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 시간이 거꾸로 간다 한들 세상은 그대로인데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제는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이고 F.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집에 끼어있던 한 단락의 이야기입니다.  원작이 단편인 이야기들이 대부분 그렇듯, 한 남자의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이 이야기는 하나의 생각에서 출발한 한 편의 간단한 구라입니다.  길이가 길지도 않고 디테일한 이야기도 아니죠.  주인공 이름을 보세요.  단추 만드는 집안이라고 성이 [버튼]입니다. (물론 이런식으로 지어진 이름들이 많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_-;;)

어쨌든 이 짧은 이야기를 가지고 한편의 장편 영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수많은 설정들과 에피소드, 온갖 놀라운 특수효과가 도우 위에 피자치즈처럼 흩뿌려졌습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한 남자라는, 환타지스런 설정에 약발을 더하기 위해서죠.  이런 장치들은 당대 최고수의 테크니션이라고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섬세한 손길을 타고 이야기에 깊숙히 스며들어갑니다.

핀처 감독은 “조디악”때 처럼 불필요한 감성의 자극이나 화려한 테크닉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위해 판을 마련하는 작업에 집중합니다.  1차 세계 대전 종전 직후인 시대상황을 훌륭하게 연출해 내고, 나이를 거꾸로 먹는 벤자민 버튼을 스크린 위에 소환하기 위해 온갖 특수효과를 동원하지만 이는 영화의 배경과 설정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노출되어 꼴사나운 특수효과 자랑 쇼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핀처 감독은 말도 안되는 구라일수록 시치미 뚝 떼면서 해야 약발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검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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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 뚝!

영화는 유려한 영상을 타고 한 마리의 고래가 유영하듯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런닝타임이 꽤 긴 편이지만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이야기의 완급조절과 배분이 적절히 이루어졌다는 반증이겠지요.   전통적으로 아카데미가 일방적으로 편애해 마지 않는 ‘대서사시 + 러브스토리 + 삶에 대한 긍정적인 교훈’에다가 헐리웃 영화기술의 발달을 저렴해 보이지 않게 자랑하는 특수효과 퍼레이드를 골고루 시연하시니, 과연 아카데미에 최대 노미네이트 “될만 하다.”라는 인상을 짙게 주고 있습니다.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하지만 당 영화, 칭찬만 하기에는 여러가지로 민망한 구석이 많습니다.  그것은 제가 처음에 이야기한 원작의 성격과, 데이빗 핀처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야심작과의 간격이 자연스럽게 좁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벤자민 버튼이라는 캐릭터가 존재해야 할 당위성을 그닥 설득력있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벤자민  버튼이라는 캐릭터는 남들과는 반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는 80대 노인이면서 어린아이의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보고, 20대 소년의 머릿 속에 80대 노인을 품고 있지요.  하지만 영화는 이런 그의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하고 그저 한 인간의 성장담만을 그리고 있습니다.

벤자민 버튼은 늙은이로 태어났지만 남들과 비슷한 성장과정을 겪으며 살아갑니다.  첫사랑을 겪고, 여행을 하며 자아를 찾고 … 이건 그가 굳이 벤자민 버튼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가 점점 젊어지는 것을 제외하곤 주인공의 인생은 지나치게 평범합니다.  평범한 인생에선 평범한 교훈이 나오는 법이지요.

시간은 소중하다고요? 인생에서 젊음은 잠깐 뿐이고 유한하다고요? 그건 어린아이로 태어나서 점차 늙어가는(갑자기 슬퍼진다…흑)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알려고 거꾸로 살 필요까진 없습니다.  그냥 살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에요.

벤자민 버튼의 캐릭터와 그의 이야기가 충분히 강렬하지 못한 덕에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의 모습은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20대 브래드 피트의 모습을 다시 리와인드 시켜 보는 것은 남자인 저로서도 혹할만큼 매혹적인 장면이었지만, 그것으로 다입니다.  분장쇼 하려고 그를 부른것은 아닐 터인데.

또한 당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작가인 에릭 로스의 터치가 너무나 강하게 느껴집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던 제가 영화를 보는 동안 자꾸 “포레스트 검프”와의 기시감이 느껴졌을 정도로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그가 각색을 했더군요.  그럴 정도로 이 영화에서 “포레스트 검프”의 기운이 느껴졌다는 것은, 주인공인 벤자민 버튼만의 이야기가 강렬하지 못했다는 앞의 이야기와도 일맥이 상통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나 매혹적인 영화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고 출연배우들도 적절한 연기로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무려 발레리나 역을 소화하면서 전혀 위화감을 주지 않는 케이트 블랑쳇도 그렇고, 틸다 스윈튼도 인상적인 조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배우는 여성적인 역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군요.
 
그리고 주인공인 브래드 피트는 무난하게 전 연령대에 걸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소리의 톤 조절이나 늙은이처럼 걷는 연기도 능수능란하게 잘 하고 있구요.  다만 늙은이라고 보기엔 너무 각잡힌 그의 체격이 가끔 거슬릴 때는 있습니다.  특수효과를 하지 않고 늙은이 연기를 하기엔 아직 피트는 몸이 너무 좋아요.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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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는 케이트 블랑쳇보다도 머리가 작더군요. 졸리보다도 작고 ... 도대체 이 넘은 외계인인 걸 까요???

영진공 거의없다

““벤자민 버튼”, 시간이 거꾸로 간다 한들 세상은 그대로인데 …”의 5개의 생각

  1. 기대에 비해 너무 평범했어요
    건진거라곤 10대후반까지 나이를 되돌리는 브래드피트의 분장쇼…ㅠㅠ

    볼땐 재밌게 보긴했는데 곱씹을수록 실망스러운 영화-_-;;;

  2. 지금에서야 아셨군요..
    피트는 졸리를 만나러 저멀리 안드로메다계에서 온 외계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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