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 헐크, 배트맨의 심리학

 


 


 


 



 


 

수퍼맨: 신 혹은 천사



수퍼맨은 현대판 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슈퍼맨을 볼 때마다 지상의 인간을 사랑한 나머지 천국에서 내려온 천사를 그린 <베를린 천사의 시> 라는 영화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는 하늘 저편에서 내려왔고, 애초부터 고귀하고 순수한 성품을 타고났고, 거기다가 지구상의 그 어떤 존재보다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라기 보다는 신에 가깝습니다.


 


수퍼맨의 능력은 보통 인간의 능력과 비슷하지만 질적으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모두 시선으로 눈빛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눈빛 공격은 심리적인 것이죠. 하지만 수퍼맨은 정말로 눈빛이 레이져 광선입니다. 우리도 숨을 들이마시고 내쉼으로써 촛불 정도는 끌 수 있지만 수퍼맨의 들숨과 날숨은 허리케인만큼 강하고 용암도 식힐수 있을만큼 차갑죠. 수퍼맨의 청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모든 면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super)합니다. 그런 그가 정체를 숨기고 마치 평범한 인간인 것처럼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신이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옛날 이야기들을 연상하게 하는 설정이죠.



 






神 티를 팍팍 내는 포즈 …



 



수퍼맨을 이해하는 심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영재들의 고민이죠. 이건 ‘미운오리새끼’ 이야기랑 비슷합니다. 수퍼맨은 어릴 적에는 자신의 정체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세상 사람들처럼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지요. 그의 고민은 남들보다 뒤쳐저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너무 앞서기 때문에 생깁니다. 마치 오리들 사이에서 자라난 백조처럼 말이죠.

 


영재들도 그렇습니다. 남들보다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잘 지낼 것 같지만 사실은 정 반대입니다. 대부분의 영재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딴지를 걸거나 논쟁을 벌이고(예를 들어, 선생님 말씀이 틀렸는데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정상적인 수업은 너무 지루하기 때문에 딴짓을 하다가 사고를 치고, 친구들과도 전혀 다른 취미생활을 하다 보니 왕따를 당하기 쉽습니다.


 


비정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평균에서 벗어나면 누구든 비정상이죠. 지나치게 낮은 지능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높은 지능도 문제가 되는 겁니다.


 








얘야, 교실에선 네가 선생보다 똑똑하다는 걸 티내면 안된단다 …


(이건 실제로 영재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첫번째 기술입니다)


 



두 번째 심리는 상황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정체감입니다. 수퍼맨은 그의 고향별 크립톤 행성에서는 정말 평범한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구에 오면 그는 수퍼맨이 되지요. 그의 유일한 약점이 크립톤 별의 물질인 크립토나이트라는 것도 이와 직결됩니다. 크립토나이트 앞에서는 그도 평범한 인간이 되는 거예요.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여, 유명 연예인은 TV나 영화 속에서는 정말 멋있고 대단해서 평범한 우리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의 어린 시절을 잘 아는 친구들은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알거나 혹은 좋지 않은 모습을 뒤에 숨기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쟎아요. 아인슈타인도 우리는 인류의 평화를 걱정하는 순수한 과학자라는 모습으로만 알고 있지만, 그의 가족들은 무책임하고 위선적인 남편이자 아버지로 그를 기억하기도 한다지요.







 



 


 

헐크: 억압과 폭발



헐크와 부루스 배너는 인간의 양면성을 상징합니다.

헐크는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억압’이라는 방어기제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가 말하길 우리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욕구나 본능을 억누르고 부정하면서(이게 억압입니다) 무의식 속에 숨겨둔다고 했거든요. 그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거죠.

 


헐크의 다른 모습인 부루스 배너 박사는 착하고 점잖고 폭력을 싫어하는 공부벌레 순둥이입니다. 그렇다고 그가 정말 완벽하게 착하고 점잖기만 할까요? 그렇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죠.


 


인간에게는 공격성이라는 본능이 있습니다. 즉 우리 모두에게는 공격성이 있는데 부루스 배너 박사는 그 공격성을 무의식 속에 꼭꼭 가두어둔 겁니다. 그러다가 과학실험이 우연히 이상한 영향을 미쳐서 그의 무의식 속에 감금되어 있던 공격성이 뛰쳐나오는 겁니다. 헐크가 바로 그 모습이죠.


 







난 늘 화가 나 있어… 평소엔 그냥 참고 있을 뿐이야




여기서 깨달을 수 있는 심리학의 원리는, 지나친 억압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겁니다. 우리 주변에도 헐크처럼 되는 사람들이 있지 않던가요? 평소에는 순둥이처럼 굴다가 갑자기 분노를 폭발시켜버리는 사람들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깁니다. 불만이나 분노를 그때 그때 해결했더라면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고 대우도 더 좋아졌을텐데, 갑자기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버럭버럭 화를 내니까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하게 되지요. 그러다보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분노를 폭발시키며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물건을 부수었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하거나 심하면 감옥에 가야 하는 등의 큰 손해도 보게 됩니다.




보통 건강한 사람들은 자기의 본능이나 욕구를 지나치게 억압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생산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지요. 이런 방식을 ‘승화’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공격성이 높은 사람들이 자기 공격성을 승화시키면 경찰관이나 소방관, 혹은 격투기 선수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발휘하는 공격성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공격성이죠.


 



 



 


 

배트맨: 강박과 불안



배트맨의 기본 심리는 불안감 입니다.

배트맨은 법이나 경찰을 믿지 않습니다. 어릴 적에 부모님이 대로변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았던 그는 국가권력이 개인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자력구제의 원칙을 따릅니다. 그런데 이런 그의 생활은 필연적으로 불안감을 수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사회와 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그렇다고 믿기 때문에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지요. 하지만 더 이상 사법 시스템을 믿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그래서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결국 그걸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나 혼자라고 생각한다면, 도시는 끝없는 두려움의 원천이 됩니다. 모두를 의심해야 하고 늘 자기를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하지요. 배트맨의 삶이 그래서 시작됩니다.


 


배트맨은 자기의 정체를 숨깁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믿을 수 없으니까요. 배트맨이 방탄망또와 배트카를 비롯한 온갖 장비를 몸에 두르고 다니는 이유는 범죄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보자면 배트맨의 심리상태는 편집성 성격장애와 강박성 성격장애가 혼합된 모습입니다.


 


편집성 성격장애자들은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의심합니다. 모두가 나를 질투하고 시기하며 해를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여기죠. 그래서 자기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면 누군가의 음모라고 여기고 복수를 준비합니다. 의처증, 의부증 같은 것도 편집성 성격장애의 일종인데, 이게 심해지면 정말 남을 해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아주 무서운 성격장애죠.


 


강박성 성격장애자는 자기 자신이나 자기가 하는 일이 잘못될 까봐 늘 불안해합니다. 세균에 감염될까봐 맨손으로 문손잡이도 안 만지거나 악수도 못하고, 옷에 뭐가 묻을까봐 공원벤치에 앉지도 않고 음식점에도 못 들어가고, 일을 할때도 뭐가 잘못될까봐 끝없이 재검토를 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유형입니다. 그게 다 그저 불안하기 때문이지요. 배트맨이 온갖 장비로 완전무장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조커는 배트맨의 악몽 속에서 기어나왔음직한,



배트맨이 두려워하는 모든 것의 총합





 

우리 모두에게는 어느 정도의 강박증도 있고 약간의 편집증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건 세상을 살아가는데 유용한 성격입니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에나 외출하고 돌아와서 손을 씻는 것은 아주 좋은 습관이죠.

 


우리 세상에서는 언제든 사기 당하거나 잘못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비무환의 정신을 가지는 것도 좋은 일이죠. 하지만 그게 지나치면 문제가 됩니다.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