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난 김경재氏 第4話

“인공혈관을 달아야겠어.”
회진시간에 들어온 보건소장이 느닷없이 말을 던지자 경재씨는 어리둥절하여 쳐다보았다.


“예? … 인공혈관이요?”
“응, 인공혈관. 핏줄이 꽉 막힌 사람들에게는 정말 훌륭한 대안이지. 그렇지 않겠나?”
“그럴 수도 있겠죠 …”
“역시 동의하는 군.”
“예?”

어리둥절해하는 경재씨와 잠깐 눈을 마주치는 듯 하던 보건소장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게 꼭 필요해.”
“저한테요?”
“우리 몸의 혈류 속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고 혈전을 감소시킬 유일한 대안이지.”
“왜요?”
“이건 단군 이래 가장 큰 사업이 될 거야.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야.”
“저기, 지금 그게 저한테 왜 필요하다는 건가요?”
“이렇게 좋은 걸 왜 안 된다고들 난린지, 원.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경재씨의 물음에는 아랑곳없이 보건소장은 계속 인공혈관이 얼마나 좋은 건지를 반복해서 말할 따름이었다. 그런 얘기들을 한참 듣고 있던 경재씨는 더는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왜 제 질문에는 대답 않으시고 계속 엉뚱한 말씀만 하시는 거죠?”

“이런, 자네, 태도가 왜 그 모양인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내 놓고 반박을 해야지, 이렇게 감정적으로 나오면 곤란해.”
“소장님이 먼저 일방적으로 얘기를 하신 거잖아요.”
“자네가 동의했잖아!”
“제가 언제요? … 아까 물어 보시길래 그냥 좋을 수도 있겠다고 그랬던 거지, 제가 그걸 하자고 한 적은 없잖아요.”
“쯧쯧쯧, 사람이 이리 말을 자꾸 바꿔서야, 원 …”

경재씨는 보건소장의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아채고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인공혈관을 정말로 몸에 달고 다닌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섬뜩하였던 것이다.
“제 혈관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미래를 생각해야지.”
“담배 끊고 술 줄이면 되잖아요?”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지 않나? 첨단 현대 공학이 눈 앞에 실현되는 걸 상상해 봐.”
“운동도 열심히 하고요.”
“가만있어도 인공혈관용 모터가 정화작용을 일으켜서 피가 깨끗해진다는 말일세.”
“음식도 가려 먹고요.”
“게다가 그걸 보러 오는 사람들한테 관람료를 받으면 …”

그 대목에서 경재씨는 자기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공혈관을 달고 있는 자신을 구경시키고 관람료를 받겠다는 보건소장의 말에 경재씨는 눈을 크게 뜨고 따져 물었다.
“지금 뭐라 하신 거죠? 관람료라뇨. 그럼 지금 저를 구경거리로 만들겠다는 겁니까!”

경재씨의 반발에 보건소장은 아차 싶었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나 그도 잠깐, 소장은 다시 눈을 무섭게 부라리며 단호하게 쏘아 붙였다.
“자네는 역시 좌측신체과다발달증이 심각해. 왜 자꾸만 삐딱하게 생각하는 건가. 자네 깨끗한 혈관이 싫은가? 돈 벌기 싫은가?”
“누가 깨끗한 혈관이 싫다고, 돈 벌기 싫다고 그랬나요. 자꾸 말 돌리지 마세요!”
“인공 심장을 생각해 봐. 줄기 세포를 생각해 봐. 모두 다 안 된다고 할 때 신념과 믿음으로 밀어붙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엄청난 부가가치를 누리는 거야. 그들 때문에 자네가 얼마나 혜택을 보고 있는데, 지금 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안 돼!”
“그거랑 이거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들먹이시는 겁니까? 도대체 제 몸 어디가 잘못됐는지 납득할 수 있게 해 주셔야죠. 인공혈관이 왜 필요한지도요. 그리고 인공혈관에 엄청난 돈이 들 텐데 그건 누가 내나요!”
“그러니까 관람료를 받아야 한단 말일세! 먼저 의료업체에서 선시술하면 그 비용을 관람료로 나누어 납부하면 된단 말이야! 이렇게 좋은 조건의 시술에 왜 딴지를 거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고함에 가까운 보건소장의 대꾸에 흠칫 놀란 경재씨의 눈에 그제서야 소장의 뒤에 서있는 간호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손에 암부백과 기도삽관장치를 들고 여차하면 달려들 태세로 서있었는데 그 옆에는 심장충격기의 모습도 보였다.

눈을 부릅뜬 채 버티고 서있는 보건소장과 그의 뒤에 도열해있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번갈아 살피던 김경재씨는 서서히 기가 꺾였고, 얼마간을 주저하다가 겨우 한마디 하였다.
“저기, 그래도 제 몸인데 제 의견도 들어주셨으면 해서요 …”

경재씨의 풀 죽은 모습을 확인한 소장은 만면에 득의의 웃음을 지으며 나름 부드러운 목소리로 응답하였다.
“오, 의견, 좋지. 그래, 그럼 의견을 한 번 말해봐요.”
“저기, 저는 말이죠, 이런 일일수록 최대한 모든 상황을 검토하여 … 될 수 있으면 더 좋은 쪽으로 … 그러니까 굳이 해야 한다면 말이죠 … 안 해도 될 걸 할 필요는 …”
“오, 그래. 알았어, 자네의 의견을 충분히 알아들었네.”
“아, 예, 제 의견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그럼. 자, 이제 의견 수렴한 걸 세.”

기분이 좋아졌는지 보건소장은 친히 김경재씨의 어깨를 두 손으로 어루만지기까지 한 후 바로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간호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자, 의견 수렴도 끝났으니 어서 인공혈관 회사에 연락을 하자고. 그리고 기술팀들 회의도 소집하고 시술준비도 미리 해야지. 어서들 움직여.”
“아 참, 그리고 김 간호사님은 우리 경재씨한테 좋은 영양제 하나 놔드리고. 지금 빨리요.”

보건소장의 지시에 따라 미리 준비해 놓은 주사기를 들고 간호사가 경재씨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경재씨는 간호사의 손에 들려있는 게 영양제 주사가 아니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 주사를 맞으면 통증을 잊을 수 있고 편히 잠들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가만히 있었고, 바늘이 팔뚝에 꽂히는 걸 느끼면서 경재씨는 간호사에게 힘없이 한마디 하였다.

“저기요, 간호사님. 나가실 때 TV 좀 틀어주실래요 …”
.
.
.
.
.

(계속)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진공 이규훈

죽다 살아난 김경재氏 第3話




3.
김경재씨는 뒷머리가 깨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어렵사리 눈을 떴다.


새로 왔다는 보건소장과 간호사가 만담 아닌 만담을 주고 받는 걸 지켜보고 있을 때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고, 그 순간 갑자기 뭔가 호되게 목 뒤를 내려치는 바람에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었다.


경재씨는 손을 움직여 머리를 만져보려고 했지만, 움직여지질 않았다. 병실 침대 위에 손과 발이 묶여 눕혀져 있던 것이었다.


“젊은이, 병명이 나왔네.”
보건소장의 목소리였다.


보건소장은 누워있는 김경재씨를 내려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좌측신체과다발달증이야.”


겨우 정신을 가다듬어 김경재씨는 대꾸하였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오, 정신이 드나 보군. 자네의 몸 왼쪽이 다른 쪽에 비해 지나치게 커있다는 말일세.”
“아니요, 저는 오히려 오른쪽 팔과 다리가 긴 편인데 …”
“역시 부정적이야. 왜 내 말을 안 믿는 건가? 나는 검증된 전문가란 말일세.”
“지난 번에 보건소 왔을 때도 그랬단 말입니다. 신체 균형이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그래서 자세를 바르게 하고 구부정하게 다니지 말라고.”


그러자 보건소장은 갑자기 고개를 획 돌리더니 그의 뒤쪽에 도열해있는 간호사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여러분, 이 말이 다 거짓말이라는 거 아시죠!”
“예, 믿습니다.”


그리고 다시 김경재씨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증상을 말해주지. 일단 유독 자네의 왼쪽 다리에만 무좀이 만연해 있네. 그리고 타박상도 왼쪽 신체에 집중돼있어. 게다가 자네의 만성피로는 왼쪽 혈관에 있는 혈전들이 …”
“잠깐만요, 잠깐만요, 무좀이 심한 데는 오른쪽 다리고요, 타박상도 오른쪽에 많잖아요!”
“젊은이, 여기서 보면 거기가 왼쪽이야!”

어이가 없어서 대꾸하기도 싫어진 경재씨를 향해 보건소장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사람의 몸은 원래 오른쪽이 먼저 성장을 하게 돼있단 말이지.”
“그렇게 오른쪽으로 영양분이 계속 가게 되면 남거나 넘치는 게 생길 거고, 그러다 보면 왼쪽으로도 영양분이 흘러간단 말이지. 그게 순리야.”


그때 예의 그 간호사가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그게 질서고 숙명이죠.”

간호사가 추임새를 넣어주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보건소장의 말이 더 빨라졌다.
“예, 간호사님. 세상은 자기가 믿는 만큼 보인다고 했죠.”
“세상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신체는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합니다. 한 쪽으로 영양분이 어차피 집중될 수 밖에 없는데 그걸 막고 규제해야 다른 쪽이 함께 성장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런 물리적 조치에 대한 반작용으로 오른쪽이 왼쪽으로 영양분을 나눠주기를 거부하면 어떡할 건데. 그리고 어차피 괴사할 신체조직은 왼쪽에 몰려있는데 그런 조직에 영양분을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고!”


혼자서 열 올리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가는 것이 겸연쩍었는지, 보건소장은 문득 말을 멈추더니 잠시 경재씨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나지막하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자네, 번영된 신체. 평화통일된 몸을 이루는데 모든 것을 받치겠읍니까?”
“… …”
“왜 말이 없나. 암부랑 삽관 한 번 더 할까?”


은근한 협박 투의 말이 무척 살벌하여 경재씨는 내키진 않았지만 대꾸를 해주었다.
“아뇨 … 저는 지금 크게 아픈 데 가 없는데 뭘 바치라고요?”


순간, 보건소장이 작은 눈을 크게 치켜 떴다.
“이 사람, 정말 골수까지 왼쪽이 발달했구만.”
“아니, 제가 뭐가 어떻다고 골수까지 들먹이시는 겁니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좋아, 그럼 이 질문에 대답해 봐.”
“뭔데요?”


“자네 말이야, 밥 먹을 때 어느 쪽 손으로 먹나?”
“오른쪽이요.”
“그렇지, 그럼 글씨 쓸 때는 어느 쪽으로 쓰나?”
“오른쪽이요.”
“거 봐. 사람의 신체는 오른쪽이 대우 받는 게 정상인 게야.”
“예?”


“자, 이제 자네의 신체가 어느 쪽으로 과다 발달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일세. 잘 생각해 보고 대답하게나.”
“…”
“자네 차를 몰고 가다가 왼쪽으로 갈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그야 깜박이 넣고 좌회전하죠.”
“그래서 자네가 좌측과다발달증이라는 거야.”
“예? 도대체 그런 말도 안 되는 진단이 어디 있어요. 왼쪽으로 가려면 좌회전하지, 소장님도 그러잖아요.”
“아니, 난 P턴 해.”


.


.


.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계속)


영진공 이규훈

죽다 살아난 김경재氏 1, 2 話

1.
삼 월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쌀쌀하기만 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김경재씨는 출근길에 올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세상 속으로 들어온 지 10년.  세상 물정을 알만큼은 안다고 생각하는 경재씨에게 10년 전의 기억은 이제 가물가물하다.


그때 경재씨네 집은 잘 나가는 편이었다. 마당 넓은 집에 자가용도 있었고 사업하는 아버지는 매일 저녁 룸살롱에 살다시피 할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외환위기라는 것이 터지자 집안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당시 아버지의 사업이란 것이 실속보다는 빚 얻어다 메우던 식인데다가 여기저기서 벌려대는 손에 몰래 돈푼 쥐어주기 바빴으니, 오히려 빚쟁이들이 그때까지 사업을 해 온 게 신기하다고 말할 정도였었다.


이후 아버지는 집 안에 틀어박혀 세상한탄만 늘어놓았고, 보다 못한 어머니가 돈을 벌러 나섰지만 밥벌이도 빠듯할 지경이어서 김경재씨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나서게 된 것이었다.



김경재씨는 요즘 세상살이가 참 재미없다.


10년간 안 해본 일 없이 다 해보았고 다른 이들보다 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기껏 통장의 잔고라는 게 집 한 채는 언감생심이고 중형차 하나 사기에도 빠듯하다.
대학 안 나온 게 뭔 잘못이라고 번듯한 직장에는 원서도 못 넣는다.
결혼할 여자를 사귀어보려고 해도, 선을 보러 나가도 번번이 퇴짜이다.
옆 집 누구는 일도 안 하고 딴 짓만 실컷 하더니 어느 날엔가는 대박 맞았다며 이사를 가고 건너 집 누구는 좋은 동네 사는 사람이랑 결혼한다고 자랑이 입에 달려있다.
어딘가는 집 값이 얼마고 친구네 친척 형은 주식이 얼마란다.


fk55.bmp
“에고, 죽겠다.”
그 날 출근길에 그는 자기도 모르게 또 그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렇게 마을 버스 정류장을 향해 빠르게 발을 놀리던 경재씨는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기만 하던 집 앞 시장통의 풍경에 그날따라 왠지 눈이 끌리고 있었다.


‘에휴, 시장이 살아야 하는데 … 김씨 아줌마, 박씨 아저씨도 집 안에 돈이 말랐다고 걱정이 태산이던데 … IMF보다 더해, 진짜 … … 참, 집에 쌀 떨어졌는데, 퇴근길에 2마트에 들러야겠다.”
“그리고 컴퓨터 메모리도 업그레이드 해야지 … 기억용량이 너무 떨어져 … 남들은 기가쓰는데 내건 용량이 그게 뭐야 … 51              2MB …”


그런 생각을 하며 경재씨가 정류장에 거의 다다랐을 때, 갑자기 경재씨의 앞에 하얀색 봉고차가 급정거를 하는 것이었다.


“뭐야 … 이런 씨X … 운전 똑바로 안 해!” 놀란 경재씨가 소리를 지르며 운전석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 사이, 웬 사내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경재씨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새 보건소장입니다.”

2.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멀쩡한 사람보고 죽었다니. 죽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멀쩡히 출근을 해요?”
“이것 보세요. 도대체 어디서 그런 말씀을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뭔가 잘못 아신 거예요. 난 지금 입원이 아니라 출근을 해야 한다고요.”



새 보건소장은 거칠게 항변하는 경재씨를 물끄러미 쳐다 보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보는 사람을 몹시 불안하게 만드는 눈빛을 날리며 서있던 새 보건소장이 갑자기 소리를 냅다 질렀다.


“젊은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쓰나. 우리집 가훈이 ‘정직하게 살자’란 말일세!”
“… 예? …”


문제는 경재씨의 말버릇이었다. ‘아프다’ ‘힘들다’ ‘죽겠다’를 입에 달고 살던 경재씨의 눈치를 줄곧 살피던 아버지가 몇 달 전 쉬는 날에 경재씨를 억지로 동네 보건소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우리 애가 다 죽어가는데 보건소는 뭐하는 집단이냐’며 워낙 요란하게 떠들어서 보건소장이 직접 경재씨를 보았는데, 결과는 만성피로와 몇 군데의 타박상 그리고 무좀 등의 진단이었다.


그러면서 보건소장이 했던 말이, ‘이 정도면 투약이 필요치 않고 자꾸 약을 먹어 버릇하면 내성만 생기고 자생력을 해칠 뿐이다.’라는 투였다.


그러자 아버지는 ‘애가 죽을 지경인데 약도 안 주는 무책임한 보건소’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보건소를 나왔고, 이후 ‘애가 이 꼴이 된 건 다 보건소장 책임’이라며 온 동네에 호들갑스럽게 떠들며 다니곤 하였는데,



얼마 전 새 보건소장이 부임하자마자 아버지는 얼른 전화를 걸어 우리 아들을 살려달라고 호소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나선 거야.  너에게 맞춤진료를 해 주려고.  한 마디로 너를 살려주겠다는 거지.”
“당신이 저를 … 살린다고요?”
“나는 내가라고 하진 않았네 …”
” … “

.
.
.
.
.

“흠, 역시 상태가 심각하군 … 간호사 님, 여기 암부하고 삽관하세요 …”
경재씨가 뭐라 대꾸해야할지 몰라 얼마간을 가만히 서있자, 새 보건소장이 차에서 내리는 간호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자, 잠깐만요 … 무슨 상태가, 뭐가 심각해요 …”
“방금 전 자네는 실신상태이지 않았나.”
“예? 아뇨!”
“예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이것 봐, 정신 없잖아 … 간호사, 빨리 기도 확보 해!”


새 보건소장의 지시를 재차 받은 간호사는 얼른 무릎을 끓고 앉으며 나지막이 속삭이기 시작하였다.

“하늘에 계신 우리 … …”
“이것 봐, 이것 봐, 간호사. 뭐하는 거야?”
“선생님이 기도 한 번 하라고 하셨잖아요.”
“… …”
“… …”

“내가 그랬나?”
“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경재씨는 더욱 어이가 없어져서 고함을 칠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이건 …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 …”


그러자 새 보건소장과 간호사는 동시에 경재씨를 향해 눈을 흘겼고, 보건소장이 쏘아붙였다. “이것 봐, 자네. 자네 지금 나의 전문지식을 의심하는 건가?”
“이래 보여도 난 길게 늙고 싶은 소망이 있는 사람이야!”
“… …”

.
.
.

“또 실신했군. 암부하고 삽관하세요.”
“예, 소장님 … 그런데요, 소장님 저도 환자들에게 봉사하며 권면하고 싶은 소망이 있답니다.”
“아, 그렇군요 … 암부는?”
“갑자기 안부는 왜?”
“… …”
 
.
.
.
.
.

(계속)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