사채업자는 결국 파이씨 앞에 나타나고야 말았다. 어느 토요일 오후, 손 등에 선명한 호랑이 문신을 하여서인지 호랭이 성님이라 불리는 그는 하이에나라는 별명을 가진 똘마니와 함께 기어코 들이 닥쳐서는 다짜고짜 파이씨를 강제로 차에 태워 어느 허름한 건물로 끌고갔다.


 


“파이 형제님, 그 목에 걸린 건 뭔가요?”


건물 안에 있는 커다란 방 안 중앙에 있는 의자에 우격다짐으로 앉혀진 파이씨에게, 특이하게도 형제님이라는 호칭을 즐겨 사용하는 호랭이가 말했다.


 


사고 이후 파이씨는 항상 목에 두개의 목걸이를 걸고 다녔는데, 그건 사고 현장에서 파이씨가 수습할 수 있었던 유일한 부모님의 유품으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자의 띠에 맞춰 함께 하고 다니시던 원숭이와 말 모양의 금목걸이였다.


 


호랭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이에나는 잽싸게 파이씨에게 덤벼들어, 두 목걸이를 거칠게 벗겨내서는 호랭이의 손지갑 안에다 얼른 넣어버렸다.


 


그리고 하이에나가 방 안 구석에 놓여있던 TV를 켜고 볼륨을 높이자, 호랭이는 파이씨에게 바짝 다가들었다.


 


“파이 형제님 … 세상 살기 많이 힘들죠? …  그렇다고해서 인간의 도리를 어기시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호랭이는 장광설을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서 하이에나의 발길질과 손찌검이 연달아 파이씨에게 가해졌다. 신체에 가해지는 극심한 고통은 참으로 견뎌내기 힘들었지만 호랭이의 되도 않는 설교질도 그 못지 않게 고통스러운 파이씨였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순간,


호랭이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게 깔며 뭐라 읊조리던 말이 파이씨의 귀에 그 어느때보다 또렷하고 큰 소리로 들어와 박히기 시작한 것이다.


 


“파이 형제님,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 이 모든 게 다 하늘의 배려라고 말이예요 …”


파이씨는 숙였던 고개가 저절로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다 하늘!이 예비하신! 시험!이라고 생각하시란 말이죠 …”


어느새 파이씨는 호랭이의 눈을 두려움 없이 바라보게 되었다.


 


“이게 다 그 뭐냐 … 그래 … 일체유심조! … 그 … 중 이름이 뭐더라 … 암튼 … 그거!”


그러자 파이씨는 입가에 고인 피의 맛이 달다고 느끼게 되었다.


 


“하늘이 있어 … 나를 이용하사 파이 형제님이 가장 필요할 때 돈을 내리시는 은혜를 베푸셨고 … 그리고 그 은혜를 갚지 않고 계속 하늘을 거역하시는 파이 형제님에게 다시 나를 보내시어 하늘의 뜻을 가르치게 하신 거란 말입니다 … 그러니 이게 다 파이 형제님이 바르게 살도록 예비하신 하늘의 시험임을 굳게 믿으셔야 하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을 때 즈음에 파이씨는 자신이 얼마나 못나고 방탕한 인간이었는지를 진심으로 뉘우치기 시작하였고 눈가에는 참회의 눈물이 굵게 맺히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파이씨가 꺼이꺼이 목 놓아 우는 모습을 보며 잠시 말문을 닫았던 호랭이가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자, 형제님 … 이제 하늘에 당신의 믿음을, 당신의 충심을 보여주실 때입니다. 이제 곧 형제님을 도우러 사람이 올 겁니다 … 그가 파이 형제님의 눈과 심장과 간을 하늘에 되돌리게 도와 줄 겁니다. 파이 형제여, 기꺼이 그에게 형제님의 믿음을 맡기실 거죠?!”


 


파이씨는 멈추지 않고 계속 눈물이 흘러나오는 눈망울을 크게 뜨고 호랭이를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맞잡아 가슴 앞에 모았다.


 


 


 




 


 


 


바로 그때였다, 기적이 일어난 것은.


 


아까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순간 강렬해지는가 싶더니, 열려진 창을 통해 갑자기 하늘에서 강력한 번개가 타고 들어와서는 TV 앞에 서 있던 하이에나를 내려 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어이없고 처참한 광경에 너무 놀란 호랭이는 기겁을 하며 서둘러 방안을 빠져나가려다 제 풀에 넘어지면서 단단한 바닥에 머리를 박더니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너무도 놀라운 일의 충격에 파이씨는 온 몸이 굳어지며 꼼짝할 수가 없었지만, 이내 이 모든 게 하늘이 예비하신 일이라는 믿음이 떠올랐고 그러자 비로소 파이씨는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호랭이와 하이에나의 주검을 뒤로 하며 건물을 빠져 나온 파이씨의 손에는 뺐겻던 목걸이가 들어있는 호랭이의 손가방이 들려있어서, 그 안에 있는 자동차키로 호랭이의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가서 그 안에 들어있는 돈으로  고기집에 가 맘껏 소고기를 사 먹었다.


 


커다란 포만감과 함께 고기집을 나서면서 파이씨는 정말 이 모든게 하늘의 절묘한 계획임을 절실히 느꼈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나름대로 착하게 살아왔기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던 거라고 느끼게 되었다.


 


 


 



 


 


 


며칠 후 무심히 차를 몰고 가던 파이씨는 경찰에 의해 검문을 받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경찰서로 연행되어 취조를 받았다.


 


취조가 끝나자 담당 형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 조서를 파이씨 앞에 내밀면서 서명을 하라 하였다.


 


[이 사건 용의자 김파이는 사채업자이자 장기밀매업자인 일명 호랭이와 일당 일명 하이에나에게 납치되어 외곽 건물에서 심한 구타를 당하던 도중 강제로 장기적출을 당할 뻔 했으나, 마침 그때 내린 폭우가 창을 타고 들어와 TV 전원선의 합선을 일으켜 근처에 있던 일당 하이에나가 감전으로 사망하였고 이에 호랭이가 당황한 틈을 타 김파이가 덤벼들어 호랭이의 머리를 방바닥에 마구 찧어 사망케 한 후 호랭이의 손가방과 차량을 탈취하여 도주한 사건임.]


 


그러면서 담당 형사는 김파이씨의 기구한 인생사에 측은지심을 느껴서인지 정당방위라는 의견을 검찰에 올렸고,


 


이후 김파이씨는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나와 지금은 단칸방이나마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나름 잘 살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안 감독이 이제 막 종교철학 개론을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인 건지,


아니면 이 세상 모든 철학과 종교를 섭렵하여 달관의 경지에 이른 사람인 건지,


내내 헷갈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헷갈림의 원인이 내 부덕의 소치임을,


그리고 사물의 양면성에 대한 내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주절주절 뇌까리고 있다.


 


 


 


 


영진공 이규훈


 


 


 


 


 


 


 


 


 


 


 


 


 


 


 


 


 


 


 


 


 


 


 


 


 


 


 


 


 


 


 


 


 


 


 


 

애인 몸 속에 자철광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4부, 완결]


 

 


 


 


* 3부를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


 


 


주자성 박테리아는 나침반으로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노크기의 자석 조각들을 진주 목걸이 마냥 길게 이어붙여 활용했다. 그런데 과학자 형님들이 보기에 몸 속에 이런 자석 체인을 가지고 있다면 세포 분열을 할 때 아무래도 자력이 방해가 될 것은 자명해 보였다.


 


일반적으로 박테리아가 세포 분열할 때 가운데 세포벽이 수축하며 두 개로 댕강하며 나뉘는데 이 때 발생하는 수축력으로는 자석 체인을 떼어 놓기에는 충분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과학자 형님은 마그네토스피릴룸 그리피스월던스Magnetospirillum gryphiswal


dense 라는 이름도 젠장맞을 박테리아를 붙잡고 대체 어떻게 세포 분열을 하는지 스토킹 짓을 하였다.


 


그 녀석은 처음에는 여느 박테리아 처럼 길게 늘어난 후 중심부가 잘록하게 수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 주자성 박테리아는 두 개의 딸세포가 약 50도 정도의 각도로 구부러지며, 빠르게 두 개의 세포로 분열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마그네토솜 체인을 분리하는데 있어 평행한 상태에서 양쪽으로 잡아당기는 것 보다는 체인을 구부리며 잡아당기는 것이 자기력을 약하게 만들어 보다 적은 힘으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치 철사를 끊을 때 빠르게 아래 위로 구부리면 보다 잘 끊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M.그리피스월던스 박테리아는 분열할 때 정확히 같은 양의 마그네솜을 나누어 가졌다.


 


 


 





[그림 1]


Z-링은 단백질이 실처럼 이어져 있는 것으로,


세포 분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일반 박테리아에선 Z-링이 동그랗게 형성되는데 반해,


주자성 박테리아에게선 아치 형태로


나타남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분열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면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워낙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마그네토솜 체인 역시 모두 같은 형태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뒤얽힌 마그네솜 체인을 만들며, 이러한 체인이 세포의 한쪽 구석에 몰려 있는 것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과학자 형님들은 주자성 박테리아들마다 각기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분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과학자 형님들이 주자성 박테리아들을 조사하면 할 수록 심각한 의문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즉 요놈들이 정말 마그네토솜을 나침반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진화시킨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왜냐하면 위에 언급했듯 모든 주자성 박테리아가 마그네토솜을 체인처럼 일렬로 이어붙여서 사용하지도 않았고 몸 가운데 위치하지도 않았다. 몇몇 종의 경우 마그네토솜 조각이 흩어져 있으며 박테리아의 한쪽 면만을 따라 늘어서 있기도 하였다.


 


이처럼 마그네토솜이 일렬로 정렬되어있지 않다면 나침반으로 활용하기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단자구를 형성할 수 있는 크기 범위를 넘어선 200나노미터나 되는 커다란 자석 결정을 만드는 놈도 등장하였다.


 


이런 녀석들은 지금껏 우리가 입아프게 떠들었던 이론에는 맞지 않으며 그렇다면 당연히 도태되어야만 했다. 그런데도 잘먹고 잘살고 있으니 이녀석들은 우리가 아직 마그네토솜의 모든 기능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질문의 방향을 바꿔보자. 얘네들은 정말 마그네토솜이 필요한 것인가?


 


 




근데 마그네토솜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분명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몸 속에 있는 마그네토솜을 나침반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는 북반구에 있는 박테리아는 자북극으로(자북극형, NS형), 남반구에 있는 박테리아는 자남극으로 이동(자남극형, SS형)하는 것을 관찰한 결과이다.


 


이러한 행동은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보통 저산소지역에 살며, 이런 지역은 침전물이 쌓이는 곳이기 때문에 확실히 지구자기장을 이용한 움직임이 아래쪽으로 이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화학물질의 층상구조지역이나(농도가 단계적으로 바뀌는 구역) 산소의 층상구조지역에서도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다량으로 발견되면서 이러한 초기 관점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주자성이 이러한 층상지역에서 어떤 이익을 주는지 명확한 설명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림 2]


층상구역에서 최적의 농도로 이동하기 위한 움직임.


박테리아는 애써 머리를 돌릴 필요없이,


편모의 회전 만으로 앞뒤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림 3]


지역에 따른 주자성 박테리아의 행동 양식.


북반구에는 자북극형과 자남극형이 7:3비율로 살고 있으며,


남반구는 반대로 자남극형이 7:3 비율로 많다.


적도에는 5:5 비율로 분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요 재기발랄한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주자성’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기성(aerotaxis , 走氣性)’, 즉 산소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 역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층상구역에서 최적의 지점으로 이동할 때는 주자성 뿐만 아니라 주기성도 발휘하였다.


 


주자성 박테리아의 행동 양식은 자북극형(NS형), 자남극형(SS형) 이외에도 수직형(polar) 주자성-주기성과 수평형(axial) 주자성-주기성으로도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직형은 자기장을 따라 한쪽 방향으로 고집스레 이동하며, 수평형은 자기장을 따라 움직이되 복잡하고 다양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림 4]

박테리아의 행동 양식에 관해 실험을 할 때,

과학자 형님들은 아주 얇은 튜브관이나 물방울을 이용한다.



수직형과 수평형 주자성 박테리아의 행동 양식의 차이는,


이러한 실험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자기장에 평행하게 튜브관을 놓고 관의 양쪽에서 산소를 확산시켜 튜브관의 중심에서부터 양쪽 끝으로 갈 수록 산소 농도가 증가하도록 만들었다. 이 때 수평형 주자성 박테리아는 튜브관의 양쪽 끝에 집단을 형성하는 반면 수직형 주자성 박테리아는 자기장의 반대 방향 쪽으로만 집단을 형성했다.


 


따라서 자기장은 수평형 주자성-주기성 박테리아에게는 수평형 운동성 만을 제공하는 반면 수직형 주자성-주기성 박테리아에게는 수직축과 방향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경우 모두, 주자성은 층상구역에서 농도변화에 따른 이동에 있어 2차원(위, 아래)으로 단순화시켜 줌으로서 주기성의 효율을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이렇게 잘난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생존 경쟁에서 승리하여 진화의 왕관을 거머쥐고 나머지 패배자들은 도퇴되어야 할 터인데 층상구역에는 주기성만을 가지고도 잘먹고 잘살고 있는 박테리아도 많이 살고있다게 문제였다.


 


분명 주자성은 주기성만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효과적이긴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지구 자기장의 경사도가 높을 때, 즉 고위도 지방에서나 해당된다. 그리고 수직형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자성이 크게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었다.


 


결국 주기성만 가지고 있는 박테리아가 효율적인지, 수천만년에 걸쳐 마그네토솜 체인을 고집한 박테리아가 효율적인지에 대한 답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그렇다면 마그네토솜을 방향이나 이동의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까?


 


비록 개미 코딱지만하지만 박테리아도 분명 살아있는 생물이다. 그래서 살아가기 위해선 당연히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질대사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과 함께 몇 가지 무기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극소량만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주위에 흔치 않기 때문에 이를 구하기가 위해선 열라 뭐빠지게 노력해야 한다. 철(Fe)은 이러한 필수 무기물 중 하나이다. 그래서 박테리아들은 길을 가다 철 원자를 보면 낼롬 주워서 몸 속에 철을 꼭꼭 숨겨놓고 필요할 때마나 꺼내어쓴다.


 


하지만 철은 필수 원소이자 독이기도 하다. 몸 속에 들어온 철 원자는 물 분자에게서 원자를 빼앗아 과산화수소를 만들 수 있고 이것은 박테리아의 DNA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말미암아 얘네들은 보통 철 원자들을 단백질로 둘러싸인 주머니에 보관하고 있다. 그래서 주자성 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는 자철광이 대사에 필요한 철을 저장하는 수단이며 과산화수소를 분해하거나 다른 촉매 기능의 역할도 제공하는 것이 아닌지 추측하고 있다.


 


한편 일부 주자성 박테리아의 경우 철이 부족한 상태에서 철이 풍부한 환경에 노출시키면 약 10분만에 마그네토솜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형성된 철은 박테리아의 건조무게의 약 2~3%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효율적인 흡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자철광 합성 시스템의 자세한 과정은 알지 못한다.


 


과연 주자성 박테리아의 마그네토솜은 어디다 쓰는 물건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론 나침반의 용도라기 보다 먹고사는데 없어선 안될 철의 저장고로서 먼저 진화하고 그 후 나침반으로도 얼추 쓸 수 있게 된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섣불리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지구 자기장을 활용하는 많은 동물들의 몸 속에도 자철광 조각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철 원자를 덩어리로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분명 나침반의 용도로 가지고 있는게 분명해 보인다.


 


 


 





[그림 5]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여 대표적인 동물인 비둘기.


부리 안에는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자철광 조각이 들어있다.


 


 




이렇게 눈에 뵈지도 않는 박테리아의 멱살을 붙잡고 자철광 조각의 쓰임새를 추궁하고 있는 동안 우주 너머로부터 또하나의 심각한 질문이 지구의 생물학자들의 책상 위로 던져졌다.


 


1984년 남극에서 ALH84001라 이름 붙여진 화성 운석이 발견되었다. 이 화성 돌맹이는 태양계가 형성되었던 때인 약 45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좀 연식이 된 돌맹이었다.


 


그런데 이 화성 돌맹이에서 나노 크기의 자철광 결정이 발견되면서 얘기가 미묘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왜냐면 화성 돌맹이 속 자철광 결정이 지구 주민인 주자성 박테리아의 마그네토솜에서 만들어지는 결정과 비슷했는데 이러한 결정 모양은 당시 인공적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림 5]


주자성 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는 자철광은,


종에 따라 몇 가지 독특한 결정 모양을 띄고있다.


이러한 길죽한 철 결정 모양은,


2004년에 이르러 일부 인공 합성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주자성 박테리아의 자철광 조각은 박테리아가 죽은 후에도 남아서 자기력을 띤다. 그래서 많은 퇴적암에서 발견되는 자기력은 정렬하여 죽은 주자성 박테리아의 시체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을 놓고 일부 과학자 형님들은 화성 운석에서 발견된 자철광 조각은 화성 생명의 흔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바닷 속 퇴적물에서부터 저 멀리 화성에 이르기까지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타클하게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지적인 차원을 넘어 기술의 차원에서 접근되고 있다.


 


현재 주자성 박테리아의 능력을 과학기술에 접목시키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주자성 박테리아는 자철광의 모양을 일정하게 만들 수 있고, 자성을 따라 아주 얇게 줄지어 세울 수 있으며, 지질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마그네토솜이라는 막으로 싸여있다. 이러한 특징을 연구한다면 자석을 생체에 부착하는데 이용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효소를 고정하거나 자성을 가진 항체를 만드는 등 현재 뜨거운 감자인 나노 기술에 진일보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길을 잃어도 결코 길을 묻지 않으려는 똥꼬집 남성들의 이마에 자철광을 박아 넣어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한 고등학생은 주자성 박테리아를 회전시켜 전력을 얻는, 일명 주자성 박테리아 전지를 2006년 인텔-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ntel Intern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Fair(이하, ISEF)에 출품하여 큰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자기 박테리아 5.6그램을 작은 플라스틱 상자에 넣고 회전시켜서 48시간 동안 일반적인 AA 배터리의 절반에 해당하는 전압을 발생시켰는데 새로운 에너지원에 관한 우리의 생각의 폭을 넓혀준 계기가 되었다.


 


과학자 형님들은 이렇게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사골 국물 같은 주자성 박테리아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유전자공법과 배양법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바야흐로 주자성 박테리아는 본격적인 미생물학, 물리학, 지구 물리학 및 고지질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요한 새로운 분야를 활짝 열어 제꼈다.


 


<끝>


 


 


 



* 이 글은 미국미생물학회(ASM) 2004년 4월에 실린 저널 ‘Magnetosome Myster


ies’을 대다수 참조한 것으로 저의 허접한 영어 실력으로 인한 잘못된 번역으로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며 거의 8년전 저널을 참조하였기 때문에 현재는 주자성 박테리아에 관해 보다 많은 연구가 진척되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므로 신속, 정확한 오류 지적은 …… 대환영입니다. ^^;


 


 


 



* 참고문헌 *


미국미생물학회(ASM) 2004년 4월에 실린 저널 ‘Magnetosome Mysteries’


(http://forms.asm.org/microbe/index.asp?bid=26445)


KISTI 미리안 2011년 12월에 실린 기사 [자성 박테리아의 분열원리]


(http://mirian.kisti.re.kr/gtb_trend/pop_gtb_v.jsp?record_no=226987&site_code=SS1020)


동아 사이언스 기사 2000년 12월 17일 기사 “화성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증거 발견”


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001217200000000002&classcode=0106


스티븐 제이 굴드 저, 김동광 역, [판다의 엄지], 세종서적, 1998


존 포스트게이트 저, 박형욱 역, [극단의 생명], 코기토, 2003.


칼 짐머 저, 전광수 역, [마이크로코즘], 21세기북스, 2010.


* 그림자료 출처 *


(그림 1) http://biogeomagnetism.biomnsl.com/info_56_118.html


(그림 2) http://www.nature.com/scitable/knowledge/library/bacteria-that-synthesize-nano-sized-compasses-to-15669190


(그림 4) http://www.nature.com/nrmicro/journal/v2/n3/fig_tab/nrmicro842_F4.html#figure-title


(그림 5) http://people.eku.edu/ritchisong/birdbrain2.html


(그림 6) http://www.nature.com/nrmicro/journal/v2/n3/box/nrmicro842_BX1.html


*그림자료 참고 *


(그림 3) http://www.energy.soton.ac.uk/pollution/bacteria.html


 




영진공 self_fish


 


 


 


 


 


 


 


 


 


 


 


 


 


 


 


 


 


 


 


 


 


 


 


 


 


 


 


 


 


 


 


 


 


 


 


 


 


 


 


 


 


 

“잭 리처”, 행동하는 보수의 표상

 

 


 


 



 


 


포스터 카피 보소.


‘법은 한계가 있다. 그에게는 (한계가) 없다.’


이런 Fox TV 잭 바우어 같으니라고 … 모든 히어로 ‘잭’은 다 이런가 싶기도 하다.


 


이번 대선에 표창원 전 교수께서 상당한 ‘히트’를 치시고, 그 뒤로도 계속 인기(?)를 지속중이신데, ‘참다운 보수’가 무엇인지 표방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인다. 왜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한 가치’를 고수하려는 참다운 보수를 보기 어려운 것일까?


 


어릴 때 나는 마치 홈쇼핑 운동기구 광고에 나오는 듯한 목소리를 통해 이렇게 배웠다. ‘불의를 못 참으십니까? 정의를 위해 한 몸 불사르실 겁니까? 여러분에게 판검사 또는 경찰을 추천합니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판검사가 되어야 한다고, 사람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의사가 되는 게 아니라 ‘돈’ 많이 번다고 의사를 자식에게 강권하는 현재의 아비, 어미들 말이다.


 


뭐 사실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것들을 보면 그게 그리 틀린 얘기도 아니다, 헌재소장 후보자랍시고 나온 인물이 권력을 얼마나 남용해댔으면 그렇게 돈파리가 꼬이는지, 언제부터 명예가 타락과 동의어인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어린 내게 가르쳐준 세상의 숭고한 가치들이 송두리째 짓밟히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이유는 순전히 ‘법’이 가진 제한.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법이란 게 잘못 되었는데도 그걸 따라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것. 이건 진보가 아니라 건전한 ‘보수주의자’가 해야될 가치덕목인데도 말이다.


 


잭 리처는 군 수사관 출신의 ‘자유주의자’다.


법적으로 제재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피하고 있다. 운전면허증, 거주지 등록 등 자신을 찾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보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련다. 자신이 가진 ‘정의’의 원칙에 따라 합리적인 의심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보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군인’은 보수와 닿아 있을수밖에 없다. 애국과 명예, 정의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정부’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the well-trained soldier 는 그런 사람들이다. 잘못된 명령에 항거하고, 비도덕적인 전술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


 


그렇지만 우리는 가스통을 들고 협박을 일삼는 불한당 같은 퇴역군인들이 판치는 나라에 살고있다. 허나 어쩌겠는가 … ‘비정상적’인 보수 세력이 어디 한 둘이어야 말이지.


 


 


 



 


 


이 영화의 Best Shot 을 꼽자면 이 장면을 들고 싶다.


정의로운 보수의 결집이라고나 할까? 해병대 출신 저격수와 한 세대 아래의 육군 출신 미끼. 특히 로버트 듀발이 한 쪽 눈을 감고 있는 이유는 야간 저격 훈련을 해본 사람이면 익히 아시리라.


 


요약하자면,


정의를 위해 법이 무시되는 것도 웃기지만,


법이 정의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더 무섭다.


 


 


이 영화를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1. 톰 크루즈 마니아
2. 무기 전문가
3. 미 육군과 미 해군(해병대)의 기싸움 좋아하는 사람


 


그나저나 톰 크루즈 영화 중에 기억나는 것들은 대부분이 군영화 뿐이다.


7월 4일생, 탑건, 어퓨굿맨 ……


 


 


 


영진공 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