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봉작 “오블리비언”은 제작, 각색, 감독을 맡은 조셉 코신스키의 자작 동명 그래픽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그리고 오블리비언(Oblivion)은 망각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톰 크루즈, 모건 프리먼, 올가 쿠릴렌코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보면 되겠다. 그동안 수도 없이 보아왔던 스토리 라인과 그저 평범한 비쥬얼 그리고 누가 봐도 뻔히 알 수 있는 반전까지 …
그래도 나름 시원한 화면과 비행장면의 다이나믹함은 볼만했고, 뻔한 스토리를 매끄럽게 이어나가는 연출력도 괜찮긴 하다.
암튼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잭 하퍼와 줄리아가 숲 속 오두막에서 서로의 사랑을 되짚어 나가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가 바로 1967년에 나온 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이다.
장엄하게 울려퍼지는 오르간과 함께 바하 스타일의 멜로디로 전개되는 이 노래는,
허나 가사를 들여다보면 좀 뜨악해진다. 이게 뭔 소린가 싶어서 … 아마 그래서 이 노래를 삽입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
일단 들어나 보자, 그 노래.
We skipped the light fandango
turned cartwheels ‘cross the floor
I was feeling kinda seasick
but the crowd called out for more
The room was humming harder
as the ceiling flew away
When we called out for another drink
the waiter brought a tray
팬댕고 커플댄스를 폴짝폴짝 뛰고,
객석을 가로질러 물구나무서서 구르기를 하였네,
배멀미가 느껴졌지만,
관객들은 더하라고 조르네,
천정이 날라가 버릴듯이,
방 안은 웅성거림으로 가득하네,
우리가 술을 더 달라고 하자,
웨이터는 술수레를 끌고 오네,
And so it was that later
as the miller told his tale
that her face, at first just ghostly,
turned a whiter shade of pale
그리고나서 얼마 후,
밀러(옛 이야기에 나오는 주정뱅이)가 설화를 이야기할때,
그녀의 얼굴은 마치 귀신을 보기나 한 것처럼,
창백한 하얀 빛으로 변했지,
She said, ‘There is no reason
and the truth is plain to see.’
But I wandered through my playing cards
and would not let her be
one of sixteen vestal virgins
who were leaving for the coast
and although my eyes were open
they might have just as well’ve been closed
그녀는 말했어,
“이유 따위는 없어, 진실은 보이는 그대로인 거야”
하지만 나는 카드놀이에 빠져서,
그녀가, 바다로 떠나는 열 여섯 베스탈 버진(그리스 신화에 나옴) 처럼,
떠나도록 놔두질 않았지,
내 눈은 크게 뜨여있었지만,
사실 그냥 감겨져있는 거나 다름 없었어,
She said, ‘I’m home on shore leave,’
though in truth we were at sea
so I took her by the looking glass
and forced her to agree
saying, ‘You must be the mermaid
who took Neptune for a ride.’
But she smiled at me so sadly
that my anger straightway died
그녀는 또 말했지, “난 상륙허가를 받아서 집에 와 있어”,
하지만 실은 우리 모두 바다에 있었지,
그래서 나는 그녀를 전망경으로 데리고 가서는,
이걸 깨닫도록 했지,
“너는 인어란 말야, 넵튠(바다의 신)이 사랑하는 …”
허나 그녀는 너무도 슬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의 분노는 바로 사그라 들었어,
If music be the food of love
then laughter is its queen
and likewise if behind is in front
then dirt in truth is clean
My mouth by then like cardboard
seemed to slip straight through my head
So we crash-dived straightway quickly
and attacked the ocean bed
음악이 사랑의 양식이라면,
웃음은 사랑의 여왕이지,
그런 전차로 뒷쪽이 앞이 되면,
더러움은 사실 청결함이지,
그 무렵 나의 입은 마치 골판지처럼,
내 머리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네,
그래서 우리는 급히 탈출 다이빙을 실시하였고,
바다 밑바닥을 공격하였네,
솔직히 뭔 소린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노래의 가사는 영어가 원어인 영국, 미국에서도 … 이게 도대체 뭔 얘기인가 하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 중 다수를 차지하는 의견은 … Lucy in the Sky with Diamond처럼 분명히 약 빤 기분을 의미하는 거다 … 라고들 한다.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작사가가 알고 있겠지만, 그는 당연히 … 전혀 그런 거 아니다, 그냥 있는대로 받아 들여달라라고만 한다.
이 정도에서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하면서 A Whiter Shade of Pale 얘기할 때면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바하 옹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를 들어보도록 하자.
그럼 즐감~ ^^
영진공 이규훈
이제 고뇌하는 뮤지션은 돈이 되지 않았다. 쓸데없이 사회의 그늘을 읊조리고 고통을 토로하는 음악은 상품이 될 수 없었다. 락도 예외는 아니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큰 음량과 강한 드럼 비트, 가슴을 후비는 기타 리프, 절규하는 보컬리스트는 좋은 상품이었지만, 거기에 골치아픈 사회현상을 실어 올리는 건 영업상 매우 손해보는 일이 된 것이다.
그러니 락도 팔 수 있어야 노래를 부르게 해 주었다. 팔릴려면 고객의 입맛에 맞춰서 노래를 만들어야 했고 … 그래서 락이라는 의상을 입고 락 비트의 연주를 하면서 팝에서나 들었던 사랑노래가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즐기는 음악, 놀 수 있는 음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댄스, 디스코, 보이밴드가 나오게 되었고 금세 음악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산업적 측면을 제껴 놓고 생각해보아도,
선셋 스트립, 사실 이 동네에서 록의 정신을 말하긴 좀 그렇다. 거기에 서면 절로 ”와~ 1년 내내 이렇게 날씨 좋고, 쭉빵 아가씨들이 오락가락하는 여기서 메탈 밴드들이 노래한단 말이지” 소리가 나온다.
시애틀이나 뉴욕, 심지어 오스틴에 가도 이렇게 조건 좋은 록클럽은 없다. 본능에 충실한 게 록이라면 … 본능에 충실해도 언니들이 줄 서는 동네와 본능에 충실하게 음악해도 음습한 반응의 동네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뭔가 달라도 많이 달라지는 거다.
해질녘의 선셋 스트립의 클럽들에서 내려다본 L.A. 시내는 확실히 있어보인다. 괴롭거나 허탈하거나 음울하지 않는 그냥 멋진 동네가 거기 있는 거다. 그러니 거기에서 절규하고 저항하는 락이 나올 턱이 있나.
내게 설탕을 쏟아부어줘!
락은 하고 싶고, 세상은 흥청거리고, 돈을 가진 이들의 마음에 들어야 대중 앞에서 노래 부를 수 있고 … 그러니 삐딱선을 탄 거고 매운탕에 설탕을 확 부어버린 거다. 왜? 그렇게해도 맛있게들 먹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원작 뮤지컬에서는 나름 현실적인 마무리를 보여준다. 거기에서는, 화려함에 둘러싸여 이리저리 살아온 젊은 시절, 그때가 지나고 돌아보니 …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Don’t Stop Believin’ 하자는 거다.
그런데 영화는 그러면 안 팔릴 것 같았나보다.
화려함에 둘러싸여 이리저리 살다보면 … 더 화려해진다 ~ 베이비!
이렇게 끝나버리니 말이다.
암튼 그렇게 락이라는 매운탕에 해피라는 설탕을 대박으로 붓고 또 부어서 설탕죽이 되어도 어쨌든 이건 시작이 락이니까 락이라고 불러도 됨, 님하. 라는 맛이 되었다는 그런 얘기라는 거다.
그러니까 앞으로 매운탕엔 설탕말고 고추기름을 넣자!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