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와 뱀파이어물의 진화 [2부]

 

 


 


* 1부에서 이어집니다 *


 


 


 



앤 라이스


 


 




3. 앤 라이스와 버피와 엔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뱀파이어물’이 어제 오늘 갑자기 튀어나온 것으로 얘기하긴 힘들다. 분명 과거의 뱀파이어물과 오늘의 뱀파이어물은 성격이 상당히 다르지만, 그 중간에 다리 역할을 한 작품들로 한편으로는 앤 라이스의 전설적인 뱀파이어 연대기(와 이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들)를, 또 한편으로는 무려 7시즌까지 갔던 <버피와 뱀파이어> 시리즈(이는 5시즌짜리 스핀오프 <엔젤>을 낳기도 했다.)를 언급해야만 한다.


 


사악한 공포의 존재로만 여겨졌던 뱀파이어가 매혹적일 수도 있다는 걸 증명한 게 바로 앤 라이스 연대기에 등장하는 레스타드일 것이다. 그러나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들은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악으로서 고딕세계에 갇혀있다는 차이점이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기보다는 이전의 시기의 마지막 뱀파이어물로 구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사람들이 레스타드에게 열광한 것은 그의 ‘귀족적인’ 자태, 그러니까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유산처럼 간직해온 그의 귀족의 분위기와 전통 때문이다. 지금의 뱀파이어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리즈는 결국 <버피와 뱀파이어> 시리즈가 된다. 여전히 <버피와 뱀파이어> 시리즈가 뱀파이어를 과거의 사악한 악마로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예외적 존재로 설정된 엔젤을 통해 ‘유혹적인 악’으로보다는 ‘공존이 가능한 존재’로서의 매혹적인 뱀파이어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친구가 전직 엔젤, 현직 FBI 요원


 


 


 


그 스핀오프 시리즈인 <엔젤>은 그런 뱀파이어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사람들을 돕는, 그러니까 도시의 밤에 더없이 잘 섞여 살아가는 뱀파이어를 다루며 뱀파이어 탐정물의 시작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뱀파이어의 세계와 인간 세계에 그어주는 구분선으로 <버피와 뱀파이어>가 제시한 깜찍한 트릭이 의외로 긴 수명으로 다른 시리즈에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뱀파이어가 보통 인간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집의 거주자가 공식적으로 ‘초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


 


<버피와 뱀파이어>에서 처음 선보인 이 설정은 <트루 블러드>에서는 물론 북구에서 날아온 영화 <렛미인>에도 고스란히 사용된다. 과거 뱀파이어물이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조차 나를 공격할 수 있는 괴물로 변할 수 있다’ 혹은 ‘원치 않음에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는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공포에 집중했던 시기에 이런 설정은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상상조차 못할 설정이었다.


 


그러나 뱀파이어가 인간들과 섞여 살아가고 있다는 보다 잠재되고 은밀한 공포를 다루거나, 이존재와의 소통과 교감을 다루는 보다 로맨틱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일종의 ‘안전지대’를 설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고, 그 결과 ‘초대’와 관련한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중 속 고독’으로 대표되는 소외현상을 심화시키는 도시 생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과거에는 대다수의 사람이 자신을 공동체에 속해있는 구성원으로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지금 도시의 성원들은 자신을 아웃사이더로 여기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여러 괴물이나 이존재 중에서도 뱀파이어는 가장 감정이입하기 쉽거나 매혹을 주는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True Blood

<트루 블러드>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


 


 


 


이후 만들어진 뱀파이어 시리즈들, 그러니까 <블레이드> 시리즈나 <언더월드> 시리즈 같은 것은 버피가 제시한 혁명적 전환의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변화를 작게든 크게든 반영하는 과도기적 성격을 보인다.


 


<블레이드> 시리즈는 반인 반뱀파이어의 존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기는 하지만, 이 역시 뱀파이어는 죽어 마땅한 사악한 존재로 전제한다. 당장 주인공의 직업부터가 뱀파이어 슬레이어다. 다만 뱀파이어보다 더 악한 리퍼들이 등장할 때 일시적으로 휴전과 동맹의 대상이 되기는 한다.


 


<블레이드> 시리즈보다는 <언더월드> 시리즈가 좀더 새로운 뱀파이어물에 한 발 가까이 가있다. 이 시리즈는 적어도 도시 속에 인간들 모르게 살고 있는 뱀파이어의 존재라는 사실을 잘 활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언더월드>의 세계는 21세기에 여전히 살아 존재하는 뱀파이어를 다루며 주인공 역시 뱀파이어인 여전사로 설정돼 있긴 하되, 일반 인간들의 세계와는 유리된, 자신들만의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물론 이 시리즈가 <트와일라잇>에 미친 영향을 언급할 수 있다.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전쟁이라는 테마야말로, <트와일라잇>의 속편 <뉴 문>이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뱀파이어들’의 출현은 2000년대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의 뱀파이어물들은, 말하자면 과도기의 것이었다. 2000년에 나온 <드라큐라 2000>과 2002년에 나온 <퀸 오브 뱀파이어>가, 그리고 2004년에 나온 <반 헬싱>이 일견 촌스러워 보이는 것도, 뱀파이어 장르에 밀어닥치고 있는 일련의 변화를 별로 반영하지 못한 탓일 게다.


 


하긴 <퀸 오브 뱀파이어>는 앤 라이스의 원작을 뒤늦게 영화한 버전이었고, <반 헬싱>은 본격적으로 뱀파이어를 다룬다기보다 유니버설이 판권을 갖고 있던 온갖 괴물류를 한 화면에 등장시킨다는 야심이 더 컸던 영화이긴 했다.


 


그보다 살짝 이전, 1998년에 나온 <슬레이어>는 정통적인 뱀파이어 슬레이어물로서 사악한 뱀파이어들을 다 때려잡는 화끈한 슬래셔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새로이 보이는 지점이 있다.


 


 


 


4. 다시, <문라이트>로


 


다시 <문라이트>로 돌아와서, <문라이트>의 믹 세인트 존이 특별한 것은, 저 엔젤을 적통으로 이은 거의 유일한 존재라는 것.


 


캐나다산 시리즈인 <블러드타이즈>만 해도 뱀파이어인 헨리 피츠로이를 매개하는 여자주인공으로 비키가 등장한다.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 역시 비키라는, 시력을 잃어가는 형사 출신 탐정이고, 헨리는 관객에게 그녀의 유혹자로서, 그녀의 타자로서 비키의 매개를 통해서 제시되는 것.


 


<트루 블러드> 역시 ‘수키’라는 여주인공을 통해 뱀파이어 존이 제시되며, <트와일라잇> 역시 여주인공 벨라를 통해 컬렌 가문의 뱀파이어들이 비로소 소개된다. 뱀파이어에게 매혹된 여성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해서만이 타자로서 뱀파이어 주인공과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Moonlight

<문라이트>의 주요 출연진.


나쁘지 않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1시즌 15화로 종방된 비운의 시리즈.


 


 


 


그러나 <문라이트>의 믹 세인트 존은 엄연히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보통 인간인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건넨다. 인간이던 시절을 잊고싶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만 있다면 다시 인간이 되기를 소망하는 그는 그럼에도 뱀파이어로서 자신의 능력과 성격을 최대한 활용하며, 괴물/야수로서의 성격도 서슴없이 드러낸다. (다소 ‘불쌍하게’ 생긴 알렉스 오로린이 가장 섹시하게 등장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뱀파이어로서 난폭하게 날뛰는 장면들에서다.)


 


인간으로 돌아가기를 염원하는 믹 세인트 존은 뱀파이어로서의 욕망에 충실한 다른 뱀파이어들(그를 뱀파이어로 만든 코럴린(섀넌 소서몬)과 조셉(제임스 도어링))과, 그에게 매혹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일반 인간 베스(소피아 마일즈) 사이를 잇는 중간자적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와 사랑에 빠지는 베스보다 오히려 더욱, 뱀파이어에 대한 매혹과 공포의 상반된 이중감정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도 바로 믹 세인트 존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믹 세인트 존은 코럴린을 통해 임시방편적이기는 하지만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얻고, 단 며칠 인간으로 살며 베스와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베스가 다른 뱀파이어 조직에 납치돼 위기에 닥친 순간, 그는 조셉의 도움을 빌어 다시 뱀파이어로 돌아간다. 뱀파이어들과 싸워 베스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가 뱀파이어 시절에 가졌던 괴력과 초능력이 필요했던 탓이다.


 


시리즈의 외형상, 이는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하는 로맨틱한 희생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뱀파이어 시절 그가 가지고 누렸던 뱀파이어의 초능력은, 그가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던 또 다른 형태의 일종의 기득권이라 말할 수도 있으리라.


 


 


 



 



 


5. 덧붙여


 


앞으로 뱀파이어물이 어떤 형태로 더 진화해갈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당장 앞으로 나올 뱀파이어물들은 지금 제시된 이 다양한 버전의 ‘보다 느슨해진’ 신화들과 탐미적이고 로맨틱한 특징들을 철저히 우려먹을 것으로 보인다.


 


<원더월드 3 : 라이칸의 반란>은 여전히 그 세계에서의 뱀파이어와 늑대인간들의 전투를 계속하고 <뉴 문>과 이후 만들어질 <이클립스(월식)>, <브레이킹 던(여명의 새벽)>이야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터인데, 1편에서 제시된 쇼킹한 설정에서 새로운 것이 나올 거란 기대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벨라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약간의 파장을 가져온다면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음습한 암흑과 음모의 세계로 들어갈 것 같은 <트루 블러드>의 경우 조금 기대가 크다. 원작의 나이브한 한계가 있고 앨런 볼의 시도가 아직은 위태로워 보인다는 점에서 조금 불안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앨런 볼이 시도하고 있는 보이는 복잡한 문화지도 그리기가 성공할 경우 새로운 전환을 제시해주는 걸작으로 남게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이야기를 사정없이 벌리고 수습하지 못할 경우, 거기에 원작의 원래의 허술한 기둥이 이런 서브텍스트와 잘 어우러지지 못한 경우 오히려 거대한 재난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사실 1시즌 피날레가 참… 거시기 했다.) 이 시리즈가 제발 제대로 풍성한 서브텍스트를 발전시키며 나아갈 수 있기를.


 


또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문라이트>에서 제시된 가능성을 어떤 시리즈든 어떤 식으로든 이어줬으면 하는 것. 異존재가 매혹적인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했음에도, 이 쇼가 삼각관계 연애놀음에서 지지부진했던 것, 나아가 좀 엄한 이유로 중단된 것은 여러 모로 아쉽기 그지 없다.


 


 


 


영진공 노바리


 


 


 


 


 


 


 


 


 


 


 


 


 


 


 


 


 


 


 


 


 


 


 


 


 


 


 


 


 


 


 


 


 


 


 


 

<원티드>와 <언더월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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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티드>는 적어도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최근에 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물론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영상도 있었고, 더 박진감이 넘치거나 참신한 영상도 있었습니다만, 영화속의 상상력을 한 차원 높였다는 점에서 저는 <원티드>가 <매트릭스> 만큼이나 대단하다고 봅니다.

핵심은 오우삼이 <영웅본색>에서 시작한 총격발레를 진정한 발레의 경지로 승화시킨 그 총격 액션입니다. 총알을 멈추게 만드는 <매트릭스>의 네오조차도 손대지 못했던 총알의 궤적을 변형시키는 경지를 보여주죠.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떠올린 다른 영화는 바로 <언더월드>입니다.
케이트 베킨세일 여사가 전신 고무옷을 입고 눈 돌아가게 해주시던 바로 그 영화.
<매트릭스>를 비교적 충실하게 계승한 와이어 액션과 슬로모션 액션을 보여준 그 영화.
하지만 <원티드>를 보고 나니 뭐가 부족했는지 확실하게 보이는 바로 그 영화죠.


아, 언더월드…

<언더월드>는 늑대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서 수백 년간 계속되어온 전쟁이야기입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지하에서는 이 두 괴물 종족들간의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었던 거죠.

문제는 이겁니다. 애초에 힘만 쎈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늑대인간들이야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야만적이라고 치죠. 그 우아하고 빠르고 힘도 세고 머리까지 좋은 뱀파이어들은 그동안 뭐 했답니까. 죽지도 않는 이 뱀파이어들은 수백년간 늑대인간들에게 총질을 해왔습니다. 특수부대원들이라 할지라도 몇 년 이상 경험하기 힘든 실전사격의 경험이 이들에게는 수백년 어치가 축적된 것이죠. 수백년의 사격 수련과 인간보다 수십배 강한 근력과 스피드까지 겸비했으니 이들은 적어도 사격에 있어서 신의 경지에 올라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던가요.

이 영화의 처음을 장식하는 지하철 액션을 생각해보세요. 그 높은 성당 첨탑에서 시크하게 뛰어내릴 때만 해도 폭풍처럼 뿜어내던 베킨세일양의 간지는 지하철에 들어가 다 망가집니다. 어떻게 수십 발을 난사하면서 한 놈도 못 맞출 수가 있답니까. 총기역사의 초창기부터 총질을 해온 이들이라면 안보고 쏴도 맞출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로보캅도 그 정도는 할 줄 압니다. 몇 발은 맞았는데 워낙 상대가 강해서 멀쩡한 거라구요? 그럼 뭐 하러 총을 쏜대요? 이 영화에서는 그 이후에도 이런 총기 난사가 계속됩니다. 베트남 전쟁터의 미군도 아니고, 이게 뭔 짓입니까. 창피하지도 않습니까?


이때만 해도 폭풍간지…


쌍권총 쏘면 뭐하나효. 하나도 안 맞는데…뭐 몸매는 참 보기 좋으십니다만 …

게다가 이들이 다루는 총들은 과연 이들이 그 우아하고 고상한 뱀파이어인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수백년간 총을 쏴온 전문가들이라면 자기만의 역사가 담긴 총 하나쯤은 있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여기선 어떻게 된 게 역사와 전통을 단 한 점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죄다 신형 총들만 쓰거든요. 그래도 약간 보는 눈은 있어서 HK나 발터 같은 유럽제 총을 쓰긴 씁니다만, 뭐 모르는 촌시러운 애들이야 이런 신형 총들에 뻑가죠.


삶의 다른 부분은 이렇게 고풍스러운데…


어째서 총은 플라스틱제 G36이나


역시 플라스틱제 월터 P99인가요

옛날 총이라고 나 후진 게 아니고, 신형 총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
요즘 총기회사들이 총을 설계할 때 고심하는 부분은 비용과 성능의 균형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질 수 있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면 포기해요. 너무 생산단가가 높은 총을 만들면 이윤이 적어지고, 그러면 망하거나 주주들에게 사장이 쫒겨나거든요. 칼 발터 사에서 양산 총 중에서는 극한의 성능이라는 P88을 만들고 망한 이유가 그겁니다. 마우저 C96 같은 총이 퇴출된 가장 큰 이유도 성능의 부족이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단가였습니다. 발터 P88이 과연 P99보다 못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P99는 싸게 만든 중급품에 해당합니다(물론 독일제답게 잘 맞기는 하지만 최고. 지그P210 같은 권총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마우저 C96, 성능은 괜찮은데 너무 크고 무겁고 복잡한게 문제였던 총…


지금까지 나온 중 가장 비싼 양산형 권총중의 하나, 발터 P88.. 이거 안팔려서 발터사가 한번 망했다는…

현대 총기의 또 다른 제약은 그 총을 쏘는 인간의 능력입니다.
미군이 강력한 사거리와 위력을 자랑하는 자동소총 M14를 포기하고 적당한 사거리와 위력을 가진 돌격소총 M16을 채용한 이유도 그겁니다. 인간의 근력으로는 M14 같이 위력 센 총은 연발로 사격할 때 반동을 제대로 제어하기 힘들거든요. 아무리 위력이 강하면 뭐합니까. 어차피 인간의 시력으로 교전가능 한 거리는 3-400미터 내외이고, 그 정도의 거리에서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되 연발로 사격이 가능한 총(M16)이 6-700미터의 유효사정거리를 가졌으나 연발사격이 어려운 총(M14)보다는 훨씬 더 나은 걸요.


M16이 좋은 이유는 인간의 체력과 근력에 적당하기 때문이죠


도대체 뱀파이어의 밤눈을 가지고서도 왜 이렇게 플래시를 켜대는 거임?

물론 M14로 연발사격을 하면 총 자체에도 무리가 많이 갑니다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역시 인간의 능력 때문입니다. 사람이 들고 다니려면 어느 정도 무게의 한계가 있고, 그 한계에 맞추려다 보니 총을 충분하게 튼튼히 만들 수 없었던 거죠. 2차 대전 때의 브라우닝 BAR 같은 총은 M14보다 약간 더 쎈 탄환을 연발로 쏴대도 멀쩡한 총인데 무게가 자그마치 8.8kg 입니다. M16이 4kg이 채 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얼마나 무거운지 실감나실 겁니다. M14도 이 정도 무게로 만들었더라면 연발사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죠.


총 무게가 9kg라도 상관없었다면 아마 이런 BAR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결국 이런 모든 제약은 인간에 대해서만 유효한 겁니다. 그 총의 주인이 인간보다 체력과 감각 모두 뛰어난 뱀파이어에겐 아무 의미 없는 문제죠. 총의 무게가 10kg면 어떻습니까? 반동이 강하다 한들 그 억센 근육으로 잡아주면 삼각대에 얹은 것만큼 정확하게 쏠 수 있겠고요. 그러니 이 뱀파이어 분들은 나약한 인간들이 들고 댕기는 플라스틱 돌격소총이 아니라 금속으로 만든 M14 단축형이던가, 칼이 달린 권총 같은 걸 들고댕겨도 큰 문제가 없겠죠.


요즘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많이 쓴다는 트로이제 M14 변형. 길이는 짧고 무게는 무겁고 위력은 M16보다 훨씬 센…


뱀파이어의 근력과 스피드와 감각이라면 이런 아예 유탄발사기를 쓰는 것도…


육박전 용으로는 이런 권총+단도 스타일도 나쁘지 않죠. 물론 이건 장식용이지만


실제로 최근엔 이런 모델도 나오긴 합니다.

어쨌든, 뱀파이어들이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주제넘게도 인간 주제에 신의 경지에 도달한 놈들이 등장해버렸습니다. <원티드>의 킬러들이 바로 그들이죠. 물론 이들은 분당 맥박수가 400에 도달해야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지만 뱀파이어들이 했어야 하는 것이 뭐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총알 스핀먹이기는 그 중의 하나일 뿐이죠.
(사족이지만, 어떤 생물학자는 모든 생명체의 수명은 시간이 아니라 심장의 박동수에 의해 한정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즉 우리의 심장이 평생 뛸 수 있는 횟수가 이미 정해져있다는 거죠. 느릿느릿 흥분하지 않고 살면 그만큼 심장이 천천히 뛸 것이니 오래 살고, 흥분해가며 급하게 살면 그만큼 빨리 죽는다는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뭔 일 있을때마다 분당 맥박수 4백을 끊는 이들의 신조는 아마도 “짧고 굵게 살기”가 되겠지요)

게다가 이들은 총알도 평범한 것을 쓰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문장이 있고 메시지까지 담죠. 게다가 총 자체에 대한 조예도 깊어서 수도파이프 같아 보이는 자작총으로 초장거리 저격을 합니다. 물론 총기역사의 초창기를 장식한 휠록식 총을 자그마치 연발형태로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하고요. 물론 오랫동안 총질한 인간들답게 각자의 애총은 고유한 문양이 새겨진 독특한 물건들입니다.


졸리 누님의 문양 가득한 콜트45


이게 휠록식 총…


휠록식 총의 작동구조… 그래봤자 옛날 부싯돌식 화승총이라는 …

이 얼마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뼈대있는 고상함입니까.
그러니 <언더월드>의 뱀파이어들, <원티드>를 보며 열심히 반성하기 바랍니다.


액션의 끝은 <원티드>가 봤다는…

아참, <원티드>의 킬러들도 가끔은 최신형 장비를 쓰는데, 대표적인 것이 졸리 여사가 쇼핑센터에서 난장칠 때 사용한 “코너샷”이죠. 이스라엘의 한 발명가가 개발한 물건으로 “나는 몸을 숨긴 채로 상대방을 쏘고 싶다” 는 인간의 오랜 숙원을 전자기술을 이용해 달성한 제품입니다. 말 그대로 총을 꺾어서 쏠 수 있게 해줍니다. 총 앞에 비디오카메라를 달아서 사수는 엄폐물 뒤에 숨어 모니터로 적을 보며 겨냥할 수 있죠. 지금 생각해보면 졸리 누님의 실력 정도라면 굳이 그런 물건을 쓸 필요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만… 뭐 감독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겠죠. 이 코너샷이 생각만큼 장사가 안돼서 고생한다더니 마케팅을 이렇게 하는군요.


쇼핑센터에서의 총격전


여기 등장하는 장비는 바로 이 코너샷


앞에 권총을 꽂아서 쓰면 됩니다.


유탄발사기가 달린 것도 있죠.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