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바이스 (Miami Vice, 2006), “몹씨나 액쑌적인 멜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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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는 그 이름만으로 품질 보증수표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다. <라스트 모히칸>을 시작으로 <히트>, <인사이더>, <알리>, 첫번째 HD 영화였던 <콜래트럴>까지 일관된 스타일과 완성도를 보여준다. 스케일이 큰 액션 영화에 강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리들리 & 토니 스콧 감독과 유사하지만 <인사이더>와 <알리>는 마이클 만 감독의 궁극적인 지향점과 차별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TV 연출자 시절 자신의 히트작의 영화 버전인 <마이애미 바이스>는 그러나 TV 시리즈물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전히 마이애미가 중심이긴 하지만 사실상 ‘월드 와이드 바이스’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로케이션 스케일이 방대하면서도 돈 존슨의 하얀색 여름 양복과 여유 있는 미소 같은 건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마디로 ‘마이클 만 감독이 정색을 하고 만든 ‘몹씨 액쑌 영화’가 <마이애미 바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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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액션 이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콜린 패럴과 공리의 멜러 부분이었는데, 이로 인해 마이클 만의 필모그래피에서 <마이애미 바이스>와 가장 유사한 영화로 <라스트 모히칸>과 <히트>를 꼽아야지 싶다. 다시 말하자면 <마이애미 바이스>는 마이클 만의 가장 성공한 장르 영화의 컨벤션을 최대한 답습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시도는 매우 환영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콜래트럴>과 마찬가지로 필름이 아닌 HD 영화라는 부분이다. HD 촬영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마이클 만 영화의 전작들에서 얻을 수 있었던 시각적 충일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마이애미 바이스>를 보는 동안 여러 장면에서 ‘저게 그림이 필름이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을 곱씹을 수 밖에 없었다.

전체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는 일일히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훌륭하다. 일부 대중적인 장르 영화의 컨벤션은 충분히 눈감아줄만 한 수준인데 딱 한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리와 콜린 패럴을 바라보는 ‘질투의 눈물 글썽임’과 그것으로 뭔가를 설명하려 했던 부분은 좀 불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공리는 <2046>에서 장즈이의 열연을 무색케 했던 그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생각된다. <마이애미 바이스>는 공리와 콜린 패럴의 케미스트리가 뿜는 설득력으로 인해 ‘몹씨 액쑌 멜로’ 영화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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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신어지

<마이애미 바이스>

상벌위원회
2006년 8월 22일


<마이애미 바이스> 봤습니다.

결론은 그저, “마이클 만”이 총격전 오타쿠로서의 본색을 드러낸 영화라고 밖에는…

본인이 생각하는 리얼리즘의 극단을 드러내더군요.
문제는 그 리얼리즘이란게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거죠.

예를 들어, 영화의 한 절반쯤은 녹음기사나 조명기사도 쓰지 않고
걍 HD 캠코더로 찍어버린 모양입니다.

흔들흔들거리는 앵글에, 감도 높이느라 노이즈 잔뜩 낀 화질에,
미국남부의 화사함 보다는 아시아의 어딘가를 떠올리게 하는 창백한 색조에…

<CSI : Miami>에서 늘 보던 그 현란한 하늘과 황금색 풍경은 어디로 가고
이런 칙칙한 색깔만 있는 건지…
(아, 화사한 하늘은 잠깐 나옵니다. 그나마 좀 영화 같던 비행장면)

심지어 마지막 총격전 장면도 후시녹음으로 총성을 보정하지 않고
그냥 개활지에서 총 쏠때 나는 그런 콩볶는 듯 따닥따닥 하는 소리를 그대로 썼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는게 아니라 무슨 심층취재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입니다.

등장인물의 내면도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저 사건이 벌어지고 대응하는 과정이 하나하나 나올 뿐이죠.

내면 묘사를 없애는 거야 연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그러다보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나온다는 거죠.
특히 “콜린패럴”과 “공리”의 관계는 뜬금없었습니다.
둘이 이팔청춘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 아주 대단한 삶의 전환기에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그렇게 겁없이 덤벼들었는지 아무래도 이해할 수가 없거든요.

여튼, 요즘 유행인 수사드라마들과는 극단에 선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CSI 는 아주 논리적이고 과학적이고 현실적인거 같지만 실제와는 상당히 다르겠죠.
일단 죄다 유리로 만들어진 연구실들 부터 뭔가 아니거든요.
흉기가 인체의 내부를 파괴하는 과정을 CG로 그려내는 살해장면 재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부 그럴듯하고 멋진 화면을 만들기 위한 연출이죠.

그래도 시청자들은 거기에 상당히 쉽게 몰입하고 실제처럼 받아들입니다.
관객들이 실제인듯 받아들이게 “연출”을 했거든요.

반면에 이 영화는 앞서 말했듯 정말 실제를 찍은 느낌을 줍니다.
근데 관객들은 뭔가 빠진 것 같고, 느슨한 것 같고, 실감도 잘 안나죠.
(예를 들어, 총성이 뭐 그래? …)

영화 <괴물>에서 마지막에 괴물이 불타는 CG 장면이 사실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진짜 물고기에 신나뿌려서 태워보면서 만들어낸, ‘사실’에 가까운 장면이지만
정작 관객들은 너무 구리다고 욕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사실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과 실제 사실은 거의 대부분 다른 법인데
“마이클 만”은 그냥 진짜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근데 따지고 보면, 이건 영화지 사실이 아니쟎아요.
실제 마이애미 경찰이 페라리 몰고 다닐 거 같지도 않고,

마지막으로, “제이미 폭스”가 자기 여친 수술하는 병원에서 이렇게 투덜거리죠.
“이렇게 엿같은 직업 때문에 죽을 지경까지 가야 하는거야?”

아니, 맨날 페라리이거나 그에 준하는 머슬카 몰고 다니고,
맘만 내키면 고속보트 타고 쿠바 가서 술마시고 오고
신나게 비행기도 조종하는데다 장비는 최고급
(소총은 SIG 552에 권총은 SV제 커스텀 죄다 수천불짜리…
아 시계는 IWC 인데 그것도 아마 몇천불은 하지?)

이 정도면 수사관 생활 중에서는 아마 최고 럭셔리일텐데 그게 엿같다니
무슨 그런 천벌 받을 소리를… -_-;;;

* 짤방사진은 “콜린 패럴”이 SIG552 소총을 신나게 쏴대는 장면.
“마이클 만”은 총에 부가장비 붙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역시 그의 사실주의에 맞지 않는 모양.

하지만 요즘에는 다들 최소한 도트사이트나 라이트 정도는 붙이는 분위기인데…

상벌위원회 상임 간사
짱가(jjanga@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