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이래서 인기인가보다.

 

 


 


 



 


 


 


정말 그런가보다. 그래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인기인가보다.


 


어릴 때 부터 악을 악을 써서 입시경쟁을 지나고 스펙경쟁을 지나왔는데, 취직이 안되서 엄마네 슈퍼에나 얹혀 살면서 외상값이나 적는게 젊은 애들 현실이라서 인기인가보다. (5446특수부대의 훈련병들간의 치열한 생존 경쟁은 우리 입시전쟁 스펙경쟁 취업경쟁이 아닌가.) – 류환


 


어릴 때 부터 꿈을 가지고 살라해서 꿈을 갖고 멋스럽게 살라했는데, 오디션 하나 통과 안되는게 젊은 애들 현실이라서 인기인가보다. (오디션의 서바이벌과 5446의 서바이벌은 비슷하지 않은가.) – 리해랑


 


 


 



 


 


 


어릴 때 전교 1등하고 공부 잘해봤자 내 현실은 결국 동네 바보 백수 건달인데, 그런 나를 멋있다고 전교 1등 하려고 아등바등 공부하며 올라오는 아랫세대가 너무 안쓰러운게 젊은 애들 현실이라서 인기인가보다. – 리해진


 


맘씨 좋은 동네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비수를 꽂는게 기성세대인 것이 요새 젊은 애들 현실이라서 인기인가부다. – 서상구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선진조국에 태어난 줄 알았는데, 되는 일이 없어서, 여기가 대한민국이 아니고 북한인가 싶은게 요새 젊은 애들 현실이라서 이런 비유가 먹히나보다.


 


 


 



 


 


 


그런데 자꾸 투항하라고 ‘일자리에 대한 눈을 낮추라고’하는 기성세대가 미워서 끝까지 투항하지 못하는게 요새 젊은 애들 현실이라서 이런 비유가 먹히나보다.


 


수습 안되니까 끝에 다 죽어버리냐고 시나리오작가랑 감독을 욕했는데. 수습안되니까 젊은 애들 다 죽으라고 하는게 우리 현실인것 같아서 가심이 쫌 아프다.


 


 


영진공 라이


 


 


 


 


 


 


 


 


 


 


 


 


 


 


 


 


 


 


 


 


 


 


 


 


 


 


 


 


 


 


 


 


 


 


 


 

“위대한 개츠비”, 그 뒷 얘기가 궁금하신가요?

 

 


 


 


개츠비를 떠나보내고 닉은, 출생배경이 계급이 되어버린 암담한 사회현실과 그 현실에 굴복한 삶을 사는데 급급한 사람들에 대한 절망감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저 목적없이 방탕한 삶 속으로 빠져들고야 만다.


 


술과 도박 등에 빠져 이리저리 부유하던 닉은 급기야 정신병원에까지 도달하게 되고, 거기서 의료진의 도움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그 곳에서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였고 그 글들을 책으로 엮어 출판하려 하였다.


 


 


 



니콜라스 캐러웨이


 


 


그리고 그 글을 완성하던 날, 책 제목인 “Gatsby”에다가 “The Great”를 덧붙이던 닉은 불현듯,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암흑가와 결탁하여 부를 쌓은 개츠비였지만 그 역시 넌덜머리나는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고자 아둥바둥 몸부림치는 여느 젊은이와 다를 바 없었고, 그런 과정에서 손에 쥐어진 부를 이용해 주류에 인정받고자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자신이 그리도 오르고자 했던 기존 상류층에게 거절당하고 마침내 목숨까지 잃은 것이 아니었던가.


 


자신들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어떤 악행도 마다하지 않는 기득권층과 그들에 의해 이용 당하면서도 그들을 두려워하며 오히려 비슷한 이들에게로 분노의 창끝을 돌리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 이 책을 던져 놓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라고 닉은 마음을 굳혔다.


 


그래서 그는 개츠비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이 세상과 이 세상을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층을 향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복수를 감행하기로 결심하였다. 닉이 복수를 위해 맨 처음 한 행동은 얼굴을 바꾸는 것이었다.


 


 


 



성형 후의 닉, 톰 리플리


 


 


이름도 톰 리플리로 바꾸고 신분증도 위조한 닉은, 뷰캐넌가 만큼이나 부유하고 집안이 서로 사이도 돈독한 그린리프가의 손자 필립을 복수의 대상으로 정하였다.


 


필립 그린리프는 전형적인 철부지 부잣집 도련님인지라 토마스, 데이지 그리고 개츠비와 함께 어울리며 그들의 생활양태를 깊숙이 체험하였던 닉, 아니 톰에게는 매우 쉬운 공략대상이었다.


 


그닥 오래지않은 기간에 말하자면 노리개감이 되어주는 친구관계를 형성하여 필립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동시에 신뢰를 얻어내며 기회를 노리던 닉은, 필립이 이태리로 떠난 시점에 드디어 행동을 개시하였다.


 


 



닉과 필립의 이야기는 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태리에 있던 필립과 합류한 톰은 계획한대로 필립을 유희와 환락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였고, 스스로 그 나락으로 걸어들어간 필립은 톰이 그를 해꼬지해도 될만한 수준으로까지 끌어내려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톰은 개츠비에게도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공간, 요트에서 일을 치르고야 말았다. 바다 위에서 필립을 제거한 톰은 뭍으로 돌아와 그간 준비해왔던 바에 따라 자신이 필립인 것처럼 신분을 도용하고 필립의 애인인 마지를 설득하여 그린리프 가문의 돈을 마지에게로 증여한다는 필립의 유서까지 만들었다.


 


완벽해 보였던 톰의 계획은 거의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만 불의의 실수로 인해 그가 저지른 복수의 속살이 만천하에 드러날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경찰은 그를 소환하였다.


 


허나 여기에서 주저앉을 닉이 아니었다. 닉은 그 시점에서 과감히 그린리프 가문과 마지와의 일은 다 포기하고 위조여권으로 이태리를 떴다.


 


 


 



이태리의 일이 수포로 돌아가자 다시 성형한 닉


 


 


닉이 선택한 다음 행선지는 바로 개츠비와의 추억이 어려있는 뉴욕이었다. 닉은 이름을 다시 이녹 존슨으로 바꾸었고 후에 애칭으로 넠키라 불리우게 되었다.


 


이태리를 떠나 뉴욕 바로 밑에 있는 뉴저지의 부두에 발을 내린 닉은, 특유의 감각과 뉴욕증권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닥치는대로 이런저런 일을 하며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고 지역유지들과의 관계를 돈독히하며 마침내 뉴저지 지방재정관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닉은 개츠비의 죽음 이후로 항상 간직하고있던 그의 후계자라는 마음 속 목소리에 따라 밀주사업에 진출하여 동부권 밀주사업의 가장 큰 공급자가 되었다.


 


마침내 돈과 명예를 한 손에 쥐게된 닉이었지만, 아직도 그의 목표는 만족되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개츠비와 자신을 절망시켰던 기득권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였다.


 


그래서 그는 밀주사업을 통해 바로 뉴욕의 마이어 윌샤임(일명: 아놀드 로스틴)을 정조준하였고, 정치에 손을 뻗어 자신이 후원한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되는데 큰 공을 세우기까지 하였다.


 


 




닉의 말년인 너키 존슨 이야기는 절찬리에 드라마로 방영 중이다.


 


 


허나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고 모든 욕망은 찌꺼기를 남기듯, 복수를 위해 전진만을 거듭하던 닉도 결국엔 세월과 함께 사그라들고 말았다.


 


기득권과 그들의 욕망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통쾌한 복수를 가하고자 했던 닉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기득권이 되었고, 그러자 그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가 복수하고자 했던 그들의 방식을 따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멈출 수는 없었다. 타인의 욕망을 이용하여 자신의 부를 쌓고 그 부를 더 불려야 자신이 존재할 수 있는 굴레와 그 굴레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다른 이들에게 전가해야 자신이 살아남는 그 사슬에서 닉은 헤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숨가쁜 삶을 살아야만 하다가 결국 기득권 사이의 경쟁에서 도태된 그는, 이후 자신의 생을 마무리하게된 요양원에서 예전에 자신이 썼다가 출간을 포기하고 고이 간직하고 있던 “The Great Gatsby” 원고를 꺼내어 마지막 구절에 다음 문장을 덧붙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개츠비가 위대한 건 그가 더 이상의 욕망을 펼치기 전에


그의 삶이 강제로 멈추어졌기 때문이다.”


 


 


 


영진공 이규훈


 


 


 


 


 


 


 


 


 


 


 


 


 


 


 


 


 


 


 


 


 


 


 


 


 


 


 


 


 


 


 


 


 

“베를린”, 순정 마초, 양아치 마초, 찌질이 마초 이야기

 

 


 


 



 


 


류승완 영화의 메인 키워드는 딱 두개다,


마초와 쌈마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래 그의 영화들은 대개 저 태그를 달고 움직인다.


그리고 그 특질은 최근 개봉작 “베를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독일의 베를린이라는 공간에서 남과 북이 벌이는 첩보활극 영화에,


역시 세 명의 마초가 등장하고 쌈마이 쌈박질이 가득하다.


 


순정 마초 하정우,


양아치 마초 류승범,


찌질이 마초 한석규,


 


 



 


 


사실 이 영화에서 플롯이나 스토리는 그닥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 셋의 역할과 관계를 그대로 한국 어느 도시 골목 조직폭력배의 나와바리 싸움으로 옮겨놓아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형사와 범죄자는 같은 인물의 다른 면일 뿐이다”라는 법칙에 따르자면,


이런 현상에 그닥 거슬려 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게다가 권력과 돈에 집착하는 건 오히려 권력자들이 더 악랄하니까, 조직폭력배든 첩보원이든 어차피 꼬붕으로 소모되는 건 어느 쪽이라고 해서 더 멋지거나 할게 있을까.


 


 



 


 


그리고 이 영화에는 다 그렇듯 마초와 대비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냉철하고 계산 철저한 이경영,


똑똑하지만 순종적인 전지현,


저런 사람이 있었나 싶은 김서형,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저들이 가장 크게 피해를 보거나,


그저 관심 밖에 놓여지게 된다.


 


 



 


 


이 영화,


각본 괜찮고 … 액숀 좋고 … 총격전 계산 잘돼있다.


 


그런데,


재미 좀 있어질라 치면 …… 지루해진다.



쌈박질이 쫄깃해질라 치면 …… 지루해진다.


내용에 몰입할라치면 …… 역시 지루해진다.


 



왜인고하니 각 Scene과 Take가 너무들 길게 늘어져서 집중력이 확 떨어진다.


그리고 사건의 배경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히 너무 자상해서 마치 DVD 부록에 있는 감독 해설판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본 시리즈가 가장 잘 한 게,


“어, 어” 하는 순간에 후딱 일 치르고,


상황에 대한 설명을 장면에 맞게 급박하게 툭 던져놓고,


다시 번쩍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는 거 였고,


 


이런 접근법이 요즘 첩보활극의 트렌드일텐데 … “베를린”에는 이런게 없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관객 각자의 느낌이겠지만.


 


 




 


 


그리고 배우들이 너무 유명한 분들인 것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하정우는 우리가 늘상 보아온 하정우인지라 그가 뭘 할지 다 알아채게 되고,


류승범도 우리가 늘상 보아온 그 캐릭터이고 … 한석규는 … 그냥 넘버 3다.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차라리 하정우랑 류승범이 역할을 바꾸어 나왔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똑똑하고 잘생기고 돈많은 훈남인데,


입고 다니는 명품 옷에는 온통 그 상표가 찍혀있고,


여친과 주변 사람에게는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는 그런 느낌,


한 줄로 요약하자면 ‘국제첩보활극 버전 짝패’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영진공 이규훈


 


 


 


 


 


 


 


 


 


 


 


 


 


 


 


 


 


 


 


 


 

“라이프 오브 파이”, 어느 사채업자의 되도 않는 구라

 

 


 


 


이 글은 최근 개봉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


나름대로의 감상을 써 본 것입니다.


스포일러가 가득하오니 아직 이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얼른 빠져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김파이씨는 자신이 나름대로 착하게 살아왔다고 느끼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고 매사에 호기심이 넘치던 어린시절을 지나 평탄하게 생활하던 그에게 그 일이 닥친 건 5 년 전, 그가 열 다섯 살 때였다.


 


목수일을 하며 개집도 만들고 새집도 만들며 생활비를 대던 가게에 점점 일거리가 줄어드는 걸 견디다 못한 파이씨 아버님은 급기야 가게를 정리하고 서울로 이사하기로 결정하셨다.


 


그렇게 서둘러 작은 트럭에 짐을 싣고 서울로 가던 날, 하늘에서는 갑자기 엄청난 비가 쏟아져 내렸고, 빗 속에서 중심을 잃은 트럭은 그만 전복을 하고야 말았다.


 


 


 




 


 


 


처참한 교통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파이씨,


하지만 살아남은 것만으로 하늘은 파이씨에 대한 시험을 거두신 게 아니었다.


 


이삿짐을 싣고 달리던 그 트럭은 무보험차량이어서 사망한 가족에 대한 보상금은 커녕, 오히려 중상을 입고 1년 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파이씨가 홀로 산더미같은 병원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것이다.


 


억이 넘는 병원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던 어린 그에게 병원측은 많은 액수를 깎아주었지만, 그렇다고 공짜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사채업자에게 돈을 꾸어서 겨우 병원비를 메꿀 수 있었다.


 


퇴원은 하였지만 여전히 여러가지 후유증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잡역 등을 하며 약값 마련하기에도 허덕이던 파이씨는, 어쩔 수 없이 연락처를 바꾸고 노숙생활을 하는 등 사채업자와 부딪히지 않도록 나름 엄청난 노력을 하였다.


 


 


 




 


 


 


허나 사채업자는 결국 파이씨 앞에 나타나고야 말았다. 어느 토요일 오후, 손 등에 선명한 호랑이 문신을 하여서인지 호랭이 성님이라 불리는 그는 하이에나라는 별명을 가진 똘마니와 함께 기어코 들이 닥쳐서는 다짜고짜 파이씨를 강제로 차에 태워 어느 허름한 건물로 끌고갔다.


 


“파이 형제님, 그 목에 걸린 건 뭔가요?”


건물 안에 있는 커다란 방 안 중앙에 있는 의자에 우격다짐으로 앉혀진 파이씨에게, 특이하게도 형제님이라는 호칭을 즐겨 사용하는 호랭이가 말했다.


 


사고 이후 파이씨는 항상 목에 두개의 목걸이를 걸고 다녔는데, 그건 사고 현장에서 파이씨가 수습할 수 있었던 유일한 부모님의 유품으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자의 띠에 맞춰 함께 하고 다니시던 원숭이와 말 모양의 금목걸이였다.


 


호랭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이에나는 잽싸게 파이씨에게 덤벼들어, 두 목걸이를 거칠게 벗겨내서는 호랭이의 손지갑 안에다 얼른 넣어버렸다.


 


그리고 하이에나가 방 안 구석에 놓여있던 TV를 켜고 볼륨을 높이자, 호랭이는 파이씨에게 바짝 다가들었다.


 


“파이 형제님 … 세상 살기 많이 힘들죠? …  그렇다고해서 인간의 도리를 어기시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호랭이는 장광설을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서 하이에나의 발길질과 손찌검이 연달아 파이씨에게 가해졌다. 신체에 가해지는 극심한 고통은 참으로 견뎌내기 힘들었지만 호랭이의 되도 않는 설교질도 그 못지 않게 고통스러운 파이씨였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순간,


호랭이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게 깔며 뭐라 읊조리던 말이 파이씨의 귀에 그 어느때보다 또렷하고 큰 소리로 들어와 박히기 시작한 것이다.


 


“파이 형제님,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 이 모든 게 다 하늘의 배려라고 말이예요 …”


파이씨는 숙였던 고개가 저절로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다 하늘!이 예비하신! 시험!이라고 생각하시란 말이죠 …”


어느새 파이씨는 호랭이의 눈을 두려움 없이 바라보게 되었다.


 


“이게 다 그 뭐냐 … 그래 … 일체유심조! … 그 … 중 이름이 뭐더라 … 암튼 … 그거!”


그러자 파이씨는 입가에 고인 피의 맛이 달다고 느끼게 되었다.


 


“하늘이 있어 … 나를 이용하사 파이 형제님이 가장 필요할 때 돈을 내리시는 은혜를 베푸셨고 … 그리고 그 은혜를 갚지 않고 계속 하늘을 거역하시는 파이 형제님에게 다시 나를 보내시어 하늘의 뜻을 가르치게 하신 거란 말입니다 … 그러니 이게 다 파이 형제님이 바르게 살도록 예비하신 하늘의 시험임을 굳게 믿으셔야 하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을 때 즈음에 파이씨는 자신이 얼마나 못나고 방탕한 인간이었는지를 진심으로 뉘우치기 시작하였고 눈가에는 참회의 눈물이 굵게 맺히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파이씨가 꺼이꺼이 목 놓아 우는 모습을 보며 잠시 말문을 닫았던 호랭이가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자, 형제님 … 이제 하늘에 당신의 믿음을, 당신의 충심을 보여주실 때입니다. 이제 곧 형제님을 도우러 사람이 올 겁니다 … 그가 파이 형제님의 눈과 심장과 간을 하늘에 되돌리게 도와 줄 겁니다. 파이 형제여, 기꺼이 그에게 형제님의 믿음을 맡기실 거죠?!”


 


파이씨는 멈추지 않고 계속 눈물이 흘러나오는 눈망울을 크게 뜨고 호랭이를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맞잡아 가슴 앞에 모았다.


 


 


 




 


 


 


바로 그때였다, 기적이 일어난 것은.


 


아까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순간 강렬해지는가 싶더니, 열려진 창을 통해 갑자기 하늘에서 강력한 번개가 타고 들어와서는 TV 앞에 서 있던 하이에나를 내려 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어이없고 처참한 광경에 너무 놀란 호랭이는 기겁을 하며 서둘러 방안을 빠져나가려다 제 풀에 넘어지면서 단단한 바닥에 머리를 박더니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너무도 놀라운 일의 충격에 파이씨는 온 몸이 굳어지며 꼼짝할 수가 없었지만, 이내 이 모든 게 하늘이 예비하신 일이라는 믿음이 떠올랐고 그러자 비로소 파이씨는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호랭이와 하이에나의 주검을 뒤로 하며 건물을 빠져 나온 파이씨의 손에는 뺐겻던 목걸이가 들어있는 호랭이의 손가방이 들려있어서, 그 안에 있는 자동차키로 호랭이의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가서 그 안에 들어있는 돈으로  고기집에 가 맘껏 소고기를 사 먹었다.


 


커다란 포만감과 함께 고기집을 나서면서 파이씨는 정말 이 모든게 하늘의 절묘한 계획임을 절실히 느꼈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나름대로 착하게 살아왔기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던 거라고 느끼게 되었다.


 


 


 



 


 


 


며칠 후 무심히 차를 몰고 가던 파이씨는 경찰에 의해 검문을 받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경찰서로 연행되어 취조를 받았다.


 


취조가 끝나자 담당 형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 조서를 파이씨 앞에 내밀면서 서명을 하라 하였다.


 


[이 사건 용의자 김파이는 사채업자이자 장기밀매업자인 일명 호랭이와 일당 일명 하이에나에게 납치되어 외곽 건물에서 심한 구타를 당하던 도중 강제로 장기적출을 당할 뻔 했으나, 마침 그때 내린 폭우가 창을 타고 들어와 TV 전원선의 합선을 일으켜 근처에 있던 일당 하이에나가 감전으로 사망하였고 이에 호랭이가 당황한 틈을 타 김파이가 덤벼들어 호랭이의 머리를 방바닥에 마구 찧어 사망케 한 후 호랭이의 손가방과 차량을 탈취하여 도주한 사건임.]


 


그러면서 담당 형사는 김파이씨의 기구한 인생사에 측은지심을 느껴서인지 정당방위라는 의견을 검찰에 올렸고,


 


이후 김파이씨는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나와 지금은 단칸방이나마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나름 잘 살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안 감독이 이제 막 종교철학 개론을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인 건지,


아니면 이 세상 모든 철학과 종교를 섭렵하여 달관의 경지에 이른 사람인 건지,


내내 헷갈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헷갈림의 원인이 내 부덕의 소치임을,


그리고 사물의 양면성에 대한 내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주절주절 뇌까리고 있다.


 


 


 


 


영진공 이규훈


 


 


 


 


 


 


 


 


 


 


 


 


 


 


 


 


 


 


 


 


 


 


 


 


 


 


 


 


 


 


 


 


 


 


 


 

“잭 리처”, 행동하는 보수의 표상

 

 


 


 



 


 


포스터 카피 보소.


‘법은 한계가 있다. 그에게는 (한계가) 없다.’


이런 Fox TV 잭 바우어 같으니라고 … 모든 히어로 ‘잭’은 다 이런가 싶기도 하다.


 


이번 대선에 표창원 전 교수께서 상당한 ‘히트’를 치시고, 그 뒤로도 계속 인기(?)를 지속중이신데, ‘참다운 보수’가 무엇인지 표방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인다. 왜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한 가치’를 고수하려는 참다운 보수를 보기 어려운 것일까?


 


어릴 때 나는 마치 홈쇼핑 운동기구 광고에 나오는 듯한 목소리를 통해 이렇게 배웠다. ‘불의를 못 참으십니까? 정의를 위해 한 몸 불사르실 겁니까? 여러분에게 판검사 또는 경찰을 추천합니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판검사가 되어야 한다고, 사람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의사가 되는 게 아니라 ‘돈’ 많이 번다고 의사를 자식에게 강권하는 현재의 아비, 어미들 말이다.


 


뭐 사실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것들을 보면 그게 그리 틀린 얘기도 아니다, 헌재소장 후보자랍시고 나온 인물이 권력을 얼마나 남용해댔으면 그렇게 돈파리가 꼬이는지, 언제부터 명예가 타락과 동의어인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어린 내게 가르쳐준 세상의 숭고한 가치들이 송두리째 짓밟히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이유는 순전히 ‘법’이 가진 제한.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법이란 게 잘못 되었는데도 그걸 따라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것. 이건 진보가 아니라 건전한 ‘보수주의자’가 해야될 가치덕목인데도 말이다.


 


잭 리처는 군 수사관 출신의 ‘자유주의자’다.


법적으로 제재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피하고 있다. 운전면허증, 거주지 등록 등 자신을 찾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보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련다. 자신이 가진 ‘정의’의 원칙에 따라 합리적인 의심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보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군인’은 보수와 닿아 있을수밖에 없다. 애국과 명예, 정의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정부’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the well-trained soldier 는 그런 사람들이다. 잘못된 명령에 항거하고, 비도덕적인 전술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


 


그렇지만 우리는 가스통을 들고 협박을 일삼는 불한당 같은 퇴역군인들이 판치는 나라에 살고있다. 허나 어쩌겠는가 … ‘비정상적’인 보수 세력이 어디 한 둘이어야 말이지.


 


 


 



 


 


이 영화의 Best Shot 을 꼽자면 이 장면을 들고 싶다.


정의로운 보수의 결집이라고나 할까? 해병대 출신 저격수와 한 세대 아래의 육군 출신 미끼. 특히 로버트 듀발이 한 쪽 눈을 감고 있는 이유는 야간 저격 훈련을 해본 사람이면 익히 아시리라.


 


요약하자면,


정의를 위해 법이 무시되는 것도 웃기지만,


법이 정의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더 무섭다.


 


 


이 영화를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1. 톰 크루즈 마니아
2. 무기 전문가
3. 미 육군과 미 해군(해병대)의 기싸움 좋아하는 사람


 


그나저나 톰 크루즈 영화 중에 기억나는 것들은 대부분이 군영화 뿐이다.


7월 4일생, 탑건, 어퓨굿맨 ……


 


 


 


영진공 함장