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구의 제왕”, 진부하되 웃기는데 성공한 개그의 제왕


코미디 영화는 웃기면 된다.

좀처럼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 『에어플레인』, 『폴리스 아카데미』, 『총알 탄 사나이』, 『덤앤더머』의 슬랩스틱 개그는 심상의 복잡한 광경을 제로베이스로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감이다.

최근에는 우울할때면 찾아보는게 『러브 액츄얼리』로 바뀌었으나 그 전에는 단연 『총알 탄 사나이』와 『에어플레인』이 톱랭크 되어 있었다.

슬랩스틱. 우리나라에서는 슬랩스틱=저질=심형래=(나아가서는)영구 시리즈의 이상한 공식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웃긴걸 어쩌라구? 웃긴게 죄야? 넘어지는게 유치해?

늘상 코미디를 영화의 하위분류가 아닌 저질의 하위분류로 놓고 이야기하는 몇몇 지인들의 머리통을 캔뚜껑으로 따주고 싶을 때 나는 또 우울해진다. 도대체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편가르는 의도가 궁금하거니와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건지도 웃기다.

코미디를 사랑한다고 모두 건강한 정신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건강한 정신을 갖고 있는 자는 모두 코미디를 사랑한다! (역시 ‘안믿으면 말구’투 대사다.)


『피구의제왕』(원제: Dodgeball, 2004)은 “빈스 본”과 “벤 스틸러”가 대립하는 영화다. 하나는 가난하고 하나는 부자이나 둘다 갑남을녀의 보편적인 기준에서 본다면 전문용어로 “쪼다”에 속하는 인물들 … –;;;

피터(“빈스 본” 분)는 5만달러를 벌기 위해 피구시합에 얼떨결에 나가게 되고 특별한 플롯없이 우승한다. 미국 전역에서 모인 쟁쟁한 팀들과의 피튀기는 대결 따위는 애초에 없다. 그냥 이긴다. 이 허망하고 진부한 내용은 다시 곱씹어 보면 미치도록 웃긴 설정이다.

저 『소림축구』에서 봤던 마지막 시합의 비장감 따위조차 웃음의 방해요소라면 그냥 무시해버리는 내공. 영화에서 나오는 그 어떠한 장치(예를 들자면 “밴스틸러 사타구니”에 들어있는 뽕빤쓰, 중간중간 까메오로 등장하는 “데이빗 핫셀호프”, 심판장인 “척노리스”, “랜스 암스트롱”의 깜짝출연, 피터 관원들의 쪼다행각)도 그저 들러리 웃음 뿐이다.

그렇다고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죽어 있느냐? 절대 아니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개그는 내 정신세계 수준에서 개그의 절대치를 보여주게 웃기다.

어쨌든, 뭣이 됐든 ……

이 영화. 웃겨 죽는줄 알았다.

영진공 그럴껄

페어 피겨 스케이팅에 남+남 커플을 허하라, <블레이드 오브 글로리>

올림픽을 비롯하여 스포츠에 관련된 영화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승리에 이르는 과정을 오버스럽게 다루거나 무턱대고 감동의 휴먼드라마로 연결시키거나 한다. 그리고 스포츠 코미디물의 경우 2시간 안에 재미, 감동, 눈물을 우겨넣기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짬뽕으로 그칠 때가 많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에게 감동이나 인간승리 이런 거 말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편히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보아라, 이 포스를 …

아쉽게도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하고 DVD 판매로 직행한, 조쉬 고든, 윌 스펙 감독의 <블레이드 오브 글로리>가 바로 그 영화이다.

코미디물이 다 그렇듯 이 영화의 이야기 전개는 뻔하다.
개인 피겨 스케이팅 공동 1위를 했던 채즈(“윌 패럴”)과 지미(“존 헤더”)는 서로에 대한 미움이 지나쳐 주먹다짐을 벌이게 되고, 이 때문에 협회로부터 영구 제명당한다. 하지만 스케이트가 너무나 타고 싶었던 그 둘은 페어 피겨 스케이팅에 남+녀가 아닌 남자 + 남자가 나갈 수 있다는 규정상의 틈을 이용해 기어코 대회에 출전하게된다.

이 영화의 빅 웃음 포인트는 당연스럽게도 ‘남자 커플’의 페어 피겨 스케이팅 장면들이다. 남자 둘이 페어(pair) 피겨 스케이팅에 나간다고 하자 주변의 반응은 게이포비아적 오해로 폭주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이런 게이 코드에 대해 항변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고 대충 시치미 뚝 떼고는 다소 민망한 스케이트 장면들을 연속해서 펼쳐 보여주는 것이다.

아! 이 퍼포먼스의 마지막 장면은 최고.
이 영화의 개그 코드의 수준은 하이레벨이다.
“Take my hand … We can do this!!!”

사실 이 영화의 개그 핵심은 게이 코드들에 대한 노골적인 희화화이다. 이런 코드는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우리나라 같은 사회에선, 그것을 회화화하던 또는 설득을하던 간에 어쨌든 좋은 평가를 받기가 힘들다고 본다. 사실 조금만 자신이 가진 있는 장벽의 수준을 내린다면 좀 더 이런 영화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게 현실이지 않은가.

비슷한 경우로 “페럴리 형제”(<덤앤 더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가 있는데, 그들은 장애인을 영화 내에서 회화화하는 요소로 사용한다. 보통 그럴 경우, 우리는 그들이 소수자를 격하한다고 하겠지만, 자세히 보면 그런 회화화조차 장애인들에 대한 애정의 눈빛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뭐 이런 이유로 “페럴리 형제”의 영화가 저평가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뭐 암튼 진짜 페어 스케이팅에 남남커플이 나온다면, 웃음거리가 될까?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우리의 모든 촉각이 “김연아”선수에게로 올인하겠지만, 향후 우리도 페어 피켜 스케이팅에 적극적으로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이 영화와 같이 좀 별나게 남+남, 여+여 페어 피겨 스케이팅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뭐 대충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

올해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페어 스케이팅은 4대강국(미국, 캐나다, 러시아, 중국)의 박빙이 예상된 가운데, 중국 쉔슈-자오홍보 페어의 승리로 돌아갔다. 중국은 물론 이들 피겨 스케이팅 강국들은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기본기들이 탄탄한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세계적으로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부족하단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페어 피겨 스케이팅을 세계 레벨로 속성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을 대거 양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

아무튼 언제나 손에 땀 나게 승리의 순간만을 기다리는 사람보다는, 스포츠를 편하고 즐겁게 즐기시는 분들에게 당 영화를 권하는 바이다. 우리가 숨 쉬는 이 사회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니길 바라며 … 최선을 다 해줄 대한민국 선수들 화이링!!!

이 영화에서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배우가 있다. 2004년작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를 필두로 코미디배우로서의 자질을 번득이는 “존 헤더”다. 2007년 작품 이후로 활동이 뜸한데 요즘 뭐 하는 지 궁금하다

이 소박한(?) 춤 사위에 친구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영진공 엽기민원

음악으로 만나는 청춘영화 두 편





영화를 음악으로 만나자!

그래서 준비한 두 편의 청춘영화는 1994년 개봉작 “청춘스케치(Reality Bites)”와 2000년 개봉작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이다.

먼저 “청춘스케치(Reality Bites)”.
“현실은 우리에게 아픔을 준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Reality Bites”가 어찌하여 “청춘스케치”라는 요상한 제목으로 변신하였는지는 알 도리가 없으니 더 이상 문제삼지 말고 전진하도록 하자.

  청춘스케치 (Reality Bites, 1994)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벤 스틸러의 감독 데뷔작으로 이단 호크, 위노나 라이더, 벤 스틸러가 주연을 맡았고 지닌 가라팔로, 스티브 잰이 함께 연기하였다.

X 세대라고 불리운 당시 미국 젊은이들의 삶과 고민 그리고 사랑을 잔잔하게 묘사하는 이 영화는, “Reality Bites”라는 제목처럼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의 삶을 과장이나 분칠 없이 차분하게 보여주고자한다.  그래서인지 흥행성적은 평범했었지만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

이 영화는 또한 사운드트랙이 커다란 인기를 끌었는데, 신인이거나 거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이 이 영화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하기도 하였다.

자, 음악 속으로 고고~ 고고~

1. “My Sharona” By The Knack

그룹 The Knack이 1979년에 데뷔곡으로 발표한 이 노래는 발매되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끌며 빌보드 챠트 1위에 올라 6주 연속 머물렀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1994년에 영화 “Reality Bites”에 삽입되면서, 다시 빌보드 챠트에 등장한다.  이런 경우는 여러 번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영화 “사랑과 영혼”에 삽입된 “Unchained Melody”와 영화 “웨인즈 월드”의 “Bohemian Rapsody”가 그러하다.



영화 속에서 만나는 “My Sharona”


뽀나스로 준비 한 The Knack의 “Good Girls Don’t”


2. “Baby, I Love Your Way” By Big Mountain

Peter Frampton의 1976년 히트곡인 이 노래 역시 그룹 Big Mountain이 신나는 Reggae리듬으로 다시 불러 영화에 삽입되면서 다시 커다란 히트를 기록한다.

사실 이 노래는 1988년에도 그룹 Will to Power가 불러 빌보드 챠트 1위에 올랐고, 다음으로 소개 할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도 삽입되는 등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있는 곡이다.



Big Mountain, “Baby, I Love Your Way”

사용자 삽입 이미지영화의 스틸 컷

3. “Stay” By Lisa Loeb

Lisa Loeb은 이 영화 덕분에 스타가 된 케이스.  영화가 제작 될 당시 가수 지망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던 Lisa의 남자친구는 바로 영화의 주인공인 이단 호크.

그는 Lisa의 노래 테이프를 들고가 감독인 벤 스틸러에게 들려주었고, 벤은 이 노래를 영화에 삽입하게된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처음 대중들에게 선보여진 이 노래, “Stay”는 미국과 영국의 히트챠트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하는 등 말 그대로 대박을 쳤고 Lisa Loeb은 탄탄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Lisa Loeb, “Stay”


뽀나스, “Keep On Loving You”

4. “All I Want Is You” By U2

“Reality Bites” 영화 사운드트랙의 백미 중 하나.
U2에 대해 굳이 더 적을 건 없고, 그냥 영화 속 장면으로 감상하시면 되겠다.


U2, “All I Want Is You”

자, 다음 시간에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를 음악으로 만나보도록 하겠다.
1부 끗.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