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 이 노래가 그 … 그 노래라니!

 

 


 


 


“글리(Glee)”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2009년에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미국내 특히 10대 시청자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며 현재 4시즌이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이다.


 


고등학교 합창 동아리 이야기인 이 드라마는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데,


4시즌 에피소드 11, “Sadie Hawkins”편에는 다음 노래가 삽입되어 있다.


 


일단 들어보자.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 한 노랫말인데 멜로디가 많이 다르다.


 


사실 이 노래의 오리지널은 바로 Sir Mix-A-Lot의 …


국내에서는 예전 “유남생” 드립으로 인기를 끌었던 “나몰라 패밀리”의 테마송으로 쓰여져 더 큰 인기를 끌었던 …


“Baby Got Back” 되시겠다.


 


 


 





 


 


 


제목을 번역하자면 “엉덩이가 예쁜 여자” 쯤 되겠고 내용은 그냥 그대로 “난 궁뎅이가 대빵 큰 여자가 좋아” 정도 되시겠다.


 


멜로디와 편곡이 전혀 달라서 같은 노래라고 생각하기 힘들지만, 원곡의 노랫말을 그대로 살렸고 제목도 그대로 같다 썼기 때문에 Glee 버전은 “커버”가 맞다.


 


그리고 오리지널에서는 흑형들이 나와 흥겨운 랩으로 “궁뎅이”를 외쳐대서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Glee 버전에서는 주로 얌전하게 생긴 백인들이 나와서 포크풍으로 노래를 불러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Glee 버전이 실은 2005년도에 이미 누군가가 만들었던 멜로디와 편곡을 아무 동의없이 그대로 갖다 썼다는 것이다.


[ 관련기사를 보시려면 여길 누르세요. ]


 


 


 




 


 


 


그 누군가는 Jonathan Coulton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 뮤지션인데,


이 친구가 2005년에 만들어서 위 그림에 나오는 앨범에 실었던 그 곡을 Glee 측에서 그냥 가져다가 쓴 것이다.


 


그닥 인기도 없는 뮤지션의 곡을 슬쩍 가져다 쓴 Glee 측은 정작 방송 이후에 죠나단이 항의를 하자,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전달했는데 …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니가 만든 노래를 출연자들로 하여금 다시 부르게 한 건 아무런 법적 위배 사항이 아님 … 그러므로 너님은 너님 버전의 노래가 인기 드라마에 나왔다는 걸로 만족하면 될 거임. 끝.”


이었다.


 


사실 Glee의 이런 슬쩍 갖다 쓰기는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는데,


R. Kelly의 “I believe I can fly”, DJ Earworm 편곡 버전을 그대로 썼다든가,


Cyndi Lauper의 “Girls just want to have fun”, Greg Larswell 편곡 버전을 그대로 갖다 쓴 등의 전례가 있었다.  


 


그러자 이에 뿔이 난 죠나단은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는데,


그러니까 오리지널을 커버한 자기 곡을 베낀 Glee 버전을 다시 커버한 것이다.


 


 


 





 


 


 


결국 자신의 곡을 다시 자신이 커버한 꼴인데,


어쨌든 그렇게 해서 그걸 싱글로 발매하여 현재 iTunes 등에서 판매 중에 있다.


그리고 2013년 2월까지의 이 곡 판매 수익금을 Glee와 연관된 두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둘 사이에 별다른 일이 없는 듯 한데,


 


최근에 우리도 크라잉넛과 관련한 립싱크 건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표절, 베끼기, 슬쩍 끼워넣기, 훔치기 등 저작권과 관련한 여러 꼼수와 침해행위는 사실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행해지는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걸 가르는 경계와 기준이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고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해서, 남의 노력의 산물을 마구 가져다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법이나 제도 이전에 스스로 삼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래방이 그렇듯 저작물을 사용하고 싶으면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면 될 터인데 왜 자꾸 그걸 굳이 자기 것이라고 우기고 뻗대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영진공 이규훈


 


 


 


 


 


 


 


 


 


  


 


 


 


 


 


 


 


 


 


 


 


 


 


 


 


 


 


 


 


 


 


 


 


표절이든 애매하든 아무튼 하지마라!

표절(剽竊)
남의 창작물(創作物)(문학(文學)ㆍ음악(音樂)ㆍ미술(美術)ㆍ논문(論文) 등)을 그 내용(內容)의 일부(一部)를 취(取)하여 자기(自己) 창작물(創作物)에 제 것으로 삼아 이용(利用)하는 것  [다음 한자사전에서 인용]

표절의 정의는 확실하다. 그래서 이는 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대부분의 경우에 범죄가 되는 것이다. 물론 모방이나 오마쥬 또는 패로디 등 여러 형태의 유사행위가 있지만 표절과는 달리 이런 행위는 직간접적으로 원작자를 인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권리를 함께 하기도 한다.

어찌된 일인지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이 놈의 표절이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소위 지도층입네 대표자입네 학자입네 하는 이들이 앞다퉈 다른 이의 글과 말과 아이디어를 베끼거나 살짝 변형하여 원래 제 것이라 하고 있고, 설령 들통이 나도 그렇지 않다는 궤변을 지나 뭐 어쩌라는 말이냐며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우리의 대중음악계에서도 이런 사정은 다를 바가 없어서, 표절에 관한 논란은 쉬지 않고 터져나오고 그러다가는 이내 사그라든다. 물론 유독 거기만 그러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이 그 모양이나 자꾸 얘기해서 뭐하겠냐만 그래도 한 번 씩 짚어는 봐야 할 터이다.

1. 아가씨

90년대 후반에 유럽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은 노래 ‘엘렝의 춤 (La danse d’Hélène by Méli-Mélo feat. Miss Hélène)’ … 일단 들어보자.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노래일텐데, 요즘도 노래방 등에서 흥겹게 불리고는 하는 ’97년도에 나온 ‘아가씨’의 원곡이다. 노래를 들어보나 악보를 보나 두 노래는 같은 노래다.

헌데 이것도 처음에는 국내 작곡자의 작사, 작곡으로 등록이 되어 출시되었다. 그리고 이내 표절 논란이 벌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작사는 장본인이 작곡은 외국곡, 즉 번안곡으로 수정을 하였다. 그랬음에도 웹을 뒤져보면 여전히 이 곡의 작곡자는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인 그 분의 이름으로 명기되어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는 표절을 넘어서서 아예 통째로 베꼈는데도 그냥 버젓이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였다. 사실 냉정히 말해 원곡이 희대의 명곡도 아니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곡도 아니었는데 왜 그랬을까.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냥 처음부터 번안곡, 요즘 말로 리메이크라고 했으면 누구 하나 뭐라 안 하고 즐겨 들었을 터인데.

2. 조영남

Tom Jones의 대표곡 ‘Delilah’ [작사곡: Barry Mason, Les Reed] (딜라일라, 삼손과 데릴라의 그 데릴라) … 로 당시 그야말로 충격적인 데뷰를 한 가수 조영남.

그가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기 이전에 대표곡으로는 ‘제비’와 ‘고향의 푸른 잔디’ 그리고 좀 지나서 ‘내 고향 충청도’가 있다. 그는 이 곡들로 장장 십 년이 넘는 세월을 버텼다. 헌데 ‘제비’는 멕시코 민요 ‘La Golondrina’가 원곡이고 ‘고향의 푸른 잔디’는 ‘Green Green Grass Of Home’, 그리고 ‘내 고향 충청도’는 미국 민요 ‘Banks Of The Ohio’가 원곡이다.

그는 처음부터 모두 번안곡이라 밝혔고 이에 누구도 그걸 문제 삼지 않았으며 모두 즐겨 그 노래를 듣고 따라 불렀다. 만약 그가 이 중 한 곡이라도 자기 작품이라고 했다면 안 그래도 곡절 많고 안티 많은 그의 가수생활은 진작에 끝났을 것이다.

3. 슬퍼지려 하기 전에 …

노래 한 곡 더 들어보자.


 
  
굳이 설명 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 노래는 쿨의 ‘슬퍼지려 하기 전에’의 원곡이다.

이처럼 누군가의 곡이 좋으면 원작자에게 곡을 받아서 당당하게 불러라.
요새는 친분이 없다고 해도 원작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저작권협회에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거의 모든 곡을 사용할 수 있다.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같은 곡으로도 얼마든지 색다르고 좋은 느낌을 전해 줄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하니까 대박나고 좋잖냐 …

4. Creep

’90년대 팝계를 대표하는 명곡 중의 명곡, Radiohead의 ‘Creep’.
이 노래도 ‘The Air That I
Breathe’와 코드 전개와 멜로디가 유사한 부분이 일부 있어서 처음에는 표절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실은 Radiohead가 앨범 노트에 이 곡의 작사곡자인 Albert Hammond와 Mike Hazlewood에 대해 언급을 해 놓았었다. 그리고 표절 논란이 나온 이후에는 위 두 사람이 공동 작곡자로 등록이 되었다.

처음부터 저작권에 등록을 안 한게 그냥 영감을 받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약간 비슷하다고 느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후에라도 그걸 바로 잡았기에 이 노래는 명곡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5. 찜찜하기만 해도 하지마라! 

표절 논란이 있을 때마다 대부분의 해당 작곡자는 변명하기에 바쁘다.

‘그런 노래가 있는 줄도 몰랐다’
‘우연의 일치다’
‘스타일이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노래다’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거다’
‘일부 소절이 닮았지만 표절은 아니다’ 등등 …

그러나 대중음악은 어떤 경우에는 스타일이나 느낌이 전부일 경우가 있다. 그럴때 몰랐다느니, 반음이 낮고 높다느니, 전개가 차이가 난다느니 등의 과학적(?) 해명은 별로 납득이 되질 않는다.

혹시라도 정말 우연의 일치로 매우 닮은 곡이 이전에 있었다는 게 밝혀진다면 그냥 쿨하게 인정해라. 몰랐지만 이제 알았으니 원작자의 양해를 구하겠다고. 영감을 얻은 거라면 그랬다고 표시하고 오마쥬라면 오마쥬라고 얘기하고 패로디라면 확실히 비틀고 그랬게 해라. 그래도 원작자는 언제나 밝히고 인정하고 말이다.

어떤 경우든 남의 곡에서 몇 구절을 슬쩍 가져오거나 아예 통째로 베낀 거는 사실 그냥 범죄다. 그러나 이 범죄는 고개 숙여 사과하고 권리를 포기하면 그닥 큰 처벌 없이 용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걸리기 전에 애초부터 하지를 말고 어리석은 마음에 일을 저질렀다가 걸렸으면 머리 조아려 사과해라.

대중은 느낌으로 음악을 듣는다. 그런 대중들을 향해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 작곡기법을 강의하려들고, 당신들이 음악을 잘 몰라서 그런다고 따져드는 이들은 이제 좀 그만 보았으면 하는게 작은 소망이다.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